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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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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우가 죽었다.
‘아.
10년 전의 내게 묻고 싶다.
‘주인공 없이 악신을 죽일 수 있나요?
아마 엿이나 처먹으라 하지 않을까.
결국 내 10년간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고.
주인공은 마인의 회유와 침식을 이기지 못했다.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었다면, 어떻게든 살렸을 텐데.
하지만 시스템마저 깨져버렸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더 이상 인간이라 볼 수 없다는 것.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마음속에 걸리는 게 하나 있다면—
‘너무 빠르다.
보통 침식이 시작되면, 몇 달간은 내부에서 마기를 관조한다.
그리고 적절한 때가 되면 악마화가 진행된다.
그런데 저 바닥에 떨어진 보라색 팔을 보라, 악마화는 침식과 동시에 시작됐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두 가지 정도가 있겠다.
첫 번째는, 마기에 저항할 마나가 턱없이 부족해서 실패했다는 것.
하지만 성시우는 재능도, 무엇도 없었지만 마나 하나만큼은 많았다. 따라서 이건 아니고.
두 번째는…. 악신이 이놈을 매우 마음에 들어 했을 가능성.
보통 악신은 은막 뒤에서 나오질 않는다. 흥미로운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그런데 시스템을 박살 내면서까지 개입했다?
이건 좀… 이질적인 부분이다.
“대체 무슨….”
팔라딘이 기함했다.
마침 나도 기함하고 있었는데.
“침식 초기였습니다. 지금 이건… 사람을 죽인 것이나 법적으로는 크게 다름이 없습니다.
물론 저희야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만약 되돌릴 수 없다는 확실한 검사 결과를 받지 못한다면, 처분을 피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팔라딘의 표정이 걱정으로 물들었다. 그녀도 성시우를 죽인 걸 비난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 판단으로 인해 피해를 볼까 걱정하는 느낌.
손쓸 방법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좋아 보였다.
그냥 쳐 누워있고 싶었지만, 결국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팔라딘 뒤에 서 있던 천여울이 한발 빨랐다.
그녀는 성시우의 시체로 다가섰다.
손을 뻗었다.
그러나 마치 더러운 것에 닿기 싫다는 듯, 손가락을 배배 꼬면서 접근하다가—
결국 완전히 닿기 전, 그 손을 멈췄다.
손에서 푸른색 기운이 스르륵 흘러나온다.
천여울은 눈을 살짝 감았다.
그리고 이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네요.”
그녀는 팔라딘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늦었어요. 이미 내부가 더럽습니다. 많-이.”
팔라딘의 얼굴이 굳었다.
“되돌리기는 늦은 상태였던 것 같아요. 해인 님의 판단이 맞았습니다.”
천여울은 미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팔라딘을 바라봤다. 나와의 친분을 일체 티내지 않는 태도.
그 말에 팔라딘은 고개를 숙이며 수긍했다. 성녀의 의견에 일말의 토도 달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맞는 말이기도 했고.
“게다가… 상당히 고위 악마가 달라붙은 것 같네요. 위험할 뻔했어요.”
그때, 반대편에 서 있던 강아린이 몇 발짝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성시우의 시체를 흘깃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들고 천여울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럼 해인이 교단의 미적지근한 판단을 정확히 진단해 위험 요소를 제거한 셈이네요?”
순간, 팔라딘의 어깨가 움찔했다.
강아린은 팔짱을 낀 채, 한 손으로 턱을 괴며 덧붙였다.
“이거… 벌이 아니라 상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천여울의 뒤에 서 있던 성자들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나 정작 천여울은 강아린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천여울은 옆으로 시선을 돌려 정해인을 바라보았다.
“그러게요….”
천여울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하마터면 교단의 명성에 누가 될 뻔했어요. 저희 교단에서 포상하는 게 적절하겠네요. 그렇죠?”
그녀는 팔라딘을 향해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때, 내가 끼어들었다.
“그런 얘기는 나중에 합시다.”
나는 바닥의 시체를 가리켰다.
“우선, 저 사체를 태워야 합니다. 교단의 성화(聖火)로, 털끝 하나 남지 않도록.”
성화(聖火).
마인의 존재를 근본부터 태우는, 교단의 신성한 불꽃.
편린만큼 강력하진 않고, 전투용은 또 아니지만 침식당한 자를 정화하는 기능만큼은 확실했다.
그걸 완벽히 하기 전까지는, 안심하기 이르다.
마인이란 놈들은 예측할 수가 없으니까.
팔라딘이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교단 내의 제사장이 직접 절차를….”
제사장….
교단의 제사장이 직접 성화를 내리면, 대부분의 마기는 그 불길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에 한해서다.
이번 케이스는 일반적인 침식이라 보기 어렵다.
살짝 아쉽다, 찝찝하기도 하고.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천여울이 입을 열었다.
“아니요, 제가 직접 할게요.”
팔라딘이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쩔쩔매며 천여울을 말리기 시작했다.
“성녀님…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일은 제사장이 해도 충분히….”
“아니요.”
천여울은 단호했다.
“고위 악마가 관여한 것으로 보여요. 제가 직접, 교단의 성화로 불태우겠습니다.”
그녀는 짧게 숨을 들이마시며 덧붙였다.
“성기사님도 아시죠?”
“마기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 말에 팔라딘은 결국 아무 말 없이 한발 물러섰다.
나 또한 만족스러웠다. 천여울이라면, 확실하게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그때, 강윤혁이 강아린의 뒤에서 나왔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 공간 전체를 장악하는 것 같은 분위기.
강렬한 존재감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가 입을 열었다.
"막 마지막 모라스를 제거했다고 합니다. 본체의 추적은 역시 실패했다고 하군요."
나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라스를 놓친 건 어쩔 수 없다. 원작에서도 그가 숨어있는 위치는 묘사되지 않으니까.
애초에 단번에 잡을 놈이 아니다.
그가 연락을 취한 것인지, 협회와 가온의 인원들, 교단의 다른 인원들까지 달려왔다.
그리고 성시우의 사체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수습하겠습니다.”
교단의 인원이 신성력이 담긴 관을 준비했다.
사체를 옮기기 위해, 조심스럽게 성시우의 팔을 들었다.
그 순간.
-치이이익!
검게 물든 흔적이 피어올랐다.
연기가 일었다. 불순물이 타들어 가듯, 살갗이 빠직 갈라졌다.
“…….”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성시우의 피부가 부스러졌다.
죽었음에도, 그 속에는 여전히 마기가 잔존하고 있었다.
나는 짧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돌렸다.
예상한 죽음은 절대 아니다.
애정이 담겨 있었고, 기대했던 녀석이 죽는 걸 바라보는 건.
딱히, 즐거운 장면은 아니었다.
***
나는 기숙사로 돌아오자마자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시험은 중단됐다. 잠정 중단.
틀어놓은 TV에서는 오늘 있었던 습격 사태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었다.
-희생자는 한 명… 끝까지 마인과 교전하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번 습격에 대한 나의 대비는 객관적으로 보면 성공적이었다.
메두사의 빠른 처치, 이후 모라스 추격으로의 자연스러운 전환.
실제로 희생자가 단 한 명뿐이라는 점도, 상당히 유의미한 결과였다.
그러나, 그 ‘한 명’이.
“왜 너냐고 씨발….”
나는 누운 상태로 머리를 감쌌다.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던 인물을, 가장 허무하게 보내버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잘못인가 싶기도 하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나?
‘아니면, 성시우 옆에 붙어 있었어야 했나?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때.
-삐빅
워치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나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워치를 슬며시 들어 올렸다.
시험은 중단됐지만, 우습게도 길드들의 입찰은 멈추지 않았다.
게시판에는 오늘 활약한 학생들의 영상이 끝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것도 학원 측의 전략이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대중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자연스럽게 다른 화제를 유도하는 것.
그리고 그 클립들은, 그들의 몸값을 올리기 시작했다.
나는 조회수 순으로 글들을 정렬했다.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게시글.
[4시간 전, 조회수 3,353,211]
제일 위에 떠 있는 것은,
내가 메두사의 목을 따버리는 영상이었다.
영상의 사각에서 한 인영이 번개처럼 쇄도했다. 급히 돌려 찾으려 했지만, 촬영자는 피사체를 놓쳤다.
그리고 화면이 흔들린 끝에, 겨우 잡아낸 장면. 촬영자는 황급히 하늘로 카메라를 돌렸다.
5개의 분신이 메두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단칼에 목을 벴다.
-우와….
촬영자의 감탄이 들린다.
댓글 창은 폭주하고 있었다.
[sdff221]: 이 학생 대체 누구야? 랭킹에도 없는데?
[가리비구이]: 입찰 올라오는 거 봐, 전대 용사급이다 이거.
[alex588]: come to America.
나는 입찰 순위를 확인했다.
“허….”
[청풍대] → [정해인] 800,000,000 KRW 입찰.
[아르카디아 교단] → [정해인] 1,000,000,000 KRW 입찰.
[맹주 길드] → [정해인] 1,200,000,000 KRW 입찰.
[로터스 길드] → [정해인] 1,500,000,000 KRW 입찰.
아주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청풍대…?
폐쇄적이라고 악명 높은 유하나 가문의 호위대.
그곳에서도 입찰이 들어왔다.
그러나 압권은 따로 있었다.
[뱅퀴셔] → [정해인] 5,000,000,000 KRW 입찰.
미친.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누워 있기엔, 시간이 아깝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곧장 책상으로 향했다.
노트를 펼치고 상황을 정리했다.
인정하자.
10년 동안 준비한 성시우 차도지계는 망했다.
더는 남의 칼을 빌릴 수 없다.
노트의 한가운데, 성시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주변에는 유하나, 강아린, 천여울.
그리고 각종 기연과 무공들이 화살표로 그에게 향해 있었다.
일종의 마인드맵 같은 느낌.
나는 볼펜을 툭툭 두드리며 고민했다.
마지막으로, 정말 마지막까지 생각했다.
그리고, 펜을 단호히 쥐었다.
가운데 적힌 성시우의 이름을 지웠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이름을 채워 넣었다.
‘정해인.
편린을 흡수했다.
성시우가 채우던 자리를 감당할 수 있는 건 사실상 나밖에 없다.
나는 볼펜을 책상 위에 던졌다.
“나도 모르겠다 이제.”
이게, 아마 최선의 판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