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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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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거?”

요 며칠 본의 아니게 아침 운동을 걸렀던 터라,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나와 운동량을 늘렸다.

‘숨이 안 차.

영약의 효과인가.

평소 같았으면 이 강도로 뛰면 숨이 차올라 아침 운동으로는 힘들었을 텐데, 지금은 가볍게 느껴졌다.

아니면, 설마….

나는 팔목의 활력 증진 팔찌를 바라봤다.

이 녀석 때문인가? 사실 지금까지는 전혀 체감하지 못했는데, 슬슬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다.

“흐으….”

뒤에서 내 페이스를 따라오던 유하나가 숨을 고르며 멈추어 섰다.

그녀의 숨소리는 묘하게 부드러웠다.

늘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었지만 오늘은 조금 타이트해 보였다.

운동으로 달아오른 그녀의 모습은 주변의 쌀쌀한 공기와 대조적으로 묘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오늘 컨디션 좋나 봐?”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답했다.

“어, 괜찮네.”

나는 숨을 고르며 그녀에게 물었다.

“근데 혹시 나 없는 동안 중요한 수업 있었어?”

그녀는 한쪽 검지손가락을 턱에 슬쩍 대며 고민했다.

“음… 그냥 이론 수업? 근데 너 잘하잖아?”

“… 어.”

맞긴 한데, 어떻게 알았지.

‘실전과 이론을 분리하지 말아라.

영감이 늘 강조하던 말이었다. 처음에는 속으로 비웃었다.

‘이 설정들 다 내가 짰는데?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던전 브레이크로 인해 고밀도의 마나가 외부로 방출되며 공간 왜곡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위상 공간에 고립된 민간인을 구조해야 할 경우, 공간의 붕괴를 방지하면서 구출을 위한 최소 마나 임계량은 얼마지?

“…예?”

나는 그날부터 내가 만든 설정을 죽을 듯이 공부했다.

‘고역이었지.

아, 맞다.

설정 이야기를 하니까 문득 떠오르는 게 하나 있다.

“유하나.”

“응?”

슬슬 유하나의 메인 스토리가 전개될 시기다.

그리고 그 전조 증상은 지금부터 발생한다 해도 늦지 않다.

서로 어느 정도 안면도 트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은 지금이 적기처럼 보였다. 나는 가볍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요즘 뭐 고민이라든가, 문제 같은 거 있어?”

“아니, 전혀?… 아.”

유하나는 단호하게 부정하려다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곤 살짝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다시, 장난기 어린 표정을 거두고 울적한 얼굴을 했다.

“응… 사실 요즘 좀….”

내 예상대로였다. 이미 시작된 것 같다.

“자꾸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빨개져. 왜 그런지 알아?”

그녀는 내게 한 발짝 다가왔다. 운동으로 달아오른 몸에서 퍼지는 열기가 은근히 전해져 온다. 얼굴이 가까워지면서 그녀의 숨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응?

그건 잘 모르겠는데.

본래 유하나는 정통성 있는 무가의 자제다.

이 시점에 접어들면 강한 학생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상승 욕구와 과제를 느낄 단계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 고민이 뭐든, 검술과 관련된 것일 거라 예상했고.

이걸 뭐라 답해야 하지….

내가 머뭇거리며 그녀의 말을 되새기는 사이, 유하나는 내 반응을 보며 장난기 어린 웃음을 흘렸다.

“사실… 그런 게 아니고 요즘 검술에 대한 고민이 많아.”

어 그래. 이거지.

나는 속으로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앞으로 아침 운동 때 뛰는 거 말고 파트너 트레이닝하는 건 어때?”

나는 즉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내 제안은 이 세계에서 흔히 쓰이는 훈련 방식이었다. 서로 다른 무술을 펼치고, 서로 다른 무구를 다루는 파트너가 스스로 볼 수 없던 동료의 결점을 보완하고 함께 단련하는 것이다.

나는 창을, 그녀는 검을 쓰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합이었다.

그리고 이 트레이닝은 오랫동안 함께할수록 효과가 좋다. 빨리 시작할수록 그 효용이 높아지니, 반드시 성사해야 한다.

그녀는 내 정체를 안다. 내 ‘묵귀’라는 이명이 그녀의 상승 욕구와 흥미를 자극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아침 운동도 매일 같이 나올 리 없으니까.

‘수락해.

내 속마음이 외쳤다.

유하나는 내 말을 듣고 한동안 고민하는 듯 보였다.

“싫어.”

설마 했던 거절이었다.

너무 성급했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하던 무렵.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아침 운동시간은 운동시간이지, 그러니까.”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내 눈을 바라봤다. 맑은 눈동자에 스며든 짙은 의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그냥 따로, 둘이서 만나서 하자. 시간은….”

그녀의 눈빛이 강렬해졌다.

“역시 늦은 저녁이 좋겠어.”


나는 세면을 마치고 나와 워치를 확인했다. 메세지 알림 하나가 떠 있었다.

[정해인님, 일본 측에서 보내온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언제든지 방문해 주세요.]

“벌써?”

생각보다 일 처리가 빠르다. 마침 잘됐다.

동백검의 주인이 될 사람과 훈련 플랜도 잡아둔 상태였다.

문제는, 그 가치를 매길 수도 없으며 부르는 게 값이라 볼 수 있는 유물을 유하나에게 대체 어떻게 넘기느냐는 것이다.

맘 같아서는 그냥 확 주고 싶긴 하다. 프라이드가 강한 그녀가 받아들일지가 의문이라 그렇지.

‘일단 이건 좀 더 생각해 보자.

나는 따뜻한 물을 입에 가져다 대며 워치의 화면을 전환했다.

요 며칠 확인하지 못했던 영광의 주가를 보기 위해서 였다.

-주르륵

화면을 본 나는 먹던 물을 전부 흘려버릴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정해인 님의 매입금액]

[1,245,242,186 KRW]

12억을 호가하던 내 잔고가.

[정해인 님의 평가금액]

[2,132,143,167 KRW]

어느새 20억에 도달해 있었다.

나는 급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했다.

[영광 병원, 아르카디아 교단과 협력 체결… 치유 전문 사제 대규모 배치 예정]

[영광 제약, 신약 개발 성공… 기대감 최고조]

알고 보니 내가 매입한 당일, 그다음 날부터 영광에서는 정신없이 호재를 쏟아냈었다.

‘제약… 병원… 전자….

하나같이 강아린이 보유 중인 계열사들이었다.

강아린의 능력은 무력뿐만 아니라 경영에서도 두각을 드러낸다.

호재의 성향을 보건데 그 특유의 추진력이 발휘된 듯했다.

오빠인 강유성이 죽고, 그녀가 맡은 경영 범위가 대폭 늘어난 것 같았다.

“돈보다 좋은 건 더 많은 돈.”

좋은 일이다. 모든 영약과 아티팩트를 내가 직접 구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반드시 돈으로 해결해야 할 상황이 오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상황은 나쁘지 않다.

‘시간이….

워치를 보니 어느새 등교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씨발.”

이건 적응이 안 된다, 도무지.


오전에는 간단한 이론 수업이 있었다.

천여울에게는 단단히 따질 생각이었다. 그냥 순수하게 그 저의가 궁금했다.

그러나 오전 수업이 끝날 때 까지도 그녀는 수업에 오지 않았다.

정작 강아린에게 두들겨 맞은 요한은 벌써 강의실에 나와 있다.

‘강골이긴 하네.

역시 용사라 그런지 회복도 빠른 모양.

오후 수업은, 실습장에서 진행한다고 한다. 오늘은 다른 반과의 합동 수업이다.

생각에 잠기다 보니 어느새 실습장에 도착했다.

좀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탓인지, 주변의 이목이 나에게 집중됐다.

‘시온?

건너편 대기석에 앉아 있던 시온이 손을 흔들었다.

오늘 합동 수업 상대는 시온이 속한 A반인 듯하다.

시온은 옆의 빈자리를 팡팡 치며 이리로 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사회성이 너무나도 좋은 그녀의 주변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저길 내가 어떻게 가.

나는 고개를 저으며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시온의 표정이 금세 시무룩해졌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교관이 들어왔다. 처음 보는 교관이었다.

“안녕하세요. 모의 던전 공략 수업을 담당하게 된 최은하입니다. 반갑습니다.”

작은 박수 소리와 함께 그녀는 말을 이었다.

“모의 던전 수업에서는 여러분이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훈련을 진행합니다.”

모의 던전이라는 단어에 학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모의 던전은 제작 자체가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가온 정도 되는 아카데미가 아니면 유지와 보수가 어려운 시설이다.

따라서 이곳 학생들조차 실제로 경험해 본 경우는 드물다.

“그렇기에 오늘 첫 수업은 전원이 참가하지는 않습니다.”

“지난 유닛 수업의 성적으로 선발된 8명의 ‘시드’ 학생들이 팀을 이끌어 공략을 진행합니다.”

“나머지 인원들은 참관하며 배울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모의 던전은 난이도가 높아, 오늘 수업은 8명의 뛰어난 학생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듯했다.

“그럼 시드를 호명하겠습니다. 참고로, 천여울 학생은 오늘 불참이니 제외했습니다.”

“첫 번째 시드, B반 유하나, 랭킹 5등.”

“두 번째 시드, B반 요한, 랭킹 2등.”

이름이 하나씩 호명될 때마다 학생들의 시선이 호명된 인물을 향했다.

“세 번째 시드, B반 강아린, 랭킹 1등.”

“네 번째 시드, A반 한이리, 랭킹 13등.”

그렇게 몇번의 호명이 더 이어졌다.

선발된 시드들은 모두 우수한 실력을 자랑하는 네임드 학생들이었다.

“일곱 번째 시드, A반 마해진 랭킹 29등.”

마지막 이름이 호명되기 전, 실습장은 조용해졌다.

“마지막 여덟 번째 시드. B반 정해인.”

잠깐의 정적이 실습장을 휘감았다.

이내 실습장 내의 시선이 전부 내게로 집중됐다.

“랭킹은, 없습니다.”

교관의 덧붙임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입꼬리를 올리는 이도 있었고, 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는 학생도 있었다.

‘벌써 피곤하네.

그리고 나는 그 느껴지는 모든 시선을 조용히 받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