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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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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요?”

내가 기절해 있는 동안, 2주라는 시간이 흘러 있었다.

기껏해야 며칠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긴 공백이었다.

아무래도 나의 몸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던 모양이다.

“절망적이었지, 거의 손도 못 쓸 정도였다.”

영감이 낮게 중얼거렸다.

“소피아 양이 열심히 노력하긴 했다만….”

팔라딘의 리더이자 고위 사제인 그녀가 직접 성법을 발휘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도가 좋지 않았다.

여기까지 들으니, 슬슬 내가 이 자리에서 멀쩡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물었다.

“저 어떻게 살았습니까?”

“월령수(月靈水).”

영감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르카디아에서, 월령수의 사용을 허가했다.”

“예?!”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월령수(月靈水).

아르카디아의 성지에서 나오는 보름달의 신성한 기운이 응축된 영약.

그 신비로운 액체는, 한 달에 단 두 방울씩.

그렇게 꼬박 수십년간을 모아야 겨우 한 병이 완성되는 영약이었으니까.

성녀와 용사, 오직 그 둘을 제외하면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그것이 교단의 방침.

따라서 용사와 성녀, 각 세력이 한 병씩 보유하게끔 되어있다.

세력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일조를 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 무게가 얼마나 큰지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포기하는 일이 얼마나 큰 결단인지도.

‘성녀 지지세력.

내게 월령수를 사용할 세력이 있다면, 당연하게도 그쪽이었을 것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영감은 눈을 감고 말을 이었다.

“전장에서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유 가(家)에서는 아환단, 영광에서는 숨겨둔 비약까지, 아주 별걸 다 갖다 바치더군.”

그제야 나는 내 몸 안에서 넘실거리는 낯선 기운을 깨달았다.

아직 정제되지 않고 내부에서 바글바글 끓고 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월령수(月靈水)는 치유 능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것은 맞으나, 결국 신성력이 가득한 자연지기다.

어마어마한 효능을 가진 영약이라 봐도 무방했다.

“아마 퇴원하고 고생 좀 해야 할 거다.”

영감이 피식 웃었다.

“그 많은 걸 쑤셔 넣었으니 말이다. 날뛰는 기운들을 잡아두긴 했지만 임시방편이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 좋죠.”

이런 고생이라면 언제나 환영이었다.

어디 가서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것들로만 잔뜩 먹었으니까.

게다가 월령수는,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아마 교단에서도 적잖은 출혈을 감수했을 터.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쌓아두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르카디아, 유 가(家), 영광.

어느새 우호적인 집단이 여럿 생긴 느낌이긴 하다.

분명 관계를 쌓기 쉽지 않을 거라 예상한 집단들이었는데, 어느새 꽤 좋은 관계가 형성됐다.

이것 또한 좋은 신호였다.

“… 전할 말은 여기까지다.”

영감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벌써 가세요?”

“저녁에, 시온이랑 다시 오마.”

짧은 대답.

그는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고 병실 문을 향해 걸어갔다.

아마 지금도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텐데, 직접 시간을 내서 찾아온 듯했다.

그때, 영감이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살짝 고개를 돌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고생 많았다.”

나는 흠칫,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짧은 한마디에, 묵직한 무게가 실려 있었다.

잠시 흐르는 침묵.

그리고 그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덧붙였다.

“졸업하면, 시온이랑 뱅퀴셔로 와라. 자리는 마련해 놨으니.”

영감 입에서 처음 나온, 스카우트 제안이었다.

암묵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직접 말로 들으니 느낌이 또 다르다.

나는 순간 감개무량해졌다.

살짝 울컥할 뻔했지만,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볼게요.”

영감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조용히 웃었다.

“가마.”

그렇게 그는 병실을 나섰다.

나는 고개를 뒤로 젖혀 베개에 기댔다.

한 손을 들어 올려, 천장을 향해 가볍게 쥐었다 폈다.

“나쁘지 않네.”

그리고 다시 피식 웃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앉아서 이것저것을 시도했다.

신체 감각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내부의 낯선 기운도 툭툭 건드려봤다.

명상을 통해 흐트러진 마나를 정돈하고, 굳어 있던 근육을 천천히 이완시키면서 신체를 다시 끌어올리려 했다.

‘슬슬 괜찮아지는 것 같은데.

조금 전까지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몸이 점점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기운을 조금만 더 정리하면 평소 컨디션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회복될 것 같았다.

이미 검사상으로는 신체에 남은 데미지는 거의 없다고 한다.

남은 건 순전히 내 감각적인 문제였다.

즉, 환자인 내가 몸을 움직였을 때 무리가 없다고 느끼기만 하면, 이론상 퇴원은 가능하다는 뜻이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병원에서는 며칠은 더 붙잡아 두겠지만.

아마 이 정도면 내일이나 내일 모레쯤….

-벌컥!

아오, 놀래라.

갑자기 병실의 문이 활짝 열렸다.

“누구… 어?”

문으로 당당히 걸어들어온 사람의 정체는.

강아린이었다.

“강아린?”

-덥석.

강아린은 단숨에 달려와 양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리고선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무언가를 찾았다.

마치, 내게 상처라도 남아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

강아린의 표정은 심각할 정도로 굳어 있었다.

집중한 얼굴로 내 피부를 살피던 그녀는 갑자기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괜찮은 거 맞…?”

그녀의 시선이 내 눈과 마주쳤다.

나는 그녀가 들어온 그때부터 줄곧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왜 그렇게 봐?”

강아린이 어쩐지 당황한 듯 얼굴을 살짝 돌렸다.

그런데도 여전히 내 얼굴을 붙잡고 있는 손길은 단단했다.

강아린의 얼굴이 답지 않게 살짝 붉어진다.

-스윽.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가볍게, 그녀를 안았다.

“다행이다.”

“앗….”

진짜, 다행이야.

강아린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하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았다.

천여울, 유하나, 강아린, 시온.

이 넷은 애초에 내가 아니었다면 전장에 올 일이 없다.

따라서, 순전히 나로 인해 그곳까지 가게 된 인원들이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들이 사도에게 납치당했다.

100% 내 탓이다.

나는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싸운다 해도, 만약 그녀들이 돌아오지 못했다면— 그때 나는 과연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지금. 그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눈앞의 강아린은 이렇게나 멀쩡하게, 내 앞에 있다.

‘다행이다.

이 말보다 어울리는 게 있을까 싶다.

-꽈악.

“정말… 다행이야.”

나는 그녀를 끌어안고, 등을 살살 쓸어내렸다.

“흣….”

강아린의 입술이 미세하게 달싹였다.

그녀는 처음엔 움찔했지만, 곧 어깨에 들어갔던 힘이 서서히 풀렸다.

조용히 나에게 몸을 맡긴 채, 얕게 들썩이는 숨소리만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 순간.

“….”

나는 미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그녀를 안았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강아린은 어느새 내 허벅지를 본인의 다리 사이에 깊숙이 끼워 넣은 상태였다.

썩 보기 좋은 자세는 아니었기에, 나는 살짝 어깨를 움직이며 강아린을 조심스레 밀어냈다.

그녀는 등 떠밀리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편린 습득 때, 산장에서 7일 동안 같이 살았다 보니, 강아린과는 이런 스킨십에 묘하게 익숙했다.

그러다 보니 별다른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때가 많았다.

이건 좀 조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는 가볍게 몸을 풀며 강아린에게 질문했다.

“교류전은?”

“응?”

자연스러운 화제 전환이었다.

전투 이후, 내가 기절한 사이 벌써 2주가 지났다.

그렇다면, 원래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후에 예정되어 있던 교류전은 이미 시작했어야 마땅했다.

강아린은 내 말뜻을 이해한 듯,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연기됐어.”

“그래?”

“나 포함해서 가온 상위권 학생들이 통째로 날아갔는데, 그대로 진행할 수 있겠어?”

강아린은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

“칼로스에 지면 안 되잖아? 이사장이 기를 쓰고 연기했더라고.”

“그랬구나.”

이럴 때는 극한의 이득을 추구하는 이사장의 성격이 빛을 발한다.

결과적으로는 다행이었다.

아. 빨리 나가고 싶은데.

갑자기 몸에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사실, 아직 쉬려면 더 쉴 수도 있긴 한데,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교류전부터 시작해서 악신의 잔재까지. 내가 직접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문제는, 당장 퇴원하기엔 병원 측이 절대 허락해 줄 리가 없다는 거다.

환자가 상태가 좋아 보인다고 해서 대충 퇴원 도장을 찍어줄 병원이 아니었다.

여기는 영광병원, 꼼꼼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악명 높은 곳이었으니까.

그런데….

‘잠깐만.

영광 병원?

나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강아린을 바라봤다.

물결처럼 흘러내리는 짙은 흑발과 붉은 눈동자.

내 시선과 마주치자, 강아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영광 병원.

그리고, 영광 그룹의 실세, 강아린.

“강아린.”

“응?”

아, 쾌속 퇴원 절차를 밟고 싶어졌다.

“퇴원시켜줘.”

생각해보니 나는 치트키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