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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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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본의 아니게 아침 운동을 걸렀던 터라,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나와 운동량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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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안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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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약의 효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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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같았으면 이 강도로 뛰면 숨이 차올라 아침 운동으로는 힘들었을 텐데, 지금은 가볍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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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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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팔목의 활력 증진 팔찌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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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때문인가? 사실 지금까지는 전혀 체감하지 못했는데, 슬슬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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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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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내 페이스를 따라오던 유하나가 숨을 고르며 멈추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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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숨소리는 묘하게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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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었지만 오늘은 조금 타이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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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으로 달아오른 그녀의 모습은 주변의 쌀쌀한 공기와 대조적으로 묘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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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컨디션 좋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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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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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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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숨을 고르며 그녀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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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혹시 나 없는 동안 중요한 수업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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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한쪽 검지손가락을 턱에 슬쩍 대며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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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냥 이론 수업? 근데 너 잘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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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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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긴 한데, 어떻게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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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과 이론을 분리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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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늘 강조하던 말이었다. 처음에는 속으로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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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정들 다 내가 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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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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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브레이크로 인해 고밀도의 마나가 외부로 방출되며 공간 왜곡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위상 공간에 고립된 민간인을 구조해야 할 경우, 공간의 붕괴를 방지하면서 구출을 위한 최소 마나 임계량은 얼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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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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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부터 내가 만든 설정을 죽을 듯이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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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역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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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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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이야기를 하니까 문득 떠오르는 게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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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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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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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유하나의 메인 스토리가 전개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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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전조 증상은 지금부터 발생한다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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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어느 정도 안면도 트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은 지금이 적기처럼 보였다. 나는 가볍게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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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요즘 뭐 고민이라든가, 문제 같은 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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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전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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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는 단호하게 부정하려다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곤 살짝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다시, 장난기 어린 표정을 거두고 울적한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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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사실 요즘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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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예상대로였다. 이미 시작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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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빨개져. 왜 그런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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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게 한 발짝 다가왔다. 운동으로 달아오른 몸에서 퍼지는 열기가 은근히 전해져 온다. 얼굴이 가까워지면서 그녀의 숨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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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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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잘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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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유하나는 정통성 있는 무가의 자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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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 접어들면 강한 학생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상승 욕구와 과제를 느낄 단계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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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그 고민이 뭐든, 검술과 관련된 것일 거라 예상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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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뭐라 답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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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머뭇거리며 그녀의 말을 되새기는 사이, 유하나는 내 반응을 보며 장난기 어린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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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런 게 아니고 요즘 검술에 대한 고민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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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래.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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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으로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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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앞으로 아침 운동 때 뛰는 거 말고 파트너 트레이닝하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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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즉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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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제안은 이 세계에서 흔히 쓰이는 훈련 방식이었다. 서로 다른 무술을 펼치고, 서로 다른 무구를 다루는 파트너가 스스로 볼 수 없던 동료의 결점을 보완하고 함께 단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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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창을, 그녀는 검을 쓰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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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트레이닝은 오랫동안 함께할수록 효과가 좋다. 빨리 시작할수록 그 효용이 높아지니, 반드시 성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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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 정체를 안다. 내 ‘묵귀’라는 이명이 그녀의 상승 욕구와 흥미를 자극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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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아침 운동도 매일 같이 나올 리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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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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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마음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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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는 내 말을 듣고 한동안 고민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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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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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던 거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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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성급했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하던 무렵.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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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운동시간은 운동시간이지,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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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내 눈을 바라봤다. 맑은 눈동자에 스며든 짙은 의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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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따로, 둘이서 만나서 하자. 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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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빛이 강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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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늦은 저녁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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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면을 마치고 나와 워치를 확인했다. 메세지 알림 하나가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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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님, 일본 측에서 보내온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언제든지 방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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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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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일 처리가 빠르다. 마침 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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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검의 주인이 될 사람과 훈련 플랜도 잡아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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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가치를 매길 수도 없으며 부르는 게 값이라 볼 수 있는 유물을 유하나에게 대체 어떻게 넘기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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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같아서는 그냥 확 주고 싶긴 하다. 프라이드가 강한 그녀가 받아들일지가 의문이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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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건 좀 더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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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따뜻한 물을 입에 가져다 대며 워치의 화면을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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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확인하지 못했던 영광의 주가를 보기 위해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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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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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본 나는 먹던 물을 전부 흘려버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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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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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 님의 매입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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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5,242,186 KR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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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을 호가하던 내 잔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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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 님의 평가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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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2,143,167 KR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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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20억에 도달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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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급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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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병원, 아르카디아 교단과 협력 체결… 치유 전문 사제 대규모 배치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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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제약, 신약 개발 성공… 기대감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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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내가 매입한 당일, 그다음 날부터 영광에서는 정신없이 호재를 쏟아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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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병원… 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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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강아린이 보유 중인 계열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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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의 능력은 무력뿐만 아니라 경영에서도 두각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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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재의 성향을 보건데 그 특유의 추진력이 발휘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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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인 강유성이 죽고, 그녀가 맡은 경영 범위가 대폭 늘어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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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좋은 건 더 많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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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다. 모든 영약과 아티팩트를 내가 직접 구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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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반드시 돈으로 해결해야 할 상황이 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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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지금의 상황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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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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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를 보니 어느새 등교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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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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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적응이 안 된다, 도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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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간단한 이론 수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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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에게는 단단히 따질 생각이었다. 그냥 순수하게 그 저의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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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전 수업이 끝날 때 까지도 그녀는 수업에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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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강아린에게 두들겨 맞은 요한은 벌써 강의실에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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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골이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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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용사라 그런지 회복도 빠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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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수업은, 실습장에서 진행한다고 한다. 오늘은 다른 반과의 합동 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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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잠기다 보니 어느새 실습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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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탓인지, 주변의 이목이 나에게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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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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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대기석에 앉아 있던 시온이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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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합동 수업 상대는 시온이 속한 A반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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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은 옆의 빈자리를 팡팡 치며 이리로 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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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회성이 너무나도 좋은 그녀의 주변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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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길 내가 어떻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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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저으며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시온의 표정이 금세 시무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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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문이 열리며 교관이 들어왔다. 처음 보는 교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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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모의 던전 공략 수업을 담당하게 된 최은하입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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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박수 소리와 함께 그녀는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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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 던전 수업에서는 여러분이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훈련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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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 던전이라는 단어에 학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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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 던전은 제작 자체가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가온 정도 되는 아카데미가 아니면 유지와 보수가 어려운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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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곳 학생들조차 실제로 경험해 본 경우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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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오늘 첫 수업은 전원이 참가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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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유닛 수업의 성적으로 선발된 8명의 ‘시드’ 학생들이 팀을 이끌어 공략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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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인원들은 참관하며 배울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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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 던전은 난이도가 높아, 오늘 수업은 8명의 뛰어난 학생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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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시드를 호명하겠습니다. 참고로, 천여울 학생은 오늘 불참이니 제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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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시드, B반 유하나, 랭킹 5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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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드, B반 요한, 랭킹 2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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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하나씩 호명될 때마다 학생들의 시선이 호명된 인물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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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시드, B반 강아린, 랭킹 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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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시드, A반 한이리, 랭킹 13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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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번의 호명이 더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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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된 시드들은 모두 우수한 실력을 자랑하는 네임드 학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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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시드, A반 마해진 랭킹 29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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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름이 호명되기 전, 실습장은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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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덟 번째 시드. B반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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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정적이 실습장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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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실습장 내의 시선이 전부 내게로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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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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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의 덧붙임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입꼬리를 올리는 이도 있었고, 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는 학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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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피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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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그 느껴지는 모든 시선을 조용히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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