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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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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이 결석계를 제출한 그날 오전, 모의 던전 담당 교관인 최은하는 고민에 빠졌다.
“박창명 교관님, 시드 편성 수정 명단 한번 봐주시겠어요?”
그녀는 천여울을 제외한 유닛 성적을 바탕으로 작성된 시드 명단을 내밀었다.
성적으로 팀을 편성하는 것과 실제 수업을 담당한 교관의 직관을 반영하는 것은 분명 다를 수 있었으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동료 교관의 의견을 구한 것이었다.
박창명 교관은 명단을 꼼꼼히 훑어보더니 이내 결론을 내렸다.
“… 주한강, 이 학생보다 정해인 학생이 시드에 적합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녀는 별 생각 없이 그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사실 두 학생 중 하나를 고민하던 참이었다. 성적으로 보면 정해인이 근소하게 앞서 있었지만, 랭크가 더 높은 주한강을 선택했을 뿐.
“그리고 던전도 라할라의 미로로 설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입구 스타트로요.”
“입구로요?”
최은하는 살짝 놀란 듯 되물었다.
이 말은 그녀가 즉시 수긍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라할라의 미로는 가온 아카데미에서의 전통적인 내부 평가 던전으로, 난이도가 높아 최우수 학생들에게만 배정되곤 했다.
“정해인 학생, 익셉셔널 같습니다. 도한성 교관도 그렇게 말하더군요.”
“도한성 교관님이….”
“그 학생이 검강을 생성했다고 합니다.”
익셉셔널.
가온 내부 교관들 사이에서 쓰이는 은어로, 주어진 랭크와는 다르게 입학 후 두각을 드러내는 학생을 뜻했다.
게다가 여러 교관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면, 신뢰하는 게 맞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결국 최은하는 조언을 받아들였다. 이제 남은 건 정해인이 그 기대에 부응할지 지켜보는 일뿐이었다.
그리고, 정해인은 그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키고 있었다.
“와! 씨 또 피했어!”
“아니, 쟤 진짜 뭐야?”
실습실 안은 점점 뜨거워졌다.
던전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마저도 휴식을 취하기는커녕, 모두가 하나둘씩 화면 앞에 몰려들었다.
방금 전 상대 팀을 도륙 내고 나온 강아린 또한 그 모습을 보자마자 눈빛이 반짝였다.
실습실을 가득 채운 웅성거림은 사라지고, 모두의 관심은 단 하나의 화면에 집중됐다.
지금, 이 순간, 새로운 혜성이 탄생하고 있었다.
***
주한강은 함정이 간파되어 당황하던 와중에도 빠르게 작전을 짜냈다.
‘정해인을 둘이서 빠르게 노리자.
“저 새끼, 방패도 아닌데 전위에 서 있거든? 둘이서 빠르게 몰아붙이면 끝낼 수 있어.”
원래라면 원거리 딜러인 하시온부터 노리는 게 기본이었다.
그러나 하시온은 상위 랭커의 궁수다, 한이리와 주한강이 협공하더라도 그녀를 쉽게 제압할 수 없을 거란 판단이 섰다.
한이리는 협공이라는 방식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느꼈지만, 그냥 했다. 이미 함정까지 동원한 마당에 승리가 우선이었다.
“나오라니까 나와 드려야지.”
주한강은 태연한 표정으로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한이리와 나머지 팀원들도 뒤를 따랐다.
“넌 씨발 왜 당당하냐?”
윤상혁은 그 모습을 보고 일갈했다.
“나였으면 쪽팔려서 항복했다.”
“그 얘기는 됐고.”
주한강은 짧게 말을 끊으며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 들었다.
“바로 가자.”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력 폭탄이 서너 개 날아들었다.
폭탄은 정해인을 향해 날카롭게 접근했다.
-챙챙챙!
-펑-
마력 폭탄이 날아들었다.
정해인은 창을 돌려 폭탄을 튕겨내며 먼지를 일으켰다.
그러나 폭탄은 애초에 방어를 강요하기 위해 날린 것이었다.
비산하는 먼지 사이로 주한강과 한이리가 동시에 쇄도했다.
정해인은 그들의 접근을 기다리지 않고 발을 옆으로 뺐다.
두 개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한이리가 뒤늦게 검을 휘두르며 자세를 고쳤지만, 정해인은 이미 본대와 한참 떨어진 사이드에 있었다.
주한강은 점차 초조해졌다.
‘금방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해인의 움직임은 순간적으로 전투에 응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모든 공격을 흘려내며 거리만 유지했다.
그리고 그가 끌어낸 거리만큼, 본대와의 간격은 점점 벌어졌다.
“잠깐, 한강아 너무 멀어졌….”
“도망만 갈 거야?!”
주한강의 초조함은 마침내 짜증으로 변했다.
한이리가 경고했지만, 이미 그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다.
약이 오를 수밖에 없는 전투법이었다.
공격이 빗나갈 때마다, 정해인이 보여주는 차분하고 여유로운 태도는 그의 신경을 긁어대기에 충분했다.
정해인은 한 발 더 물러나며 주한강을 바라봤다.
그 표정은 여전히 무미건조했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시선에, 주한강은 순간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공세를 멈추는 건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한편, 본대 사이드.
주한강과 한이리의 협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윤상혁은 참지 못하고 그들에게 가세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팔은 시온의 손에 의해 강하게 제지당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리를 지켜.
중심부 입장 전, 정해인이 당부한 말이었다.
윤상혁은 멈칫하며 옆에서 활시위를 당기던 시온에게 다시 물었다.
“그래도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야?”
시온은 차분하게 시선을 들었다.
그리고는 활시위를 팽팽히 당긴 채로 윤상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누가?”
“우리가? 해인을?”
시온은 짧게 숨을 들이마신 후, 활을 정조준하며 덧붙였다.
“아니, 그게 아니지.”
-팽!
화살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전위를 잃은 연금술사와 궁수는 화살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가자 당황하며 잔해 사이로 몸을 숨겼다.
“해인이 우리를 돕는거야.”
그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러니까 하라는 대로 하자.”
그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과 함께, 어딘가 아련한 회한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다시 활시위를 당기며, 앞을 응시했다.
“항상 그래왔으니까.”
***
싸울 듯 말듯, 약 좀 올렸다고 아주 죽을 듯이 달려든다.
본대를 도외시하는 걸 보니 넌 리더하기는 글렀다.
그나마 한이리는 뒤를 신경 쓰는 척이라도 하는데….
어쩐지 가담하기만 할 뿐 본대를 돌아가 지키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사냥개처럼 달려드는 두 놈 사이로 시온이 격발한 화살이 지나쳐 상대의 본대를 강타했다.
‘슬슬인가.
본대와 이 정도 거리면 충분하다. 뒤에는 유적의 벽,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크게 빨아들일 심산으로 뒤로 크게 물러섰다. 벽 가까이 닿을 정도로.
그걸 본 주한강은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돌진해왔다.
“잡았다, 이…”
-퍼억!
말을 다 끝내지도 못한 채, 그의 얼굴이 내 발에 정통으로 맞아 뒤로 휘청였다.
나는 벽을 디딘 반발력을 이용해 공중에서 회전하며 정확히 그의 얼굴을 차올렸다.
착지와 동시에, 먼지를 털듯 가볍게 몸을 정리하며 말했다.
“뭐해?”
주한강은 바닥에 뒹굴며 신음을 흘렸다. 뒤따라오는 한이리가 당황한 표정으로 검을 고쳐잡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망설이는 듯한 한이리를 자극했다.
한이리는 이를 악물며 달려들었지만, 그의 검은 무겁고 동작은 한참 느렸다.
검이 낮게 깔리며 내 발목을 노렸다.
나는 가볍게 발을 옆으로 빼며 비켜섰다.
검 끝이 허공을 가르며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스쳤다.
“짧아. 창 상대로는 두발짝 더.”
내 조언에 자극받은 듯, 한이리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날카로워졌다.
곧이어 그의 검 끝이 내 어깨를 향해 빠르게 파고들었다.
나는 창을 부드럽게 틀어 올려 그의 공격을 흘려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제법….
나쁘지 않다. 피드백을 바로 적용하려는 자세는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너머로 보이는 본대 상황이 얼추 정리된 듯했다.
이쯤에서 끝내는 게 좋아보였다.
“그래도 네가…”
그가 검을 강하게 쥐고 밀고 들어오려는 순간,
나는 창을 부드럽게 틀어 그의 검과 팔 사이의 빈틈을 노렸다.
창끝이 정확히 그 사이로 들어갔다.
-챙!
그가 깜짝 놀라 검을 당기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창을 살짝 비틀며 검을 휙, 뒤로 당겼다.
그의 손에서 검이 순식간에 벗어나며 바닥에 부딪혔다.
“…성시우보다는 낫다.”
-팅!
나는 창을 짧게 돌려 그의 발치에 떨어진 검을 멀리 밀어냈다.
한이리는 빈손이 된 자신을 내려다보며 잠시 멍해 있더니, 이를 악물었다.
이제 남은 건, 주한강이었다.
마침, 뒤에서 신음하던 주한강이 분노에 찬 외침과 함께 일어섰다.
“이 새끼야!!!”
그의 검 끝에서 검기가 뻗어 나왔다.
푸른 기운이 허공을 갈랐다.
나는 눈을 살짝 좁히며 그의 움직임을 살폈다.
안타깝게도.
‘너마저도 성시우보다 낫구나.
물론 랭킹 10위권의 인재들이긴 하지만 정말 슬픈 포인트였다.
지금 이 장면을 보고 있을 성시우를 위해 바친다.
검강도 살짝 식상하다. 이번엔,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창을 옆으로 내려두고, 손끝에 천천히 마나를 모았다.
‘강기공.
마나는 내 의도대로 세밀하게 응집되며 하나의 군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손끝에서 작은 마나의 파도가 공기를 가볍게 떨리게 한다.
세밀한 컨트롤은 언제나 나의 장기였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
마력의 흐름이 평소와는 다르다.
기운이 예상보다 훨씬 폭발적으로 솟구치며 균형을 잃기 시작했다.
만들어 둔 통로로 평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방대한 양의 마나가 쏟아져 들어온다.
구체는 지나치게 커지며 강력해졌고, 형태는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왜, 왜 이래?”
손에서 마력을 수습하려 애썼지만, 이미 통제를 벗어난 상태였다.
순수한 마력이 통로를 따라 폭발적으로 확장되며 손끝에서 제어를 거부했다.
결국 제대로 뭉쳐지지 못한 순수한 마력의 덩어리가 빠른 속도로 격발되었다.
-콰과과쾅!
마력 구체는 허공을 가르며 정확히 주한강에게 날아들었다.
강렬한 충격과 함께 그의 몸이 벽에 깊숙이 박혔다.
-우르르…
벽면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너지는 벽돌이 주한강을 덮쳤고, 마지막으로 들린 건 그의 “으악!” 하는 단말마뿐이었다.
“어우, 야… 미안하다….”
나는 당황한 채로 고개를 숙여 손을 바라봤다.
손바닥이 가볍게 떨린다.
거칠게 뛰는 맥박을 확인하기 위해 손목에 손을 댔다.
갈 곳을 잃고 맹렬히 치솟는 마나는 아직도 심장을 통해 내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평소와는 다른 흐름.
‘너무… 많아.
몸 안에 담을 수 없는 무언가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몸 상태가, 좀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