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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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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칼로스에서 가온으로 넘어온 학생들은 조교의 안내를 받으며 도서관 곳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가온의 기본적인 구조와 주요시설들의 위치를 인지하는 건 교류의 장으로 막 도착한 칼로스 학생들에게는 필수적인 요소였다.

따라서 조교는, 가온 인프라들을 설명하기 바빴다.

“여기는 가온의 중앙 도서관입니다. 현존하는 거의 모든 자료가 보관되어 있으며… 일부 금서도 존재하지만, 학생들은 접근할 수 없….”

조교의 설명은 이어졌지만, 학생들의 관심은 이미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결국 그는 쓴웃음을 개인 시간을 부여했다. 역시 마법 특화 학원에서 와서 그런지, 책만 보면 읽으려고 난리였다.

“1시간 이후에 다시 여기서 모일게요~”

그렇게 개인 시간이 주어졌다.

윤채하는 주서준을 뒤로한 채 조용히 도서관을 거닐었다.

-슥.

책장을 스치며 책을 한 권 꺼냈다.

후루룩— 가볍게 넘겨보았다.

“별거 없네.”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책의 내용도, 자료의 질도.

칼로스와 비교해 딱히 뛰어난 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무심히 발걸음을 옮기던 중, 시선이 한곳에 멈췄다.

도서관 깊숙한 곳의 책장, 두꺼운 사슬과 단단한 봉인으로 묶인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금서.

칼로스에도 있는, 취급이 까다로운 서적들.

그 원인은 다양하다. 너무 위험한 지식이 담겨 있거나, 연구 가치가 높아 접근이 제한되거나.

대개 교수의 고유 마법식으로 봉인되어 있어 함부로 열람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다르다.

그녀의 주홍빛 눈동자가 미세하게 빛났다.

====

[권능: 아 프리오리 (A priori)]

①꿰뚫는 눈

ㅡ 숨길 수도, 숨을 수도 없다.

② 선험적 지식

ㅡ본질은 이미 정해져 있다.

③ ??? (미해방)

====

결계를 분석했다.

손끝을 가볍게 뻗었다.

원래라면 닿는 즉시 튕겨 나가야 했다.

하지만,

-스륵.

아무런 저항 없이, 그녀의 손이 결계를 통과했다.

윤채하는 주위를 한 번 두리번거리더니, 손쉽게 책을 꺼내 들었다.

빠른 속도로 눈동자가 움직였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이 머릿속에 즉각적으로 자리 잡았다.

내용은….

“……비슷하네."

금서라고 해도 칼로스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가온이 특별하다, 다르다 했지만.

지식의 깊이도, 정보의 밀도도. 이번에도 그녀가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

늘 그랬다.

누군가 ‘최고’라고 떠받드는 것들. 누군가 ‘특별하다’고 치켜세우는 것들.

막상 직접 보면, 이 눈으로 들여다보게 되면ㅡ

언제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녀의 눈은 본질을 꿰뚫는다.

그리고 그 본질이, 진정으로 빛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윤채하는 책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았다.

책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책등을 한참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녀가 직접 두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면 믿지 않는다.

그것이, 그녀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따라서 윤채하가 직접 보고 판단한 정해인은, 자연스레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직접 보는 순간을, 만남을 기다렸다.

‘….

그녀는 오전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오늘 오전, 교류의 장 행사에서 있었던 일.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또렷하게 떠올랐다.

교류의 장 행사가 끝나기 전, 그를 마주쳤다.

그리고 그녀는 자연스럽게, 눈을 떴다.

주홍빛 눈동자가 빛을 머금었다.

‘…!

====

[권능: 조화의 편린(片鱗)]

①파사현정(破邪顯正)

ㅡ 사한 것을 부수어라.

② ??? (미해방)

③ ??? (미해방)

====

그의 권능이 보여졌다.

‘편린…?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편린(片鱗).

그 사용법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수많은 연구자들이 풀지 못한 미지의 존재.

그런 편린을 정해인 그는 속에 품고 있었다.

순간, 그녀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것은 경이감과 흥분에 가까운 감각이었다.

‘역시…!

그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역시, 그는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믿을 수 없었던 그녀는 더욱 신이 나서, 권능을 보다 강하게 발휘했다.

아 프리오리의 두 번째 권능, 선험적 지식.

그 권능은 반드시 ‘정해인의 본질’을 알려줄 것이다. 그때 그 또한 고개를 돌려 윤채하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그 순간—

-챙!

권능이 튕겨 나갔다.

“…!”

윤채하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강하게 뛰었다.

권능이 막히는 경우는 단 하나뿐이다.

같은 격이거나, 더 높은 격의 권능이 막아섰을 때.

그녀의 시선이 정해인 옆에 서 있는 단발머리 여성에게로 향했다.

성결한 예복을 입은 그녀.

희미한 미소를 띠고, 정해인의 곁을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

그러나 윤채하는 알 수 있었다.

방금, 자신의 ‘눈’을 튕겨낸 것은 그녀였다.

마치, 엄마가 아이를 감싸며 보호하듯,

그녀는 윤채하의 눈을 앞에 두고, 보이지 않는 보호막을 펼쳤다.

그녀가 내뿜는 마나는 강했지만, 정확히 윤채하 자신만을 향해 있었기에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마나는 시전자의 의지를 강하게 담는다.

경지가 높은 자들끼리는, 단 한 번의 교류만으로도 그 마나 속에 담긴 뜻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마나는 분명하게 말했다.

‘어딜?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그어졌다.

“….”

윤채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이지 않게끔 미소를 지었다.

다르다, 역시 다르다.

첫 패배였다.

지금껏 그녀의 눈을 방해한 것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하지만 지금, 처음으로—그것이 막혔다.

그녀는 스스로의 감정을 분석했다.

당황?

있었다.

패배감?

그것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크게 몰려오는 감정이 있었다.

흥미.

그녀의 ‘눈’을 튕겨낸 이 여성이 누구인지.

그리고 또 그녀가 이토록 신중하게 보호하는 정해인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


‘궁금하겠지.

지금쯤 그녀는, 아마 머리가 터질 정도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 오전, 윤채하는 나와 마주치자마자 주황빛 눈동자를 반짝였다.

아마, 권능을 펼쳐 내 본질을 파악하고자 했겠지.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내 권능을 읽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본 것은.

‘편린.

현시점 이 세계에서 누구도 가질 수 없었던 것.

그녀처럼 지식을 탐구하는 사람이라면,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의 탐구 정신과 호기심을 이용하는 게… 목표였다.

교류전.

1달 뒤.

칼로스에서 가온으로, 가온에서 칼로스로 넘어간 학생들은 서로 대련을 치르게 된다.

직접 싸우기도 하고, 던전 돌파 스피드런을 진행하기도 한다.

즉, 단순한 겨루기가 아니라 실전과 유사한 경쟁이 펼쳐진다.

교류의 장에 참여한 학생과, 원래 그 학원에 다니는 학생 한 명이 짝을 이룬다.

즉, 교류 학생에게 해당 학원의 멘토를 배정하는 시스템.

한마디로ㅡ

‘어디가 더 잘 가르치는지 보자. 라는 것이다.

각 학원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보니, 교류전에 임하는 자세는 진지할 수밖에 없다.

학생이 얼마나 성장했냐에 따라 해당 학원의 수준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완성형이라 볼 수 있는 주서준과 윤채하가 온 것은. 가온에 있어서는 호재나 마찬가지였다.

멘토는 학생이 직접 선택한다.

칼로스에서 온 학생들은 가온의 인물 중 원하는 자를 선택할 수 있으며, 거절할 권리는 없다.

그게 공식적인 룰.

즉—

나는 기다렸다.

그녀가, 나를 멘토로 선택하는 것을.


-챙!

-챙!

“흐….”

눈앞에서 유하나가 주저앉았다.

우리는 파트너 트레이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어때?”

나는 그녀에게 소감을 물었다. 새로운 무기에 대해서.

과연 검으로 상대하는 것이 어떤지.

그녀는 손등을 입가에 대며, 잠시 고민하다 이내 답했다.

“확실히, 공격로가 하나 더 늘어서 그런지 신경 쓸 게 많았어. 여러모로 잘 어울리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뭐지?

그런데, 오늘따라 그녀의 피부가 묘하게 빛났다. 광이 나는 듯 매끈한 피부. 눈부신 새하얀 결이 유독 도드라졌다.

설마 오전에 먹은 영약 때문인가?

나는 잠시 그런 잡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제 대련은 끝났다.

손목의 워치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11시.

슬슬 마무리할 때가 됐다.

“그럼 슬슬….”

“어디가?”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동백검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마나를 불어넣었다.

-웅웅웅

동백검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은은한 붉은빛을 띠기 시작했다.

“봐줘야지.”

유하나는 늘 대련이 끝나면, 검무를 펼치며 화접검의 자세를 봐달라고 요구하곤 했다.

초반에야 자세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솔직히 말해 군더더기가 없다.

막말로, 유하나와의 트레이닝을 시작한 것도, 모라스에게서 단독으로 살아남을 힘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녀는 자력구제 수준이 아니라, 모라스를 베어버렸다.

따라서 이 이상 파트너 트레이닝을 지속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는 내가 알려주는 것보다, 혼자 고민하고, 고심하는 것이 더 좋은 방향성이었다.

훗날, 유하나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정도의 포텐셜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제 그녀가 해야 할 것은 스스로 깨닫는 것.

-쉭!

나는 훈련장에 주저앉아, 그녀의 검술을 멍하니 바라봤다.

‘잘해.

그냥 그런 감상 뿐이었다.

그때였다.

-삑!

스마트워치가 울렸다.

나는 워치를 들어 알람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순간적으로 새된 소리를 내고 말았다.

“어?”

✉ [가온]

✔ 교류의 장, 윤채하 학생에게 멘토로 선정되셨습니다.

✔ 익일 오전 10시까지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 주세요.

왔구나.

그녀가 날, 멘토로 선택했다.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마침, 유하나 또한 펼치던 검무를 마무리한 듯했다.

그녀는 티셔츠 밑단을 가볍게 잡아 올려, 얼굴의 땀을 닦았다.

순간, 선명한 복근이 눈에 들어왔다.

“어땠어 괜찮…?”

"잘하네."

-짝짝짝.

나는 박수를 치며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탁, 탁.

그리고 입을 열었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파트너 트레이닝을.

나는 짧게 말했다.

“이제, 당분간은 필요 없을 것 같아. 너 혼자 고민해보는 게 더 좋겠어.”

멘토를 맡게 되면, 오후에도 윤채하와 함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동백검을 전달했고, 화접검을 전수했으며, 모라스에게서 버틸 힘을 줄 목적까지 전부 달성했다.

파트너 트레이닝은 여기까지 하는 게 맞다. 그래도 아침 운동은 또 계속 같이하고 있으니까.

애초에 처음 계획한 기간은 2주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은 3주를 훌쩍 넘어간 상태.

더 이상 끌 필요는 없었다.

“뭐라고…?”

내 말이 끝나자, 그녀의 눈이 커졌다.

-챙그랑—!

유하나는 손에 쥐고 있던 동백검을 놓쳤다.

검신이 바닥에 부딪혀, 묵직한 쇳소리가 울렸다.

유하나는 굳어버린 채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

마치, 금방이라도 눈물이 맺힐 듯한 얼굴.

“지금… 뭐라 했어?”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