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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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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아.”

나는 병실에 감금당했다.

물론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있지만, 형식상 그렇다는 소리.

‘여보세요?

나의 퇴원 요청이 끝나자마자, 강아린은 망설임 없이 워치를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역시 강아린. 치트키가 있으면 해결이….

‘교수님, 현존하는 모든 검사 전부 진행해주세요. 네, 맞아요. 그리고 결과 나오기 전까지는 절대 못 나가게 해주세요. 네네.

‘….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강아린은 전화를 끊고, 여유롭게 나를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

‘이것만 다 하고 나가자, 응?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구나.

결국 꼼짝없이 오늘 하루 동안은 여기에 있어야 했다.

몇 가지의 검사가 또 끝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끼익.

병실 문이 다시 열렸다.

vip 룸 맞아?

아주 만남의 광장이 따로 없는 수준.

문을 통과한 인물은 단정한 옷차림과 단아한 분위기를 풍겼다.

남색의 단발, 하얀색 머리띠, 고풍스러운 실루엣이 한눈에 들어왔다.

천여울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안으로 걸어들어오더니, 문을 닫고.

병실을 한 번 둘러본 후 내게 시선을 맞췄다.

“역시 별로야 이 병원.”

천여울은 싱긋 웃으며 침대 끝에 살짝 걸터앉았다.

“아르카디아 입원실로 데려오려 했었는데… 아쉽게 됐어.”

나를 한 번 더 바라보더니, 그 눈빛이 애틋하게 변했다.

“… 일어나서 다행이야.”

말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조금 달라 보였다.

“네 덕이지.”

나도, 감사한 마음으로 그녀에게 답했다.

교단의 지원이 아니었으면, 일어나기 힘들었으니까.

그러더니, 싱긋 웃던 천여울은 서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조용히, 살금살금. 고양이처럼.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나와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결국 내 바로 옆까지 도착한 그녀는 망설임 없이 양팔을 살짝 벌렸다.

마치, 품으로 와도 된다는 듯한 포즈.

“….”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본다.

나 또한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뭐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자, 천여울의 미간이 살짝 찡그려졌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나도 들은 게 있거든.”

말투가 살짝 뾰로통하다.

“뭐 할거있지 않아??”

양팔을 벌린 채, 퍼덕이며 흔들기까지.

온몸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

결국 한숨을 내쉬며 천여울이 팔을 접어든다.

살짝 삐친 듯한 얼굴. 입술을 살짝 내밀고, 눈을 반쯤 감은 채 나를 흘겨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월령수, 고마워.”

내 낮은 목소리에, 천여울이 살짝 움찔했다.

“그거, 엄청 귀한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내 말에 천여울이 눈을 살짝 깜빡였다.

무심한 듯 던진 한마디였지만,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딱히?”

짧은 대답. 그러나 예상한 대답은 아니었다.

“언젠가는 네가 마셔야 하는 건데, 내가 뻇어 마신 거니까.”

나는 미안한 감정을 담아 답했다.

그러자 천여울은 피식 웃었다.

“뺏어 먹어? 누가?”

그녀는 나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영약도 살아 있어야 마시는 거 아니야?”

장난스럽게 말하면서도, 그녀의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다.

"나도, 네 덕에 납치됐다가 나올 수 있었다는데."

천여울은 한쪽 어깨를 살짝 으쓱이며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무심한 듯, 그러나 그녀 나름의 진심을 담은 태도.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였다.

“그러니까, 당연히 줘야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마치 애초부터 그럴 생각이었던 것처럼.

그녀는 칭찬이라도 기대하는 듯한, 당당한 포즈로 앉아 있었다.

“….”

나는 잠시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꽈악.

양손으로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으에?”

갑작스러운 터치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별말 없이, 손끝에 힘을 더 주며 위아래로 천천히 쪼물락거렸다.

“흐으으….”

미세하게 벌어지는 입술. 살짝 떨리는 속눈썹.

그리고 천천히 이완되는 어깨.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의식적으로 힘을 빼며 나에게 기대는 듯했다.

'왜 이렇게 기특하지?'

안 그래도, 사도가 온다는 내 말 한마디에 전 병력을 알아서 집합시킬 때부터.

월령수를 지원한 것까지. 속속들이 기특한 행동만 골라서 하는 느낌이다.

너 어디까지 기특할래.

나는 작게 웃으며 그녀의 볼을 한 번 더 살짝 당겼다가 놓아줬다.

손끝에서 빠져나간 볼이 천천히 원래대로 돌아온다.

천여울은 뺨을 문지르며 나를 올려다봤다.

그녀의 흰 피부에 대비되어, 손가락 자국이 옅게 남았다가 서서히 사라진다.

그 위로 희미한 붉은 기운이 어른거렸다.

살짝 젖은 듯한 눈빛, 미세하게 벌어진 입술, 가만히 숨을 고르는 듯한 모습.

방금 전까지의 당당함이 무색하게, 어딘가 흐트러진 기색이 엿보였다.

그 모습이 묘하게 가학심과 동시에 보호 본능까지 자극했다.

‘오케이.

나는 결심했다.

사라진 월령수만큼, 그녀에게 더 많은 기연을 쏟아붓겠다고.

원래도 그럴 거였지만, 더욱더.

비단 그녀뿐만 아니라, 여러 영약을 지원해준 모든 단체 전부, 다.

빼먹기만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나를 주면, 최소 그만큼은 돌려주는 것이.

진정한, 상호 보완적 관계니까.


그날 저녁.

나는 옷을 갈아입으며 퇴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검사 결과는 예상보다 빠르게, 저녁이 되기 전에 전부 나왔다.

강아린이 말은 그렇게 해도, 결국엔 최대한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손을 쓴 모양.

“진짜 괜찮대?”

시온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영감은 약속대로 그녀를 데리고 저녁에 다시 찾아왔다.

나는 오히려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

시온은 구출된 네 명 중에서도 가장 심하게 다쳤다고 들었으니까.

‘괜찮긴 하네.

겉보기에 그녀의 얼굴은 멀쩡하긴 했다.

살짝 피곤해 보이기는 했지만, 붕대 같은 건 이미 전부 풀린 상태였다.

“어, 완전 괜찮아.”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그러자 시온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훑어보았다.

“확실해?”

“확실하지.”

팔을 몇 번 돌려 보이며 일부러 대수롭지 않게 굴자, 그녀는 그제야 한숨을 쉬었다.

그때, 영감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퇴원하면, 식사 전에, 협회로 먼저 가야 한다.”

시온이 눈을 깜빡이며 묻는다.

“협회요?”

“그래.”

나는 피식 웃으며 영감에게 물었다.

“협회, 뭐 별말 없습니까?”

아마 지금쯤 협회는, 진땀을 뻘뻘 쏟고 있을 것이다.

애초에 ‘평범한 임무’라고 내세운 작전에, 나름대로 뱅퀴셔 대원이라는 상위 전력을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엄청난 변수가 발생했고, 정말 하마터면 몰살당할 뻔했다.

사실상 협회가 뱅퀴셔를 사지로 몬 셈이었다.

물론 고의성은 전혀 없는 천재지변의 수준이었지만,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설설 기더군.”

“협회장이요?”

“그래.”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웅 협회장은, 절대 먼저 머리를 숙일 인물이 아니었다.

협회가 저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왔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알만하다, 알만해.

나는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뭐 준답니까?”

협회다.

대한민국 영웅 협회.

뽑아먹을 건 지구 최고급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구미가 당겼다.

그러나 영감은 묘하게 뜸을 들이며 말을 이었다.

“… 그러려고 지금 가보자는 거다. 보상 책정 대상이, 좀 특이해서 말이지.”

나는 눈썹을 살짝 들었다.

“그래요?”

보상 대상이 특이할 게 뭐가 있다는 거지?

‘기준이 어떻길래.

아마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장난을 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때, 영감이 짧게 덧붙였다.

“그리고, 협회가 그 불길한 덩어리까지 보관하고 있다.”

“그래야죠. 아무래도.”

악신의 잔재.

그 기운을 감당하고 보관할 만한 곳은 협회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병원에서 나와 영감이 모는 차에 탑승했다.

나는 조수석으로 향하려 했으나—

-턱.

“뒤로.”

무심한 듯한 한마디.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내 팔이 가볍게 잡혔다.

그러나 그 힘이 묘하게 강해서, 결국 나는 별다른 저항도 못 한 채 뒤쪽으로 끌려갔다.

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이미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시온과 나란히.

차가 부드럽게 출발했다.

엔진 소리가 일정한 리듬으로 낮게 울렸고, 차창 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야경이 보였다.

협회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로 상황이 원활했던 덕분인지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끼익.

차가 부드럽게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자, 익숙한 목소리가 반겼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허허.

누군가 했더니.

협회의 성실한 일꾼, 김길규 씨였다.

그러나 입가의 미소와는 별개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안에 부협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천천히 들어오시죠.”

김길규 씨는 급히 몸을 돌리며 길을 안내했다.

'음….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혹시, 그 부산물부터 먼저 볼 수 있을까요?”

협상의 방향성을 정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실물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

“아….”

김길규가 순간적으로 망설였다.

살짝 고개를 돌려, 영감의 눈치를 본다.

영감은 가볍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짧은 동작이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내 말대로 하라는 뜻.

“네, 알겠습니다. 지하 최하층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협회 건물 안으로 발을 들였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내부는 여전히 분주했다.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엠바고가 걸린 상태라, 보도자료부터 내부 정리까지 해야 할 것이 산더미일 터.

우리는 직원 전용 엘리베이터 대신, 보안이 한층 더 강화된 구역으로 향했다.

-띡.

키 카드를 갖다 대자,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묵직한 기계음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우리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순간, 김길규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솔직히, 저희도 이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는 살짝 덧붙였다.

“하지만, 뿜어내는 기운이나, 품고 있는 에너지, 정말 범상치가 않습니다.”

그러더니,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그래서 최하층에 박아넣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직접적으로 저 기운과 오래 닿아봤자 좋을 일이 없긴 했으니까.

문이 열리자, 눈앞에는 거대한 유리 격벽이 드러났다.

그 너머, 한가운데.

검은색 보옥이 놓여 있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그는 대화를 나누라고 편하게 배려하는 듯, 다시 엘리베이터 앞으로 돌아갔다.

나는 영감, 그리고 시온과 함께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우우웅….

공간 자체가 숨을 쉬듯 미묘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보옥이 내뿜는 기운 때문인지, 공기가 걸쭉해진 것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때, 영감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참, 지저분한 기운이다.”

영감의 평가였다.

나도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혹시 직접 보면 일체지각으로 뭔가를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방향성이 조금 다르다.

아무래도, 마도학 쪽의 특화 된 눈이 필요한 듯했다.

“그런데, 이런 게 사도에게서 나온다는 걸 너는 어떻게 알았지?”

영감이 물었다.

나는 한 박자 생각한 후, 태연히 답했다.

“책에서 봤어요.”

“책?”

영감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전전대 용사가 사도를 처리했을 때, 이와 비슷한 게 튀어나왔다고 기록되어 있더라고요.”

내 말에 영감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때는 다른 사도가 기를 쓰고 회수하는 것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운이 좋았던 거죠.”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정말, 운이 좋긴 했다.

무한한 가치를 품은, 악신의 잔재니까.

“가져갈 거냐?”

영감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짧게 웃으며 답했다.

“예? 절대 아니죠. 여기에 오랫동안 박아둘 겁니다.”

보옥을 분석하고 활용하기 전까지는, 애물단지나 다름없다.

이 상태로는 아무 쓸모도 없는 위험한 물건일 뿐이다.

김길규 씨가 이 사실을 알면 분명 울상을 지을 테지만, 어쩔 수 없다.

관리 부담은 온전히 협회의 몫이 되겠지만, 이는 차후를 위한 투자다.

“…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냐.”

영감이 다시 물었다.

그의 시선은 유리 격벽 너머의 보옥에 고정되어 있다.

나는 차를 타고 오는 길에 이미 설명을 들었다.

협회 측이 제시하는 모든 보상과는 별개로.

사도의 부산물의 소유권은 일격을 날린 내 것으로 인정됐다.

협회 내부 및 다른 세력에서도 이견이 없다고 했다.

즉, 저건 법적으로도 내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미 이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결론을 내렸다.

이 물질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지구상에서 연구된 적 없는 존재였다.

내 일체지각조차도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로, 마도학(魔道學)적인 특성이 강하다.

하지만 이걸 던져 주면 기뻐할 사람을, 아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기절할 사람을 한 명 알고 있다.

그 순간.

내 옆의 시온이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눈이 살짝 커진 그녀의 시선이 내 얼굴을 읽으려는 듯 날카롭게 움직였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유지한 채, 격벽 너머의 보옥을 바라보았다.

‘윤채하.

속으로 천천히 이름을 되뇌었다.

드디어.

드디어, 그녀를 활용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