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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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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72화 괴도 도팽(Dauphin) (16) - 잠입

본래 소문이란 전파되는 과정에서 각종 과장과 왜곡, 각색이 들어가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레브루크에서 퍼진 소문은 다소 특이한 편에 속했는데, 그 내용이 무척이나 일정했기 때문이다.

─8소대장이 도팽과 내통했다! 그동안 8소대장이 활약할 수 있던 것은 도팽과 짜고 쳤기 때문이다!

─헌데 정의로운 기사단이 나타나 본인의 입지가 위험에 빠지자, 이번에는 내부에서 정보를 흘려 범행을 도왔다!

─이 얼마나 비열하고 추잡한 짓인가, 당장 8소대장을 엄벌해야만 한다!

소문 속의 기사단은 유능한데도 불구하고 비열한 아군의 배신 탓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피해자였고, 달리아는 그런 기사단을 시기해 추잡한 음모를 꾸민 쓰레기였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저 소문을 주도적으로 퍼트린 건 기사단이 고용한 바람잡이들이었으니까.

“주변 반응은 어떤가?”

“아직은 다들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일 겁니다.”

부단장의 대답에, 기사단장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냉정하게 생각해 봤을 때, 현재 레브루크를 휩쓰는 소문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적잖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겨우 협력자 한 명이 있는 것만으로 그렇게나 거창한 범행이 가능한가?

적지 않은 이들이 도팽과 달리아의 대결을 직접 구경하며 일희일비했는데, 그들 전원의 눈을 속이는 게 가능한가?

애초에 소문이 사실이라 치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기사단은 내부의 배신자 한 명에게 농락당한 집단이 되는 셈인데, 그 부분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나?

실제로 소문을 들은 이들 중에는 이러한 논거로 반박에 나서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결코 주류가 되지 못했다.

─지금 도둑과 배신자의 편을 드는 거냐? 너도 같은 패거리 아니야?

그들이 조금만 제 주장을 펼치려고 하면, 기사단이 고용한 바람잡이들이 배신자와 같은 편이라며 일방적으로 그들을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반발하는 목소리를 강제로 찍어 누르면서 달리아를 욕하는 목소리는 점점 크게 하니, 처음에는 ‘이게 맞나? 하며 고개를 갸웃하던 이들도 서서히 그 흐름에 휩쓸리는 중이었다.

아직은 그저 ‘소문’에 불과하지만, 그 소문이 진짜 진실로 뒤바뀌는 것도 그리 멀지 않을 터.

“다른 곳은 중요치 않아. 상류층 구역의 여론을 통제하는 데 특히 심혈을 기울이게. 다른 무지렁이들은 덤일 뿐, 진짜로 중요한 건 권력자들이 이번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니까.”

“알겠습니다.”

시원스레 고개를 끄덕인 부단장을 향해, 기사단장은 눈을 번뜩였다.

“지금부터가 핵심일세. 한동안 도팽 놈에게 그 어떤 빈틈도 보여선 안 돼!”

기사단은 지금까지의 추태를 모조리 달리아에게 떠넘기는 걸로 책임을 회피했다.

허나 이는 반대로 말해, 달리아가 붙잡힌 상태에서 또다시 도팽에게 당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땐 정말 어떤 변명도 불가능해진다는 뜻.

여태 속수무책으로 당한 주제에 마음가짐만 바꾼다고 일이 잘 되겠냐 싶겠지만, 기사단장 역시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기사단이 마구 당하는 모습에 지레 겁을 먹은 표적 중 일부가 단체로 자존심을 버리고 피해자들에게 고개를 숙인 결과, 현재 기사단이 호위해야 할 대상은 10명 이하까지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본래라면 그만큼 많은 이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뜻이기에 좋은 일이 아니지만, 적어도 호위라는 측면에서는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거기에 약 한 달 정도의 기간이지만 호위 대상 전원을 건물 한곳에 머물게 하는 일에도 성공했다.

아무리 도팽이라고 해도, 백여 명의 기사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데다가 기사단장인 자신까지 머무는 곳에 함부로 발을 들이밀 엄두는 내지 못할 터.

그리고 그렇게 도팽이 행동을 망설인다면, 그때는 ‘내부 협력자가 없어졌기에 도팽이 겁을 먹고 움츠러들었다’라는 주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물론 한 달이 지난 후에는 다시 도팽과 곤란한 싸움을 이어가야겠지만, 적어도 ‘경비대보다 뒤떨어지는 기사단’이라는 치욕적인 평가는 씻어버릴 수 있을 터.

“이번에야말로 사르노스 기사단의 진짜 힘을 보여주는 거다!”

“예, 단장님!”

본인들 딴에는 나름 그럴듯한 계획을 세운 기사단이었으나, 그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이 대체 뭘 건드려 버렸는지를 말이다.


기사단의 의도대로 달리아를 향한 상류층 구역의 여론은 확실히 나빠졌다.

하지만 그 외 다른 구역에서는 기사단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새어 나오기도 했는데, 이는 서민 구역에서 흘러나오는 어떤 대화를 들어보면 파악할 수 있었다.

“8소대장이랑 도팽이랑 사실 아군이라고? 그러면 우리 편이네?”

조금 어리숙한 인상의 한 청년이 내뱉은 말에, 같은 테이블에 있던 다른 청년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너, 분명 저번에만 해도 정의로운 도팽을 가로막는 악당이라느니, 귀족 놈들이랑 붙어먹은 더러운 앞잡이라느니 하면서 신나게 까대지 않았냐?”

어찌 그렇게 손바닥을 쉽게 뒤집냐며 핀잔을 주는 말이었지만, 정작 어리숙한 인상의 청년은 당당하기 짝이 없었다.

“그거야 도팽을 막는 줄 알았으니까 그런 거고! 사실은 도와준 거라며! 그럼 아군이지!”

“어….”

처음 태클을 건 청년이 순간 말문이 막힌 듯 버벅거리자, 옆에 있던 다른 청년들이 끼어들어 말했다.

“아니, 근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잖아. 이번 일이 도팽과 8소대장이 짜고 친 일이라면, 그건 우리를 기만하고 배신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거기에 자기가 속한 조직을 뒤에서 해코지한 것도 조금 그렇지.”

그러한 의견에, 어리숙한 인상의 청년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게 왜 배신이야? 난 손해 본 거 하나도 없고, 오히려 귀족 놈들 당했으니 속만 시원한데. 그리고 어차피 경비대는 8소대 빼면 병신이었고, 기사단은 우리만 보면 벌레 취급하는 깡패들이잖아? 그 새끼들 뒤통수 때린 게 뭐가 나빠?”

“그거야 당연히… 음.”

반사적으로 반론을 이어가려던 청년들은 순간 생각에 잠겼다.

‘말이 좀 그렇긴 한데, 내용 자체는 딱히 틀린 건 없지 않나?

만약 달리아가 정말로 내통자가 맞다고 치자.

그걸로 인해 그들이 뭔가 손해를 봤는가?

어차피 도팽의 주요 타겟은 악독한 권력자이자 가해자 놈들이었고, 시민 중 직접적인 피해자들은 보상을 받았으며, 그렇지 않은 이들도 간접적인 수혜를 받았다.

경비대를 배신해? 기사단의 명예가 땅에 떨어져?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지? 그 나쁜 놈들이 한 방 먹었으면 좋은 일 아닌가?

달리아가 거기에 협력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그들 입장에선 오히려 칭찬해야 할 일이지 욕할 일은 아니지 않나?

술에 취한 청년들처럼 노골적으로 귀족과 기사단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드물었지만(불만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변의 눈치가 보여서), 달리아와 도팽이 사실은 같은 편이었다는 소식에 은근히 기뻐하는 이들은 적지 않았다.

“내 그럴 줄 알았지. 경비대 중에 유일하게 우릴 챙겨주던 게 그 아가씨랑 부하들이잖아?”

“아이고야, 아이고야, 그런 것도 모르고 그렇게 욕을 했으니, 미안해서 어쩐다!”

본래 레브루크의 시민들에게 8소대는 ‘경비대의 양심’ 같은 존재였다.

그야 다른 경비대는 대부분 상류층 구역에만 얼씬거리며 그들을 방치하는 도중, 유일하게 그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해 주던 이들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내심 자신들의 편이라 여겼던 달리아가 도팽을 가로막는 걸 보고 더 큰 실망을 느꼈던 것인데, 달리아가 사실은 도팽과 한편이라고 하니 이제야 그녀의 본의를 알게 되었다며 반색한 것이다.

이 또한 어떤 의미로는 진실과 거리가 먼 반응이었지만, 그만큼 그들에게 달리아를 미워하지 않을 이유, 혹은 그녀가 아군이라고 믿을 근거가 필요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애초에 달리아나 8소대가 밉상이었더라면, 설령 저런 소문이 퍼져도 다들 별 반응이 없거나 욕하기 바쁘지, 굳이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는 하지 않았을 테니까.

장작은 착실하게,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었다.


상류층 구역 북쪽에 있는 대저택.

사르노스 백작이 레브루크에 머물 때 사용하는 장소이자, 현재는 기사단이 머무는 건물 앞으로 한 청년이 당당히 나아갔다.

마차는커녕 함께 행동할 시종이나 호위들조차 대동하지 않은 그 모습에, 정문을 지키던 기사가 청년의 앞을 가로막았다.

“정지하시오. 이 안쪽은 허가받지 않은 인원은 들어갈 수 없소.”

“허가? 지금 나보고 하는 소리야? 너 돌았어?”

청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혀를 찼고, 그 신경질적인 반응에 기사 역시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사르노스 기사단에 속한 기사들은 한 명 한 명이 비르카 왕국의 귀족 출신인 데다가 4급 이상의 실력을 지닌 강자들이다 보니, 하나같이 콧대가 높기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그가 발끈하며 무어라 입을 열려고 한 그때, 긴가민가한 얼굴로 청년의 얼굴을 보고 있던 또 한 명의 문지기가 화들짝 놀라며 앞으로 나섰다.

“레브루크의 세무관님을 뵙습니다!”

동료 기사의 말에, 막 드잡이질을 시작하려 했던 기사의 등골에 서늘한 것이 스쳐 지나갔다.

세무관이라는 직책 때문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의 혈통 쪽이 더 중요했다.

레브루크의 세무관은 사르노스 백작의 자식 중 하나.

비록 정실은 아닌 첩실의 자식이었지만, 주요 영지의 핵심 요직에 앉혀놓을 만큼 백작이 귀히 여기는 인물이 다름 아닌 세무관이었다.

“나보고 여기에 오라고 한 건 네놈들이잖아. 손님을 초대해 놓고 이건 대체 무슨 경우야? 응?”

까칠하기 짝이 없는 반응에, 기사 두 명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평민들을 상대로는 안하무인 적인 태도를 보이는 그들이었으나, 아무리 그래도 백작이 아끼는 아들을 상대로 당당히 대들 정도로 고개가 뻣뻣하진 못하다.

특히 세무관은 그 성격이 무척이나 까탈스럽고 변덕이 죽 끓듯 한 걸로 유명한 인물이 아니던가.

“소, 송구합니다. 귀하신 분을 모셔야 할 다른 이들이 보이질 않아 깨닫는 게 늦었습니다.”

“내가 그동안 겪어보니까 우르르 몰려다니면 오히려 쉽게 당해. 그냥 조용조용 슬금슬금 움직이는 게 최고라고. 짐 가진 애들은 나중에 따로 올 테니까 그렇게 알고, 그보다 너, 이름은?”

“예?”

“이름 뭐냐고.”

기사의 눈이 데구르르 굴러갔다.

말하고 싶지 않지만, 그랬다간 더 큰 후환이 들이닥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얼굴이었다.

세무관이 혀를 찼다.

“하, 됐다. 한 번만 봐줄 테니까 빨리 문이나 열어.”

기사 두 명의 시선이 순간 재빠르게 교차했다.

그들 역시 재빨리 이 상황을 넘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기사단장이 내린 엄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 송구합니다만 세무관님. 저택에 들어가시기 전, 신체 검사를 하셔야만 합니다.”

“도팽은 변장술에도 능해, 이를 이용해 사람들을 현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저택에 머무시는 분들을 완벽하게 호위하기 위한 방법이니, 부디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발, 그러니까 지금 내가 도팽인지 아닌지 그 개새끼로 의심된다 이거네?”

“부탁드립니다. 이것도 세무관님을 비롯한 귀인들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세무관은 연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성을 냈지만, 기사들은 쩔쩔매면서도 그를 통과시켜 주지 않았다.

결국 먼저 백기를 든 건 세무관 쪽이었다.

“좆같네. 아오, 그 도적 새끼 때문에 대체 뭐야 이게.”

반복해서 불평을 이어가는 세무관의 화풀이가 언제 자기들 쪽으로 향할지 모르기 때문에, 두 기사는 신속한 솜씨로 검사를 끝마쳤다.

의복 안쪽에 기이한 도구가 없는지 확인하고, 뺨을 잡아당겨 가짜 얼굴이 아닌지 확인하기도 했다.

“악! 아악! 살살 안 해 이 새끼야!?”

퍽!

머리를 손바닥으로 팍팍 내려치는 세무관의 행동에, 기사의 뺨이 부들부들 떨렸다.

강인한 기사의 몸이 겨우 이 정도로 부상을 입진 않았지만, 기분이 더러운 건 별개의 문제였다.

내심 이 인간이 도팽이기를, 그래서 곧장 검을 휘둘러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를 기대하던 기사들이었으나 안타깝게도 결과는 이상 무.

세무관은 검사가 끝난 뒤에도 쉽사리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한참이나 기사들에게 윽박을 질렀고, 겨우겨우 그를 통과시킨 기사 두 명은 차마 입은 열지 못한 채 눈빛으로만 열심히 욕을 쏟아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세무관이 말한 대로 그의 시종들이 부랴부랴 짐을 싸 들고 대저택 쪽으로 다가왔다.

기사들은 이번에야말로 평소 성질대로 이빨을 드러냈다.

“자네들은 이 위험천만한 상황에, 자기들이 모시는 분께서 혼자 돌아다니시는 걸 어찌 내버려두고만 있는 건가? 제정신인가?”

“죄, 죄송합니다. 워낙에 갑작스럽게 결정하신 일이라서, 저희도 미처 대응할 틈이 없었습니다.”

“쯧, 자네들도 전부 신체 검사를 받아야 하니 줄을 서게. 수상한 짓을 하는 이가 있으면 가차 없이 대처할 것이니 그리 알고!”

화풀이에 가까운, 다소 우악스러운 검사에 하인들의 입에서 비명이 새어 나왔지만, 이번에도 결과에 이상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정되었던 모든 입주민과 그 시종들이 검사를 끝마친 채 건물 안으로 들어섰고, 기사단은 저택의 정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

이 문은 이제 내일 아침 날이 밝을 때까지는 절대로 열리지 않을 터.

백작의 취향에 맞춰, 작은 성채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구성된 저택.

그곳을 지키는 백 명의 정예 기사와 그들을 따르는 견습 기사들. 그리고 사르노스 기사단 최강자인 단장까지.

도팽이 아무리 날고 기는 능력이 있어도, 이 안에는 감히 발조차 들여놓지 못하리라.

기사단은 그리 확신했다.


[근데 왜 하필 걔야? 멋없게.]

“살이 토실토실해서 특제 피부 아래쪽에 이것저것 숨기기가 좋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