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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마검 포르테(Forte) (11) - 후천적 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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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직이 검사인 청년은 그 가치를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악마 디바나가 그에게 건네준 마법은 무척이나 강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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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파 마법사들에게 이름을 붙이게 한다면, 『주변에 소란을 들키지 않는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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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파 마법사들에게 등급과 분류를 나누게 한다면 5위계 환상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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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문은 청년이 일으킨 모든 종류의 소음을 ‘적절하게’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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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모든 걸 침묵으로 뒤덮는 게 아니라, 소리는 소리대로 나면서도 그게 주변에는 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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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이 적용되는 순간 술자는 보통으로 동료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주변의 소리를 인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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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소리를 억제하는 계열의 주문이 아예 모든 종류의 소리를 정적으로 덮어쓰거나 술자 본인도 주변의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다는 걸 생각하면 실로 강력하고도 편리한 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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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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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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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다다다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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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며 기숙사 복도를 마구 질주하는데도, 다른 사람들이 이게 무슨 일이냐며 잠에서 깨어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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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라는 입장에서는 최고의 결과였지만, 공포 영화 피해자로서는 참으로 환장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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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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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쉴 새 없이 달리는 도중에도, 음산한 멜로디는 도통 멈추지를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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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떨어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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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어떻게든 손에 쥔 검을 내던지려고 했지만, 검은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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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에 손바닥이 달라붙은 것만 같은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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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으로도 환장할 일이었지만, 등 뒤에서 후다다닥 쫓아오는 산발 검은 머리의 귀신(?)은 더더욱 그를 겁에 질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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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귀신, 아니 피나 역시 발을 멈출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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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도둑맞았으니 되찾아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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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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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의 귀에 실시간으로 전해져 오는 ‘마검님’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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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여, 나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내가 저지른 큰 판단 착오에 대한 책임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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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나는 계약자 네가 제법 잘 따라와 주고 있다고 여겼다.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목표에 도달할 수 있으니, 구태여 내가 더 간섭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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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네가 쉬는 날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뒹굴뒹굴 놀아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정당하고도 적절한 휴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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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내 판단이 틀렸던 모양이로군. 외부 침입자가 방문을 열고 침입하는데도 눈치채지 못하고 잠에 취해 있다니, 적의 목표가 도둑질이 아닌 암살이었다면 어찌 되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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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어졌군. 그러니 본론은 짧게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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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내가 숫자 하나를 셀 때마다, 휴일이 하루씩 평일로 바뀐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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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야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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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는 내심으로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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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밖으로 그 절규를 내뱉지 않은 이유는, 그렇게 낭비할 호흡조차도 아까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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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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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의 눈에 핏발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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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기본적으로 내향적인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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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내향적인 것과 온순한 것은 반드시 일치하지만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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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이 실시간으로 불타는 걸 보는 직장인의 흉포함은 투견장의 투견보다도 강렬한 법이고, 피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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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다다다다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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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의 두 다리가 맹렬하게 교차할 때마다, 청년과 피나 사이의 거리가 급격하게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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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 이러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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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확인한 악마, 디바나의 눈에 초조함이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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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청년이 붙잡힌다면 여러모로 일이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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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힘을 빼놓은 다음 약해진 틈을 노려 친해지는 것이 본래 목적인데, 이대로 갔다간 도적놈으로 낙인찍혀 본래의 호감도까지 죄다 까먹을 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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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길, 실체화 안 하고 마법 쓰는 건 까다로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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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나가 한껏 짜증을 내면서도 힘을 발휘하자, 피나의 지면 근처의 어둠이 순간적으로 물리력을 지니며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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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퍽! 하고 앞으로 엎어지는 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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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이대로 도망─ 시발, 저건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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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청년에게 지시를 내리려 했던 악마는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에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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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진 듯했던 피나가 그대로 앞구르기를 시전하더니, 이내 반쯤 엎드린 것 같은 자세로 청년을 추적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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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면서 부딪쳤는지 붉어진 코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으로 충혈된 눈동자는 디바나마저 무심코 움찔하게 만드는 박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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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의 몸 주변으로 푸른 마력이 일렁이는 듯하더니, 그녀의 몸이 아까 이상의 속도로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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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다다다다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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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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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소리와 기척에, 청년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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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나는 지면을 미끄럽게 하거나 그림자로 물리적인 장벽을 만드는 등 온갖 종류의 마법으로 피나를 가로막으려 했지만, 피나는 넘어지거나 부딪치거나 하면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추적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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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부터는 넘어졌다가 일어서는 것조차 번거로운지, 아예 사족보행으로 날뛰는 것이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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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흉흉한 기세에 디바나는 저도 몰래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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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얼굴을 좀 보라. 본인이 쫓고 있는 주제에 꼭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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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 덜컥덜컥덜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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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 열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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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에 질린 청년은 본래 계획과는 달리 기숙사 정문으로 뛰쳐나가려 했지만, 정문은 단단히 잠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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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청년이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보다 먼저, 피나가 청년을 따라잡는 것이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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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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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의 발차기가 청년의 등 한복판에 적중하고, 청년의 몸이 활처럼 휘며 문과 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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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 한쪽이 뜯겨나가고, 기숙사 정면에 있는 광장으로 청년과 피나가 튕겨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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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손에서 떼어내진 포르테를 붙잡고, 피나는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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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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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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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뒤에 숨겨진 의미를 깨닫고, 포르테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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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은 무휴로 뛰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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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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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하고 한 주 더인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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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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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하나와 소녀 하나가 콩트를 찍고 있을 그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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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바닥에 엎어진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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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겁에 질려서… 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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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호러라는 것은 물리적 충격보다는 정신적 충격이 메인인 법이라, 물리적인 공격에 두들겨 맞은 시점에서 그의 정신은 호러 영화의 피해자가 아닌 전사의 그것으로 돌아온 상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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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상대가 정체불명의 귀신 같은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지금이라고 해서 딱히 상황이 나아진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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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디바나가 꾸민 계획은 피나의 검을 훔친 뒤, 힘을 잃어버리고 좌절한 그녀에게 접근해 뜻대로 컨트롤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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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검을 훔치는 건 실패했고, 현행범으로 발각된 걸로도 모자라 붙잡히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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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의 성격이 아무리 유순한 편이라고 한들, 이런 상황에서 청년이 뭐라고 떠들든 그걸 들어줄 리가 만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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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그들에게 남겨진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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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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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나는 장신구 속에서 짜증스레 머리를 긁적인 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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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의 후손을 제압하고, 어딘가에 감금해 놓는 수밖에 없겠어. ‘그 녀석’이 봉인의 정확한 위치만 알아내면, 그때 어떻게든 거기로 끌고가서 해결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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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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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역시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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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방법은 피나를 구슬려서 봉인을 파괴하게 만드는 거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차선책이라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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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보다 이 학원은 인원수에 비해 그 규모가 크고, 학생들 역시 정해진 스케쥴에 맞춰 행동하는 게 아니라 제멋대로 자기 퀘스트 해결에 전념하는 구조다 보니, 학생 한두 명이 사라져도 들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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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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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을 끝낸 청년은 조용히 몸을 일으킨 뒤, 검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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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습니다, 피나 양. 가능하면 원만하게 일을 해결하고 싶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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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나의 계약자로서, 그녀에게 받은 마력이 청년의 몸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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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는 강력한 능력을 지니고 그거 하나로 먹고살던 발자레스와 달리, 디바나는 꽤 다종다양한 능력을 보유한 밸런스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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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신체 능력이 강해졌고, 그저 검을 강화할 뿐이었던 검기가 그 자체로 물리력을 가지며 검강으로 승화되었고, 본래 보유하지 못했던 마법적 능력까지도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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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보다 발자레스의 계약자였던 마리크가 철저하게 무능했던 것과 달리, 디바나가 선택한 청년은 본인의 능력만으로도 입학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만한 능력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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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와 결의에 찬 얼굴로, 담담하게 자세를 갖추는 청년을 향해, 피나가 말을 머뭇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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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무의식적으로, 청년은 그녀의 말을 예측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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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이런 짓을 하냐는 경악일까? 아니면 자기를 이용하려 했다는 사실에 대한 배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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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든 납득할 만한 감정이었기에, 청년은 함부로 변명을 말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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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이루고 싶은 게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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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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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십니까. 피나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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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에 나뭇잎이 붙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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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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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랑 뺨에, 흙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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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가 여기, 라는 듯이 손가락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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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떨리는 손으로 똑같은 부위를 확인했고, 이내 그곳에 붙어 있던 나뭇잎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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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걸 부착한 채로 조금 전 비장한 분위기를 잡으며 대사를 말했던 자기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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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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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수치심과 함께, 청년은 피나를 향해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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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는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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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정당방위가 성립될 상황이긴 했으나, 그녀는 한때 동료였던 이에게 칼을 휘두를 수 있을 만큼 독하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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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도 허용하지 않고 제압에 성공한다면 휴가 자르기는 없던 걸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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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어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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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집째로 휘두른 포르테가 청년의 안면에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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