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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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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의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
학생들 대부분은 연인이거나, 혹은 여자친구들끼리 수다를 떨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개방된 테이블도 있지만, 네다섯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방들이 따로 마련돼 있다.
그 방 한쪽에, 객관적으로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여학생 셋이 앉아 있었다.
​“쪼옵.”
작은 소리를 내며 커피를 한 모금.
강아린은 익숙한 동작으로 머리카락을 넘기고 컵을 내려놓았다.
건너편에는 하시온과 유하나가 앉아 있다.
이건 매달 한 번씩, 무의식적으로 이어지는 정기모임이다.
‘변수 있으면 톡방에 보고해. 염장질 말고, 변수.
강아린이 그렇게 말한 것도 벌써 몇 달 전이다.
그러나 정작 톡방의 용도는 염장질로 바뀌었고, 결국 어쩔 수 없이 정기모임을 치르는 수밖에 없었다.
뭐 볼 거 있는 얼굴들이라고 자꾸 모이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쩌다 보니 계속 모이게 됐다.
그리고 보통 하는 이야기는 단순하다.
앞으로의 이야기와, 뭐 여러 중요한 정보들.
서로를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건 피곤한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넷은 암묵적인 합의를 했다.
편린을 얻기 전까지는 감정 소모적인 싸움은 하지 않겠다고.
별 내용 없이 정리가 끝났다.
이제 잠깐의 잡담 타임이었다.
“기말이네.”
유하나가 먼저 운을 뗐다.
“그런가 봐.”
강아린은 무표정하게 커피잔을 휘저으며 받아쳤다.
“… 여기 있는 사람은 다 청팀이고.”
하시온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가 년하고… 그이는 백팀이고.”
유하나는 조용히 덧붙였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말끝에 묘한 울림이 있었다.
“짜증나. 오늘부터 상대 팀이랑은 교류도 못 한다잖아.”
하시온이 투정을 부렸다.
그 반응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시험에 대한 정보는 어제 발표되었고, 당장 오늘부터 청팀과 백팀이 완전히 분리됐다.
원래 오늘 모임에는 천여울도 함께였어야 했으나.
그녀는 백팀이었기에 정해인과 있어도 문제가 없었다.
그 천여울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으니, 당연히 회의에는 불참했다.
가온이 추구하는 시험의 방향성은 언제나 '실전'.
시험을 실전처럼 대하라는 뜻은, 준비조차도 실전처럼 하라는 이야기다.
실전에서 마인세력과 영웅 세력이 교류하거나 수다를 떠는 경우는 없으니, 당연한 셈이었다.
아, 물론 예외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아쉬운 거지 뭐.”
강아린은 여느 때처럼 덤덤하게 대꾸했다.
그녀는 가장 최근 정해인을 독점한 시간이 있었던 터라, 비교적 평온한 상태였다.
속이 타는 건 유하나와 하시온, 그 둘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유하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되물었다.
“… 아쉬운 건가?”
그 짧은 질문에 순간적인 침묵이 흘렀다.
“뭔 소리야?”
하시온이 물었다.
유하나는 말 대신 워치를 두드렸다.
잠시 후, 두 사람의 워치에 동시에 알람이 울렸다.
- 띠링.
- 띠링.
각자의 화면에는 가온의 전장 지도가 펼쳐졌다.
그중 몇몇 지역은 푸른색으로 표시돼 있었다.
유하나가 직접 칠해놓은 것들이다.
“부활 포인트야.”
유하나는 짧게 설명했다.
“…….”
“알지? 부활시킨 사람한테 포인트 일부가 귀속되고, 정신 감응 상태도 생기고….”
그녀는 천천히 컵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일종의 계약 같은 거잖아. 다시 살아나는 대신, 그 시험 기간에는 사람의 권속이 되는.”
“아.”
하시온은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탈락을 당한 사람은, 선택받은 순간 새로운 기회를 부여받는다.
그니까, 상대 팀인 하시온이 탈락을 하더라도, 이를 불쌍하게 여긴 정해인이 그녀를 구제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럼, 그녀는 그와 함께하게 되는 거고.
충실한 종으로.
“나쁘지… 않을지도?”
하시온이 중얼거렸다.
유하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아서 생각해.”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다.
잔잔한 카페 음악이 다시 공간을 채웠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
가온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오늘부터였다.
모든 수업이 자습이라는 이름 아래 중단되었다.
시험 범위까지의 수업은 며칠 전 전부 끝났고.
결국 기말고사가 중요한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자습 시간, 청팀과 백팀의 완벽한 분리와 함께.
학생들은 강의실 대신 팀 단위로 이곳저곳에서 뭉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온의 부지는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2학년과 3학년, 그리고 4학년부터는 기말고사가 외부 지역과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잦다.
따라서 그들은 이미 기말고사 고지와 함께, 외부로 떠났다.
‘살아서 만나요!
보드게임 동아리의 선배들이 그런 식으로 말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결국 지금 가온에 남은 건, 1학년들뿐이었다.
자유롭지만, 묘하게 날이 선 하루하루.
그리고 오늘.
나는 천여울과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었다.
실기도 실기지만, 필기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
기초 성법까지만 나왔던 중간고사와 달리, 기말고사는 중급 응용으로 서서히 진입한다.
내용은 복잡해지고 난이도는 더욱 오른다.
천여울은 그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고, 나는 가볍게 수락했다.
“이해가 되는 것 같아?”
“으응….”
천여울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워낙 어려운 내용이라 그럴 만도 하다.
그래도 집중력은 나쁘지 않으니, 천천히 배워나가면 될 일이다.
“이거 왜 재밌어?”
그러나 그곳에는 윤채하도 함께였다.
어차피 같은 백팀이었기에 그냥 겸사겸사 같이 스터디하기로 했는데.
그녀는 눈앞의 기초 성법서를 보며 익히고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나는 잠시 그 말에 시선을 멈췄다.
공부라는 게 원래 그런 법이다.
누군가에겐 숨통이 트이는 놀이고, 누군가에겐 그 반대니까.
절대, 윤채하와 천여울을 지칭한 얘기는 아니다.
“오늘은 그럼… 여기까지만 할까?”
나는 책을 덮으며 말했다.
“슬슬 기말 실기 얘기도 해야지. 너무 앉아있으면 머리도 안 돌아가….”
천여울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성법서를 힘차게 덮었다.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고개를 한껏 젖혀 날 올려다본다.
눈동자는 빛나고, 한쪽 눈썹이 장난스럽게 들려 있었다.
이걸로 끝이라는 듯한 해방감. 입가에는 이미 작게 웃음기가 번져 있었다.
윤채하는 아쉬운 표정으로 책을 덮었다.
뺨 옆에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두 여성의 시선이 동시에 내게 꽂힌다.
내 입에서 나올 다음 말 한 마디, 입꼬리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모든 집중이 그곳에 쏠리는 듯한 기분.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반응이 다른 둘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긴 하다.
그러나 요즘 들어 느끼는 게 있다.
확신은 없지만, 감이란 게 있는 법이니까.
천여울이나 윤채하 모두. 혹은 그 외 여럿 주요 인물들.
눈빛 하나, 말투 하나, 행동 하나.
분명 친구 이상이라는 걸 암시하고 있는 행동들이, 하나둘씩 쌓여가는 느낌이다.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건 분명 나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우리는 앞으로, 평범한 친분만으로는 버텨낼 수 없는 시련들을 마주할 테고.
누군가의 죽음으로 발생한 거대한 빈자리를, 또 누군가가 메워야 한다.
큰 역할은 내가 하겠지만, 결국 모두가 함께 이겨내야만 한다.
그 속에서 더 깊고 진한 유대를 맺는 건, 분명 옳은 방향일 것이다.
그래서 ‘친구 이상’이라는 말엔, 언제든 찬성이다.
그러나.
‘혹시 얘네가 나를 좋아하나?
최근 들어 친구를 넘어, 이성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누군가는 자의식 과잉이라며 비웃을지 모르지만, 나는 모든 경우에 대비해야만 했으니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모른 척 넘어가는 게 맞다.
싫은 게 아니다.
내가 조형하고, 또 만든 인물들.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하나같이 애정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나도 남자니까.
매력적인 여성에게 끌리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은 그저 감정에 휘둘릴 수 없는 입장이다.
최선을 다해, 주요 인물들을 서포팅하고, 또 성장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무언가가 더 흐트러지는 건 지금의 이 관계로는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적어도 그녀들이 편린을 얻기 전까지는.
그녀들을 절대 어떤 선 이상으로 바라볼 생각이 없다.
플레이어라면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제 플레이어가 아니다.
완벽하게 실전이며, 모두가 살아있다 느낀다.
양심에도, 책임에도 찔린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마실 것 좀 사 올게.”
내 말에 윤채하와 천여울이 동시에 입을 열었지만.
“아이스 초콜릿하고, 딸기 라떼 맞지?”
나는 작게 웃으며 먼저 말했다.
어떻게 알았냐는 듯, 두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환해진다.
아무 말 없어도, 묘하게 익숙하고 편안한 공기.
지금은, 적어도 지금은.
이 정도가 깔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