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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스에서 가온으로 넘어온 학생들은 조교의 안내를 받으며 도서관 곳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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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의 기본적인 구조와 주요시설들의 위치를 인지하는 건 교류의 장으로 막 도착한 칼로스 학생들에게는 필수적인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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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조교는, 가온 인프라들을 설명하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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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가온의 중앙 도서관입니다. 현존하는 거의 모든 자료가 보관되어 있으며… 일부 금서도 존재하지만, 학생들은 접근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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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의 설명은 이어졌지만, 학생들의 관심은 이미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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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는 쓴웃음을 개인 시간을 부여했다. 역시 마법 특화 학원에서 와서 그런지, 책만 보면 읽으려고 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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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이후에 다시 여기서 모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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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개인 시간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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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는 주서준을 뒤로한 채 조용히 도서관을 거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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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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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스치며 책을 한 권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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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룩— 가볍게 넘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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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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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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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도, 자료의 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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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스와 비교해 딱히 뛰어난 점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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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무심히 발걸음을 옮기던 중, 시선이 한곳에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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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깊숙한 곳의 책장, 두꺼운 사슬과 단단한 봉인으로 묶인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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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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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스에도 있는, 취급이 까다로운 서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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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인은 다양하다. 너무 위험한 지식이 담겨 있거나, 연구 가치가 높아 접근이 제한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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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교수의 고유 마법식으로 봉인되어 있어 함부로 열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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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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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주홍빛 눈동자가 미세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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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 아 프리오리 (A pri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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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꿰뚫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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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숨길 수도, 숨을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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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선험적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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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본질은 이미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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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 (미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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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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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을 가볍게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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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닿는 즉시 튕겨 나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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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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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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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저항 없이, 그녀의 손이 결계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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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는 주위를 한 번 두리번거리더니, 손쉽게 책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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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로 눈동자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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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이 머릿속에 즉각적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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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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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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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라고 해도 칼로스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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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이 특별하다, 다르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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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깊이도, 정보의 밀도도. 이번에도 그녀가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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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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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최고’라고 떠받드는 것들. 누군가 ‘특별하다’고 치켜세우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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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직접 보면, 이 눈으로 들여다보게 되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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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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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은 본질을 꿰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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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본질이, 진정으로 빛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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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는 책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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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책등을 한참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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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녀는 그녀가 직접 두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면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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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그녀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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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윤채하가 직접 보고 판단한 정해인은, 자연스레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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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보는 순간을, 만남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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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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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전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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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교류의 장 행사에서 있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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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또렷하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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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 행사가 끝나기 전, 그를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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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는 자연스럽게,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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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빛 눈동자가 빛을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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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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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 조화의 편린(片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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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파사현정(破邪顯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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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사한 것을 부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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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 (미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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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 (미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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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권능이 보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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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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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편린(片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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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용법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수많은 연구자들이 풀지 못한 미지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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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편린을 정해인 그는 속에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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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그녀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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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경이감과 흥분에 가까운 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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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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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역시, 그는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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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었던 그녀는 더욱 신이 나서, 권능을 보다 강하게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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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프리오리의 두 번째 권능, 선험적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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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권능은 반드시 ‘정해인의 본질’을 알려줄 것이다. 그때 그 또한 고개를 돌려 윤채하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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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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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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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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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이 튕겨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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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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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강하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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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이 막히는 경우는 단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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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격이거나, 더 높은 격의 권능이 막아섰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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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이 정해인 옆에 서 있는 단발머리 여성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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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결한 예복을 입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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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미소를 띠고, 정해인의 곁을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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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윤채하는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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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자신의 ‘눈’을 튕겨낸 것은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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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엄마가 아이를 감싸며 보호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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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윤채하의 눈을 앞에 두고, 보이지 않는 보호막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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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내뿜는 마나는 강했지만, 정확히 윤채하 자신만을 향해 있었기에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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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는 시전자의 의지를 강하게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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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지가 높은 자들끼리는, 단 한 번의 교류만으로도 그 마나 속에 담긴 뜻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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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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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마나는 분명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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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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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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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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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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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이지 않게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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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 역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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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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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그녀의 눈을 방해한 것은 단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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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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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처음으로—그것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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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스스로의 감정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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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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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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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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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분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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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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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보다 더 크게 몰려오는 감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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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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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을 튕겨낸 이 여성이 누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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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그녀가 이토록 신중하게 보호하는 정해인의 정체는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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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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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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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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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 그녀는, 아마 머리가 터질 정도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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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윤채하는 나와 마주치자마자 주황빛 눈동자를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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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권능을 펼쳐 내 본질을 파악하고자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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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내 권능을 읽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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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가 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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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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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점 이 세계에서 누구도 가질 수 없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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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처럼 지식을 탐구하는 사람이라면,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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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의 탐구 정신과 호기심을 이용하는 게…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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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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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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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스에서 가온으로, 가온에서 칼로스로 넘어간 학생들은 서로 대련을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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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싸우기도 하고, 던전 돌파 스피드런을 진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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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단순한 겨루기가 아니라 실전과 유사한 경쟁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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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에 참여한 학생과, 원래 그 학원에 다니는 학생 한 명이 짝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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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교류 학생에게 해당 학원의 멘토를 배정하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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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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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더 잘 가르치는지 보자.’ 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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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학원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보니, 교류전에 임하는 자세는 진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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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얼마나 성장했냐에 따라 해당 학원의 수준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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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미 완성형이라 볼 수 있는 주서준과 윤채하가 온 것은. 가온에 있어서는 호재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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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는 학생이 직접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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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스에서 온 학생들은 가온의 인물 중 원하는 자를 선택할 수 있으며, 거절할 권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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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공식적인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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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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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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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를 멘토로 선택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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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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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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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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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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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유하나가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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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파트너 트레이닝을 진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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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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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에게 소감을 물었다. 새로운 무기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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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검으로 상대하는 것이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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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손등을 입가에 대며, 잠시 고민하다 이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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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공격로가 하나 더 늘어서 그런지 신경 쓸 게 많았어. 여러모로 잘 어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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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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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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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따라 그녀의 피부가 묘하게 빛났다. 광이 나는 듯 매끈한 피부. 눈부신 새하얀 결이 유독 도드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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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오전에 먹은 영약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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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그런 잡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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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련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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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의 워치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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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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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마무리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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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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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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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동백검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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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마나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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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웅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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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검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은은한 붉은빛을 띠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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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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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는 늘 대련이 끝나면, 검무를 펼치며 화접검의 자세를 봐달라고 요구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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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야 자세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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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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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군더더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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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로, 유하나와의 트레이닝을 시작한 것도, 모라스에게서 단독으로 살아남을 힘을 주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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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녀는 자력구제 수준이 아니라, 모라스를 베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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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이상 파트너 트레이닝을 지속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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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내가 알려주는 것보다, 혼자 고민하고, 고심하는 것이 더 좋은 방향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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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유하나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정도의 포텐셜을 가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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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녀가 해야 할 것은 스스로 깨닫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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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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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훈련장에 주저앉아, 그녀의 검술을 멍하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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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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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런 감상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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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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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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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치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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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워치를 들어 알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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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순간적으로 새된 소리를 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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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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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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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류의 장, 윤채하 학생에게 멘토로 선정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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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일 오전 10시까지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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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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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날, 멘토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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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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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유하나 또한 펼치던 검무를 마무리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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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티셔츠 밑단을 가볍게 잡아 올려, 얼굴의 땀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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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선명한 복근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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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땠어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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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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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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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수를 치며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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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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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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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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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트레이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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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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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분간은 필요 없을 것 같아. 너 혼자 고민해보는 게 더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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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를 맡게 되면, 오후에도 윤채하와 함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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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동백검을 전달했고, 화접검을 전수했으며, 모라스에게서 버틸 힘을 줄 목적까지 전부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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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트레이닝은 여기까지 하는 게 맞다. 그래도 아침 운동은 또 계속 같이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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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처음 계획한 기간은 2주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은 3주를 훌쩍 넘어간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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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끌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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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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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끝나자, 그녀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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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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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는 손에 쥐고 있던 동백검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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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이 바닥에 부딪혀, 묵직한 쇳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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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는 굳어버린 채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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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금방이라도 눈물이 맺힐 듯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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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뭐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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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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