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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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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러니까 이 건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영웅협회의 7층 회의실.
협회 인증 길드부터, 민간단체까지.
상당히 많은 수의 길드와 단체들이 참석한 상황이었다.
그 정중앙, 꽤나 상석에 앉은 강아린은 심기가 매우 불편한 상태였다.
“… 아린아 화 좀 풀어라.”
강아린의 옆자리에 앉은 자는 그녀의 삼촌, 강윤혁이다.
맹주의 길드장이자 강아린을 이 자리까지 직접 데려온 장본인.
“화 안 났는데요.”
짧고, 건조한 대답.
하지만 정작 속은 펄펄 끓고 있었다.
열받아 죽을 것 같았다.
분명 지금쯤, 김하은의 안내를 받으면서 정해인과 함께 사옥을 돌고, 로비에서 같이 사진도 찍고, 장비 착용도 해보고.
어깨를 나란히 하며 첫 체험을 같이 하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회의장에 묶여있는 상황이다.
그녀의 삼촌, 강윤혁이 자기를 끌고왔다.
서서히 눈도장을 찍을 시기라나 뭐라나.
어디까지나 강아린 자신을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것이 전부 허례허식이라는 걸. 강아린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어느새 회의는 마무리되는 분위기.
사람들이 서류를 정리하며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난다.
‘고작 이거 듣자고….
“하…….”
강아린의 깊은 한숨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때였다.
“아, 그리고 다들 알고 계시죠? 오늘 저녁 전략 교류회, 올해도 많은 분이 참석해 주셨으면 합니다.”
협회장의 밝은 목소리가 회의장에 울렸다.
“하하, 당연히 가야죠.”
회의장 여기저기서 형식적인 웃음과 대답이 오간다.
전략 교류회.
매년 이맘때 열리는 단체 간 연례행사.
표면적인 명분은 ‘세계적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이며 서로 간의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다.
하지만 실상은 각 단체, 길드 간의 친목을 다지는 친목회이자, 파티에 가까웠다.
그때, 강아린의 눈동자가, 번쩍 떠졌다.
‘이거다.
잔뜩 날 선 얼굴에 빠르게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삼촌, 저거 누가 가요?"
"아마 내가···."
"제가 갈게요."
"어? 네가 웬일이야. 안 그래도 혼자 가야 하나 했는데, 같이 가면 좋겠···."
"아뇨."
강아린은 살며시 웃었다. 입꼬리 끝이 묘하게 올라간다.
"제가, 갈게요."
"어···?"
초대장은 1인 1동반이다.
강아린이 동반할 사람은···.
사실, 이미 정해져 있었다.
***
김하은은 학생들을 데리고 연구동으로 들어섰다.
수많은 장비와 분석을 기다리는 유물들이 질서정연하게 서 있다.
공기는 칙칙하며, 곳곳에서 기계음과 키보드 소리, 연구자들의 낮은 중얼거림이 섞여 울렸다.
그 속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한쪽 구석, 모니터 앞에 거의 붙어 있는 여자 한 명.
머리를 대충 묶어 올리고 안경을 낀 채, 피곤에 쩔은 몰골.
눈 밑엔 다크서클이 진하게 퍼져 있다.
분명 잘 꾸미면 예쁠 것 같은데, 피곤함에 쩔었는지 영 안색이 별로다.
김하은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기… 강수진 영웅님… 애들 데려왔어요.”
강수진은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다, 눈만 돌렸다.
“어휴….”
툭. 어깨를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얘들아 왔니.”
손을 들어 주위를 가리켰다.
“이게 니들 미래야.”
“···저는 좋습니다!!”
한 학생이 우렁차게 외쳤다.
강수진은 눈만 껌뻑였다.
“…어 그래. 나는 안 좋아서.”
그러곤 가방에서 담배를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는다.
“아. 미안.”
다시 김하은을 쳐다본다.
“그래서, 얘네 뭐 어쩌라고.”
“아, 그냥… 뭐 하시는 중인지 간단히만~”
김하은이 어깨를 애교스럽게 툭툭 두드렸다. 강수진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앞에 있는 칠판을 돌렸다.
- 쓱.
“그래 그럼··· 이거나 물어볼까.”
칠판의 뒷면엔 빽빽한 수식, 구조도, 적색 마커로 그어진 회로망이 가득했다.
그런데, 뭔가 익숙하다.
‘… 이거 혹시.
"이게 말이지, 니들 편린 알지? 편린."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저번에 내 사촌오빠가 하나 보내준 가설이거든? 편린의 힘을 추출하기 위한 필수 요건. 참고로 내 사촌 오빠는 니들 교수야.”
이어 말한다.
“무슨 갑자기 한 학생이 세운 이론이라면서 나한테 대뜸 보내던데, 무시하려다가 보니까… 이거 봐라? 꽤 일리가 있네? 학생 이름이 뭐더라… 정 뭐시기였던 것 같은데.”
"간단히 말하면, 편린의 에너지를 추출하려면 '시스템의 선택'이 필요하다는 거지."
슥— 동그라미를 크게 친다.
[시스템의 선택]
"근데 말이지, 문제는 여기야. 이게, 어떤식으로 선택이 이루어지고, 또 어떤식으로 반응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어.“
강수진이 고개를 돌렸다.
“이 반응, 이거 대체 어떻게 알아낼래? 자, 그러면 여기서. 아이디어 있는 사람?”
학생들이 얼타기 시작한다. 그야 당연했다.
말이 안 되는 문제였다. 일류 연구자인 강수진조차 해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니까.
강수진이 덧붙였다.
“편하게 해.”
학생들이 하나둘 손을 들기 시작했다.
"어··· 뭔가 생명 신호에 반응하는 거 아닐까요? 개인마다 고유 주파수가 있고···."
가장 앞줄에 앉은 남학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케이, 다음.”
"특정 유전자나… 질병으로 발현될 가능성이요."
“어 다음.”
몇 번의 말들이 이어졌지만, 그녀의 눈빛은 점점 피로해졌다.
그렇게 여러 의견을 듣던 강수진은 이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얘들아, 고생 많았어. 김하은 씨~ 이제 얘들 데려가.”
“헉, 넵.”
김하은이 재빨리 반응한다.
그 순간에도 나는 망설이고 있었다.
‘이걸 말하면 도움이 될까?
맹주는 강아린의 길드, 편린에 대한 연구 진척도가 올라간다고 해도 나쁠 것은 없어 보였다.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편린과 대상, 둘 다 준비가 안 된 거 아닐까요?”
벌써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강수진의 눈동자가 천천히 나를 향한다.
김하은이 다급하게 웃으며 손을 내젓는다.
“아~ 그만그만, 우리 연구자님이 바쁘셔서~”
“잠깐만.”
강수진이 그녀를 막아 세운다.
그리고는 고개를 내 쪽으로 까딱이며 말했다.
“계속해볼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시스템의 선택이라는 건 결국, 반응이 일어나야만 관측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대상이 편린의 에너지를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다면, 반응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게 자연스러운 거죠.”
원작에서도 편린을 찾기 위해서는 등장인물들이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실제로 내가 편린을 맡길 첫 번째 인물로 유하나를 점친 것도, 그녀가 그 경지에 가장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즉, 현재로서는 선택의 대상이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편린도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 등장인물이 경지에 오르면?
편린은 즉시 반응한다.
“편린은 고차원의 에너지잖아요. 추출하려면 마땅히 강해야죠. 결국 대상이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당연히 아무 반응도 찾을 수 없다는 겁니다.”
말을 마친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어느새, 근처 연구원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있었다.
“그러니까….”
에라 모르겠다.
이미 여기까지 말했다.
나는 그대로 칠판 앞으로 걸어갔다.
빽빽한 수식들 사이, 비어 있는 공간 하나.
나는 거기에 과감하게 X를 그었다.
“애초에 '시스템의 선택' 같은, 존재하지 않을 반응을 염두에 두고 계산을 하니, 답이 나올 리가 없는 거 아닐까요?”
순간, 연구실 안이 정적에 잠겼다.
강수진은 책상을 툭툭 두드린다. 무표정이다.
한 연구원이 작게 속삭였다.
“저… 수진 연구원님 이거….”
강수진은 손가락으로 입을 가렸다.
쉿.
“그럼, 준비가 언제 되는데?”
“그건 모르죠 저도.”
어디까지 꽁으로 먹으려고.
그제야 강수진은 피식 웃었다.
분위기가 다르게 흐른다는 걸 눈치챘는지, 김하은도 가만히 있었다.
“이름이 뭐야?”
강수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머니를 뒤적이기 시작한다. 다가오며 말한다.
“정해인입니다.”
“정해인? 정해인… 아… 역시 너였구나? 사촌오빠가 네 얘기 많이 하더라.”
저번에 내게 대학원을 권유했던 교수.
그녀는 그의 사촌 동생이었던 것 같다.
그녀는 명함을 한 장 꺼내 건넨다.
“이건 내 명함이야. 언제든 연락해.”
그리고는 머리를 쓸어 넘기고, 김하은에게 말한다.
“하은씨.”
“넵.”
강수진이 그녀에게 푸른색 카드를 넘겼다.
"3층 카페 있지? 거기 가서 애들 음료 한 잔씩 사줘. 다들 고생했잖아."
“헉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갑자기 고개를 돌린다.
"너는 케이크도 먹어. 한 서너 개. 아니다, 그냥 먹고 싶은 만큼 먹어."
강수진은 내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연구원들에게 소리쳤다.
"자, 여러분?"
연구원들은 하나둘씩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
“야근해야겠는데요?”
연구원들이 작게 탄성을 흘렸다.
***
맹주의 명물.
3층 구내 카페.
내 앞자리엔 김하은이 앉아 있었다.
“그니까 이게 엄청난 거라니까요? 강수진 씨가 얼마나 싸가지… 아니 얼마나 싸늘한 분이신데 그분이 명함을 주다니….”
“아… 예.”
내 앞에서 케이크를 마구 퍼먹는 김하은.
그냥 전부 핑계고 맛있는 케이크를 먹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도 아마 그쪽에서는 꽤 기쁜 소스였을 것이다.
꽉 막힌 채로, 절대 진행되지 않던 연구에 가닥이 잡힌 거니까.
주요 인물들이 성장하기 전까지는, 편린은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확실히 나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도 아까랑은 많이 달라졌다.
아까는, 나를 한심하게 쳐다본 느낌이라면···.
지금은 강력한 경쟁자를 바라보는 시선, 경계가 엄청나게 짙어진 느낌.
그러던 찰나였다.
“어, 씨 왔다.”
학생들 사이에서 작은 웅성거림이 일었고, 누군가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십니까!!”
고개를 돌리자, 강아린이 카페 입구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분명 그녀는 1학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앞에선 선배들까지 허리를 숙였다.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걸음.
강아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 시선을 정확히 포착한 그녀.
날카롭고 차가웠던 표정이 스르륵 녹는다.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정해인~”
“어, 왔어?”
그러고는 곧장 다가와 내 앞자리에 앉아 있던 김하은의 뒤통수를 짧게, 날카롭게 노려본다.
그러더니, 얼굴에 다시 웃음을 띠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 옆자리에 툭, 앉는다.
“오늘 뭐 했어? 재밌었어?”
조잘조잘 떠들기 시작한다.
학교에서는 말도 잘 안 걸더니, 본인의 회사라 그런지 상당히 신난 모양이었다.
멀리서 학생 몇 명이 이쪽을 바라본다.
당혹감, 의문, 불신.
'대체 강아린이 왜···?'
얼굴에 그대로 쓰여 있다.
“오! 아린님 오셨어요?”
김하은이 케이크를 퍼먹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강아린이 시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정해인 학생, 진짜 똑똑하던데요? 강수진 연구원님한테 명함도 받았어요!”
“아~ 그래요?”
“네, 그리고 또….”
김하은의 말을 끊고 강아린이 도중에 물었다.
“근데 김하은 영웅님, 호출 있으시지 않아요?”
“호출이요? 없는데요? 저 완전 비번. 히히.”
“아… 그래요?”
김하은은 신나게 웃으면서 케이크를 퍼먹었다.
강아린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워치를 꺼내 화면을 띡, 띡, 두 번 눌렀다.
그러자 갑자기.
- 띠링 띠링.
김하은의 워치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지금은요?”
“아….”
김하은은 황망한 눈으로 워치를 바라보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구, 빨리 다녀오세요, 여기에 앉아 있을게요.”
강아린이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인사했다.
터덜터덜.
케이크도 못다 먹고 떠나는 김하은의 뒷모습.
좀 불쌍한데.
“쯧.”
그 모습을 본 강아린이 혀를 살짝 찬다.
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옆으로 붙는다.
팔꿈치를 툭, 툭, 내 팔에 부딪히며 말했다.
“해인아, 오늘 저녁에… 나랑 어디 좀 갈래?”
“어디?”
“음….”
강아린은 손가락으로 입술을 살짝 매만졌다.
“파티?”
그리고 조용히 웃는다.
​강아린의 눈동자가 요요히 빛난다.
순간 나는, 백두산에 다시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
지금 그녀는, 그때와 똑같은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