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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하인 세드릭(Cedric) (4) - 이 하인은 참 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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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제른 제국 금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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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가 열심히 서류 작업에 몰두하는 사이, 세드릭의 그림자를 통해 그의 행동을 지켜보던 루시드라는 떨떠름한 얼굴로 황태자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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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번 컨셉은 하인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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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가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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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네. 기왕이면 더욱 세분화해서 집사, 주방장처럼 뚜렷한 개성이 있는 편이 더 취향이긴 하네만, 고용 측에서 어떤 일을 맡길지 알 수 없었던 만큼 꽤 광범위한 컨셉을 잡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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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남 밑에서 일하는 건 똑같잖아. 근데, 저걸로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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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하인이 아니라 하인의 탈을 쓴 다른 무언가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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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내뱉지 못한 그녀의 뒷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황태자가 태연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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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잖는가. 금운궁의 하인들은 할 말 다 하고 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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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여태까지 본 느낌으론 저 정도로 맛이 간 건 한 명도 없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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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는 흠, 하고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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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내 이미지가 적잖이 섞여 들어 간 만큼 원본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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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의 머릿속에 있는 하인이란 대체 어떤 존재지. 혹시 고용주를 엿 먹이는 걸 지상과제로 삼고 있나? 본인도 고용하는 측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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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라는 어이없음을 느끼면서도 다시 그림자를 통한 관측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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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어디 가서 보기 힘들 구경거리이긴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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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만족스러운 계약이로군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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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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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의 분위기는 참으로 미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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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그에 반해 클라우디아는 온몸에서 진이 빠지기라도 한 듯이 소파에 축 늘어져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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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심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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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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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본래 집사장인 베스티앙이 담당하는 하인들의 근로 계약을 이번에는 클라우디아가 직접 해보겠다며 나선 게 그 원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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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가 평생 고용 협상 따윈 해본 적도 없다는 걸 아는 집사장은 기겁하며 그녀를 말렸지만, 한 번 고집을 피우기 시작한 클라우디아의 막무가내는 도저히 막아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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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클라우디아는 클라우디아 나름대로 계획이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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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이 빈번히 ‘그건 계약에 없어서 안 된다’라든가 ‘계약상 이렇게 해도 문제 없다’ 같은 이야기를 해댔던 것에 원한을 품은 만큼, 그녀가 원하는 계약 내용을 마구 집어넣은 뒤에 그를 뜻대로 좌지우지하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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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부터 말하자면 참으로 부질없는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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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고용주가 요청한 잡무를 수행할 의무를 지닌다’라는 항목 말입니다만, 지나치게 범위가 애매한 느낌입니다. 잡무의 내용을 명확히 지정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그게 어렵다면 적어도 거부권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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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 시간 24시간? 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아가씨.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근로자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피폐해지며, 이는 근로자 개인에게도 직장에 있어서도 불행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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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가 누구인지 아냐고요? 레드벨 가문의 클라우디아 아가씨 아니십니까. 후환이 두렵지 않냐니, 제가 죄를 지은 게 없는데 어찌 두려울 일이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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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 좀 때리게 해달라니, 아가씨의 성적 취향은 존중하겠습니다만 신성한 일터에서 그런 사욕을 드러내시는 건 그리 좋지 않은 행동입니다. 은화 15개를 금화 15개로 바꾸시겠다고요? 하하,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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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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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는 고용주에게 성실히 봉사하며, 가문 내 집안일과 고용주가 요청한 잡무 등을 수행할 의무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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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는 고용주가 별도 요청한 잡무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단, 한 번 승낙한 내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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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가 본인의 업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경우, 고용자는 근로자에게 적합한 처벌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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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 시간은 하루 16시간으로 하며, 정해진 휴식 시간은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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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주는 근로자에게 음식, 숙소, 의복을 제공하고, 보수는 월 비르카 은화 15개로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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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기간은 3개월로 하며, 고용주는 계약 기간 내에 임의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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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는 고용주의 비밀을 은닉할 의무를 지니며…(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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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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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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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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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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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주: [클라우디아 레드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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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세드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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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에 놓인 계약서를 바라보며, 클라우디아는 치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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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교묘하게 꼬아서 독소 조항을 삽입하려 해도, 레드벨의 이름을 이용해 압박을 가하려 해도, 막대한 보수를 통해 유혹을 해보아도 세드릭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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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클라우디아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하나하나 계약서에 적어넣는데, 그 분량이 무려 다섯 장 분량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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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하인 하나 붙잡겠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몇 번이고 상을 뒤엎고 싶었던 클라우디아였지만, 어쨌든 이걸로 계약은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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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제 이 녀석은 내 하인이야. 철저하게 괴롭혀 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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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눈을 부릅뜨며 세드릭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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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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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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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말해서 목이 아프니까, 홍차 좀 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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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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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차게 인사를 건넨 뒤 그대로 슝 하고 방에서 떠나는 세드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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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겨진 클라우디아는 그 뒷모습을 못마땅한 듯이 바라봤지만, 이내 그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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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녀는 차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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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회 같은 곳에서는 일종의 허세용으로 입에 대기는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걸 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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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쓰고, 향은 미묘하고, 여하튼 맛대가리라고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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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그게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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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이 얼마나 완벽한 차를 타오건 간에 단번에 내쳐버릴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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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 구정물을 어떻게 마시냐며 찻잔의 내용물을 세드릭의 손에 부어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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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다시 타오라며 몇 번이고 같은 일을 반복시키는 것도 유쾌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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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후후, 후후후후. 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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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즐거운 망상에 빠져 실실 웃음을 흘리던 클라우디아는 문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재빨리 자세를 정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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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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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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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웃고 있었냐는 듯 차가운 얼굴로 돌아온 클라우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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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를 밀고 들어와 차를 우려내는 세드릭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꿰뚫어 보듯이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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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있으면 하인들이 잔뜩 긴장하며 곧잘 실수를 저지른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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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내 그녀는 내심으로 혀를 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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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가 아무리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아도, 세드릭은 조금도 동요하는 일 없이 담담하게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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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마음에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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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이어지던 클라우디아의 불평이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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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우려내는 세드릭의 동작에 무심코 눈을 빼앗긴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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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전문가의 동작이란 어느 경지 이상에 오르면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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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의 기술적 모티브는 다름 아닌 금운궁의 하인들이며, 그 실력과 숙련도는 명실상부 업계 최고를 자부할 만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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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과 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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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모순되는 개념을 동시에 품은 세드릭의 동작은, 마치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인 것처럼 클라우디아의 시선을 붙잡은 채 도통 놓아주지를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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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가 은은한 향기를 내뿜으며 주전자 속에서 깊어져 가자, 세드릭은 그 내용물을 조심스레 찻잔에 담은 뒤 클라우디아의 앞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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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매혹적인 붉은빛의 액체가, 흰색 찻잔 안에서 영롱하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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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향과 색에 홀린 듯이, 클라우디아는 찻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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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게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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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홍차보다는 조금 더 새콤함과 달콤함이 강한, 그렇기에 클라우디아의 입맛에 꼭 들어맞는 풍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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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는 쾌감이 되어 머리를 뒤흔들고, 목구멍을 통해 흘러 들어간 열기는 잔뜩 곤두세워져 있던 신경을 다독이듯이 전신으로 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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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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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의 입에서 나지막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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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잠에 취한 듯이 그 여운을 즐기던 클라우디아는, 그제야 “핫!”하고 퍼뜩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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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목각 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삐걱거리는 동작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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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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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사람마저 기분 좋아질 만큼 밝고 활기찬, 허나 클라우디아가 보기에는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미소를 만면에 지은 채, 세드릭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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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신 것 같아, 실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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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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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빨개진 클라우디아는 찻잔을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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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은 아무렇지도 않게 찻잔을 붙잡은 뒤, 그대로 당연하다는 듯 테이블 위에 돌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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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을 공으로 삼은 위험한 캐치볼은 클라우디아가 기진맥진이 되어 뻗어버릴 때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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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해. 어디 청소냐고? 당연히 저택 전체지! 끝내기 전까지 쉴 생각 따윈 하지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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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다 끝났다고? 하! 장난해? 여기 이렇게 먼지가… 없네. 저, 저기에 낙엽이… 없네. 창문에 물 얼룩이… 왜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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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로 트집 잡기.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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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을 향한 하인들의 존경심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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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달걀, 생선, 우유를 쓰지 않고 내가 만족할 만한 요리를 가져와. 코스 요리도 제대로 못 하는 실력이면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할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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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이거 고기 아니야? 아니라고? 버섯이랑 두부? 하, 겉보기만 조잡하게 흉내 낸 가짜라는 거잖아? 참나, 겨우 이딴 쓰레기로 내 입을 만족시킬 수 있을 리가…. ……. 그 뜨뜻미지근한 눈은 뭔데!! 저리 안 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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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로 트집 잡기.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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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의 식사량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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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혈마수들을 돌봐줘야겠어. 미리 말하지만 때리거나 힘으로 윽박지르는 건 금지야. 동물을 패서 키우는 걸 제대로 된 사육사라고 할 수는 없잖아? 얘들 중 하나라도 불만을 표하면 그땐 네가 동물 우리에 들어갈 테니까 각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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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 생각보다는 얌전하네. 뭐 적어도 낮잠 정도는 잘 재우는 것 같긴 한데, 이런 건 굳이 네가 아니어도 날씨만 좋으면, 뭐? ‘손’이라고 해보라고? …손! 오른손! 왼손! 오른발! 왼발! 배 뒤집어! 하하하! 뭐야 이거! 야, 말해봐. 다른 재주는 또 뭐가 있…… 이게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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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사육으로 트집 잡기.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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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가끔 혈마수들한테 이것저것 명령을 내리면서 놀고 있는 클라우디아의 모습이 하인들의 눈에 종종 목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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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뭔데 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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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는 침대 위에서 베개를 상대로 마구 주먹질을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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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한 평민은 전 재산을 바쳐도 살 수 없을 최고급 침구가, 그녀의 손 아래에서 무참하게 너덜너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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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깃털이 펄럭일 정도로 베개를 쥐어뜯은 그녀는, 이내 그걸 아무렇게나 내팽개친 후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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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 세드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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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평민 하나의 이름을 이렇게나 열렬히 불러본 경험 따위, 클라우디아의 인생 속에서는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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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평민 하나를 뜻대로 휘두르지 못해 분통을 터트린 경험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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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그는 이질적인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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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으로서 능력 그 자체는 누구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거나 압도할 정도로 우수한데, 정작 그 태도는 공손한 듯하면서도 묘하게 불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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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에 따라 클라우디아에게 봉사하기는 하지만, 정작 평민이 응당 갖춰야 할 귀족을 향한 무조건적인 공포나 경외는 전혀 느껴지질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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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를 데굴데굴 구르며 고민에 잠겨 있던 클라우디아의 눈이, 문득 방 한쪽에 있는 거대한 거울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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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럽게 흐트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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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렇기에 남자를 매혹하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고, 클라우디아의 뇌리에 어떤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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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복장을 구태여 고치지 않고, 이불로 몸만을 슬쩍 가린 채 세드릭 전용 벨(하도 그녀가 세드릭을 찾는 일이 많다 보니 따로 만들어졌다)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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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셨습니까,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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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세드릭의 목소리에 클라우디아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그를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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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만한 태도로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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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가 망가졌으니까, 치워. 주변도 정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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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이지만, 침대 여기저기에 어지럽게 널린 깃털을 치우기 위해서는 당연히 침대 쪽으로 시선을 향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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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즉, 평소 이상으로 흐트러진 클라우디아의 모습을 눈에 담게 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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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드라진 피부색에 세드릭이 잠시라도 눈이 팔려 멍해진다면 당연히 불경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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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클라우디아를 눈에 담지 않기 위해 쭈뼛거린다면 그건 그것대로 놀림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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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는 그리 생각하며 웃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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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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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웬 빵 봉투(눈구멍 안 뚫림)를 머리에 뒤집어쓴 채로 청소 작업에 돌입하는 세드릭을 보고 무심코 휘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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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그건 또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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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혹시 이런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리 보지 않고 업무에 몰두하는 훈련을 해놨습니다. 일상 중에는 써먹을 길이 없었는데 아가씨 덕분에 이렇게 써먹을 기회가 생기는군요! 아아, 아가씨, 그 자애에 깊은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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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는 베개의 잔해를 집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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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봉투 괴인은 쓸데없이 신사적이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그걸 받아낸 뒤, 이내 웬 가죽 포대에 집어넣고는 청소를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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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는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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