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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해는 완전히 저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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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의 프라이빗 리무진이 정문 앞에 조용히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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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정장 차림으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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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문을 먼저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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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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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아린을 먼저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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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이 복장이라 그런지, 왜인지 몰라도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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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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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은 씨익 웃으며 내 손을 가볍게 짚고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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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에는 당당함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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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문을 닫고 나도 뒷좌석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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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좌석에는 흰색 수염의 기사 한 분이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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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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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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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무진이 부드럽게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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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는, 서울 스카이 타워 최상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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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협회가 대관한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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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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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을 가로지르는 부유석 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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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을 따라 줄지어 떠 있는 간판들이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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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살던 서울이 맞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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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세계의 서울은 훨씬 더 반짝이고, 훨씬 더 화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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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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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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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가 가까워질수록 야경은 더욱 높고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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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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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무진은 최상층 테라스의 전용 로드 웨이에 부드럽게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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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자, 은은한 클래식 음악과 화려한 조명, 그리고 조용한 대화음이 퍼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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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장은 최상층 플로어 전체를 대관한 초호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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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대부분의 인원은 도착해 있었고,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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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리무진에서 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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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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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의 대상은 당연히, 강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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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드레스가 조명 아래 은은히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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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이 자리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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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별다른 말 없이 내 옆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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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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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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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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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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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이 가볍게 목을 가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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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주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내 팔 쪽에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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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복화술에 가까운 입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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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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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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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로 오해하면 어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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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오해해도 상관없었으나, 후계자인 강아린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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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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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하게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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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숨을 내쉬었다가, 천천히 팔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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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부드러운 손끝이 내 팔을 가볍게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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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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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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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밤공기는 은근히 서늘했지만, 그녀의 체온이 팔을 타고 느껴져서인지 이상하게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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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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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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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을 낀 그녀가, 먼저 한 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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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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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장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더 화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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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사이엔 정장을 입은 협회 인사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길드 관계자들,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국계 기업과 단체 대표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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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대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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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탐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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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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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무 예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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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몇몇 인사들이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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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은 그들 모두에게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형식적이지만 빈틈없는 미소로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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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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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를 데리고 파티장을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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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에 보이는 사람, 협회장이야. 대한민국 영웅 사회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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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는 무궁 길드장. 꽤 보수적인 인물이라 조심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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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하나하나 조용히, 그러나 또렷한 목소리로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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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장님, 오래간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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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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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직접 다가가서 인사시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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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날 파티에 데려오려고 했을 때, 불순한 의도가 있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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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는 예상외로, ‘팀 리더의 능력 배양’이라는 목표에 충실히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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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인사들의 얼굴을 익히는 시간은, 내게 꼭 필요하긴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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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과 직책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대면하며 안면을 트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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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게 주요 인사들을 차례로 소개하며 성실히 나를 파티의 중심에 끌어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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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파티장 곳곳을 수십 분간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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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그저,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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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곧, 파티의 주최자인 협회장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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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를 빛내주신 대한민국의 기둥 여러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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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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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유익하지도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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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에 강아린은 똘망한 눈빛으로 협회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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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 또한 정치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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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그녀에게 조용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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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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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강아린은 살짝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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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예상외로 얼굴을 붉히더니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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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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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난 딱히 해준 게 없는데. 너는 나한테 이것저것 해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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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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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등장인물 중, 내가 강아린에게 해준 건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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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챙겨주려 하면, 강아린은 혼자서도 잘했고, 또 너무 똑 부러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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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변명하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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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하고자 했다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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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준 게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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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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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뜬 붉은 눈이 내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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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천천히,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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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은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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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눌러 담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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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가 점찍은 사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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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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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사람한테는… 다 퍼주는 편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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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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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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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녀의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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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는, 조금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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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가 알려줄게.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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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은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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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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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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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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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스럽게 올라간 입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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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팔짱을 낀 그녀가, 살짝, 아주 조심스럽게 몸을 기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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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색의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파티장의 외부. 옥상 테이블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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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까지 여러 인사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예의 바르고 우아한 미소를 수십 번쯤 지어 준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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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장의 연설이 끝나고 찾아온 짧은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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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린은 조용히 옥상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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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하이힐을 벗고, 맨발로 의자 다리를 툭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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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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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맥주 두 캔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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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고급스러운 와인보다는, 입에 익은 싸구려 맥주를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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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끝은 맥주캔에 맺힌 물방울을 괜히 따라 쓰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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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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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꼬리는 웃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지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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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짓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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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려가는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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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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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부길드장이자, 사실상의 실무 총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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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지금쯤 사옥에 남아 학생들의 데이터를 측정하고 정리하고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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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부길드장이었고. 스카우트 담당이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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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런 행사나 파티는, 길드장의 몫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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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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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마담이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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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장의 말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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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순식간에 그녀를 스카우트 업무에서 배제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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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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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는 새로 주어진 임무는 완벽히 수행하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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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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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는,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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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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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즐거워하는 것은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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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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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칙칙한 세계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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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맑고 선명한 세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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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로터스로 방문한 학생들의 데이터와 분석은, 더 이상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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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보고서 대신, 누군가의 소개장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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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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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 돈줄. 연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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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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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로터스라는 꽃이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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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를 제쳐? 최고가 되고 싶은 학생만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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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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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올만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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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린은 맥주캔에 조용히 머리를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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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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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정해인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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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는 다시 요청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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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세린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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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오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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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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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라는 위치가, 허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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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린은 맥주캔을 입에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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텁텁하고, 싸구려 같은 맛이 혀를 타고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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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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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이건, 가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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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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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진짜! 열받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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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녀는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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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있는 의자를 걷어차며, 맥주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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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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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녀였기에, 더 드문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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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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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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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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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문이 거칠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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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람에, 유세린은 입에 머금은 맥주를 그대로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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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답답해서 죽을 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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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린은 급하게 하이힐을 신고, 모습을 정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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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도 겉모습을 정돈하는 자신의 모습에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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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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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놀랍게도 그녀가 찾고 있던 남성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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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풀어진 넥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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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의 윗단추를 하나 풀고 숨을 고르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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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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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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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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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 역시, 멈칫한 채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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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데 누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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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멋쩍은 듯 짧게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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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잠깐 고민하는 기색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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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린의 모습이 정해인의 시야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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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다 만 하이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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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위까지 흘러내린 드레스 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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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쥔 싸구려 맥주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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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의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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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사연이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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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숨 돌리려 올라왔는데, 이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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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잠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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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린은 반사적으로 맥주캔을 테이블 위에 내려두고, 나머지 한 쪽의 하이힐을 급하게 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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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자락을 추스르다 말고, 숨을 한 번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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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이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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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외모, 정돈된 복장, 계산된 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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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녀의 기본값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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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전부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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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학생은 절대, 이런 상황에서 만나면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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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정돈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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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그런 대우를 해야 하는 인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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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디서 튀어나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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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린은 파티장에서 그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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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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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은 철저히, 유세린의 근처로 정해인을 데려가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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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강아린의 직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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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만나게 하면 절대 안될 것 같다는 여자의 직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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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강아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들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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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린의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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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파티에서 못 볼 거였으면, 적어도 소리 지르기 전이라도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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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 있는 미모의 부길드장 컨셉으로 신비로운 분위기라도 연출할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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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망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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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속으로 욕을 되뇌며, 어색하게 무너진 의자를 손으로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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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보다 먼저, 정해인이 성큼 그녀 쪽으로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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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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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 위, 아직 손대지 않은 맥주캔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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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손이 아닌, 크고 단단한 남자의 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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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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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한 손엔 캔을 들고, 다른 손으론 쓰러진 의자를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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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거절했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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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는 평온했지만, 머뭇거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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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의자를 유세린 쪽으로 살짝 돌려주곤, 털썩, 편안하게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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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맥주를 한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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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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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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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마디에, 유세린은 숨이 살짝 막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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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늘 틀을 지키며 살았고, 그 틀이 깨진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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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정해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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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걸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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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세 질문만,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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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도, 분위기도, 격식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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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별로 중요히 여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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