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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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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괴도 도팽(Dauphin) (10) - 상현달 아래의 재회

레브루크의 시민들은 날이면 날마다 모여 괴도 도팽에 관한 이야기를 떠들고는 했다.

“최근에는 도팽의 예고장이 없네.”

“한번 실패했으니까, 이제는 몸을 사리지 않을까? 저번에는 그냥 실패한 정도로 넘어갔지만, 다음에는 아예 붙잡힐지도 모르잖아.”

“귀족 나으리 중 도팽에게 이를 가는 이들이 적지 않지. 아마 붙잡히면 곱게는 못 죽을 거야.”

“하아.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사람들은 더 이상 도팽이 나타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지금까지야 표적들이 다들 도팽에게는 상대도 되지 않는 이들이었기에 괜찮았지만, 이젠 도팽과 맞설 수 있는 맞수가 나타났다.

애초에 훔쳐낸 재산을 전원 피해자들에게 환원하는 도팽의 특성상, 도팽의 범행은 도팽 자신에게는 어떤 이익도 되지 않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안 그래도 이익이 없는 일에 이제 리스크까지 막대해졌으니, 도팽이 나타날 이유가 없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예상을, 도팽은 아무렇지도 않게 깨부쉈다.

“도팽이다! 광장에 도팽의 예고장이 적혀 있어!”

“도, 돌아왔다고!? 이번엔 누구야? 누굴 노리는 거야? 또 세무관인가?”

“그, 그게… 한두 명이 아니던데?”

“어?”

「로랑 드 발무아, 베르나르 드 샤르르, 귀욘 바르베르. 드리테로 기샤… (중략) …가론 드 사르노스.

이상, 명단에 적힌 87인의 죄인들이여. 자네들이 저지른 죄가 너무나 크고 많은 나머지 하나하나 글로 옮기는 것조차 피곤해졌네.

고로, 이렇게 단체로 이름을 적어, 단숨에 경고를 하도록 하지.

덧붙여 찾아가는 순서는 그때그때 달라지니 앞에 적혀 있다고 우울해할 것도, 뒤에 적혀 있다고 기뻐할 것도 없다는 걸 명심하게.

허나 안심하게. 자네들이 본인의 잘못을 뉘우치고 피해자들에게 적합한 사죄와 보상을 한다면, 명단에서 그 이름 또한 지워질 테니까.

혹시 본인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감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면, 본인이 사는 건물 높은 곳에 하얀 천을 묶어 흩날리도록 하게.

그러면 내가 자네들의 잘못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적어서 설명해 주도록 하지.

명단은 일정 기간마다 새롭게 갱신할 예정이며, 명단에서 이름이 지워진 이들은 무사히 사죄에 성공했다고 이해하면 되네.

물론 지우는 게 가능하다면 새로 적는 것 또한 가능한 것이 도리.

여기에 이름이 안 적혀 있으니 자기는 노려지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행패를 부리는 어리석은 자가 없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네.

그러면 그 어리석은 자의 이름이 명단의 가장 위에 새롭게 적히거나, 혹은 명단에 적히기도 전에 내가 직접 찾아갈 테니 말이야.

-괴도 도팽-」

도시는 발칵 뒤집어졌다.

도팽의 화려한 귀환 그 자체도 사람들의 이목을 모으기에 충분했지만, 그가 공표한 명단에 적힌 이름들이 하나같이 쟁쟁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름이 적힌 이들은 분노하거나 두려움을 느꼈고, 적히지 않은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명단에 적힌 이들이 도팽의 경고에 굴복할지 어떨지를 떠들어댔다.

물론, 이 상황에 제일 당황한 것은 다름 아닌 경비대였다.

“이, 이 좆 같은 새끼가…!!”

중대장의 입에서 거친 욕 한 사발이 쏟아져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러면 대체 어떻게 잡으라는 거냐!!”

도팽의 ‘예고장’은 경비대 입장에선 자기들을 우습게 보는 듯한 도발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동시에 일종의 안내용 가이드북이기도 했다.

어느 시점에서 누굴 노리는지를 빤히 공개하고 있으니, 오로지 표적과 표적의 재산을 경호하는 데 전력을 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헌데 지금은?

명단에 있는 87인 중 누구를 노릴지 알 수 없다.

정확히 언제 쳐들어오는 건지 시간도 알 수 없다.

심지어 상황에 따라선 아예 명단에 없는 인물도 표적이 될 수 있다.

이래서야 전처럼 집중 경호 같은 건 불가능하고, 뭣보다 최강 전력인 달리아를 표적 옆에 딱 붙여둘 수 없게 된다.

“중대장님! 발무아 님께서 집중 경호를 요청하셨습니다! 자기 근처에 저 도팽이란 놈이 얼씬도 못 하게 해달라고 몇 번이나 강조를…!”

“기샤 재무관이 찾아오셨습니다! 중대장님과 긴히 나눌 말씀이 있다고 하십니다!”

“중대장님! 샤르르 자작께서 내 아들 몸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으셨습니다!”

“중대장님! 지금 전령들이 마구 찾아와-”

“중대장님!”

“그아아아아악! 내 몸은 하나뿐이란 말이다!!”

중대장이 머리를 움켜쥐고 있을 그 무렵. 8소대 대기실.

“이야, 아무리 봐도 이거, 우리 소대장님을 피하려고 머리 쓴 거 아니냐?”

“그야 눈앞에서 창질 한 방으로 건물을 뽀개버리는 걸 봤으니 쫄아도 이상할 거 없지. 오히려 기어코 다시 나타난 담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야.”

“이거 앞으로 서로 대장님 데려가겠다고 난리겠는데?”

“앞으로가 아니라 이미 그래. 어디 어디 누구 전령이라는 인간들이 대장님 좀 만나게 해달라고 계속 찾아오고 있거든. 평소에는 우리랑 말도 안 섞으려는 인간들이 어찌나 허리를 굽실거리는지.”

“그렇다고 뭐 받아먹지는 마라. 탈 난다.”

“내가 그렇게 생각이 없는 줄 알아?”

“전원 조용.”

달리아의 한마디에, 떠들썩하던 소대원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도팽이 언제 누굴 노리고 습격해 올 지 알 수 없다고? 다른 범죄자들 상대할 때는 원래 그랬어. 그때도 우리는 잘 막아왔고.”

달리아의 말에, 소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그동안이 이상했던 거지, 원래 도둑이란 언제 어디를 노리고 쳐들어올지 알 수 없는 게 기본이었다.

도팽이라는 이름값에 기가 죽어서 그렇지,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그동안 하던 것과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순찰은 자주, 경계는 방심 없이, 문제가 생기면 혼자 해결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 알린다. 다들 하던 대로만 해, 그러면 내가 가서 막을 테니까.”

“예!!”

“그러면, 나는 회의에 가볼 테니까 다들 개인 정비하고 있어.”

그리 말한 뒤 시원스런 동작으로 떠나가는 달리아의 뒷모습을, 소대원들은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야.”

“왜.”

“소대장님, 뭔가 좀 기분 좋아 보이시지 않냐?”

“기분이 좋은지 어떤지까진 모르겠지만, 전보다 좀 후련해 보이기는 하네. 맨날 근심 걱정이 가득한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누구한테 위로라도 받고 온 것 같다고 할까.”

“혹시 남자…?!”

“말도 안 돼. 저 엄격함의 화신에게 도전한 용자가 있다고?”

“야야, 집어치워라 집어치워. 그냥 매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고생하시다가 오랜만에 쉬고 나오시니까 기운이 나신 거겠지. 니들도 똑같잖아.”

“하기야.”


“제길, 호위 대상들이 한곳에 죄다 몰려 있으면 편할 텐데! 야간 경계를 철저히 해라! 도팽의 모습이 보이면 곧바로 8소대장에게 알려!”

꾸준한 순찰과 경계 강화. 그리고 도팽을 직접 상대할 수 있는 달리아의 호출.

중대장이 꺼내든 대책이란, 지극히 정석적이고 뻔한 것이었지만, 이는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도팽을 잡을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 같은 게 뿅하고 튀어나올 것 같으면, 애초에 중대장이 고민에 빠지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

그렇게 해서 펼쳐진 상황은, 어떤 의미로 도둑과 경비 양쪽 모두에게 적용되는 시간 싸움이었다.

경비대 쪽은 한시라도 빨리 도팽의 습격을 알아챈 뒤 이를 대기 중인 달리아에게 알려야만 했고, 도팽은 달리아가 쫓아오기 전에 표적의 신변과 그 재산을 훔친 뒤에 달아나야 했다.

그리고 이 승부에서 초반에 기선을 제압한 것은 도팽 쪽이었다.

무려 네 명이나 되는 표적을, 경비대 쪽에서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완벽하게 털어버렸기 때문이다.

달리아가 뒤늦게 호출을 받고 범행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끝난 버린 상황.

아무리 달리아의 무력이 강해도, 이미 자리를 떠나 사라져 버린 도팽을 붙잡는 일은 불가능했다.

서민들 사이에서 도팽의 명성은 다시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고, 경비대의 명예는 다시금 땅을 향해 추락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달리아와 8소대의 가치는 오히려 더욱 올라갔다.

우선 달리아 쪽은, 달리아만 옆에 있으면 천하의 도팽조차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인식이 생기자, 명단에 이름이 오른 권력자들이 앞다투어 그녀를 끌어들이기 위해 애를 썼다.

8소대 대원들의 경우 달리아처럼 도팽을 직접적으로 저지할 만한 무력은 없었지만, 대신 도팽을 발견하고 그 소식을 본부에 알리는 속도가 다른 소대보다 압도적으로 빨랐다.

다른 소대들이 기본적으로 상류층 구역에서 느슨한 생활을 이어가던 것에 반해, 8소대의 경우 달리아와 함께 소수 인원으로 넓은 서민 구역을 커버하며 어떤 장소가 어떤 시점에 취약한지를 본능과 경험으로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팽이 다섯 번째 표적을 노린 날에도 8소대의 이런 능력은 여지없이 발휘되었고, 달리아는 마침내 도팽이 현장을 떠나기 전 그와 조우 할 수 있었다.

콰아아앙!

“어이쿠!”

어느 귀족 가문의 망나니 소공자를 붙잡으려던 도팽의 손길이, 달리아가 휘두른 창 앞에서 가로막혔다.

화려하게 공중제비를 돌며 뒤로 물러나는 도팽을, 달리아는 무언으로 응시했다.

“…오, 오오! 잘 왔군! 잘 왔어! 자, 어서 저 빌어먹을 도적놈을 빨리 잡아주게!!”

다 죽어가는 얼굴이었던 표적은, 달리아가 구원자라도 되는 것처럼 그녀에게 매달려 부탁을 했다.

이 표적이 한때 술 먹고 거리에서 행패를 부리다가, 그걸 막으려고 했던 8소대의 경비원들에게 폭행을 저지른 적이 있다는 걸 아는 달리아는 한층 더 울적한 기분을 느꼈다.

정작 당사자는 그런 일이 있었던 걸 기억조차 못 하는 모양새였지만 말이다.

“뒤로 물러나 주십시오.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 짧게 말하는 것이, 달리아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 그래!”

표적 역시 괜히 험한 꼴을 보기는 싫었는지 재빨리 거리를 벌렸고, 현장에는 도팽과 달리아만이 남게 되었다.

얼굴을 가리는 면갑 아래에서, 달리아는 도팽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단순한 생김새만을 본다면, 그녀가 알고 있는 ‘그’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허나 도팽은 지금까지의 범행 중 외모를 바꾼 적도 많았으므로, 그것만으로는 어떤 증거도 될 수 없었다.

만약, 정말로 만약의 일이지만.

도팽이 그녀가 휴일에 겪은 일을 이야기하며 그녀를 설득하려고 한다면─

“─이걸로 두 번째로군. 무섭고도 무서운 경비병 아가씨.”

두 번째.

그 단어를 들은 순간, 달리아의 마음속에 있던 거북하고도 묵직한 감정이 녹아내리고, 그녀의 속이 편해졌다.

그렇다.

‘그’와 이 괴도는 다른 인물이다.

그렇다면, 달리아가 경비병으로서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잘도 날뛰었네. 세 번째는 없을 거야. 도둑.”

“이왕이라면 ‘괴도’라고 불러주면 좋겠네만?”

“범죄자 주제에 바라는 것도 많네!!”

달리아의 창이 공기를 가르며 도팽에게 쇄도했다.

무시무시한 위력을 품은 그 공격을, 각종 주문이 담긴 트럼프로 흘려넘기며 도팽은 외쳤다.

“범죄자라! 부정하지는 않겠네! 확실히 나의 행동은 규범을 무시하고 질서를 무너트리는 일일지도 모르지! 허나, 세상에는 법을 정직하게 지켜서는 벌할 수 없는 악인이 많아도 너무 많네! 그렇다면 더 큰 선을 위해 약간의 법 정도는 무시해도 좋은 일 아니겠나!”

예전의 달리아였다면, 도팽의 주장에 어떤 반론도 하지 못하고, 그저 이를 악물며 창을 휘두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허나 지금의 달리아는 아니었다.

“‘의도가 좋으면 괜찮다’ ‘나쁜 놈을 벌하기 위해서라면 무얼 해도 상관없다’ 모두가 그런 식으로 규칙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행동한다면! 그 끝에 있는 건 답이 없는 혼란과 공포야! 그런 상황 벌어졌을 때 가장 상처 입는 건 네가 돕는다고 떠드는 약한 사람들이라고!”

가슴 속에 그저 막연하게만 떠돌던 그 무언가를, 지금의 달리아는 제대로 언어로 바꿔 말할 수 있었다.

도팽의 주장을 부정하고, 그의 논리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를 지적할 수 있었다.

그것은 아직 미숙하고, 정작 본인이 저지르는 죄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미숙한 것이었지만, 그런데도 이전보다는 성장한 증거였다.

그 사실을 깨닫고, 괴도의 입가에도 은근한 미소가 어렸다.

다만 말과 논리로 싸우던 휴일의 두 명과 달리, 지금 그들은 현장에서 창과 카드를 맞대고 있는 사이.

따라서 그 언쟁 역시, 순수한 말이 아니라 무력과 폭력이 동반될 수밖에 없었다.

“말은 제법 번드르르한 것 같지만, 그만한 실력이 뒷받침되는지는 의문이로군!”

도팽의 트럼프가 허공에 흩날리며, 이내 회오리가 되어 이동하기 시작했다.

마력으로 강화된 카드들은 앞을 막는 정원의 나무나 담벼락 따위를 모조리 절단해 버리며 표적을 향해 돌진했다.

화려하기 짝이 없는 공격 속에서, 도팽은 재빨리 다음 수를 준비했다.

표적의 능력으로 저 절단 회오리를 막아내거나 회피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 달리아가 표적을 낚아채 도주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터.

짐 덩이로 인해 움직임이 제약된 그녀에게 새로운 마도구들을 퍼부어 무력화시키는 것이 도팽의 계획이었다.

“하압!”

그리고 달리아는, 그런 도팽의 예상은 가뿐히 무시한 채 그냥 몸으로 회오리를 들이받았다.

“…?!”

도팽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그는 당황하며 회오리의 출력을 약화하려 했지만, 이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무도 돌도, 심지어 금속마저도 잘라버릴 카드들이, 정작 달리아의 피부를 뚫지 못하고 죄다 가로막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오러인가?

5등급 이상의 무인들은, 단순히 무기나 방어구에 마력을 흘려넣어 강화하는 것을 넘어, 마력 그 자체에 물리력을 부여해 공격이나 방어에 활용할 수 있다.

도팽은 달리아 역시 그런 경지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그 생각이 착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달리아는 오러를 발휘한 게 아니었다. 아니, 그 이전에, 도팽은 달리아가 검기, 아니 창기를 사용하는 것조차도 본 적이 없었다.

보여준 거라고는 순수한 육탄전뿐.

3등급의 신체 강화? 단지 그것만으로, 맨몸으로 금속보다도 더한 방어력을 갖출 수 있다고?

단순히 몸이 튼튼하다고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명백한 특이체질 그 자체.

허나 도팽이 그에 대해 더 세세한 분석을 하는 것보다, 어느새인가 회오리를 물리력으로 찢어버린 달리아가 도팽에게 창을 휘두르는 게 더 빨랐다.

도팽은 재빨리 팔에 걸친 천을 방패 삼아 창을 막아냈지만, 어지간한 대방패 이상의 방어력과 고무줄 수준의 탄력을 겸비한 천으로도 달리아의 무지막지한 완력을 완전히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뒤쪽으로 튕겨 나간 도팽의 몸이 여기저기 충돌한 뒤, 도시 한복판에 있는 강에 빠져들었다.

수면 바깥쪽에서 들려오는 소란을 뒤로한 채, 도팽은 눈을 빛냈다.

그가 발견한 들꽃이, 어쩌면 상상 이상의 거목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