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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괴도 도팽(Dauphin) - 사르노스의 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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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귀족 가문은 자기 가문에 귀속된 ‘영지’를 소유하며, 그 영지를 발전시킴으로써 부와 세력을 불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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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영지가 특정 가문이 처음부터 끝까지 발전시켜 온 결과물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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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브루크(Levroucq)라는 이름을 지닌 도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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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강이 인상적인 이 도시는, 그 역사가 천 년을 가뿐히 넘어가는 오래된 고도(古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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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카 왕국이 세워지기 전에도 존재했었던 레브루크는 여태껏 수많은 지배자의 손을 거쳐왔으며, 그 지배자들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도시의 발전 방향 역시 계속해서 바뀌어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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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풍부한 수량을 이용해 이곳을 거대한 식량 생산지로 만들려고 했었고, 누군가는 경쟁자의 침탈을 막아낼 요새로 삼으려 했으며, 누군가는 아예 상업의 중심지로 키워내려고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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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수많은 시행착오가 오랜 세월에 걸쳐 누적된 결과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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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노스 백작 가문이 레브루크의 통치권을 손에 넣었을 당시, 도시의 모습은 그야말로 ‘잡탕’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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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 위치는 훌륭하다. 자원도 풍족하다. 인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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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걸 대체 어디부터 어떻게 갈아엎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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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행정가라기보다는 순수한 무인에 가까웠던 초대 사르노스 백작은 도시를 대대적으로 재편하는 대신 그냥 현상 유지를 택했고, 이러한 방침은 여러 차례의 세대교체를 거쳐 당대 사르노스 백작에게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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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거주하는 인원이 대체 몇 명인지, 정확한 숫자는커녕 대략적인 인구수조차 가늠이 잘 안 가는 난잡한 행정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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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상으로 있어야 할 길이 존재하지 않고, 없어야 할 공간은 당연하다는 듯이 존재하는 미로 같은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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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법과 합법을 넘나들며 백성들을 착취하는 부호들과 그런 그들을 묵인하거나, 오히려 협력하는 관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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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없고, 그저 적당히 세금만 들어오면 그만이라는 듯 방치를 이어가는 지배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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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훌륭한 도시’와 ‘엉망인 도시’로 구분한다면, 레브루크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후자에 속하는 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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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엉망인 도시에는, 반드시 그에 어울리는 범죄자들이 꼬여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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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주인장. 거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놓고 왜 그리 말귀가 어두워? 자릿세 내라는 게 그리 알아듣기 힘드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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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악한 인상의 깡패가 눈을 부라리며 위협을 가하자, 피부에 잔주름이 가득한 초로의 남성이 잔뜩 움츠러든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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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아들었습니다. 알아들었고 말고요, 하지만 요즘에는 장사가 너무 안돼서, 여유 자금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안 그래도 정규 세금으로 잔뜩 뜯기는데, 자릿세까지 따로 냈다간 정말 입에 풀칠도 못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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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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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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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남성의 어깨를 턱턱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두드리며 자못 친근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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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럴 수도 있지. 내가 그 정도도 이해 못 해주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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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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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빌려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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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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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하는 남성을 향해, 깡패는 주변에 있는 다른 가게를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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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근처에 있는 가게들, 거기서 돈 빌려서 내라고. 같은 곳에서 일하니까 얼굴은 다 아는 사이일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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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다채롭게 변했고, 주변에서 불안한 기색으로 돌아가는 꼴을 바라보던 다른 상인들 역시 할 말을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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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웃는 건 깡패와 그 패거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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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형님. 너무 봐주시는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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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여기 사람들은 장사 참 편하게 했나 봅니다. 아니, 어떻게 가게 하면서 자릿세도 안 내면서 할 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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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서 괜히 낑낑댈 거 없이 진작에 여기로 옮길 걸 그랬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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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다들 좀 조용히 해라. 내가 지금 이야기 중이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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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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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들의 입을 단숨에 다물게 만든 깡패는, 속으로 내심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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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날로 먹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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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그와 그의 부하들은 왕국 동쪽에 있는 어떤 영지에서 활동하던 패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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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영주가 워낙에 무능하고 영지 관리 따윈 관심 없는 인간이라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어느 날 에체드인지 체페트인지 모를 영지를 시작으로 웬 붉은색 개들이 날뛰기 시작하더니, 그 숫자와 활동 범위가 점점 늘어나 그들이 있는 영지에까지 뻗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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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용병 일로 먹고 산 적도 있는 깡패는 실력에 제법 자신이 있었지만, 아무리 그라고 해도 수의 폭력에는 승리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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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에서 서쪽으로 밀리고 밀리다 결국 사르노스 백작가의 영역까지 오게 된 깡패는, 처음에는 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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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으로 다른 두 가문에 비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 레드벨의 영역에서조차 버티지 못하고 쫓겨나는 신세였는데, 하물며 무력으로는 왕국 최강이라는 사르노스 백작가는 오죽하겠냐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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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오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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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브루크의 군사력은 실제로 강했지만, 그 강력한 병사들은 영주나 귀족, 부호들이 머무는 상류층 구역에서만 열심히 활동할 뿐, 평범한 서민들이 살아가는 중류층 구역이나, 빈민들이 살아가는 하류층 구역에는 거의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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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대만 그럴듯했지 속은 빈틈투성이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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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알짜배기 지역에 미리 자리를 잡은 동업자가 없다니,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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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재미 좀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그가 들뜬 기분으로 즐거운 상상을 펼치고 있던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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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잠깐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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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함과 엄격함을 갖춘 목소리에,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단숨에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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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 역시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고, 이내 상대의 모습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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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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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은색과 검은색의 대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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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의 가죽을 특수한 기름에 절여 가공한 가죽은 기묘한 광택을 품고 있었고, 가슴이나 어깨 등 핵심적인 부분을 보호하는 금속은 태양 아래에서 은빛으로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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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실용성을 중시한 디자인은 기사 특유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유일하게 가슴 중심부만큼은 사르노스 가문을 상징하는 특유의 문장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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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든 창 역시 그저 긴 나무 막대기 끝에 날을 달았을 뿐인 조잡한 것이 아닌, 창대부터 창날까지 금속으로 이루어진 제대로 된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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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갑(visor)으로 가려진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갑옷 특유의 곡선과 투구 안에 전부 들어가지 못하고 흘러나온 머리카락이 경비병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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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얼굴을 왈칵 일그러트린 깡패였으나, 이내 여병사가 혼자라는 걸 확인하고는 여유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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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십니까, 경비병 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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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을 향한 협박 및 부당한 금품 요구. 의심할 여지도 없는 현행죄네. 순순히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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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이라니요, 뭘 잘못 보신 것 같은데, 저는 협박 같은 걸 한 적이 없습니다. 안 그렇소, 주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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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글맞은 얼굴로, 깡패는 초로의 남성에게 은근한 눈짓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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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환이 두려우면 알아서 사리라는 압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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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초로의 남성은 눈이 돌아가기라도 했는지 갑자기 발작하듯이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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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이 깡패 새끼들이 억지로 돈을 요구했습니다!! 심지어 돈이 없다니까 다른 상인들에게 빌려서 내라고 협박까지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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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제가 두 눈으로 협박하는 거 분명히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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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병 씨! 저놈들 좀 잡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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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새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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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는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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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그와 함께하는 패거리의 숫자만 열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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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수금 작업에는 이 정도로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지만, 첫 작업이었던 만큼 상대를 압박하는 용도로 일부러 부하들을 전부 끌고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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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상대는 고작해야 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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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이 정도 인원 차이가 있으면 어느 쪽이 이길지 뻔히 보이지 않나? 그러면 당연히 눈치껏 입을 닥쳐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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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사르노스의 경비병은 열 배의 인원수 차이는 무시할 정도로 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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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머리에 떠오른 가능성을, 전직 용병 출신의 깡패는 헛소리라며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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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이 제법 고급스러운 것으로 보아 사르노스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병사들에게 많은 투자를 하는 건 맞는 모양이지만, 그래 봐야 경비병은 경비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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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이 출중하다면 기사가 됐을 것이고, 재능이 출중하다면 모험가든 용병이든 해서 실력을 꽃피웠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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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도 박봉에, 하는 일이라고는 도시의 자질구레한 뒤처리를 도맡는 게 전부인 경비병 따위,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중간한 놈들이 택하는 직업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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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병은 무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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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도 확보했네. 뭐, 설령 증언이 없었어도 데려갈 거였지만. 어쩔래? 순순히 따라온다면 무력은 안 쓸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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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는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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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병사 하나 따위가 무서운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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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 병사의 뒤에 있을 백작가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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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도망갈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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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간 부하들 사이에서도, 상인들 사이에서도 위신이 땅에 처박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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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쪽 업계는 얕보이면 그걸로 끝장인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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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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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도 준비해. 다른 경비병들 오기 전에, 빨리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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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가 숏소드를 뽑아 들며 말하자, 부하들 역시 저마다 단검이나 나무 몽둥이 따위를 쥐고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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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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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1초 뒤, 창대에 목을 얻어맞은 깡패가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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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부하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경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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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할 틈새도 없이, 뭐가 일어났는지 파악하기도 전에 그들 역시 자기네 대장과 똑같이 바닥을 뒹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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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인 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상인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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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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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 좋다! 나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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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알았지! 겁도 없이 어디서 자릿세 타령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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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병은 쓰러진 깡패들에게 다가간 뒤, 그들의 허리춤에 있는 가죽 주머니를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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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로의 남성이 당하기 전, 다른 상인들이 지불한 ‘자릿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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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들! 이거, 다시 받아 가세요! 서로 더 가지겠다고 싸우면 그것도 잡아갈 거니까 질서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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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병의 말에, 상인 중 몇몇이 화색을 띠며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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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주머니 안의 돈을 다시 나누는 사이, 깡패들에게 가장 많이 시달리던 초로의 남성이 경비병에게 다가와 연신 고개를 숙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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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매번, 매번 어찌 감사를 드려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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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병은 손을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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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을 한 건데 감사는 무슨. 오히려 늦어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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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당연한 일이라니요. 경비병 중에 이런 곳까지 와주시는 분들은 달리아 씨랑 8소대분들밖에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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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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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병, 달리아는 투구 아래에서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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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갑에 가려져 상대에게 표정이 보이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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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들이 쓰러져서 한껏 여유가 생겼는지, 상인들은 저마다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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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최근에는 이런 뜨내기들이 많이 늘었네. 여기 토박이 놈들은 달리아한테 호되게 당하고는 이 근처로는 얼씬도 안 하는데. 외지인 놈들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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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요즘 레드벨 쪽이 대대적으로 범죄자 놈들을 무찌르고 있다는데, 그걸 못 견디고 밀려온 놈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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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찌른다니,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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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개들이 범죄자들을 쫓아다닌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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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뭐야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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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자네들, 그런 소리를 믿나? 분명 헛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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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문이든 아니든 재미는 있잖아. 보면 귀엽겠다. 우리는 그런 거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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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에서 시작한 걸 여기서 똑같이 할 리가 없잖아. 저 위의 분이 얼마나 그쪽 싫어하는지 다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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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 우리한텐 달리아 씨가 있으니까 다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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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의 이야기에, 달리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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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도 딱히 악의가 있어서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개랑 동급 취급은 좀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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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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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아가 손에 들고 있던 창을 조작하자, 창의 길이가 기존의 세 배가량 단숨에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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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 창대에 깡패와 그 부하들을 빨래 널듯이 매단 후, 그것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린 뒤 어깨에 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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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두 자릿수의 범인들을 끌고 가려면 이게 제일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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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이 살짝 기겁하며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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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 늘 보는 거지만 굉장하군요. …안 무거우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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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괜찮아요. 그러면, 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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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들을 감옥에 집어넣고 나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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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아의 부관이 그녀에게 다급하게 다가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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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대장님! 또 혼자 출동하신 겁니까? 애들 좀 데리고 다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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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나 때문에 다들 담당 영역도 넓은데, 이런 거라도 알아서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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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왜 대장님 탓입니까, 상류층 구역이랑 그 주변만 좋아하고 그 외에는 때려죽여도 안 가려고 하는 다른 소대 놈들 잘못이지. 거기에 무슨 꿀이라도 숨겨놨나, 망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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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낮춰. 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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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테면 들으라고 하십시오. 그보다, 진짜로 조심하십시오. 대장님 실력 좋은 거야 다 알지만, 요즘 분위기가 좀 많이 어수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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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 구역 쪽에서 범죄자 놈들이 밀려온 거라면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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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그건데, 그 뭐냐, 옆에 벨모르 남작령 있잖습니까. 웬 도적놈한테 털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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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떼가 아니라, 도적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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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한 명입니다. 어떤 정신 나간 새끼가 남작 저택에 침입한 뒤에, 창고는 털고, 벨모르 남작은 납치해서 거리 한복판에 밧줄로 매달아 놨다더군요. 옆에다가는 무슨 큰 간판 같은 것도 세워놨다는데, 간판에 남작이 저지른 잘못이 쫙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더 웃긴 건 훔친 돈은 모조리 피해자들에게 돌려줬다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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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아는 눈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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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하기 짝이 없네. 그렇게 돈을 돌려줘 봐야 남작이 피해자들을 가만 놔둘 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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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다시금 죄업을 쌓는다면 다음에는 무거운 몸은 놔두고 목만 따로 챙기겠다」라고 간판에 같이 적어둔 모양이라서요. 남작도 겁을 먹었는지 피해자들에겐 손도 못 대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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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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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벨모르 남작 그 인간이 쓰레기인 건 유명한 이야기라 가끔 의적이니 뭐니 떠드는 놈들도 있고, 속 시원하다는 소리도 제법…. 아니, 제가 그리 말했다는 게 아니고, 어디까지나 소문이 그렇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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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기침으로 시선을 회피한 부관은, 다시금 달리아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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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런 위험한 녀석이 인근에서 활동 중이니 행동에는 조심 또 조심하셔야 합니다. 대장님 잘못되시면 저희 소대 통째로 망하는 건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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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관은 그 뒤에도 몇 번이나 잔소리를 이어간 뒤에 떠나갔고, 남겨진 달리아는 조용히 면갑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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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눈동자에 짙은 불신을 품은 채, 그녀는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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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봐야 도적은 도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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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을 상대로 저런 만행을 저질렀으니 어차피 곧 붙잡히겠지만, 만약 살아서 이곳까지 온다면 그땐 본인이 직접 감옥에 처넣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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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브루크 경비대 8소대 대장, 달리아(Dahlia)는 그렇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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