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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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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절해 있는 동안, 2주라는 시간이 흘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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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며칠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긴 공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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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나의 몸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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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이었지, 거의 손도 못 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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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낮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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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양이 열심히 노력하긴 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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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딘의 리더이자 고위 사제인 그녀가 직접 성법을 발휘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도가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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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들으니, 슬슬 내가 이 자리에서 멀쩡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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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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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어떻게 살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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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령수(月靈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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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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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에서, 월령수의 사용을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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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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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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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령수(月靈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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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의 성지에서 나오는 보름달의 신성한 기운이 응축된 영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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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신비로운 액체는, 한 달에 단 두 방울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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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꼬박 수십년간을 모아야 겨우 한 병이 완성되는 영약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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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와 용사, 오직 그 둘을 제외하면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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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교단의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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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용사와 성녀, 각 세력이 한 병씩 보유하게끔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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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일조를 하는 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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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게가 얼마나 큰지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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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을 포기하는 일이 얼마나 큰 결단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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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지지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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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월령수를 사용할 세력이 있다면, 당연하게도 그쪽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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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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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눈을 감고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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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서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유 가(家)에서는 아환단, 영광에서는 숨겨둔 비약까지, 아주 별걸 다 갖다 바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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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나는 내 몸 안에서 넘실거리는 낯선 기운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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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정제되지 않고 내부에서 바글바글 끓고 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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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령수(月靈水)는 치유 능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것은 맞으나, 결국 신성력이 가득한 자연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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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효능을 가진 영약이라 봐도 무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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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퇴원하고 고생 좀 해야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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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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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걸 쑤셔 넣었으니 말이다. 날뛰는 기운들을 잡아두긴 했지만 임시방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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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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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야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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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생이라면 언제나 환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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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서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것들로만 잔뜩 먹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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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월령수는, 정말 상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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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교단에서도 적잖은 출혈을 감수했을 터.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쌓아두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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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 유 가(家),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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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우호적인 집단이 여럿 생긴 느낌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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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관계를 쌓기 쉽지 않을 거라 예상한 집단들이었는데, 어느새 꽤 좋은 관계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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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또한 좋은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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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할 말은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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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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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를 바라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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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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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시온이랑 다시 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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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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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고 병실 문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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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금도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텐데, 직접 시간을 내서 찾아온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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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영감이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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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고개를 돌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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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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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흠칫,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짧은 한마디에, 묵직한 무게가 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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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흐르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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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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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면, 시온이랑 뱅퀴셔로 와라. 자리는 마련해 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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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입에서 처음 나온, 스카우트 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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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직접 말로 들으니 느낌이 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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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간 감개무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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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울컥할 뻔했지만,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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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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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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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조용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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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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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는 병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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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뒤로 젖혀 베개에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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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을 들어 올려, 천장을 향해 가볍게 쥐었다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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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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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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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시간을 앉아서 이것저것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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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감각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내부의 낯선 기운도 툭툭 건드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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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통해 흐트러진 마나를 정돈하고, 굳어 있던 근육을 천천히 이완시키면서 신체를 다시 끌어올리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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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괜찮아지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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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까지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몸이 점점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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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을 조금만 더 정리하면 평소 컨디션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회복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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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검사상으로는 신체에 남은 데미지는 거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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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순전히 내 감각적인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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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환자인 내가 몸을 움직였을 때 무리가 없다고 느끼기만 하면, 이론상 퇴원은 가능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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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병원에서는 며칠은 더 붙잡아 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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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정도면 내일이나 내일 모레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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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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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놀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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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병실의 문이 활짝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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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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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으로 당당히 걸어들어온 사람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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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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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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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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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은 단숨에 달려와 양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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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선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무언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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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내게 상처라도 남아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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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의 표정은 심각할 정도로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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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한 얼굴로 내 피부를 살피던 그녀는 갑자기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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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거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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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이 내 눈과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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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가 들어온 그때부터 줄곧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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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그렇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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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이 어쩐지 당황한 듯 얼굴을 살짝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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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여전히 내 얼굴을 붙잡고 있는 손길은 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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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의 얼굴이 답지 않게 살짝 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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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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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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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볍게, 그녀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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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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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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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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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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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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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 유하나, 강아린, 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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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넷은 애초에 내가 아니었다면 전장에 올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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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순전히 나로 인해 그곳까지 가게 된 인원들이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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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 그녀들이 사도에게 납치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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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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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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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최선을 다해 싸운다 해도, 만약 그녀들이 돌아오지 못했다면— 그때 나는 과연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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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그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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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강아린은 이렇게나 멀쩡하게, 내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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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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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보다 어울리는 게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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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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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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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끌어안고, 등을 살살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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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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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의 입술이 미세하게 달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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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처음엔 움찔했지만, 곧 어깨에 들어갔던 힘이 서서히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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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나에게 몸을 맡긴 채, 얕게 들썩이는 숨소리만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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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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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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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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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그녀를 안았다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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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니 강아린은 어느새 내 허벅지를 본인의 다리 사이에 깊숙이 끼워 넣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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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 보기 좋은 자세는 아니었기에, 나는 살짝 어깨를 움직이며 강아린을 조심스레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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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등 떠밀리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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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린 습득 때, 산장에서 7일 동안 같이 살았다 보니, 강아린과는 이런 스킨십에 묘하게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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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별다른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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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조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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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볍게 몸을 풀며 강아린에게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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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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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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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화제 전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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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이후, 내가 기절한 사이 벌써 2주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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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원래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후에 예정되어 있던 교류전은 이미 시작했어야 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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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은 내 말뜻을 이해한 듯,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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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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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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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포함해서 가온 상위권 학생들이 통째로 날아갔는데, 그대로 진행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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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은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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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스에 지면 안 되잖아? 이사장이 기를 쓰고 연기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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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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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는 극한의 이득을 추구하는 이사장의 성격이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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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는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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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빨리 나가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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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몸에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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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직 쉬려면 더 쉴 수도 있긴 한데,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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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전부터 시작해서 악신의 잔재까지. 내가 직접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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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당장 퇴원하기엔 병원 측이 절대 허락해 줄 리가 없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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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상태가 좋아 보인다고 해서 대충 퇴원 도장을 찍어줄 병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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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영광병원, 꼼꼼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악명 높은 곳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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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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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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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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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강아린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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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처럼 흘러내리는 짙은 흑발과 붉은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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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선과 마주치자, 강아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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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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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광 그룹의 실세, 강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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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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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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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쾌속 퇴원 절차를 밟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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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시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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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나는 치트키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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