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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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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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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실에 감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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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있지만, 형식상 그렇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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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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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퇴원 요청이 끝나자마자, 강아린은 망설임 없이 워치를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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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강아린. 치트키가 있으면 해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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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현존하는 모든 검사 전부 진행해주세요. 네, 맞아요. 그리고 결과 나오기 전까지는 절대 못 나가게 해주세요.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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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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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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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은 전화를 끊고, 여유롭게 나를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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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다 하고 나가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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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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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꼼짝없이 오늘 하루 동안은 여기에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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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의 검사가 또 끝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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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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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 문이 다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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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룸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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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만남의 광장이 따로 없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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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통과한 인물은 단정한 옷차림과 단아한 분위기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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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색의 단발, 하얀색 머리띠, 고풍스러운 실루엣이 한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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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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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조용히 안으로 걸어들어오더니, 문을 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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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을 한 번 둘러본 후 내게 시선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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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별로야 이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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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싱긋 웃으며 침대 끝에 살짝 걸터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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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 입원실로 데려오려 했었는데… 아쉽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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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한 번 더 바라보더니, 그 눈빛이 애틋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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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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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조금 달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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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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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감사한 마음으로 그녀에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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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지원이 아니었으면, 일어나기 힘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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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싱긋 웃던 천여울은 서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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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조용히, 살금살금. 고양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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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나와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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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 바로 옆까지 도착한 그녀는 망설임 없이 양팔을 살짝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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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품으로 와도 된다는 듯한 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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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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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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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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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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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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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천여울의 미간이 살짝 찡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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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나도 들은 게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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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가 살짝 뾰로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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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할거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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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팔을 벌린 채, 퍼덕이며 흔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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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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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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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숨을 내쉬며 천여울이 팔을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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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삐친 듯한 얼굴. 입술을 살짝 내밀고, 눈을 반쯤 감은 채 나를 흘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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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모습을 보다,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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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령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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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낮은 목소리에, 천여울이 살짝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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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엄청 귀한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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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천여울이 눈을 살짝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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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 던진 한마디였지만,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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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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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대답. 그러나 예상한 대답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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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네가 마셔야 하는 건데, 내가 뻇어 마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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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안한 감정을 담아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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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천여울은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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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뺏어 먹어?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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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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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약도 살아 있어야 마시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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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스럽게 말하면서도, 그녀의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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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네 덕에 납치됐다가 나올 수 있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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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한쪽 어깨를 살짝 으쓱이며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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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 그러나 그녀 나름의 진심을 담은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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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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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당연히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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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자연스럽게, 마치 애초부터 그럴 생각이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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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칭찬이라도 기대하는 듯한, 당당한 포즈로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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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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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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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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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으로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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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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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터치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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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별말 없이, 손끝에 힘을 더 주며 위아래로 천천히 쪼물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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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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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하게 벌어지는 입술. 살짝 떨리는 속눈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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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천천히 이완되는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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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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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무의식적으로 힘을 빼며 나에게 기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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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기특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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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사도가 온다는 내 말 한마디에 전 병력을 알아서 집합시킬 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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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령수를 지원한 것까지. 속속들이 기특한 행동만 골라서 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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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까지 기특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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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게 웃으며 그녀의 볼을 한 번 더 살짝 당겼다가 놓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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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서 빠져나간 볼이 천천히 원래대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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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뺨을 문지르며 나를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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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흰 피부에 대비되어, 손가락 자국이 옅게 남았다가 서서히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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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로 희미한 붉은 기운이 어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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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젖은 듯한 눈빛, 미세하게 벌어진 입술, 가만히 숨을 고르는 듯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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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까지의 당당함이 무색하게, 어딘가 흐트러진 기색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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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이 묘하게 가학심과 동시에 보호 본능까지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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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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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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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월령수만큼, 그녀에게 더 많은 기연을 쏟아붓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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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그럴 거였지만,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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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그녀뿐만 아니라, 여러 영약을 지원해준 모든 단체 전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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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먹기만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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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주면, 최소 그만큼은 돌려주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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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상호 보완적 관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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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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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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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옷을 갈아입으며 퇴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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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결과는 예상보다 빠르게, 저녁이 되기 전에 전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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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이 말은 그렇게 해도, 결국엔 최대한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손을 쓴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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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괜찮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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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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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약속대로 그녀를 데리고 저녁에 다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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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히려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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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은 구출된 네 명 중에서도 가장 심하게 다쳤다고 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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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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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 그녀의 얼굴은 멀쩡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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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피곤해 보이기는 했지만, 붕대 같은 건 이미 전부 풀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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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완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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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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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시온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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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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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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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몇 번 돌려 보이며 일부러 대수롭지 않게 굴자, 그녀는 그제야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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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영감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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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하면, 식사 전에, 협회로 먼저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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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이 눈을 깜빡이며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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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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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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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식 웃으며 영감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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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뭐 별말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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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금쯤 협회는, 진땀을 뻘뻘 쏟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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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평범한 임무’라고 내세운 작전에, 나름대로 뱅퀴셔 대원이라는 상위 전력을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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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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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변수가 발생했고, 정말 하마터면 몰살당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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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협회가 뱅퀴셔를 사지로 몬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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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고의성은 전혀 없는 천재지변의 수준이었지만,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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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설 기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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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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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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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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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협회장은, 절대 먼저 머리를 숙일 인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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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가 저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왔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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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만하다, 알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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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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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뭐 준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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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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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영웅 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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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아먹을 건 지구 최고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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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간적으로 구미가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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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감은 묘하게 뜸을 들이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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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려고 지금 가보자는 거다. 보상 책정 대상이, 좀 특이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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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썹을 살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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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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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대상이 특이할 게 뭐가 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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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이 어떻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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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장난을 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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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영감이 짧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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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협회가 그 불길한 덩어리까지 보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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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죠.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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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신의 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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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운을 감당하고 보관할 만한 곳은 협회밖에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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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병원에서 나와 영감이 모는 차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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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수석으로 향하려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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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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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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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한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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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내 팔이 가볍게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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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힘이 묘하게 강해서, 결국 나는 별다른 저항도 못 한 채 뒤쪽으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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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이미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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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과 나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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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 부드럽게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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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소리가 일정한 리듬으로 낮게 울렸고, 차창 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야경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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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회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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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상황이 원활했던 덕분인지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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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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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 부드럽게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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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문이 열리자, 익숙한 목소리가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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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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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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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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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회의 성실한 일꾼, 김길규 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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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입가의 미소와는 별개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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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에 부협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천천히 들어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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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길규 씨는 급히 몸을 돌리며 길을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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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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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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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 부산물부터 먼저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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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방향성을 정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실물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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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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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길규가 순간적으로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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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짝 고개를 돌려, 영감의 눈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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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감은 가볍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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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동작이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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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말대로 하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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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알겠습니다. 지하 최하층으로 안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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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협회 건물 안으로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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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내부는 여전히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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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엠바고가 걸린 상태라, 보도자료부터 내부 정리까지 해야 할 것이 산더미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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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직원 전용 엘리베이터 대신, 보안이 한층 더 강화된 구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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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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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카드를 갖다 대자,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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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묵직한 기계음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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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순간, 김길규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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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희도 이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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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살짝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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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뿜어내는 기운이나, 품고 있는 에너지, 정말 범상치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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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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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최하층에 박아넣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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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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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으로 저 기운과 오래 닿아봤자 좋을 일이 없긴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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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자, 눈앞에는 거대한 유리 격벽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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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너머,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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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보옥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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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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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화를 나누라고 편하게 배려하는 듯, 다시 엘리베이터 앞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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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감, 그리고 시온과 함께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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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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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자체가 숨을 쉬듯 미묘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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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옥이 내뿜는 기운 때문인지, 공기가 걸쭉해진 것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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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영감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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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지저분한 기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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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의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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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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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직접 보면 일체지각으로 뭔가를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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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이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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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마도학 쪽의 특화 된 눈이 필요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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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게 사도에게서 나온다는 걸 너는 어떻게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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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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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박자 생각한 후, 태연히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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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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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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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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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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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대 용사가 사도를 처리했을 때, 이와 비슷한 게 튀어나왔다고 기록되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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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영감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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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다른 사도가 기를 쓰고 회수하는 것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운이 좋았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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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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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운이 좋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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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가치를 품은, 악신의 잔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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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갈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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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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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짧게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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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절대 아니죠. 여기에 오랫동안 박아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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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옥을 분석하고 활용하기 전까지는, 애물단지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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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로는 아무 쓸모도 없는 위험한 물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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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규 씨가 이 사실을 알면 분명 울상을 지을 테지만,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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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부담은 온전히 협회의 몫이 되겠지만, 이는 차후를 위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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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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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다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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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선은 유리 격벽 너머의 보옥에 고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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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를 타고 오는 길에 이미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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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측이 제시하는 모든 보상과는 별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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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의 부산물의 소유권은 일격을 날린 내 것으로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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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내부 및 다른 세력에서도 이견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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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저건 법적으로도 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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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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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이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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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질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지구상에서 연구된 적 없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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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체지각조차도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로, 마도학(魔道學)적인 특성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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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걸 던져 주면 기뻐할 사람을, 아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기절할 사람을 한 명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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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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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의 시온이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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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살짝 커진 그녀의 시선이 내 얼굴을 읽으려는 듯 날카롭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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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유지한 채, 격벽 너머의 보옥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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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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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천천히 이름을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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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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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녀를 활용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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