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839 lines
13 KiB
Markdown
Raw Permalink Blame History

This file contains invisible Unicode characters
This file contains invisible Unicode characters that are indistinguishable to humans but may be processed differently by a computer. If you think that this is intentional, you can safely ignore this warning. Use the Escape button to reveal them.
This file contains Unicode characters that might be confused with other characters. If you think that this is intentional, you can safely ignore this warning. Use the Escape button to reveal them.
별다른 것 없는 습격이었다.
그맘때쯤, 특이한 습격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전쟁이었으니까.
다만 이번에는 장소가 썩 좋지 못했다. 그리고 협회장이 인질로 붙잡혔다.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최악인데, 그 모든 조건이 정해인을 전장으로 내몰았다.
천여울은 그에게 물었다.
“직접, 갈 거지?”
“가야지.”
그는 늘 그랬다.
‘가야 한다고. 인류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이제는 이름 있는 영웅 하나하나가 급한 상황.
그런 와중에 그의 존재는 결코 빠질 수 없는 힘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마인들도 그를 잘 알고 있기에, 어떻게든 끄집어내 사살하려 했다.
강아린은 테이블 아래로 손을 내렸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꽉 쥐고 있었다.
그때쯤, 그녀들은 전부 마(魔)를 멸하는 병기가 되어 있었다.
정해인이 손수, 몇 년을 공들여서. 하나하나 만들어낸, 그의 작품이자. 그의 것들.
‘부족해.
따라서, 편린을 흡수한 그들이 존재하는 이상, 정해인이 최전선에 설 필요는 없었다.
그랬어야 했다.
그러나, 한 가지 공백이 생겨버렸다.
정해인이 가장 공들여 키웠던 남자.
성시우.
그가 사라졌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전조도, 이유도 모른 채.
정해인은 상심했다. 티를 크게 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녀들은 알고 있었다.
새벽의 서재.
어둠이 내려앉은 공간 속, 유일한 빛은 책상 위에 놓인 스탠드 하나뿐이었다.
그 빛 아래, 정해인은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다.
늘 곧고 단단했던 등이, 이상할 정도로 무겁게 구부러져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서류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도, 시선이 그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손끝으로 미간을 누르며 깊이 생각에 잠긴 채.
그녀들은 봐버렸다.
그의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천여울은 문틈 너머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다.
유하나는 서재 앞까지 갔다가,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강아린은 말없이, 훈련장으로 향했다.
하시온은 이를 악물며 활을 들고 뛰쳐나갔다.
결국 성시우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정해인은 더욱 스스로를 혹사했다.
‘금방 올 거야.
정해인은 성시우가 돌아올 것이라 믿었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의 자리는 그대로 비어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습격은, 예상보다 수월하게 정리됐다.
곳곳에서 마인들이 토벌당했고, 영웅 협회장의 신변도 무사히 확보됐다.
긴박했던 공기가 점차 느슨해졌다.
그 순간.
-툭.
투박한 소리였다.
그리고, 바닥에 나뒹구는 물체.
하얗게 질려버린 얼굴, 넋이 나간 눈동자.
협회장의 머리.
순간, 모든 소리가 멎었다. 아무도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경악조차 삼킬 틈 없이, 그다음이 들이닥쳤다.
-콰과과광!
정해인을 향해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가공할 힘이 담긴 공격.
그는 즉시 몸을 틀어 방어 태세를 취했다. 강렬한 충격이 창을 타고 전해졌다.
그가 선 자리가 박살 났다.
굵은 금이 가며, 땅이 움푹 꺼졌다.
그리고 모두가, 공격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검은 기운이 서린 실루엣.
붉은 안광. 그의 신체에서 마기가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 성시우.”
그는 겁을 먹고 도망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돌아온 것 또한 아니었다.
보라색으로 물들어 버린 신체와, 인간이라 보기 힘들 정도의 마기.
그는.
변절했다.
그러나 그녀들이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시선을 돌려 정해인을 바라보는 일이었다.
성시우 따위, 알 바 아니었다.
그가 힘들까 봐. 그가, 괴로울까 봐.
자신들의 감정보다, 그의 마음이 먼저였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먼지를 털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차분히 고개를 들어 성시우를 바라봤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
성시우는 무구 수련 첫 수업 날, 씻을 수 없는 굴욕을 처음으로 맛봤다.
그는 분노했다.
분노하는 것은 쉬웠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그 분노를 갈고 닦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정해인을 이기기 위해서. 목표는 단 하나였다.
그를 자극하는 게 목표였던 정해인의 계획은, 방향성은 달랐지만, 얼추 성공한 셈이었다.
“성시우….”
“꺼져.”
“어 그래.”
성시우는 그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대꾸할 가치조차 없는 인간처럼 무시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정해인의 모의 던전 실습을 직접 보게 되었다.
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정해인은, 자신보다도 랭킹이 높은 두 명의 학생을 압도적으로 제압했다.
속에서 천불이 나기 시작했다.
‘넘어야 한다.
그는 결심했다. 훈련은 충분히 했다.
그래서 중간고사 때, 그를 이기기로 했다.
이 무대에서, 그를 꺾고 자신이 위라는 걸 증명하겠다고.
그를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거절당했다.
“이 새끼가….”
그러나 다음 순간, 경기장 안의 상대를 보고 기함했다.
‘요한…?
정해인의 상대는, 자신이 아닌 랭킹 2위의 요한이었다.
성시우는 주먹을 꽉 쥐고 경기를 지켜봤다.
정해인은, 요한을 단숨에 제압했다.
그 순간, 크루세이더가 광기에 찬 눈빛으로 정해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성시우도 본능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나, 그 앞을 막아선 존재가 있었다.
“왜…?”
성시우의 눈이 흔들렸다. 박광철이 그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서로 대화를 나누더니, 그는 이내 정해인을 툭 건드리며 어깨동무를 했다. 자못 친해 보이는 자세.
최고인 자신이 들어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곳.
세계 최강의 집단인 뱅퀴셔.
성시우는 늘, 뱅퀴셔에 가입하는 것을 갈망해 왔었다.
그러나, 그조차도 정해인의 것이었다.
그 순간, 가슴 속에서 거대한 허무감이 밀려들었다.
그날 밤.
성시우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정해인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다음 날이 되어서도, 그는 정처 없이 걸었다.
어디로 가야 할 지도 몰랐다.
그저, 걷고 또 걸었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 않아서, 더욱 깊은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존재를 만났다.
가면을 쓴 그는 자신을 모라스라 소개했다.
“방황하시나요?”
그는 성시우에게 속삭였다.
“드리겠습니다. 힘을.”
순간.
가슴이 요동쳤다.
환희가 차올랐다.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
모라스의 뒤편에서 검은색 손이 뻗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손을 향해 손을 뻗을 참이었다.
-슥직!
“야, 이 새끼야!!”
그 목소리가 들려온다.
가장 듣기 싫은 목소리가.
한순간이었다.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힘을 얻을 수 있었는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또 너구나.
또 녀석이, 내 힘을 뺏어갔어.
내 기회를 뺏어갔어.
눈앞이 일그러졌다.
머리 위로, 신성한 빛이 떠올랐다.
시스템이 개입했다.
[위기 감지. 사용자를 보호합니다.]
신성한 기운이 성시우를 감쌌다.
몸이 움찔하며 경련했다.
"씨발…!"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고통이 밀려왔다.
“괜찮아?”
그가 급하게 달려와 성시우의 상태를 살폈다.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직 괜찮….
-시스템이 잘 해주….
그의 목소리가 점점 흐릿해진다.
그리고 저 멀리, 손이 튀어나온 저편, 누군가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받아들여라.
‘받아들여? 뭘?
-내 아이야, 이 힘을 받아들여라.
그때,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단순한 문제였다.
받아들이면 된다.
[경고. 비정상적인 마력 감지.]
[위험. 시스템에 오류가 감지되었습니다.]
[강제 정화….]
[… 실패.]
빛이, 깨졌다.
정해인은 눈을 부릅떴다.
머릿속이 비명을 질렀다.
시스템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의 표정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
정해인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성시우는 미소를 지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의 몸에서 질척하고 어두운 기운이 피어올랐다.
손을 뻗는다.
-콱!
정해인의 목을 붙잡았다.
“…!”
갑작스러운 충격에, 정해인의 몸이 순간적으로 떨렸다.
성시우의 팔의 색이 점점, 보라색으로 물들어간다. 마기에 잠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성시우의 손아귀가 점점 조여들었다.
정해인은 숨을 들이마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성시우를 똑바로 바라봤다.
“정신 차려… 등신….”
그 또한 알고 있었다. 시스템이 깨졌다는 것이 대체 어떤 것을 의미하는 건지.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이 세계의 주인공의 끝이. 이래서는 안 되는 거였으니까.
그는 자신의 상식을, 부정하고 있었다.
“큭.”
성시우가 비웃었다. 그의 붉은 안광이 이글거렸다.
“죽어 그냥.”
쥐어짜는 손에, 한층 더 힘이 들어간다. 정해인의 손에도 힘이 들어간다.
그때였다.
-콰과광!!!
-챙!
하늘에서 빛이 쏟아진다, 강렬한 압력이 공간을 짓누른다.
신성한 빛으로 휘감긴 거대한 망치와, 검은색 창이 그대로 하늘에서 떨어졌다.
-으적!
성시우의 팔 한쪽이 그대로 찢겨나갔다.
“으… 으아아아!!!!”
그는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때, 한 목소리가 공간을 갈랐다.
“침식입니다.”
차분한 목소리였다.
그녀는 일전에 정해인과 만났던 팔라딘.
그리고 그 뒤로, 천여울을 필두로 한 성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이거 위험할 뻔했군.”
그 반대편. 맹주의 길드장 강윤혁이 손을 뻗은 채로 있었다. 그 옆에는 강아린도 함께였다.
강아린이 무심하게 성시우를 내려다본다.
그 시선에는 차가운 경멸이 어려 있었다.
성시우는 팔이 뜯겨 나간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팔라딘이 손짓하자,
그의 몸에 백색의 족쇄가 하나둘씩 채워졌다.
강윤혁은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마인, 그리고 마인에게 세뇌당했거나 침식된 이들의 처분은, 기본적으로 교단의 지침을 따르는 것이 우선이었다.
쉽게 죽일 수 있지만, 마기의 잔해가 남아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었으니까.
팔라딘은 고민했다.
초기 침식이라면 예후가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보라색으로 물든 팔을 보아하니, 악마화(惡魔化)의 진행이 너무 이르다.
이런 경우는, 사살과 구금ㅡ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다.
그녀는 결국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구금이….”
-콰직!
그러나 그 말은 끝맺어지지 못했다.
정해인의 창이, 성시우의 심장을 정확히 관통했다.
“마인입니다.”
그는 짧게 말했다.
그리고 털썩 주저앉았다.
정해인은 결국 현실을 받아들였다.
“되돌릴 방법은 없습니다.”
시스템이 망가졌다면, 그건 끝이다.
교단의 조언 따위는, 알 바 아니었다.
침식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건.
정해인, 그 자신이었으니까.
모두가 침묵했다.
그러나, 그 공간에서 단둘.
천여울과 강아린만이— 눈빛이 일그러졌다.
그녀들의 표정은,
조용한 환희로 물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