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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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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마검 포르테(Forte) (11) - 후천적 독기

본직이 검사인 청년은 그 가치를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악마 디바나가 그에게 건네준 마법은 무척이나 강력한 것이었다.

실전파 마법사들에게 이름을 붙이게 한다면, 『주변에 소란을 들키지 않는 마법』.

이론파 마법사들에게 등급과 분류를 나누게 한다면 5위계 환상 주문.

이 주문은 청년이 일으킨 모든 종류의 소음을 ‘적절하게’ 처리한다.

단순히 모든 걸 침묵으로 뒤덮는 게 아니라, 소리는 소리대로 나면서도 그게 주변에는 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주문이 적용되는 순간 술자는 보통으로 동료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주변의 소리를 인식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소리를 억제하는 계열의 주문이 아예 모든 종류의 소리를 정적으로 덮어쓰거나 술자 본인도 주변의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다는 걸 생각하면 실로 강력하고도 편리한 주문이었다.

즉.

“으아아아아아아악!!”

우다다다다다닥!

청년이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며 기숙사 복도를 마구 질주하는데도, 다른 사람들이 이게 무슨 일이냐며 잠에서 깨어나는 일은 없었다.

도둑이라는 입장에서는 최고의 결과였지만, 공포 영화 피해자로서는 참으로 환장할 일이었다.

~♪ ♫ ♪ ♫ ♪ ♫ ♪ ♫ ♪ ♫ ♪ ♫ ♪ ♫ ♪ ♫~

청년이 쉴 새 없이 달리는 도중에도, 음산한 멜로디는 도통 멈추지를 않았다.

“떨어져!! 떨어지라고!!”

청년은 어떻게든 손에 쥔 검을 내던지려고 했지만, 검은 떨어지지 않았다.

손잡이에 손바닥이 달라붙은 것만 같은 감각.

이것만으로도 환장할 일이었지만, 등 뒤에서 후다다닥 쫓아오는 산발 검은 머리의 귀신(?)은 더더욱 그를 겁에 질리게 했다.

물론 귀신, 아니 피나 역시 발을 멈출 수는 없었다.

물건을 도둑맞았으니 되찾아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그것도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의 귀에 실시간으로 전해져 오는 ‘마검님’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계약자여, 나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내가 저지른 큰 판단 착오에 대한 책임감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계약자 네가 제법 잘 따라와 주고 있다고 여겼다.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목표에 도달할 수 있으니, 구태여 내가 더 간섭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

《그렇기에 네가 쉬는 날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뒹굴뒹굴 놀아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정당하고도 적절한 휴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헌데, 내 판단이 틀렸던 모양이로군. 외부 침입자가 방문을 열고 침입하는데도 눈치채지 못하고 잠에 취해 있다니, 적의 목표가 도둑질이 아닌 암살이었다면 어찌 되었겠나.》

《서론이 길어졌군. 그러니 본론은 짧게 말하지.》

《지금부터 내가 숫자 하나를 셀 때마다, 휴일이 하루씩 평일로 바뀐다. 하나.》

끼야아아아아악!

피나는 내심으로 절규했다.

입 밖으로 그 절규를 내뱉지 않은 이유는, 그렇게 낭비할 호흡조차도 아까웠기 때문이다.

‘돌려줘!!

피나의 눈에 핏발이 섰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내향적인 인간이다.

허나 내향적인 것과 온순한 것은 반드시 일치하지만은 않는다.

휴일이 실시간으로 불타는 걸 보는 직장인의 흉포함은 투견장의 투견보다도 강렬한 법이고, 피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두다다다다다닥!

피나의 두 다리가 맹렬하게 교차할 때마다, 청년과 피나 사이의 거리가 급격하게 좁혀졌다.

《아, 씨…! 이러면 안 되는데.》

그 모습을 확인한 악마, 디바나의 눈에 초조함이 깃들었다.

여기서 청년이 붙잡힌다면 여러모로 일이 복잡해진다.

상대의 힘을 빼놓은 다음 약해진 틈을 노려 친해지는 것이 본래 목적인데, 이대로 갔다간 도적놈으로 낙인찍혀 본래의 호감도까지 죄다 까먹을 판 아닌가.

《제길, 실체화 안 하고 마법 쓰는 건 까다로운데!!》

디바나가 한껏 짜증을 내면서도 힘을 발휘하자, 피나의 지면 근처의 어둠이 순간적으로 물리력을 지니며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철퍽! 하고 앞으로 엎어지는 피나.

《좋아, 이대로 도망─ 시발, 저건 또 뭐야.》

그대로 청년에게 지시를 내리려 했던 악마는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에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넘어진 듯했던 피나가 그대로 앞구르기를 시전하더니, 이내 반쯤 엎드린 것 같은 자세로 청년을 추적하는 것이 아닌가.

넘어지면서 부딪쳤는지 붉어진 코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으로 충혈된 눈동자는 디바나마저 무심코 움찔하게 만드는 박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피나의 몸 주변으로 푸른 마력이 일렁이는 듯하더니, 그녀의 몸이 아까 이상의 속도로 질주했다.

다다다다다다닷!

“으아아아아악!”

눈으로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소리와 기척에, 청년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디바나는 지면을 미끄럽게 하거나 그림자로 물리적인 장벽을 만드는 등 온갖 종류의 마법으로 피나를 가로막으려 했지만, 피나는 넘어지거나 부딪치거나 하면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추적을 이어갔다.

중간부터는 넘어졌다가 일어서는 것조차 번거로운지, 아예 사족보행으로 날뛰는 것이 포인트였다.

그 흉흉한 기세에 디바나는 저도 몰래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얼굴을 좀 보라. 본인이 쫓고 있는 주제에 꼭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이 아닌가!

덜컥! 덜컥덜컥덜컥!

“열려! 열리라고!!”

겁에 질린 청년은 본래 계획과는 달리 기숙사 정문으로 뛰쳐나가려 했지만, 정문은 단단히 잠긴 상태였다.

그리고 청년이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보다 먼저, 피나가 청년을 따라잡는 것이 더 빨랐다.

퍼억!

피나의 발차기가 청년의 등 한복판에 적중하고, 청년의 몸이 활처럼 휘며 문과 격돌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 한쪽이 뜯겨나가고, 기숙사 정면에 있는 광장으로 청년과 피나가 튕겨 나왔다.

청년의 손에서 떼어내진 포르테를 붙잡고, 피나는 외쳤다.

“마검님!!”

절박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

그 말 뒤에 숨겨진 의미를 깨닫고, 포르테가 대답했다.

《2개월은 무휴로 뛰어야겠군.》

“마검님…?”

《2개월하고 한 주 더인 것 같기도 하고.》

“마검님…!”

검 하나와 소녀 하나가 콩트를 찍고 있을 그 무렵.

청년은 바닥에 엎어진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겁에 질려서… 는 아니었다.

본디 호러라는 것은 물리적 충격보다는 정신적 충격이 메인인 법이라, 물리적인 공격에 두들겨 맞은 시점에서 그의 정신은 호러 영화의 피해자가 아닌 전사의 그것으로 돌아온 상태였으니까.

허나, 상대가 정체불명의 귀신 같은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지금이라고 해서 딱히 상황이 나아진 건 아니었다.

청년과 디바나가 꾸민 계획은 피나의 검을 훔친 뒤, 힘을 잃어버리고 좌절한 그녀에게 접근해 뜻대로 컨트롤하는 것.

헌데 검을 훔치는 건 실패했고, 현행범으로 발각된 걸로도 모자라 붙잡히기까지 했다.

피나의 성격이 아무리 유순한 편이라고 한들, 이런 상황에서 청년이 뭐라고 떠들든 그걸 들어줄 리가 만무.

즉, 그들에게 남겨진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어쩔 수 없지.》

디바나는 장신구 속에서 짜증스레 머리를 긁적인 뒤 말했다.

《용사의 후손을 제압하고, 어딘가에 감금해 놓는 수밖에 없겠어. ‘그 녀석’이 봉인의 정확한 위치만 알아내면, 그때 어떻게든 거기로 끌고가서 해결하면 돼.》

“그렇군요.”

청년 역시 수긍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피나를 구슬려서 봉인을 파괴하게 만드는 거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차선책이라도 써야 한다.

뭣보다 이 학원은 인원수에 비해 그 규모가 크고, 학생들 역시 정해진 스케쥴에 맞춰 행동하는 게 아니라 제멋대로 자기 퀘스트 해결에 전념하는 구조다 보니, 학생 한두 명이 사라져도 들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스르릉.

계산을 끝낸 청년은 조용히 몸을 일으킨 뒤, 검을 뽑았다.

“안타깝습니다, 피나 양. 가능하면 원만하게 일을 해결하고 싶었건만.”

디바나의 계약자로서, 그녀에게 받은 마력이 청년의 몸을 감쌌다.

‘카피’라는 강력한 능력을 지니고 그거 하나로 먹고살던 발자레스와 달리, 디바나는 꽤 다종다양한 능력을 보유한 밸런스형이었다.

청년의 신체 능력이 강해졌고, 그저 검을 강화할 뿐이었던 검기가 그 자체로 물리력을 가지며 검강으로 승화되었고, 본래 보유하지 못했던 마법적 능력까지도 주어졌다.

뭣보다 발자레스의 계약자였던 마리크가 철저하게 무능했던 것과 달리, 디바나가 선택한 청년은 본인의 능력만으로도 입학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만한 능력자였다.

우수와 결의에 찬 얼굴로, 담담하게 자세를 갖추는 청년을 향해, 피나가 말을 머뭇거렸다.

반쯤 무의식적으로, 청년은 그녀의 말을 예측해보았다.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냐는 경악일까? 아니면 자기를 이용하려 했다는 사실에 대한 배신감?

어느 쪽이든 납득할 만한 감정이었기에, 청년은 함부로 변명을 말하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이루고 싶은 게 있었을 뿐.

“저기, 그.”

“왜 그러십니까. 피나 양.”

“머리카락에 나뭇잎이 붙으셨어요.”

“……?”

“그거랑 뺨에, 흙도 좀.”

피나가 여기, 라는 듯이 손가락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켜 보였다.

청년은 떨리는 손으로 똑같은 부위를 확인했고, 이내 그곳에 붙어 있던 나뭇잎을 발견했다.

그는 이걸 부착한 채로 조금 전 비장한 분위기를 잡으며 대사를 말했던 자기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지옥이었다.

격렬한 수치심과 함께, 청년은 피나를 향해 돌진했다.

피나는 당황했다.

충분히 정당방위가 성립될 상황이긴 했으나, 그녀는 한때 동료였던 이에게 칼을 휘두를 수 있을 만큼 독하지 못했─

《한 대도 허용하지 않고 제압에 성공한다면 휴가 자르기는 없던 걸로 하지.》

─퍼어어어억!

칼집째로 휘두른 포르테가 청년의 안면에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