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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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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가온은 임시 휴학이었다.

중간고사를 다시 치르기도 어려웠고, 그렇다고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여러 시설이 파괴된 상태.

워치는 끊임없이 울렸다. 알림을 켜볼 엄두도 안 났다.

인터뷰, 방송 출연 제안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연락처를 대체 어떻게 안 거지.

나중에 내가 묵귀란게 밝혀지기까지 하면 어떻게 될지, 벌써 머리가 아프다.

“아오 힘들어.”

나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십 년짜리 플랜이 완전히 무너졌지만, 손 놓고 있을 순 없으니까.

따라서 근 5일 동안, 닥치는 대로 던전을 돌았다. 쉽게 갈 수 있는 곳부터.

막 중요한 아이템들은 아니었다. 미리 얻어두면 좋은 것들.

몇 개는 내 거고, 몇 개는 우리 여성분들 몫이다.

대충 방 한구석에 처박아 두고, 나는 노트를 펼쳤다.

틈틈이 수정한 새로운 플랜이었다.

나는 머릿속에서 정리하는 것보다, 직접 쓰면서 계획을 짜는 편이다.

흩어진 생각들을 글로 옮기는 순간, 흐름이 잡힌다.

애초에 처음 계획의 기조는 단순했다.

"성시우를 위한, 성시우에 의한, 완벽한 몰빵."

이젠 안되고.

불가능하니, 분배를 해야 했다.

1순위는 당연히ㅡ

‘나.

편린을 흡수했고, 이아노의 영약까지 섭취했다.

그의 앞으로 돌아갔어야 할 대부분의 기연은, 이제 내가 가지는 것이 맞다.

내가 그의 대체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기연들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

몇몇 기연은 특성상 나와 맞지 않는다.

이건 후천적인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마나.

성시우는 선천적으로 어마어마한 마나 용적을 타고났다. 나는 영약을 통해 보충하긴 했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

내 것이 정제되고 단련된 것이라면, 성시우의 마나는 그저 넘쳐흘렀다.

따라서 그의 거대한 마나 용적을 보조할 뛰어난 기연들은, 애초에 다른 조연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조차 없었다.

결국, 성시우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 이들은.

재능이 아무리 뛰어났든,

얼마나 높은 포텐셜을 가졌든——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 다 그에게 줘야하니, 줄 수 있는 것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내게서 떨어져 나갈 기연을 받을 인물을 찾아야 했다.

일종의 낙수를 받을 대상.

내가 배제했던 옵션들을 살펴봤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했던 인물들.

타고난 마나 용적이 크지만, 성시우 그 때문에 묻혀버렸던 존재들.

그리고 그 선정은 사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윤채하.

가온 아카데미가 아닌, 칼로스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

성시우와 특성이 겹쳐 애초에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던 인물.

하지만 스펙은 확실했다.

마법에 대한 재능은 정상급이며, 혼자서도 충분히 성장할 만한 의지를 가졌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상위권에 오를 만한 인물이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그녀를 더 빠르게 성장시키기로 했다.

새로운 메인 인물 중 하나로.

마침, 가온도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학원이 잠시 문을 닫은 사이, 부족한 커리큘럼을 보완한다는 명목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교류의 장.

매년 이맘때쯤, 1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올해는 예외적으로 앞당겨졌다.

세계 1위 아카데미 가온과,

국내 2위 아카데미 칼로스의 학생 교류 제도.

최소한의 자격을 검증 받은 후, 학생들은 자유롭게 반대편 아카데미로 넘어가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표면적인 명분은 상호 아카데미의 교육적 보완.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두 아카데미의 입맛에 맞는 인재들을 교환하는 장(場)에 가깝다.

보통, 냉병기와 근접 전투에 있어서는 가온이 압도적이지만, 마법 특화는 칼로스도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마법 전공 학생들은 칼로스를 1지망으로 둘 정도.

무력에 재능이 있는 칼로스의 학생들은 슬금슬금 가온으로 넘어오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단점을 흡수해 강점으로 바꾸는 윈윈인 제도인 셈.

그리고 거기. 거기가 중요하다.

원작에서는 그 강력한 옵션인 윤채하가 넘어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조건은.

성시우가, 일정 이상의 주목도와 활약 수치를 넘긴다.

그런데 이 기준을 채우는 게 엄청 어렵다.

그걸 넘기면, 그녀는 성시우에게 흥미를 느끼고 가온으로 넘어온다.

정말 순수한 흥미, 애정으로 발전할 여지는 없다.

그러나,

그 높은 주목도와 활약 수치를 채우지 못하면.

그녀는 흥미를 얻지 못해 칼로스에 남아 졸업한다.

따라서, 원작에서는 공략 가능한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성시우는 죽었고, 활약은 내가 다 했다.

그 활약은 제법, 주목을 끈 거 같다.

즉, 이제부터 지켜보면 된다.

“넘어올까?”

확률은 한 8할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넘어왔으면 좋겠다.

나는 고개를 돌려 방구석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빛나는 보석들이 가득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줄게 많다. 친구야.

그러니 와라.


칼로스 아카데미, 1층 동아리실.

햇살을 머금은 금발이 창가에서 쏟아지는 빛을 받아 더욱 반짝였다.

눈부실 정도의 광채.

주서준은 저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그 찬란한 머릿결과는 어울리지 않게, 컴퓨터 화면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짧은 침묵.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주서준.”

“… 왜.”

화면에는 거대한 뱀과, 다섯 개의 분신이 동시에 그 목을 내려치는 장면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몸을 움직였다.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스타킹을 신은 다리를 뻗으며, 나른하게 발끝을 까딱였다.

주서준은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그녀는 신경 쓰지도 않은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손가락이 화면을 가리켰다.

그녀의 주황빛 눈동자가 태양처럼 화사하게 타올랐다.

“이거, 너도 할 수 있어?”

모든 마법을 해체하고, 분석하는 그녀의 눈.

그러나, 아무리 계산해도.

아무리 이론적으로 따져봐도.

이 공격만큼은 분석할 수 없었다.

질문을 받은 주서준은 당황했다.

‘할 수 있냐고?

그는 영상을 잠시 시청했다.

‘이건 좀….

이 정도의 세밀한 마나를 순간적으로 분산해 완벽한 타이밍에 내리꽂는 것은, 웬만한 고급 마법사도 못 할 일이다.

그러나 그는 차마 못 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 일단 따져봐야지.”

“비행 중 마력 손실률, 속도 변화에 따른 제어 난이도, 그리고 궤적을 감안한 최적 낙하지점 설정까지….”

“결론은?”

그녀는 딱 잘라 끊었다.

“뭐…?

“결론.”

콕 집어 추궁했다.

“… 못할 거 같은데.”

결국 그는 실토했다.

“흐응….”

순간, 윤채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눈빛이 장난스럽게 반짝였다.

“나도 그렇긴 해.”

그녀는 눈으로 보고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저 세밀한 조율 능력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그녀와 같은 나이대라는 것이 더욱 믿기지 않는 포인트랄까.

윤채하는 가볍게 눈을 돌렸다.

책상 한쪽에 놓인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교류의 장.

칼로스의 교수들이 며칠 전부터 안내하던 내용이었다.

이름만 보면 학생들 간의 단순한 교류 같지만——

사실 결론은 이거였다.

‘마법 싫으면 가온으로 가.

칼로스 내에서는 묘하게 전사들을 천대하는 경향이 있다.

형식적으로는 선택의 자유를 주는 듯했지만,

실제로는 칼로스 내에서 무력 중심의 학생들을 가온으로 밀어내려는 정책.

물론 윤채하 같이 우수한 마법 특화 인재에게도 안내가 오긴 했다.

그러나 입학 당시 칼로스는 전액 장학금과 마탑 연계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가온에서는 절대 제시하지 않을, 마법사에게 최적화된 최고의 제안.

그들은 그녀가 가온을 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을 게 분명했다.

윤채하는 입꼬리를 올렸다.

‘재미없어.

그녀에게 있어서, 칼로스가 제시한 요소들은 어떤 메리트도 되지 못했다.

그리고 눈도 감지 않은 채, 웃으며 포스터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15년간 그녀와 함께했던 주서준은, 본능적인 불안감을 느꼈다.

저런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그녀는 늘 제멋대로인 결정을 내렸기 때문.

“야 너 혹시….”

그의 불안이 현실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안 되겠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며, 포스터를 집어 들었다.

“나, 가온으로 갈래.”

주서준의 입이 떡 벌어졌다.

칼로스 랭킹 5위인 그녀.

그리고—— 랭킹 1위인 자신.

“넌 어떡할래?”

그녀가 묻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 미치겠다.”

그러나 답은 정해져 있었다.

윤채하는 태양처럼 환하게 웃으며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 미소를 볼 때마다, 그는 언제나 질 수밖에 없었다.

​“맘대로 해라….”

그렇게 두 사람이 함께 가온으로 넘어가게 된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현실 너머의 어딘가.

​정확히 말하면, 세상과 단절된 곳.

어디선가,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깊고 어두운 공간. 마치 시간마저 멈춘 듯한 정적이 감돌았다.

거대한 공동.

흑색 무복을 입은 한 남성이 눈을 감았다.

그가 숨을 들이쉬는 순간, 그의 앞에 광활한 우주가 떠올랐다.

별이 소용돌이치고, 행성이 궤도를 그리며 선을 만들어낸다.

끝없이 이어지는 유성의 흐름, 정해진 질서 없이 흩어지던 행성들.

그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하나의 거대한 빛이 깜빡였다.

차가운 별이 푸른 빛을 뿜어낸다.

그별은, 끝없이 방황하며 새로운 태양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어딘가에 숨어 웅크리고 있던 태양은, 그 시린 별빛을 바라보며 매료된다.

조심스럽게, 아주 천천히.

별을 향해 다가간다.

별 또한, 기다렸다는 듯 태양을 반겼다.

결코 떠오를 수 없었던 태양은,

이제 당당히 별의 뒤를 따라 새로운 궤도를 그리기 시작할 것이다.

남성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그래.”

이것은 바뀌어버린 시간선이며, 변화한 세계선이다.

시작된 흐름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쿠우우우우웅

공동의 거대한 석문이 천천히 벌어졌다.

그 안쪽에서, 온몸을 검게 물들인 악마들이 기어 나온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아귀에 쥔 창이 섬뜩하게 울린다.

“그거야.”

태양이 별과 동행한다.

그리고 멈추지 않을 그 새로운 태양은, 반드시.

놈들을 집어삼킬, 화마(火魔)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