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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피로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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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눈을 뜨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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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재빠르게 확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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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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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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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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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별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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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의식적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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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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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침하기 전, 혹시 몰라 몸속의 양기를 조금 짓누르는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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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전체에 퍼진 열기는 어제보다 확실히 가라앉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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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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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임시로 억눌러놓은 것이지, 조만간 제대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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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 같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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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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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조금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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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유하나와 늘 함께하던 아침 운동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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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녀는 유 가(家)의 비고에서 폐관 수련을 시작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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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를 켜자, 이전에 도착한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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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해인아, 안녕? 네가 이 문자를 보게 될 때쯤에는, 다행히도 네가 깨어났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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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깨어나서 메시지를 보면 이 연락처로 연락 한 번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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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메시지를 보고 연락을 했을 때, 받은 사람은 그녀의 시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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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는 치료를 마치자마자 곧장 수련에 들어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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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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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 비하면, 생각보다 빠른 타이밍이다. 아마 사도와의 결전에서 뭔가 성장의 실마리를 잡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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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좋은 신호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만족할만한 성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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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워치를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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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랜만에 수업을 들으러 가야 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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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조금 늦게 기숙사를 나와 천천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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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아침 공기 속에서 캠퍼스를 걷는 감각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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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토벌 이후, 이렇게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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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정확히 오전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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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의실의 문을 열었다. 교실을 천천히 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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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안에는 언제나처럼 학생들의 싱그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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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익숙한 배경 속에서 낯선 얼굴들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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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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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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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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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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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준은 맨 앞자리에서 활기차게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있어서 한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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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장난을 치는 모습이 제법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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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윤채하는 강의실 뒷문 쪽 구석, 창가에서 살짝 떨어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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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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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황금빛의 긴 머리가 그녀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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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살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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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설정해둔 성격은 어디 가지를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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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그녀의 뒤에서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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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찰나, 엎드려 있던 윤채하의 어깨가 살짝 떨리는 듯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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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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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맞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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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게 웃으며 손을 살짝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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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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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늘 앉던 창가 쪽 자리가 아닌, 윤채하의 옆, 문 쪽 뒷자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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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반 고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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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스에서 넘어온 학생들의 적응을 위한 추가적인 수업은 끝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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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온의 정식 일원으로 각 반에 배치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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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순으로 원하는 반과 듣는 전공과목을 선택할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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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있는 그녀를 이길만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아마 1등을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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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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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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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무표정하게 손가락을 일자로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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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건조한 태도로, 하지만 확실한 자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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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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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는 내 쪽을 빤히 바라보다가, 내 몸 구석구석을 살피더니, 작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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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괜찮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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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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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윤채하는 잠시 망설이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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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려 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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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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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입원했다는 소식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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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살짝 시선을 돌리며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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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때문에 크게 다쳤다는데, 교수님도 아는 게 없는 눈치라 겨우 병원을 찾아 도착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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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때, 어디선가 강력한 시선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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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확실한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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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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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내가 늘 앉는, 창가 쪽 구석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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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천여울이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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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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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잃은 것처럼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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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거기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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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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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쩔 수 없다. 지금 천여울 옆에 앉게 되면 그녀를 필요 이상으로 의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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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본의와는 다르게. 양기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생리적인 반응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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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도 그 시선을 따라갔는지, 내게 바짝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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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가, 1층에서, 막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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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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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직접 막은게 이상하긴 하지만, 막긴 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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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원한 층에서는 부상당한 여러 단체의 인원들이 전부 치료받고 있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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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사도와의 결전에 대한 것은 대외비였기에, 굳이 천여울이 아니었어도 보안 요원에 의해 막혔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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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잇는 윤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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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는다고 막힐 거면 가지도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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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낮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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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최상층 어딘가로 텔레포트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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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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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요원에 의해 막혔을 것이라는 말은 취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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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거기에도… 잠깐 정신을 놓으면 영원한 미아가 될 수도 있는 환영 결계가 깔려 있더라. 결국 못 들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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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는 뭔가 자존심이 상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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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팔짱을 끼고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낮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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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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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인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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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만도 했다. 이번 일에 대해서는 제대로 공개된 정보가 거의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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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곧 알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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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으로 말하기도 조금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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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조만간 협회에서 공개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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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곧대로 전부 공개하지 않을 것이기에, 나도 거기에 맞추는 게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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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는 내 반응을 보고 캐물으려는 듯했지만, 내가 고개를 젓자 입술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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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짧은 정적이 흐르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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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문이 열리며 교관이 걸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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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걸음걸이. 느긋한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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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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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성 교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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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웅성거림이 자연스럽게 사그라들며, 시선이 앞쪽으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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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선이 교실을 한 번 훑더니, 이내 나와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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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학생 여러분…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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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이어가던 교관이 잠시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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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싱긋 웃더니, 말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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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군요, 정해인 학생. 걱정 많이 했는데, 무사히 회복하셔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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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기점으로, 학생들의 시선이 다시 내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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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놀란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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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분위기를 잠시 지켜보던 도한성 교관이 손바닥을 가볍게 마주쳐 주의를 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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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전달할 소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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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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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평소같지 않게 묘하게 흥분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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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침내, 2주 뒤. 정식 교류전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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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성 교관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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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류전은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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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고개가 돌아가더니, 시선이 특정한 인물 앞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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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B반에도 두 분 보이시네요.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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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준이 싱긋 웃으며 손을 들어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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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성 교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본론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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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개인전은 단순합니다. 교류의 장에 참여한 모든 인원끼리의 대련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소속과 상관없이 대련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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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에 학생들 사이에서 작은 웅성거림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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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가온에 있든, 칼로스에 있든, 교류의 장으로 소속을 변경한 학생이라면 예외 없이 겨루게 됩니다. 심지어, 현재 같은 아카데미에 속해 있더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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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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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전의 핵심은 단순한 실력 검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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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과 칼로스, 어느 곳이 더 뛰어난 교육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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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과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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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같은 아카데미에 속한 학생들끼리도 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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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련에서 보이는 퍼포먼스가, 그대로 두 아카데미의 교육 성과로 환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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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개인전의 목표는 단 하나. 1등을 가린다는 것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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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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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의 윤채하는 딱히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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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성 교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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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번째. 단체전. 단체전은 교류의 장으로 이전한 학생들과 각 학교의 인원들이 한 팀을 이루어 진행됩니다. 팀 구성에 관한 부분은 조만간 공지사항이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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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은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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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단체전의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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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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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긴 한데, 적어도 나한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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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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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준비할 게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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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마인의 습격도, 발생할 변수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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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은 학생들의 반응을 가볍게 흘려보내더니 손을 털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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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수업을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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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교류전을 설명할 때까지만 해도, 살짝 신나 있었는데,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교관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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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울한 건 학생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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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면 깨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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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시작되자마자, 윤채하는 책상에 고개를 처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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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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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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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의 시조에 대해서는 아직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며, 고대 문헌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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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의 설명이 차분하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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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듣는 수업은, 재밌을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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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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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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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가 가볍게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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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_y]: 일로 안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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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_y]: 이러기가 어딨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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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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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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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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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지금도 지켜보고 있을 게 뻔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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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워치를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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