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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괴도 도팽(Dauphin) (16) - 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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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소문이란 전파되는 과정에서 각종 과장과 왜곡, 각색이 들어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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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레브루크에서 퍼진 소문은 다소 특이한 편에 속했는데, 그 내용이 무척이나 일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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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소대장이 도팽과 내통했다! 그동안 8소대장이 활약할 수 있던 것은 도팽과 짜고 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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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정의로운 기사단이 나타나 본인의 입지가 위험에 빠지자, 이번에는 내부에서 정보를 흘려 범행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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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비열하고 추잡한 짓인가, 당장 8소대장을 엄벌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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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속의 기사단은 유능한데도 불구하고 비열한 아군의 배신 탓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피해자였고, 달리아는 그런 기사단을 시기해 추잡한 음모를 꾸민 쓰레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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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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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저 소문을 주도적으로 퍼트린 건 기사단이 고용한 바람잡이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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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반응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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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다들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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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단장의 대답에, 기사단장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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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생각해 봤을 때, 현재 레브루크를 휩쓰는 소문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적잖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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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겨우 협력자 한 명이 있는 것만으로 그렇게나 거창한 범행이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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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이들이 도팽과 달리아의 대결을 직접 구경하며 일희일비했는데, 그들 전원의 눈을 속이는 게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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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소문이 사실이라 치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기사단은 내부의 배신자 한 명에게 농락당한 집단이 되는 셈인데, 그 부분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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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소문을 들은 이들 중에는 이러한 논거로 반박에 나서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결코 주류가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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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도둑과 배신자의 편을 드는 거냐? 너도 같은 패거리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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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조금만 제 주장을 펼치려고 하면, 기사단이 고용한 바람잡이들이 배신자와 같은 편이라며 일방적으로 그들을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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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반발하는 목소리를 강제로 찍어 누르면서 달리아를 욕하는 목소리는 점점 크게 하니, 처음에는 ‘이게 맞나?’ 하며 고개를 갸웃하던 이들도 서서히 그 흐름에 휩쓸리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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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그저 ‘소문’에 불과하지만, 그 소문이 진짜 진실로 뒤바뀌는 것도 그리 멀지 않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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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은 중요치 않아. 상류층 구역의 여론을 통제하는 데 특히 심혈을 기울이게. 다른 무지렁이들은 덤일 뿐, 진짜로 중요한 건 권력자들이 이번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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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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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레 고개를 끄덕인 부단장을 향해, 기사단장은 눈을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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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가 핵심일세. 한동안 도팽 놈에게 그 어떤 빈틈도 보여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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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은 지금까지의 추태를 모조리 달리아에게 떠넘기는 걸로 책임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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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는 반대로 말해, 달리아가 붙잡힌 상태에서 또다시 도팽에게 당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땐 정말 어떤 변명도 불가능해진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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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속수무책으로 당한 주제에 마음가짐만 바꾼다고 일이 잘 되겠냐 싶겠지만, 기사단장 역시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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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이 마구 당하는 모습에 지레 겁을 먹은 표적 중 일부가 단체로 자존심을 버리고 피해자들에게 고개를 숙인 결과, 현재 기사단이 호위해야 할 대상은 10명 이하까지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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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라면 그만큼 많은 이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뜻이기에 좋은 일이 아니지만, 적어도 호위라는 측면에서는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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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약 한 달 정도의 기간이지만 호위 대상 전원을 건물 한곳에 머물게 하는 일에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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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도팽이라고 해도, 백여 명의 기사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데다가 기사단장인 자신까지 머무는 곳에 함부로 발을 들이밀 엄두는 내지 못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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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도팽이 행동을 망설인다면, 그때는 ‘내부 협력자가 없어졌기에 도팽이 겁을 먹고 움츠러들었다’라는 주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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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 달이 지난 후에는 다시 도팽과 곤란한 싸움을 이어가야겠지만, 적어도 ‘경비대보다 뒤떨어지는 기사단’이라는 치욕적인 평가는 씻어버릴 수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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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말로 사르노스 기사단의 진짜 힘을 보여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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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단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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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들 딴에는 나름 그럴듯한 계획을 세운 기사단이었으나, 그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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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대체 뭘 건드려 버렸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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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의 의도대로 달리아를 향한 상류층 구역의 여론은 확실히 나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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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외 다른 구역에서는 기사단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새어 나오기도 했는데, 이는 서민 구역에서 흘러나오는 어떤 대화를 들어보면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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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소대장이랑 도팽이랑 사실 아군이라고? 그러면 우리 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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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리숙한 인상의 한 청년이 내뱉은 말에, 같은 테이블에 있던 다른 청년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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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분명 저번에만 해도 정의로운 도팽을 가로막는 악당이라느니, 귀족 놈들이랑 붙어먹은 더러운 앞잡이라느니 하면서 신나게 까대지 않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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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그렇게 손바닥을 쉽게 뒤집냐며 핀잔을 주는 말이었지만, 정작 어리숙한 인상의 청년은 당당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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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도팽을 막는 줄 알았으니까 그런 거고! 사실은 도와준 거라며! 그럼 아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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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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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태클을 건 청년이 순간 말문이 막힌 듯 버벅거리자, 옆에 있던 다른 청년들이 끼어들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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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잖아. 이번 일이 도팽과 8소대장이 짜고 친 일이라면, 그건 우리를 기만하고 배신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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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자기가 속한 조직을 뒤에서 해코지한 것도 조금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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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의견에, 어리숙한 인상의 청년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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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왜 배신이야? 난 손해 본 거 하나도 없고, 오히려 귀족 놈들 당했으니 속만 시원한데. 그리고 어차피 경비대는 8소대 빼면 병신이었고, 기사단은 우리만 보면 벌레 취급하는 깡패들이잖아? 그 새끼들 뒤통수 때린 게 뭐가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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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당연히…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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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적으로 반론을 이어가려던 청년들은 순간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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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좀 그렇긴 한데, 내용 자체는 딱히 틀린 건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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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달리아가 정말로 내통자가 맞다고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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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로 인해 그들이 뭔가 손해를 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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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도팽의 주요 타겟은 악독한 권력자이자 가해자 놈들이었고, 시민 중 직접적인 피해자들은 보상을 받았으며, 그렇지 않은 이들도 간접적인 수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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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대를 배신해? 기사단의 명예가 땅에 떨어져?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지? 그 나쁜 놈들이 한 방 먹었으면 좋은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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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아가 거기에 협력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그들 입장에선 오히려 칭찬해야 할 일이지 욕할 일은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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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청년들처럼 노골적으로 귀족과 기사단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드물었지만(불만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변의 눈치가 보여서), 달리아와 도팽이 사실은 같은 편이었다는 소식에 은근히 기뻐하는 이들은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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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럴 줄 알았지. 경비대 중에 유일하게 우릴 챙겨주던 게 그 아가씨랑 부하들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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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야, 아이고야, 그런 것도 모르고 그렇게 욕을 했으니, 미안해서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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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레브루크의 시민들에게 8소대는 ‘경비대의 양심’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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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다른 경비대는 대부분 상류층 구역에만 얼씬거리며 그들을 방치하는 도중, 유일하게 그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해 주던 이들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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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내심 자신들의 편이라 여겼던 달리아가 도팽을 가로막는 걸 보고 더 큰 실망을 느꼈던 것인데, 달리아가 사실은 도팽과 한편이라고 하니 이제야 그녀의 본의를 알게 되었다며 반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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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어떤 의미로는 진실과 거리가 먼 반응이었지만, 그만큼 그들에게 달리아를 미워하지 않을 이유, 혹은 그녀가 아군이라고 믿을 근거가 필요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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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달리아나 8소대가 밉상이었더라면, 설령 저런 소문이 퍼져도 다들 별 반응이 없거나 욕하기 바쁘지, 굳이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는 하지 않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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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은 착실하게,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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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 구역 북쪽에 있는 대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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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노스 백작이 레브루크에 머물 때 사용하는 장소이자, 현재는 기사단이 머무는 건물 앞으로 한 청년이 당당히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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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는커녕 함께 행동할 시종이나 호위들조차 대동하지 않은 그 모습에, 정문을 지키던 기사가 청년의 앞을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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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하시오. 이 안쪽은 허가받지 않은 인원은 들어갈 수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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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 지금 나보고 하는 소리야? 너 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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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혀를 찼고, 그 신경질적인 반응에 기사 역시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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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노스 기사단에 속한 기사들은 한 명 한 명이 비르카 왕국의 귀족 출신인 데다가 4급 이상의 실력을 지닌 강자들이다 보니, 하나같이 콧대가 높기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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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발끈하며 무어라 입을 열려고 한 그때, 긴가민가한 얼굴로 청년의 얼굴을 보고 있던 또 한 명의 문지기가 화들짝 놀라며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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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브루크의 세무관님을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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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기사의 말에, 막 드잡이질을 시작하려 했던 기사의 등골에 서늘한 것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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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관이라는 직책 때문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의 혈통 쪽이 더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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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브루크의 세무관은 사르노스 백작의 자식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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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정실은 아닌 첩실의 자식이었지만, 주요 영지의 핵심 요직에 앉혀놓을 만큼 백작이 귀히 여기는 인물이 다름 아닌 세무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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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고 여기에 오라고 한 건 네놈들이잖아. 손님을 초대해 놓고 이건 대체 무슨 경우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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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하기 짝이 없는 반응에, 기사 두 명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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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들을 상대로는 안하무인 적인 태도를 보이는 그들이었으나, 아무리 그래도 백작이 아끼는 아들을 상대로 당당히 대들 정도로 고개가 뻣뻣하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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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세무관은 그 성격이 무척이나 까탈스럽고 변덕이 죽 끓듯 한 걸로 유명한 인물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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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송구합니다. 귀하신 분을 모셔야 할 다른 이들이 보이질 않아 깨닫는 게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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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동안 겪어보니까 우르르 몰려다니면 오히려 쉽게 당해. 그냥 조용조용 슬금슬금 움직이는 게 최고라고. 짐 가진 애들은 나중에 따로 올 테니까 그렇게 알고, 그보다 너,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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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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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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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눈이 데구르르 굴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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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싶지 않지만, 그랬다간 더 큰 후환이 들이닥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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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관이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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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됐다. 한 번만 봐줄 테니까 빨리 문이나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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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두 명의 시선이 순간 재빠르게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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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역시 재빨리 이 상황을 넘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기사단장이 내린 엄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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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송구합니다만 세무관님. 저택에 들어가시기 전, 신체 검사를 하셔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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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팽은 변장술에도 능해, 이를 이용해 사람들을 현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저택에 머무시는 분들을 완벽하게 호위하기 위한 방법이니, 부디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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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그러니까 지금 내가 도팽인지 아닌지 그 개새끼로 의심된다 이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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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드립니다. 이것도 세무관님을 비롯한 귀인들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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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관은 연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성을 냈지만, 기사들은 쩔쩔매면서도 그를 통과시켜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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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먼저 백기를 든 건 세무관 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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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같네. 아오, 그 도적 새끼 때문에 대체 뭐야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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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해서 불평을 이어가는 세무관의 화풀이가 언제 자기들 쪽으로 향할지 모르기 때문에, 두 기사는 신속한 솜씨로 검사를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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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복 안쪽에 기이한 도구가 없는지 확인하고, 뺨을 잡아당겨 가짜 얼굴이 아닌지 확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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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아악! 살살 안 해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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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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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손바닥으로 팍팍 내려치는 세무관의 행동에, 기사의 뺨이 부들부들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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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기사의 몸이 겨우 이 정도로 부상을 입진 않았지만, 기분이 더러운 건 별개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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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이 인간이 도팽이기를, 그래서 곧장 검을 휘둘러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를 기대하던 기사들이었으나 안타깝게도 결과는 이상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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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관은 검사가 끝난 뒤에도 쉽사리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한참이나 기사들에게 윽박을 질렀고, 겨우겨우 그를 통과시킨 기사 두 명은 차마 입은 열지 못한 채 눈빛으로만 열심히 욕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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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얼마 뒤, 세무관이 말한 대로 그의 시종들이 부랴부랴 짐을 싸 들고 대저택 쪽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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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들은 이번에야말로 평소 성질대로 이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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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들은 이 위험천만한 상황에, 자기들이 모시는 분께서 혼자 돌아다니시는 걸 어찌 내버려두고만 있는 건가?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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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죄송합니다. 워낙에 갑작스럽게 결정하신 일이라서, 저희도 미처 대응할 틈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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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자네들도 전부 신체 검사를 받아야 하니 줄을 서게. 수상한 짓을 하는 이가 있으면 가차 없이 대처할 것이니 그리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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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풀이에 가까운, 다소 우악스러운 검사에 하인들의 입에서 비명이 새어 나왔지만, 이번에도 결과에 이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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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예정되었던 모든 입주민과 그 시종들이 검사를 끝마친 채 건물 안으로 들어섰고, 기사단은 저택의 정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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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은 이제 내일 아침 날이 밝을 때까지는 절대로 열리지 않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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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의 취향에 맞춰, 작은 성채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구성된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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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을 지키는 백 명의 정예 기사와 그들을 따르는 견습 기사들. 그리고 사르노스 기사단 최강자인 단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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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팽이 아무리 날고 기는 능력이 있어도, 이 안에는 감히 발조차 들여놓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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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은 그리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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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하필 걔야? 멋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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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토실토실해서 특제 피부 아래쪽에 이것저것 숨기기가 좋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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