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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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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유하나와 천여울.

그 둘에게만 가면 된다.

미안한 말이지만, 주요 인물만 지키면 됐으니까.

원작에서 주요 인물에 대한 모라스의 유혹은 그 두 사람에게만 향했다.

이 세계에서도 표적은 동일할 것이다.

학생들의 모습이 시야에 스친다.

우선 유하나에게 먼저 가고 있다.

‘일단 가까워.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의 천여울은 어느 정도 욕망을 채운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여러모로 교단 내에서 그녀의 영향력은 커진 상태니까.

그에 비해, 유하나의 욕망은 언제나 부족하다.

그녀의 ‘갈망’은 언제나 채워지지 않는다.

무(武)에 대한 갈망은 그런 것이다.

그 갈증을 모라스가 노릴 것이다.

나는 속도를 올렸다.

마침내 B 경기장에 도착했다.

대피령이 내려져 경기장은 텅 비어 있었다.

관중석에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경기장 중앙, 보라색으로 막이 쳐져 있다.

나는 눈을 떴다.

일체지각(一切知覺).

보라색 장막 너머, 그 안의 모습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유하나.

검을 들고, 모라스를 마주한 채 서 있었다.

단단히 디딘 발끝.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

나는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좋아.”

이러면….

나는 그대로 관중석에 착석했다.

만약 그녀가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면, 내가 개입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이미 유하나는 유혹을 이겨냈고, 검을 들었으니까.

모라스는 무력적으로 강한 마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볼 상대는 아니다. 따라서, 유하나에게 좋은 상대가 되어줄 것이다.

그녀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 붉게 피어난 동백의 결(結).

악을 멸하는 칼날.

화접검(花蝶劍).

그녀가 내게 배운 검술이었다.

어느새 그녀는 가문의 검법이 아닌, 오직 내가 가르친 기술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완벽하게 그 기술만으로 모라스를 제압한다.

나는 두손에 땀을 쥐고 그녀를 지켜본다.

‘좀 더, 좀 더 빠르게.

마음속으로 상상할수록, 그녀는 그대로 움직였다. 내가 바라는 그 방향으로.

이건….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게 스승이 제자의 성장을 지켜볼 때의 기쁨인가.

그녀가 내 색으로 완전히 물들었음이 느껴진다.

뭔가 마음 한구석이 몽글해지는 기분.

-서걱

그러다 마침내, 유하나의 검이 모라스의 목을 갈랐다.

마지막 일격까지, 내가 어제 알려줬던 휘두름이었다.

“기특하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막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창고와도 같은, 빛 하나 들지 않는 공간.

눅눅한 공기.

곰팡이의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후드를 쓴 마인, ‘아크투’.

그리고 거한의 마인, ‘가니안’.

그들 앞에는 목재로 만든 뱀 인형이 놓여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목이 잘린 채 바닥을 뒹굴고 있다.

메두사는 실패했다.

둘은 말없이, 어둠 속에서 앉아 있는 존재를 바라봤다.

모라스.

그라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그렇게 믿어야만 했다.

“ㅡㅡ쿨럭!”

갑작스러운 기침 소리.

모라스가 몸을 움찔하며 앞으로 숙여졌다.

그리고,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모라스님?!”

아크투가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모라스는 피범벅이 된 손을 들어, 그의 움직임을 막았다.

“분신 하나가, 사망했습니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내 다시 떴다.

“게다가, 기억까지… 돌아오지 않는군요.”

아크투와 가니안의 얼굴이 굳었다.

분신이 사망하거나, 복귀하면 본체로 기억이 돌아온다.

그것은 모라스가 살아온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는 ‘절대적인 원칙’이었다.

그러나 지금.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눈이 날카롭게 좁혀졌다.

가니안과 아크투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는 피범벅이 된 손끝을 닦아내며 조용히 물었다.

“메두사는, 잘 되고 있습니까?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그러나 아크투와 가니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고개를 숙인 채,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릴 뿐.

“…잘 되고 있습니까?”

조금 더 또렷한 목소리로 되물었지만, 반응은 같았다.

침묵. 그건 명백한 대답이었다.

모라스의 눈이 점점 커졌다.

“ㅡㅡㅡㅡㅡ!!”

거대한 고함이 창고를 가득 채웠다.

그때였다.

“쿨럭ㅡㅡ!! 쿠에에엑ㅡㅡ!”

모라스가 다시 한번, 격렬하게 피를 토했다.

아크투와 가니안이 경악했다.

“모, 모라스님?!”

그러나 모라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눈동자가 혼란스럽게 떨리고 있었다.

조금 전, 하나가 더 죽었다.


이곳은 부지 내에 위치한 아르카디아 신전이었다.

유하나에게 이어, 천여울에게도 모라스가 접근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러 뛰어왔다.

그러나, 도착한 순간 깨달았다.

‘끝났네?

천여울은 이미 모라스를 제압한 후였다.

나는 그녀가 위험하지 않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돌아서려 했다.

그런데.

“해인?”

나는 멈춰 섰다.

그리고, 이내 뒤돌아보기도 전에—

“잠시.”

손목이 붙잡혔다.

따뜻한 감촉.

그녀의 손끝이 내 손목을 감싸 쥐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똘망똘망한 눈동자.

맑은 호수처럼 깊은 눈망울이,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울먹이기 시작했다.

“미안해….”

그녀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나는 당황한 채 그녀를 바라봤다.

천여울의 긴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맺힐 듯한 얼굴.

‘아.

나는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일전에 크루세이더들이 나를 공격했던 일. 그 일 때문에, 이러는 거겠지.

크게 보면, 요한이 그녀에게 품은 감정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기도 했으니까.

“이 죄는 꼭 내가 몸으로 갚….”

“괜찮은데.”

나는 단호하게 끊었다.

별생각 없었다.

더욱이 그녀와는 관련 없는 일이었다.

천여울은 내 반응에 멈칫했다.

눈망울이 살짝 흔들리더니,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그녀의 손끝이 움찔거렸다.

“넌 내게 십자가도 줬고, 여러모로 믿음을 주는데… 난 거기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아.”

“…이런 나한테 실망한 거 아니야?”

나는 짧게 한숨을 쉬며, 천천히 그녀를 바라봤다.

“천여울.”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넌, 네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돼.”

“….”

“그게 가장 확실하게 갚는 방법이야.”

나는 장난스럽게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 말이 끝나자, 그녀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적어도 내가 등장인물에 실망할 일은 없다.

그녀들은 불완전한 존재로 만들어졌으며, 시간이 지나며 성장하는 존재들이니까.

내가 어떻게 실망하겠는가.

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때 바닥에 있는 십자가의 잔해를 발견했다.

순간적으로 온몸이 굳었다.

이거, 설마.

재빨리 몸을 숙여 십자가의 가루를 손끝으로 떠올렸다.

부드러운 가루가 손바닥 위에서 흩어졌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이거.”

짧게 숨을 들이마시며, 천여울을 바라봤다.

“흡수한 거야?”

천여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안았다.

“잘했어.”

진심이었다.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정말 잘해줬다.

고작 크루세이더의 소란 따위보다, 이게 훨씬 더 중요한 일이었다.

나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 거리감을 두듯 가볍게 몸을 뗐다.

그래도 성녀니까.

그녀의 손을 놓고 한 걸음 물러서자, 천여울이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잠시, 아무 말도 없었다.

아까보다 살짝 달아오른 볼.

긴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는 작은 움직임.

천천히, 아주 미세하게 숨을 들이마시는 모습.

그녀는 뭔가를 억누르듯, 입술을 앙다물었다가.

“안 되겠어….”

조용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조심스럽게, 천천히 내게 뻗어졌다.

그때.

-쿵!

신전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성녀님!"

팔라딘 들이 뛰어 들어왔다.

“괜찮으십니까?!”

그들의 시선이 먼저 천여울에게 향했다.

그러더니 곧장 내 쪽으로도 시선을 옮겼다.

천여울은 조용히 그들을 바라봤다.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갈게.”

이제부터 성녀의 보호는 팔라딘이 책임질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신전 밖으로 걸어 나왔다.

외부 현장은 얼추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팔라딘이 전하길, 추적에는 실패했다고 한다.

워낙 마력이 적은 마인 개체라 잡기가 어렵다고.

게다가 곳곳에서는 모라스를 잡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거의 끝났네.”

나는 부지 내를 돌며 혹시 문제가 없는지 살폈다.

주요 인물들은 이미 안전이 확인된 상태.

강아린은 맹주가 바로 옆에서 지키고 있었고,

하시온은 뱅퀴셔가 보호 중이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는 걸음을 옮겼다.

조금 더 사람이 발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순찰하기 위해.

그리고 부지의 숲.

그곳에서—

성시우와 마주쳤다.

그는 마인과 대치 중이었다.

그런데, 유하나와는 달렸다.

유하나는 검을 들고 교전에 응했지만, 성시우는 검을 뽑지도 않고 있다.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을 뿐.

“이런… 씹.”

그의 시선이 마인에게 고정되어 있다.

마인은 천천히, 조용히 무언가를 속삭였다.

성시우는 전투는커녕, 그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간과했다.

그가 주인공일 때는 직접 마인을 찾아다녔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성시우는 기본적으로 주인공 보정으로 인해 마나 용적이 어마어마하다.

이는 마인이 가장 선호하며, 추구하는 대상이었다.

시스템의 비호를 받는 그였기에, 정신 지배에는 당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보기 좋게 틀렸다.

나는 땅을 박찼다.

“야, 정신차려!!”

온 마나를 실어 날린 투창.

창이 허공을 가르며 질주했다.

-슥직!

순간, 창이 펼쳐진 은막을 찢어버린 후 그대로 마인의 목을 꿰뚫었다.

창이 박살 나며, 그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성시우를 바라봤다.

그는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숨이 거칠다.

성시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이마를 감싸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