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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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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피로감이 느껴진다.

나는 천천히 눈을 뜨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재빠르게 확인을….

“아.”

좋은 아침이다.

정말로.

정말 별일 없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취침하기 전, 혹시 몰라 몸속의 양기를 조금 짓누르는 작업을 했다.

몸 전체에 퍼진 열기는 어제보다 확실히 가라앉은 느낌.

“임시긴 한데….”

어디까지나 임시로 억눌러놓은 것이지, 조만간 제대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 같은 상황이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오늘 아침은 조금 여유롭다.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유하나와 늘 함께하던 아침 운동이 없었다.

지금 그녀는 유 가(家)의 비고에서 폐관 수련을 시작했기 때문.

워치를 켜자, 이전에 도착한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OnE]: 해인아, 안녕? 네가 이 문자를 보게 될 때쯤에는, 다행히도 네가 깨어났다는 거겠지?

[OnE]: 깨어나서 메시지를 보면 이 연락처로 연락 한 번 줘.

그 메시지를 보고 연락을 했을 때, 받은 사람은 그녀의 시종이었다.

유하나는 치료를 마치자마자 곧장 수련에 들어갔다고 한다.

‘빠르다.

원작에 비하면, 생각보다 빠른 타이밍이다. 아마 사도와의 결전에서 뭔가 성장의 실마리를 잡은 게 아닐까.

이건 좋은 신호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만족할만한 성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워치를 닫았다.

이제, 오랜만에 수업을 들으러 가야 할 차례였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기숙사를 나와 천천히 걸었다.

잔잔한 아침 공기 속에서 캠퍼스를 걷는 감각이 새롭다.

사도 토벌 이후, 이렇게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이 난다.

시간은 정확히 오전 9시.

나는 강의실의 문을 열었다. 교실을 천천히 훑는다.

강의실 안에는 언제나처럼 학생들의 싱그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런데, 그 익숙한 배경 속에서 낯선 얼굴들이 스친다.

‘어?

두 사람.

윤채하.

그리고 주서준.

주서준은 맨 앞자리에서 활기차게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있어서 한눈에 들어왔다.

상대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장난을 치는 모습이 제법 자연스럽다.

반면, 윤채하는 강의실 뒷문 쪽 구석, 창가에서 살짝 떨어진 자리.

그곳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황금빛의 긴 머리가 그녀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준다.

속으로 살짝 웃었다.

역시, 설정해둔 성격은 어디 가지를 않는구나.

나는 천천히 그녀의 뒤에서 멈춰 섰다.

그 찰나, 엎드려 있던 윤채하의 어깨가 살짝 떨리는 듯하더니.

“!”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맞닿았다.

나는 작게 웃으며 손을 살짝 흔들었다.

“오랜만이네.”

오늘은 늘 앉던 창가 쪽 자리가 아닌, 윤채하의 옆, 문 쪽 뒷자리로 향했다.

“B반 고른 거야?”

칼로스에서 넘어온 학생들의 적응을 위한 추가적인 수업은 끝난 듯 했다.

이제, 가온의 정식 일원으로 각 반에 배치될 차례였다.

성적순으로 원하는 반과 듣는 전공과목을 선택할 수 있을텐데.

목적이 있는 그녀를 이길만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아마 1등을 하지 않았을까.

“어.”

짧은 대답이었다.

곧이어, 무표정하게 손가락을 일자로 뻗었다.

묘하게 건조한 태도로, 하지만 확실한 자랑이었다.

“1등.”

윤채하는 내 쪽을 빤히 바라보다가, 내 몸 구석구석을 살피더니, 작게 물었다.

“몸은… 괜찮은 거야?”

“지금은.”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윤채하는 잠시 망설이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에 가려 했었어.”

“응?”

“너 입원했다는 소식 듣고.”

그녀는 살짝 시선을 돌리며 덧붙였다.

“무슨 일 때문에 크게 다쳤다는데, 교수님도 아는 게 없는 눈치라 겨우 병원을 찾아 도착했는데….”

그런데 어때, 어디선가 강력한 시선이 느껴졌다.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확실한 감각.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원래 내가 늘 앉는, 창가 쪽 구석자리.

거기에는 천여울이 앉아 있었다.

황망한 표정.

세상을 잃은 것처럼 나를 바라본다.

‘왜 거기 앉아…?

그런 표정으로.

그런데 어쩔 수 없다. 지금 천여울 옆에 앉게 되면 그녀를 필요 이상으로 의식하게 될 것이다.

절대로 본의와는 다르게. 양기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생리적인 반응일 뿐.

윤채하도 그 시선을 따라갔는지, 내게 바짝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쟤가, 1층에서, 막던데?”

‘아무래도.

그녀가 직접 막은게 이상하긴 하지만, 막긴 해야했다.

내가 입원한 층에서는 부상당한 여러 단체의 인원들이 전부 치료받고 있었을 테니까.

아직 사도와의 결전에 대한 것은 대외비였기에, 굳이 천여울이 아니었어도 보안 요원에 의해 막혔을 것.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잇는 윤채하.

“그런데 막는다고 막힐 거면 가지도 않았어.”

그러면서 낮게 덧붙였다.

“그래서 최상층 어딘가로 텔레포트를 했는데.”

‘뭣?

보안 요원에 의해 막혔을 것이라는 말은 취소하겠다.

“문제는 거기에도… 잠깐 정신을 놓으면 영원한 미아가 될 수도 있는 환영 결계가 깔려 있더라. 결국 못 들어갔어.”

윤채하는 뭔가 자존심이 상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낮게 속삭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단도직입적인 질문.

그럴 만도 했다. 이번 일에 대해서는 제대로 공개된 정보가 거의 없었으니까.

“음… 곧 알게 될 거야.”

내 입으로 말하기도 조금 애매하다.

어차피, 조만간 협회에서 공개하지 않을까 싶다.

곧이곧대로 전부 공개하지 않을 것이기에, 나도 거기에 맞추는 게 깔끔하다.

윤채하는 내 반응을 보고 캐물으려는 듯했지만, 내가 고개를 젓자 입술을 다물었다.

그렇게 짧은 정적이 흐르던 순간.

교실 문이 열리며 교관이 걸어 들어왔다.

익숙한 걸음걸이. 느긋한 태도.

오랜만에 보는 얼굴.

도한성 교관이었다.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자연스럽게 사그라들며, 시선이 앞쪽으로 쏠렸다.

그의 시선이 교실을 한 번 훑더니, 이내 나와 마주쳤다.

“반갑습니다 학생 여러분… 오.”

말을 이어가던 교관이 잠시 멈칫했다.

곧 싱긋 웃더니, 말에 힘을 실었다.

“오랜만이군요, 정해인 학생. 걱정 많이 했는데, 무사히 회복하셔서 다행입니다.”

그 말을 기점으로, 학생들의 시선이 다시 내 쪽으로 향했다.

다들 놀란 얼굴이었다.

그런 분위기를 잠시 지켜보던 도한성 교관이 손바닥을 가볍게 마주쳐 주의를 환기했다.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전달할 소식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는 평소같지 않게 묘하게 흥분한 상태였다.

“드디어, 마침내, 2주 뒤. 정식 교류전이 열립니다.”

도한성 교관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번 교류전은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진행됩니다.”

그의 고개가 돌아가더니, 시선이 특정한 인물 앞에서 멈췄다.

“여기 B반에도 두 분 보이시네요. 네네.”

주서준이 싱긋 웃으며 손을 들어 흔들었다.

도한성 교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본론으로 돌아갔다.

“우선, 개인전은 단순합니다. 교류의 장에 참여한 모든 인원끼리의 대련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소속과 상관없이 대련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의 말에 학생들 사이에서 작은 웅성거림이 일었다.

“즉, 가온에 있든, 칼로스에 있든, 교류의 장으로 소속을 변경한 학생이라면 예외 없이 겨루게 됩니다. 심지어, 현재 같은 아카데미에 속해 있더라도 말이죠.”

맞다.

교류전의 핵심은 단순한 실력 검증이 아니다.

가온과 칼로스, 어느 곳이 더 뛰어난 교육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가.

이를 과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렇기에 같은 아카데미에 속한 학생들끼리도 싸우게 된다.

그 대련에서 보이는 퍼포먼스가, 그대로 두 아카데미의 교육 성과로 환산되기 때문이다.

“즉, 개인전의 목표는 단 하나. 1등을 가린다는 것이겠네요.”

“…….”

내 옆의 윤채하는 딱히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도한성 교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단체전. 단체전은 교류의 장으로 이전한 학생들과 각 학교의 인원들이 한 팀을 이루어 진행됩니다. 팀 구성에 관한 부분은 조만간 공지사항이 나올 겁니다.”

교관은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단체전의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

있긴 한데, 적어도 나한테는 없다.

‘단체전….

딱히 준비할 게 있지는 않다.

이번에는 마인의 습격도, 발생할 변수도 없으니까.

교관은 학생들의 반응을 가볍게 흘려보내더니 손을 털듯 말했다.

“그럼 이제, 수업을 시작하죠.”

분명 교류전을 설명할 때까지만 해도, 살짝 신나 있었는데,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교관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우울해진다.

그리고 우울한 건 학생도 마찬가지.

“끝나면 깨워줘….”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윤채하는 책상에 고개를 처박았다.

나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아.”

“검술의 시조에 대해서는 아직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며, 고대 문헌에서는—”

교관의 설명이 차분하게 이어졌다.

오랜만에 듣는 수업은, 재밌을 줄 알았는데.

역시, 아니었다.

-우웅.

워치가 가볍게 진동했다.

[1000_y]: 일로 안 올 거야?

[1000_y]: 이러기가 어딨어 ㅠㅠ

문자 두 개.

천여울이었다.

“….”

분명 지금도 지켜보고 있을 게 뻔했기에.

나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워치를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