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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하인 세드릭(Cedric) - 레드벨의 악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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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카 왕국을 지탱하는 세 축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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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 후작가에 대한 학자들의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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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저기서 말하는 세 축 중 하나는 다른 곳도 아니고 무려 왕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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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귀족 가문이 왕국의 정점인 왕가와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서 취급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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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레드벨 후작가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절대로 과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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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에서 직접적으로 통치하는 영지만 해도 왕국의 전체 면적 중 7%에 이르렀고, 간접 지배가 가능한 영역까지 따지면 그 수치는 20%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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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와 이어지는 주요 교역로를 움켜쥔 덕분에 막대한 부를 보유했고, 군사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으나 그마저도 다른 두 축인 왕가와 백작가에 비해 뒤떨어질 뿐, 다른 잡다한 영주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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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레드벨 후작은 몰락해 가던 가문을 단 수십 년 사이에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영웅호걸이라 평가받았고, 그의 자식들 역시 아버지를 빼닮은 듯이 각 분야에서 유능함을 드러내며 레드벨의 명성을 드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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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중 단 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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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의 막내딸 클라우디아 레드벨(Claudia Redvell)만큼은 예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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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관한 화려하기 짝이 없는 소문 중 몇 개를 나열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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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식인 마수를 애완동물로 키우며, 자기 비위를 거스른 이들을 마수의 먹이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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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핏하면 고문을 일삼는 탓에 온몸에 피 냄새가 배있는데, 이를 가리기 위해 엄청나게 강한 향수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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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 후작이 막내딸의 개인 영지로 일부러 한적한 시골인 ‘에체드’령을 선택한 이유는, 커다란 영지에 방치했다간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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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는 천상의 꽃이지만, 내면은 지옥의 시궁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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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귀족 영애가 바로 클라우디아 레드벨이라는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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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저런 영애의 밑에서 일하는 걸 기꺼워할 사람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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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에체드령에 있는 클라우디아의 저택에 근무하겠다고 찾아오는 이들은 대개 둘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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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클라우디아의 소문을 알지 못한 채, 그저 후작가에서 제시한 막대한 보수를 보고 자원한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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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클라우디아의 소문을 알고 있지만, 그걸 감수할 수밖에 없을 만큼 생활 여건이 열악한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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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저택의 집사장 베스티앙이 선호하는 것은 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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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의 경우 어차피 며칠도 버티지 못하고 도망가지만, 후자는 일정 확률로 근무를 계속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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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면접자는 아무래도 전자인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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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생각하며, 베스티앙은 눈앞에 있는 청년의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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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 갈색 머리에 갈색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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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미남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모난 데가 없고 유순한 이목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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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모르게 강아지를 연상시키는 눈망울에서는, 끝에 몰린 사람 특유의 독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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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름이 세드릭이라고 했지. 출신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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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제른 제국 동부에 있는 콜림이라는 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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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먼 곳에서 왔군. 굳이 비르카 왕국까지 내려와 하인으로 지원한 이유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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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께서는 콜림의 유력자이신 크누크 가문에서 오랜 시간 하인으로 근무하셨습니다. 주 업무는 주방 보조 쪽이셨죠. 저도 나중에는 아버지처럼 크누크 가문에 봉사하리라 생각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크누크 가문의 대가 끊어지는 바람에 제 취직처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배웠던 게 이쪽이다 보니, 새롭게 모실 주인을 찾아 여기저기를 헤매던 중 이 저택의 소문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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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그러면 요리도 제법 할 줄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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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하다고는 자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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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릿빠릿하고, 전체적인 표정이나 분위기도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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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외지인인 탓에 그가 말하는 내용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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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후작가쯤 되는 가문이라면 본래 저런 것도 엄격하게 따져야겠지만, 사람들이 버티지 못하고 도망가는 통에 정규 인원의 2/3을 겨우겨우 채우고 있는 이곳 에체드 별장에서는 그 정도는 사소한 애교로 넘어가 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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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오히려 다른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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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이 밝디밝은 청년이 아가씨 독기 앞에서 대체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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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고용될 때만 해도 열의로 가득하던 하인들이, 클라우디아의 성질머리를 견디지 못하고 하루하루 말라가다가 그대로 저택을 떠나는 모습을 몇 번이고 지켜봐 온 베스티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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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청년도 같은 루트를 타게 되리라 생각하면 참으로 양심이 아팠지만, 그로서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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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가 가능한 ‘남 보기에 문제없는’ 생활을 계속하게 하는 것이 후작의 뜻이고, 저택에 하인이 없어서 빈자리가 휑한 지금 상황은 그 명령에 어긋나는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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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티앙은 어떻게 해서라도 저택에서 일할 인력을 보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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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네, 우선 3개월 계약으로 하지.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간이 끝나기 전에 일을 그만두면 보수는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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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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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보조 쪽으로 돌리면 아가씨와 마주칠 일은 거의 없을 테니, 조금이라도 오래 버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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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베스티앙의 계획은, 세드릭이 저택에 들어간 지 정확히 일주일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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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의 존재가 베스티앙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드러난 이유는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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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세드릭이 지나치게 유능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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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 말입니까? 아주 진국이죠. 말귀도 잘 알아듣고, 한 번 알려준 건 잊어버리는 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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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신입 들어오면 적응 기간만 며칠은 걸리는데, 세드릭은 거의 들어온 당일부터 전력으로 쓸만하더군요. 덕분에 다들 편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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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할 사람이 없어서 제대로 쉰 적이 없었는데, 이번 신입 덕분에 잠깐이나마 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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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재주가 능하고, 사람을 웃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아마 어딜 가도 잘 어울릴 타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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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이 맡은 업무는 주방 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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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움직이는 동선은 주방과 식량 창고 정도로 한정되고, 구태여 서빙 같은 걸 맡기지 않는 이상 클라우디아가 세드릭과 마주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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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베스티앙의 계획은 틀리지 않았지만, 문제는 다른 하인들의 태도나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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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의 존재로 인해, 그들 전원의 행복 지수가 갑자기 천장까지 차오른 것은 당연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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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얀색 튤립만 가득한 꽃밭 사이에 빨간 튤립이 섞여 있으면 눈에 띌 수밖에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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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이 해낸 것은 직원들의 얼굴에 가벼운 헛웃음이나 실소가 새어 나오게 하는 정도였지만, 그마저도 우울함과 의무감으로 굳어 있던 얼굴과 비교하면 너무나 큰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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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응, 네가 이번에 들어왔다는 새 하인인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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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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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준비를 하며 시시껄렁한 잡담을 이어가고 있던 주방 하인들은, 입구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귀를 의심하며 고개를 돌렸고, 이내 그대로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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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벌어질 참사를 두려워하듯 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메이드 두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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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메이드 사이에서 홀로 미소를 짓고 있는 아가씨가 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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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가 옅은 백금발과 분홍색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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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 직전의 꽃봉오리처럼 요염함과 풋풋함을 동시에 갖춘 미모는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정작 그 웃는 얼굴을 본 하인들은 괴물이라도 본 듯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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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곳에 있는 이 중 가장 높은 직위에 있다는 책임감 때문일까, 주방장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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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가씨. 이런 누추한 곳에는 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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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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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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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같이 아름다웠던 미소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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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할 나위 없는 모멸과 분노와 짜증을 담은 채, 레드벨의 꽃은 입에서 독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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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 너한테 말 걸었어? 누구 허락을 받고 입을 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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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송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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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어디로 가든 그건 내 마음이야. 감히 네가 뭔데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주방장이니 뭐니 하면서 직함 하나 달고 있으니까, 막 네 주인이 우스워 보이기라도 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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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영애다운 우아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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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훈계나 질책도, 완곡하고 우회적인 화법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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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같이 아름다운 이목구비로 길거리의 불량배 같은 위협과 비아냥을 연이어 내보내는 그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 것을 넘어 일종의 해학마저 느끼게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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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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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이 반걸음 앞으로 나선 것은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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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크게 걸음소리를 낸 건 아니다. 그렇다고 무슨 말을 내뱉은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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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그 사소한 동작에는 어째서인지 주변의 이목을 잡아끄는 기이한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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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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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주방장을 향한 흥미를 잃어버린 채, 다시금 세드릭을 향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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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천것끼리 서로 감싸주기라도 하겠다.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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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모욕에도, 세드릭은 눈을 껌뻑일 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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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가 눈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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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대답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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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발언을 허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가씨. 마음대로 입을 열 수가 없어서 곤란해하던 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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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는 순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했지만, 이내 방금 자신이 주방장에게 ‘마음대로 입을 열지 마’라고 비난을 내뱉었던 것을 떠올렸다. 어쩌면, 지금 이 하인이 그걸 빌미로 자신에게 비아냥을 시도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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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얼굴에 분노가 차오르고, 다른 하인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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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도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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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클라우디아는 무슨 생각인지 싱긋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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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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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이라고 합니다, 클라우디아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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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 여기 있다는 건 요리 쪽에도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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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전문가를 자칭할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직접 만들어 먹기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는 된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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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됐네. 오늘 저녁, 네가 만들어서 가져와. 내 방으로, 네가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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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의미로 무리한 요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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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보조에 지나지 않는 세드릭에게 저녁을 만들라는 것도 그렇지만, 그걸 가지고 클라우디아의 본인의 방으로 오라는 건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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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하인이 영애의 방에 들어가는 건 그 자체로 불경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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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세드릭은 딱히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태연하게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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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몸이지만, 명령이시라면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싫어하는 음식은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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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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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문현답이로군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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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하며 재료를 준비하기 시작하는 세드릭의 모습을, 클라우디아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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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다른 하인들은 아까부터 이 상황을 견디기 어렵다는 듯이 안절부절못하는 중인데, 혼자만 여유만만한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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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뺨이라도 후려쳐 볼까 생각했던 클라우디아였지만, 이내 생각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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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그 여유도 잠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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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도, 그녀는 다른 이들에게 경고를 날려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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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괜히 이번 일에 끼어들면 전부 처벌해 버릴 테니까 방해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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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하인들은 그대로 고개를 숙였고, 메이드들은 두려워하면서도 클라우디아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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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방 앞까지 돌아온 클라우디아는, 메이드들을 떠나보낸 뒤 방 안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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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은 날붙이를 사용해 본인의 검지 끝에 작은 상처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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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몽글 솟아오른 피가 지상에 떨어지자, 이내 그 부피를 급격하게 부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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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rr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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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피가 변한 모습은, 한 마리의 거대한 맹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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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생김새는 늑대에 가까웠으나 머리가 2개였고, 각각의 입이 사람의 상반신 정도는 단숨에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로 덩치가 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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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에게 어리광을 부리듯이 주둥이를 가까이하는 쌍두랑(雙頭狼)의 머리를 쓰다듬은 클라우디아는, 늑대에게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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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그를 덮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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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뭘 하든 괜찮소, 라고 주장하는 듯한 그의 얼굴이 공포와 경악으로 물드는 장면을 기대하며 시간을 보내기를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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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노크와 함께 문밖에서 세드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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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식사를 준비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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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가에 짙은 미소를 띤 채, 클라우디아는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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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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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고, 카트를 밀며 세드릭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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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방구석에서 준비 중이던 늑대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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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입에서 피식자를 공포에 질리게 할 울부짖음이─ 깨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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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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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는 눈을 껌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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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잠시 눈을 비빈 후,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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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어지간한 몬스터쯤은 한 끼 식사로 취급할 수 있는 그녀의 종복이, 겁먹은 동네 개처럼 바닥에 엎어져 낑낑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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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앞에는, 꿀밤을 때린 손을 조용히 손수건으로 닦아내는 세드릭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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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멍해져 있는 클라우디아를 향해,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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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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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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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이 사람 먹는 음식에 달려드는 건 그리 좋은 습관이 아닙니다. 몸에도 안 좋고요. 아무래도 평소 버릇을 잘못 들이신 모양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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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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