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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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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재에 대한 확인은 끝냈다.

다행히도, 내가 예상한 그것이 맞았다.

‘악신의 잔재.

아마 앞으로 여자 한 명과 자주 오게 될 공간이 될 터.

잔재가 놓인 지하 공간을 뒤로하고 우리는 최상층 가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협회의 접견실.

국가 간의 중요 거래나, 인물들과의 협상을 할 때만 개방되는 공간이다.

일전, 이아노의 유물 건으로 들어간 공간은 협의실. 당시에도 이곳에 들어가지는 못했었다.

그런 중요한 의미를 가진 방이 지금 열리고 있다.

-탁.

문이 열리자, 고급스러운 향이 먼저 퍼졌다.

협회의 최상급 접견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무심히 룸 안을 둘러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이미 자리에는 누군가 앉아 있었다.

회색 정장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머리를 뒤로 묶은 여성.

나이에 비해 느껴지는 중후한 분위기에, 날카로운 눈매.

협회의 부협회장이었다.

그녀는 우리를 바라보며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국 영웅협회의 부협회장, 박서희라고 합니다.”

차분한 목소리가 마음을 진정시킨다.

아마 이런 목소리 또한 그녀의 능력일 것이다.

영감은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나 또한 그 옆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전체적인 협상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영감이 진행하되, 가끔 중요한 부분에서만 참여하지 않을까.

시온은 동행하지 않았다.

관련은 되어있었지만, 정작 그녀 스스로 회의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눈치였다.

‘해인, 잘 부탁해.

시온은 나한테 전권을 일임했다.

그녀는 짧게 말한 뒤, 1층의 카페로 향했다.

결국, 협상은 나와 영감이 도맡게 되었다.

박서희는 조용히 숨을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

“우선, 이야기 시작 전에. 이번 사안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함경도 마인 군락 제거 임무에서 발생한 변수는, 협회 측에서도 예측할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고개를 들고, 시선을 마주한 채 말을 이어간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이 뱅퀴셔를 위험에 빠뜨리기 위한 정치적 계책이라는 일각의 주장 또한 사실이 아니….”

나는 피식 웃었다.

정치적 계책?

그런 걸 꾸릴 여유가 있었을 리가.

“알고 있소.”

영감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의 무덤덤한 목소리에, 박서희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까지 예측하지 못했다고 하여, 협회를 억측하거나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오.”

영감은 손을 깍지 낀 채, 천천히 테이블을 두드렸다.

그의 나직한 목소리가 룸 안에 울렸다.

“그러니, 중요한 건 협회의 대처요.”

박서희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습니다. 그리고 변명할 생각 또한 없습니다.”

그녀는 우선, 준비해온 서류를 펼쳤다.

“우선, 아르카디아의 팔라딘, 맹주의 2팀 맹호, 그리고 청풍대의 참전과 관련된 의뢰비에 관한 내용입니다.”

그녀는 서류를 정리하며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본래 추가적인 용병의 고용은, 의뢰를 수락한 팀에서 부담하는 것이 맞으나 협회 측에서도 이들의 참전이 이번 전투에서 필수적이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세력들의 참여 수당은 전부 지급하는 것이 옳다 판단했습니다.”

깔끔한 대처다.

본디 의뢰를 수락한 팀에서 감당하기 다소 까다로운 건은 용병을 고용하여 같이 참여하기도 하니까.

그런데, 이를 필수적인 요소로 협회에서 받아들여 금액을 처리하겠다는 뜻이었다.

영감은 별다른 반응 없이 바라봤다. 나는 조용히 지켜보며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두번째.”

박서희는 살짝 말을 고르더니,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는 협회의 실수로 인한 배상과, 업적과 관련된 포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박서희가 들고 있던 펜이 가볍게 흔들렸다.

“그런데 배상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 하기에 앞서… 포상 부분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녀는 살짝 말을 더듬으며 서류의 특정 페이지를 가리켰다.

“이 부분이… 솔직히, 조금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나는 흥미를 느끼며 시선을 돌렸다.

박서희가 내민 문서에는 청풍대, 아르카디아, 맹주에서 제출한 각 세력의 참여 명단이 있었다.

"확인 결과, 팔라딘, 청풍대, 맹주… 참여한 모든 세력이 정해인 군을 자신들의 포상 대상 공로자로 포함했습니다."

그녀는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머리를 살짝 싸매듯 관자놀이를 눌렀다.

“저요?”

나는 되물었다.

나는 천천히 문서를 훑었다.

내 이름은 총 네 번 적혀 있었다.

각 세력의 보상 대상자 명단에.

“네… 저희가 전부 유선으로 직접 확인을 해봤으나….”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맞다고 합니다. 일전 가온의 입찰전에서 정해인 군을 입찰한 기록을 근거로 삼아, 포상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감이 피식 웃고, 나 또한 실소했다.

저게 무슨 뜻이냐고?

​네 개의 조직이 모두 나를 영입 대상으로 삼고 있고, 그 환심을 사기 위해 이번 포상을 최대한 챙겨주려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게 어떤 것인지는 아마… 정해인 군이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시스템상, 가온의 입찰전을 통해 특정 학생을 입찰하면, 그 순간부터 해당 학생에 대한 정식 협상권을 획득한 것으로 인정된다.

아마 각 세력 모두가 내 실력을 상당히 높게 평가한 듯했다.

이해는 간다.

아무도 뚫지 못했던 사도의 심장에 창을 박아 넣었으니까.

다만, 편린의 특수성을 아무도 모를 뿐.

박서희는 다시금 서류를 넘기며 말을 이었다.

"따라서 저희는, 각 단체의 입장을 존중하여, 정해인 군의 포상을 합산해 별도로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부협회장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협회 내부에서 심의를 거쳐, 정해인 군의 공적을 고려한 포상으로…"

그녀는 붉은빛의 열쇠가 담긴 투명한 큐브를 내밀었다.

“불가람(不伽藍)의 공방(工房)을, 정해인 영웅에게 개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는 노력했다.

열쇠를 보자마자,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고,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단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약을 파네?

영감 또한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눈빛을 빛냈다.

아마도 ‘정말?’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속뜻은 나와 상반된다.

영감은 협회가 상당한 보상을 내건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손끝으로 큐브를 만지며 피식 웃었다.

"오… 괜찮네요."

박서희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고려하면, 정당한 포상이라 판단했습니다. 물론 배상과 별도의 포상금은 별도로 지급될 예정입니다."

그녀는 여전히 차분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자신들이 예상한 대로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확신 때문인지, 미세하게 여유가 느껴졌다.

불가람의 공방이란.

과거 악신과의 결전에서 숨을 거둔 대한민국 최후의 대장장이.

불가람(不伽藍).

그가 만든 최후의 대장간이다. 그 내부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장비들이 봉인된 채 잠들어 있다.

물론, 나는 내용물은 대충 알고 있다.

그러나, 공방은 그의 유언과 함께 봉인되었다.

불가람이 협회의 초대 창립자에게 남긴 열쇠를 통해, 오직 협회만이 개방할 수 있다.

그마저도 굉장히 뜸하며, 전대 용사가 도전했던 20년 전 이후 단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한 대장장이가 창조한 ‘성지(聖地)’였으니까.

그런데 중요한 건 이것이다.

​공방은, 단순한 대장간이 아니다. 그의 영혼이 깃든 시련의 장소다.

즉, 협회가 무구를 임의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공방에 남겨진 불가람의 의지가 선택한 자만이 그의 무구를 얻을 수 있다.

인정받지 못하면 빈손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뜻.

지금까지 불가람에게 인정받은 사례는 단 한 번밖에 없다.

그럼 나는 인정받을 수 있냐고?

‘무조건.

원작에서 불가람의 공방은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단 한 번만 입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시점은 극의 후반부.

불가람이 주인공을 인정하는 기준은 단 하나.

‘편린(片鱗)의 유무(有無).

즉, 현 시점은 극의 초반부지만, 지금의 나는 통과할 수 있다.

나는 확신이 있었지만, 모른 척하며 심드렁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리고 가볍게 말을 던졌다.

‘못 받으면 어쩌게?

라는 느낌으로. 최대한 담담히.

“그런데 어쩌죠? 제가 자신이 없네요.”

박서희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네?”

손끝으로 안경다리를 만지작거리며, 잠시 뜸을 들인다.

그럴 만도 했다.

불가람의 공방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다.

시대에 한 획을 그을 업적이다.

개방과 동시에, 전 세계 시스템에 알림이 전송된다.

[불길이 피를 삼키고, 쇳물이 심장을 두드리는 곳. 불가람(不伽藍)의 공방이 마침내 새로운 주인을 시험한다.]

이 문구 하나가 전 세계의 영웅에게 떠오르는 순간, 협회는 즉시 해당 대상을 공표한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주목하고, 환호한다.

즉, 영웅 협회에서는 새로운 신성(新星) 탄생을 타 국가에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협회에는 손해가 없다.

사도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린 신성한 영웅의 탄생. 이것을 하나의 마케팅으로 이용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며.

오히려 지금, 내게 어떻게든 이 열쇠를 쥐여 주고 싶을 것이다.

최고의 무구.

최강의 시련.

그리고, 그것을 손에 넣을 단 한 사람.

뭇 영웅들의 가슴을 뛰게 할 이야기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상관없다.

도전한다는 그 자체가, 엄청난 명예였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런 영웅심(英雄心) 따위,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것.

나는 영웅으로서의 프라이드와 명예욕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아마, 불가람이라는 말 하나에 흥분할 줄 알았을 텐데, 크게 착오했다.

나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물었다.

“부협회장님,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최근 공방이 개방된 것이 언제였죠?”

“20년 전, 전대 용사님입니다. 매우 명예로운···.”

“성공했나요?”

“…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럼 그 전은요?”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심드렁하게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말을 던졌다.

“그럼 이 열쇠로 협회에서 보장해 줄 수 있는 건 대체 뭡니까?”

박서희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불가람의 공방,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부 협회의 통제 밖이다.

협회는 그저 입구를 개방할 수 있을 뿐.

그들이 내게 보장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영감조차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일 줄 몰랐는지, 살짝 당황한 눈치다.

모든 영웅이 꿈꾸는 최고의 기회였으니까.

그는 책상 아래에서 은근슬쩍 내 옆구리를 툭툭 건드렸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라는 신호.

나는 가볍게 웃으며, 눈앞의 큐브를 내 쪽으로 슬쩍 끌고 왔다.

그리고 큐브를 공중에 던지며 받아냈다.

“이건 받겠습니다. 될지는 모르겠는데, 한 번 해보긴 할게요.”

그러나, 이걸로 내 목숨값을 퉁칠 생각은 없다.

협회 또한 나의 요구를 반드시 맞춰줄 수 밖에 없다.

나를 붙잡아야 할 이유는 협회 쪽이 훨씬 더 많으니까.

나는 표정을 굳히고 말했다.

“그런데 사도(使徒)를 처치한 것에 대한 포상으로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단호하게 덧붙였다.

“좀 부족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