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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2주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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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퀴셔는 작전에 임하기 위해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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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 한편에서 박광철이 신음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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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씨, 야, 그만!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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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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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끼는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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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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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피도 안 통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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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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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은 투덜대면서도 결국 내버려 두었다. 나는 묵묵히 그의 보호구를 단단히 조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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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성아라는 긴장한 기색 하나 없이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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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위험하진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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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퀴셔 멤버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여유로웠다. 이번 작전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난이도로 따지면 그리 어렵지는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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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국내 작전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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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제발 그 예상이 깨지지 않길 바라고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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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차분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영감이 대기실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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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얼굴은 평소처럼 무덤덤했지만, 어딘가 신경 쓰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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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딘, 맹주, 그리고 청풍대까지 참여한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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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협회와 마지막 통신을 마친 후, 대기실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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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맹주랑 팔라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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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대(靑風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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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아라가 반문하고, 검을 닦던 이도현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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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멤버들도 흠칫하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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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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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조차도 어제 저녁, 천여울에게 들은 내용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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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가 정말로 나타난다면… 팔라딘으로도 부족하겠지, 그래서 맹주랑 청풍대까지 함께하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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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좋은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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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글로리는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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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아라가 묻자, 영감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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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2팀, 맹호라고 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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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박광철은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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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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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하긴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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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쌍검을 손질하던 이도현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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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에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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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는 모두가 같은 감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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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장비를 담당하는 협회의 파견 인원, 김진수가 대기실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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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완료됐습니다. 터미널 앞에 차량이 곧 도착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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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탈 사용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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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눈치챌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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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평양까지만 포탈을 이용하고, 이후부터는 육로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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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연스럽게 손에 쥔 무기와 장비를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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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전투 장비, 포션, 기타 필수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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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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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누군가 조용히 말을 걸었다. 시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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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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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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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표정이 좋지 않았는지, 그녀가 조용히 위로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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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말이었지만, 그 한마디가 확실히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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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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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도착과 동시에 브리핑 후, 작전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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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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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 마지막 점검을 마친 후, 하나둘씩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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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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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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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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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에 있는 베이스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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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에서 내린 우리는 조용히 그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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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서야 현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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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풍경이, 너무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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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음을 멈췄다. 수많은 죽음이 반복되었던 장소. 그 기억이 머릿속을 하얗게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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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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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적으로 숨을 내쉬며 진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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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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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어깨를 부드럽게 움켜잡는 감촉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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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적으로 창을 쥐려 했으나,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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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시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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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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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짧게 숨을 들이마시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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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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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영감의 목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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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브리핑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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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르게 정신을 가다듬고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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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작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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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의 설명은 단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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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발견된 마인 군락을 토벌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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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와 팔라딘, 청풍대는 각각 다른 베이스 포인트에서 합류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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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번 작전은 전방위적으로 군락을 포위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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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영감은 우리를 향해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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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여기 남아서, 협회의 통신을 대기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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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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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시온을 데려온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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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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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퀴셔 대원들이 하나둘 무장을 마치고, 마침내 작전이 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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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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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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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가만히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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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따라붙는 게 제일 좋을지, 타이밍을 가늠하며 눈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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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시온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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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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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도 같은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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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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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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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용히 그들의 뒤를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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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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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마을이 시야에 들어왔다. 멀리서 보기엔 인기척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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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한 예감이 점점 현실이 되는 듯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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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에서는 천여울과 유하나를 중심으로 한 팔라딘과 청풍대가, 오른쪽에서는 강아린을 위시한 맹주가 군락을 향해 이동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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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거의 군락에 다다랐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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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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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빠르게 본대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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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희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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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아라가 깜짝 놀라며 우리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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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다른 대원들은 무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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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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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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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가 안 올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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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없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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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눈치채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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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모든 작전 브리핑을 계속 함께 듣게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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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들어서자, 반대편에서는 맹주가, 왼편에서는 팔라딘과 청풍대가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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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다른 경로로 이동했던 세력들이 마침내 중앙 광장에서 조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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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인의 흔적은커녕, 사람의 흔적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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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건물, 마른 흙먼지만이 바람에 흩날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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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의 한 길드원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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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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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이 조용히 그를 바라보자, 그는 흠칫 놀라며 즉시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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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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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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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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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에 불꽃이 피어오르며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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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과 유칼이 즉각적으로 역장(力場)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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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을 가두어, 강제로 틀어막은 채, 그 기운을 허공으로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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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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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섬광과 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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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서 터진 불꽃이 대지를 붉게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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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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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이 싸늘한 표정으로 손을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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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인 정적. 그러나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방금의 공격은 무언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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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음… 블라그, 이거 한방이면 다 죽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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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간지럽히는 매혹적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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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전역에 퍼지는 콧소리 섞인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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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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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림도 없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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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귓가를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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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딘 중 한 명의 입술이 경련하며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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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입에서, 신음과도 같은 낮은 속삭임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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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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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피의 거미, 메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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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신으로 중국 상해를 뒤흔들었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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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를 경악하게 만든 것은 다른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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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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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폐허의 그림자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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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로 모습을 드러내는 다섯 개의 실루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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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가 나타날 것은 이미 염두에 뒀었다. 그러나, 셋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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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째, 사람이 좀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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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코, 입이 존재하지 않는 백색의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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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입에서 파장이 일렁이며 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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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팀이라 들었는데, 되게 많네? 바르커스, 우리 없는 동안 괜찮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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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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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가 하얀 눈의 사도, 바르커스를 도발하자, 그 또한 거칠게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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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살하고 있어~ 금방 끝내고 나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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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낄대며 비웃는 메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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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빛은 희열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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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들은 정적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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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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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에서나 떠돌던 이름. 실제로 마주한 이는 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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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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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눈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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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중을 압도하는 장악력. 단순히 강하다고 표현하기 어려운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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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는 모두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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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은 때로, 진실보다 한참 작을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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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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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단호하게 신호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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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인원들이 일제히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그들의 몸은 본능적으로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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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뒤에 붙어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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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이 우리를 가로막으며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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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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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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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리는 파장을 내뿜던 블라그. 그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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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하기 전에, 위대하신 그분의 뜻을 전하려고 합니다. 우리도, 불필요한 교전은 피곤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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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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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먹을, 얼굴이 있어야 할 곳에 가져다 대며 헛기침했다. 그리고 목소리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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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을 제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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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떨어진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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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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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위해 너희에게 권능을 하사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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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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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비웃음을 짓고 있던 사도, 메어리가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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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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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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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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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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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팔라딘 진영에서 절규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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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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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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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의 주위로 붉은 사슬이 허공에서 피어나듯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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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 꿈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그녀의 손목과 발목을 감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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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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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딘 중 한 명이 절규하듯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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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외침이 닿기 전에 공간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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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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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의 사슬이 한순간 팽팽히 당겨지며, 그녀의 형체가 허공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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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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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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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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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그의 옆에서 있던 두 사도의 형상 또한 먼지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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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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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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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의 몸이 고요한 바람 속으로 흩어지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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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은 검은 그림자에 삼켜지듯, 반응할 틈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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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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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의 목표는 뱅퀴셔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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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이따가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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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조소를 흘리며 설명하던 사도, 블라그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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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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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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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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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영감?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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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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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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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둘러싼 모든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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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숨소리도, 심장 박동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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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사적으로 옆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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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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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파문이 그녀의 발아래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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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물결처럼, 공기가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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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형체가 부드럽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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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영감도, 내 옆에서 동시에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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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는 현실에서 분리되듯, 투명한 공간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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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텅 빈 공간을 붙잡듯, 허공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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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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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앞으로 성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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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을 뻗었지만, 시온의 흔적은 이미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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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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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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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구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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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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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거나, 망설일 시간 따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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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게 된 것이, 너희에겐 절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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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의 눈동자를 가진 마지막으로 남은 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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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커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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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머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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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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