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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퀴셔를 포함한 모든 전투 인원들이 번개의 폭풍 앞에서 일제히 대기했다.
 
저 거대한 역장이 사라지는 순간, 언제든 뛰쳐나갈 채비를 마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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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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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은 눈앞의 번개의 폭풍을 노려봤다.
 
자신도 모르게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파괴적인 마나의 흐름 탓에, 안쪽의 상황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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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지직!
 
​
 
불규칙하게 튀어 오르는 전류가, 폭풍 너머의 싸움을 더욱 알 수 없게 만들었다.
 
분명 해인이의 공격이 정확히 꽂힌 것까지는 봤다.
 
그런데 그 직후, 사도가 번개를 내뿜더니 시야가 가려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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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상 오랜 시간이 흐른 것만 같았지만, 실상은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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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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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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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을 가로막던 역장이 서서히 사라졌다.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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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은 창을 잡은 채, 온 힘을 다해 놈의 몸에 매달려 있었다.
 
온몸이 시커멓게 타올라, 엉망진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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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퀴셔 대원들은 이를 악물고, 정해인을 그 지경으로 만든 주범에게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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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그 대상은 미동조차 없었다. 심장에 창이 박힌 채,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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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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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과 이도현이 동시에 움직였다.
 
이도현의 검이 그대로 놈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고, 박광철의 주먹이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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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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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오래된 고목을 내려친 듯, 푸석거리는 감각. 놈의 신체는 저항 없이 그대로 검과 주먹의 침투를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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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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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손쉽게 잘려 나가며,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이도현의 표정에 당혹감이 스친다.
 
잘린 머리는 한 바퀴를 멤돌다ㅡ 그대로 바닥으로 툭, 하고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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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놈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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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굳어버린 얼굴. 피부는 수분이 모두 증발한 듯 말라붙어 있었다.
 
마치 오랜 세월이 지나 미라가 된 시신처럼.
 
피부는 쩍쩍 갈라져 있어, 조금만 건드려도 부스러질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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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썩어가는 육체의 가슴 중앙.
 
피부 틈 사이에서 검은색 보옥(寶玉)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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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 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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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넘쳐흐르는 압도적인 악의.
 
손조차 대기 어려운 이질적인 기운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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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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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하게 식어버린 시체 앞에서, 누구도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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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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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정해인의 몸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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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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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꽂아 지탱하던 지지대가 사라지자, 정해인의 몸이 중심을 잃고 위태롭게 낙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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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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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번개처럼 튀어 올라 빠르게 정해인을 낚아챘다.
 
그대로 품 안에 안고 호흡을 확인한다.
 
​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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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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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위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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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공중에서 몸을 틀어, 팔라딘이 있는 곳으로 곧장 향했다.
 
즉각적인 응급처치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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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봐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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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딘의 리더, 소피아가 급히 뛰어왔다.
 
척 봐도 심각한 부상.
 
고위 사제의 성법(聖法)이 필요해 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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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해인을 무사히 넘긴 뒤, 다시 전장의 중앙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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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현이 짧게 고개를 갸웃하더니, 손가락으로 목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타겟이 사망했다는 수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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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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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기쁜 일이었다. 놈의 강함은 이곳 모두가 온몸으로 체감했고 그런 놈을 죽였다는 것은 엄청난 호재였으니까.
 
그러나, 누구도 환호하지 않았다. 적막만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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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흑….”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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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딘의 사제와 청풍대의 대원들에게서 억눌린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손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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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그들을 지켜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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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무릎을 꿇고 앉아,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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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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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키지 못했다.
 
분명, 약속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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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볼 낯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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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어머니이자, 하태성의 딸인 그녀.
 
이제는 얼굴조차 볼 수 없는 그녀에게 또 다시 죄를 지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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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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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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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전장 곳곳에서 마력이 폭발했다.
 
바람, 그림자,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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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속성을 지닌 마력들이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그 위치는, 모두 각 인원이 납치당했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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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적인 기운이 동시다발적으로 폭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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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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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의 외침과 동시에, 모든 전투 인원들이 일제히 무기를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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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뱅퀴셔였다.
 
그들 앞에 솟아오른 무음(無音)의 기둥.
 
마나의 파동이 울리며 기둥이 흔들렸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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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무언가가 나타난다.
 
모두가 숨을 삼키며, 긴장 속에서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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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무음의 기둥이 꺼지며, 안에 있던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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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있는 것은, 사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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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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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을 잃고 누워 있었다.
 
곳곳에 상처가 있었고, 코와 입가에는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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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죽지는 않았다.
 
분명 이곳에 있는 모두가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였는데.
 
시온은 멀쩡히,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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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한걸음에 달려가 시온의 상태를 확인했다.
 
맥박을 짚고, 호흡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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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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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내뱉은 한 마디.
 
그 순간, 억눌려 있던 감정이 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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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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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아라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박광철은 이마를 짚으며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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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터져 나오는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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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님!!”
 
“아가씨!!”
 
“부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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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장소에서 기둥이 사라지자, 납치당했던 그녀들이 속속들이 돌아왔다.
 
그녀들은 전부 상당한 상처를 입었으나 결론적으로, 모두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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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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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저 멀리서 협회의 지원군까지 도착하기 시작했다.
 
수십, 수백의 병력이 전장을 뒤덮으며 빠르게 부상자 수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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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남아 있던 이들은 숨을 삼켰다. 끊어질 듯 팽팽하게 감겨 있던 긴장이 비로소 풀린다.
 
마침내 살아남았음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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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누군가는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누군가는 묵묵히 손을 모아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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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마인 군락 제거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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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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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使徒) 넷, 원인 불명 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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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使徒) 바르커스, 사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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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 남을 유례가 없는 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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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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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투는, 인류의 승리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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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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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떴다.
 
등 뒤로 푹신한 침대의 감각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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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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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라 보기 어려운 소리가 목구멍에서 흘러나온다.
 
거의 쇳소리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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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일어나서 그런지 상황 파악이 전혀 안 된다.
 
눈꺼풀이 무겁다. 머릿속은 뒤죽박죽, 충격으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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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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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웅크린 채 숨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바르커스, 놈의 심장에 일격을 꽂은 것까지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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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내가 살아있는 걸 보면 성공했다는 뜻이긴 한데…, 그건 다행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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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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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애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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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빠르게.
 
​
 
분명 네명이 납치당했다.
 
설령 내가 바르커스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나머지 넷을 격퇴하는 건 때려죽여도 불가능하다.
 
​
 
그렇다면.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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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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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비명을 질렀다.
 
관절은 삐걱거렸고, 근육은 찢어질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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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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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좀 움직이라며 온몸이 괴성을 지르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들어줄 여유는 지금 내게 없었다.
 
​
 
너스 콜.
 
​
 
손을 뻗었다.
 
가까운 곳, 바로 옆 테이블.
 
작지만 빨갛게 돌출된 버튼이 눈에 들어왔다.
 
​
 
손끝이 떨렸다. 그 버튼을 향해, 나는 천천히 몸을 끌었다.
 
그리고.
 
​
 
-쾅!
 
​
 
버튼이 박살 날 듯이 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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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엎어져 있기를 몇십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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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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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서 급하게 뛰어오는 발소리.
 
소리만으로도 여러 명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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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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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거칠게 열렸다.
 
그와 동시에, 방안의 조명이 순식간에 밝혀졌다.
 
​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
 
“정해인 환자분 의식 회복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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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자마자 외치는 목소리.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와 의료 사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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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은 기계를 점검하고, 몇몇은 나를 향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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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분, 들리십니까?"
 
눈앞에서 손을 흔드는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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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분, 손가락 움직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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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괜찮….”
 
​
 
말을 끝맺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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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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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울리는 기계음.
 
주변의 간호사들이 바삐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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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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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급격히 몰려오는 통증에 눈 앞이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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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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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을 떴을 때. 내 앞에 있는 것은 영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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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나.”
 
​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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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안 괜찮다.
 
새벽보다는 나은데, 여전히 지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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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영감에게 있었던 일들을 전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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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넷 격퇴.
 
바르커스 사살.
 
사망자 무(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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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요 인물들의 무사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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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두 상처를 회복하여 멀쩡히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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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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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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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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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의 말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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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르커스를 처치한 직후, 폭발과 기둥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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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놈의 죽음이 다른 사도들의 강제 퇴각과 연동된 트리거였다는 뜻이다.
 
영감은 납치당했던 아이들의 상태도 조금만 늦었으면 위험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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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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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사도가 이 시점에 다섯이나 출현했다는 것부터가 이상했다.
 
사도를 내보낸다는 것은, 악신 입장에서도 거대한 리스크를 져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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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사도는 단순한 졸개가 아니다.
 
악신이 직접 부여한 힘을 가진, 신성에 필적하는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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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전력을 파견한다는 것은 곧 본인의 부활을 늦춘다는 뜻이었다.
 
따라서, 사도의 사망과 연동된 장치를 만들어, 일종의 편법을 사용해 리스크를 최소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사도가 죽을 것이라 예상하지도 않았을 테고, 악신이 그 부담을 온전히 짊어질 리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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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 안일한 선택으로 인해 악신과 사도들은 거대한 부담을 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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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귀중한 전력 중 하나가 사망했고, 나머지는 격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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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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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절대 못 나온다. 장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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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잠깐만. 문득 의문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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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님, 사도 중에 한 명은 죽었다고 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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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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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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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혹시 거기에 뭐 없었어요? 뭐 약간 끈적하고, 어둡게 생긴 공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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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신의 잔재.
 
놈들을 초월자로 만들고, 금제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힘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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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정말로 ‘사망’했다면, 그것이 남아 있어야 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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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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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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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정말 예상치도 못했던 대수확이다.
 
그 잔재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데 성공한다면, 나조차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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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분명한 것은.
 
악신과 사도들의 힘을 이해하고, 역이용할 수 있는 단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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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는 전리품에 가까운 더미 아이템이라 사용할 일이 없었으나, 난 언제나 그 설정의 가능성을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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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충 만들어둔 모든 설정마저, 이 세계에서는 살아 숨 쉬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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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했던 재앙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겨냈다.
 
​그러자, 예상치도 못했던 보상이 손에 들어왔다.
 
시련을 통해 마주했던 미래.
 
'뱅퀴셔의 전원 사망.'
 
그 암울했던 결말.
 
그러나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영감이다.
 
내가 알고 있던 미래와는 180도 바뀌어버린 결과에.
 
"하."
 
나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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