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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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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중간시험이 시작되었다.

첫 이틀은 필기시험.

이틀 동안 모든 과목을 몰아서 한 번에 치른다.

그리고 방금 막, 마지막 시험을 마친 참이다.

“어우, 목 아파.”

고개를 숙이고 시험지를 들여다본 시간이 길어서인지, 온몸이 찌뿌둥하다.

나는 목을 몇 번 꺾어 풀어주고, 가볍게 기지개를 켜며 건물 밖으로 나왔다.

가온은 시험과 행사 준비로 한창 바쁜 분위기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외부 인사들의 방문이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교수 어디 살아?”

“줄 건 줘… 뭔 영웅이 필기야.”

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너도나도 푸념을 늘어놓으며 광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나는 그런 소음 속에서 벤치에 앉아, 광장 한가운데 자리한 전광판을 바라봤다.

공중에 떠 있는 대형 모니터에는 실시간으로 지목된 학생들의 이름이 번갈아 가며 띄워지고 있었다.

[대인 전투 지목 알림]

[랭킹 2위 요한] -> [Unknown 정해인]

[대인 전투 지목 알림]

[랭킹 42위 성시우] -> [Unknown 정해인]

그리고 거기에 내 이름까지.

“… 어쩔까.”

솔직히 둘 다 상관없었다.

사실 요한 같은 경우는 이미 어제 카페에서 직감하긴 했었다.

요한은, 뭐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근데 성시우는….

이 새끼 대체 뭘까.

평소에는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더니, 대뜸 대인 전투 지목?

어디서 폐관 수련이라도 하고 왔나?

‘… 되겠냐.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나는 애초에 모든 대련을 치를 생각이 없었다.

1회차 대련까지만 치르고, 2회차와 3회차는 기권하고 실격 처리를 당할 예정이었다.

왜냐면, 그 시간이면 마인의 습격을 막으러 출발해야 했으니까.

시험 점수 따위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선택해야 했다.

둘 중 누구와 대련할 것인지.

‘성시우냐, 요한이냐.

전광판이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내 이름을 띄웠다.

“쯧.”

나는 혀를 차며 워치를 꺼냈다.

그리고 각 학생에게 딱 한 장씩 주어지는 ‘지목 거절권’을 사용했다.

[지목 거절권] 을 ‘랭킹 42위 성시우’ 에게 사용합니다.

솔직한 심정은 이렇다.

일전에 무구 대련에서 성시우와 겨룬 적이 있었다.

그때도 약했다. 그런데, 그 이후 나에게서 어떤 케어도 받지 못했고, 아직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으리라 보긴 어렵다.

주인공이 연습 몇 번 했다고 깨달음을 얻기에는, 이 세계는 재능에 있어 생각보다 잔인했으니까.

그러니까 다시 말해,

너 개약하잖아.

나도 한 번밖에 없는 대련을 성시우에게 쓰고 싶지는 않았다.

재미도 없을 것 같고.

그래서, 결국 내 선택은.

[지목 거절권 사용으로 인해 자동적으로 ‘랭킹 2위 요한’ 과의 대련이 성사됩니다.]

요한이었다.


어제도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잘못 생각했다.

오늘의 광장은 어제와는 차원이 달랐다. 중간고사의 백미, 대인 전투.

각종 배너와 깃발이 휘날리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웅웅 울릴 정도로 사람이 몰려 있었다.

무슨 축제 현장인가 싶을 정도.

아니, 나 출전 해야 되는데.

나는 한숨을 내쉬며, 겨우 사람들을 뚫고 이동했다.

결투장은 총 A, B, C 세 곳이 있었으며,

대련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므로 사람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학생이 출전하는 경기장을 찾아 이동했다.

나는 A 결투장. 따라서 A 결투장으로 향해야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다.

랭킹 2위 요한. 그리고 1위인 강아린도 여기 경기장이라고 하더라, 이러면 사람이 많이 쏠릴 수밖에.

나는 겨우겨우 인파들을 헤치며 관중석으로 올라왔다.

-와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이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나도 움찔했다.

거대한 경기장, 전투는 이미 한창이었다.

강아린과, 이름 모를 여학우의 싸움.

뭣도 모르고 강아린을 지목한 듯한 상대였다. 호승심이지 않을까 싶다.

‘네가 그렇게 강해? 뭐 이런 느낌.

나는 적당한 빈자리를 찾아 앉아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다소 일방적으로 흐르는 느낌. 경기는 예상대로 흘러갔다. 강아린은 강했다.

원거리 공격을 사용하는 궁수가, 권사에게 접근을 허용한 것.

이건 이미 전투의 승패가 정해졌다는 뜻이었다.

내가 본 것만 벌써 3번째다.

그런데—

진작 끝낼 법한 싸움을 강아린은 끝내지 않고 있었다.

계속해서 시선을 돌려, 관중석을 바라본다. 누군가를 찾는 기색.

그러다 그 눈길이 마침내 내 쪽으로 닿았다. 그녀의 눈이 커다랗게 떠지더니….

한순간, 그녀의 형체가 사라졌다.

그리고.

-쾅!!

강아린의 주먹이 궁수의 복부에 정확히 꽂혔다.

한 방. 단 한 번의 일격으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여학우는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채 주저앉았다.

숨을 몰아쉬며 복부를 감싼 채.

"승자는—— 강아린!!!"

사회자의 외침과 함께, 환호성이 폭발했다.

-와아아아!

사람들의 함성에 맞춰 경기장의 강아린이 손을 흔들며 호응한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잘하네.”

그게 나의 평가였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다만, 아마 끝내고자 했으면 진작 끝냈을 것이다.

그걸 상대도 알고 있었는지, 굉장히 분한 표정을 지으며 배를 움켜잡고 있다.

전광판에서 앞으로 있을 전투의 순서를 알렸다.

다음 경기는 바로 내 차례였다.

그 순간, 여기저기서 내 이름이 들려왔다.

“정해인…? 정해인이 누구야?”

“아, 이거 또 일방적인 경기겠네. 요한은 2경기부터 체크하는 걸로.”

관중석 곳곳에서 들려오는 반응. 대부분은 길드 평가자들이 주고받는 대화였다.

그럴 만도 하다. 길드 평가자는 유망주의 진짜 실력이 튀어나오길 바라는 사람들이다.

상대가 너무 약하면, 그럴 일이 거의 없으니까, 싫어한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가볼까.

무대를 정비하는 시간도 있기에, 지금 가면 딱 맞을 것이다.

나는 관중석을 빠져나와 선수 입장 터널로 향했다.

터널을 따라 걷는 동안, 함성이 점점 멀어지고, 대신 낮고 둔탁한 발소리만이 터널 안을 울렸다.

신원 확인을 마친 후, 나는 입구 앞에서 대기했다.

“3분만 대기하셨다가, 입장하시면 됩니다.”

“네네.”

안내원의 안내를 받고 몇 분 더 기다린 후,

나는 천천히 경기장으로 올라갔다.

-와아아아아!!

터널을 빠져나가자, 함성이 귀를 찔렀다.

아까보다 더욱더 거세게 쏟아지는 환호.

뭐, 대부분 내 앞에 있는 요한을 위한 것이겠지만.

요한은 그 함성을 즐기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마치, 독무대를 차지한 듯한 기세.

우리는 둘이서 마주 섰다.

“수락했네?”

그가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는 아무리 크게 떠들어도 관중석까지는 들리지 않는다.

“겁먹고 거절할 줄 알았는데.”

나는 구태여 대답하지 않았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손목을 천천히 풀며 카운트다운을 기다렸다.

그러자 요한의 표정에, 아주 미세한 금이 갔다. 물론, 이내 다시 본래의 온화한 미소로 돌아왔지만.

“같이 던전도 가고.”

그가 말했다.

“요즘 성녀랑 계속 어울리는 거 다 알고 있어.”

그는 천여울의 뒷조사까지 한 모양이었다.

나는 여전히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한은 한순간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이거 하나만 물을게.”

그의 미소가 한층 깊어졌다.

“성녀랑….”

그가 짧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아주 가볍게ㅡ 질문을 던졌다.

“잤어?”

“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터널을 지나면서부터 쌓여 있던 미적지근한 감정들이 단숨에 날아갔다.

마치 질척한 안개가 걷히듯, 내 안에서 불필요한 감정들이 사라졌다.

이건 뭐, 헛웃음도 안 나온다. 내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너도 생각보다 심각하구나.”

용사 요한.

대외적으로 친근하고 상냥한 이미지로 포장된 그의 본성이, 이런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걸 모두가 알게 된다면 어떨까.

-3! 2! 1!

카운트다운이 울려 퍼졌다.

나는 천천히 창을 들어 올렸다.

마지막으로 요한을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 뒤로, 잔뜩 비틀린 집착이 아른거렸다.

“정신 좀 차리자.”


일반적인 길드들은 관중석에서 학생들의 전투를 지켜보며 평가를 내린다.

그러나, 여기는 조금 달랐다.

가온의 경기장은 총 세 곳, A, B, C로 나뉘어 있고, 그 중앙에는 경기장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특별 관람석이자, 일종의 VIP룸이 존재했다.

일명 ‘메이저’라 불리는 단체들의 핵심 인사들은, 이곳에서 언제든 원하는 경기장을 바라볼 수 있었다.

-딸깍.

고급스러운 원목 테이블 위, 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아린 영애의 전투, 잘 봤습니다."

공식적으로 인정된 ‘가온의 랭킹 1위.

그녀의 경기는 자연스레 가장 먼저 논의되는 화제였다.

영광의 산하 길드, 맹주의 길드장인 강윤혁은 주변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강윤혁 길드장. 아린 영애의 성장 속도가 실로 경이롭습니다."

“이거, 졸업하자마자 S급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강윤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강아린.

그의 조카이자, 영광이 키워낸 최강의 인재.

적자인 강유성이 죽고 나서 위기가 찾아온 듯했지만, 영광은 보란듯이 새로운 꽃을 피어냈다.

그의 시선이 슬쩍 전광판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다음 대전의 명단이 떠오르고 있었다.

‘흠….

경기장 A에서 곧 펼쳐질 대전.

요한이 출전하는 만큼, 교단과 주요 단체들은 자연스럽게 요한쪽의 관람석으로 이동했다.

“하하, 주교님. 요한 용사님의 전투가 곧입니다. 이번 용사님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하얀 사제복을 입은 노인의 옆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 아이는… 교단의 새로운 빛이 될 것입니다.”

“하하, 그렇고말고요.”

요한의 전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VIP 룸에서도 그의 전투를 보려는 인물들이 많았다.

대부분 요한에 관한 이야기.

그러나, 강윤혁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관심을 두고 있었다.

‘삼촌, 얘 글로리로 넣을게.

강아린은 어느 날 갑자기, 맹주의 선봉 팀. 글로리의 멤버로 누군가를 추천했다.

추천도 아니고 등록까지 해버리려는 걸, 일단 길드장의 권한으로 막았었다.

‘정해인.

태어나서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조사해보니 묵귀(黙鬼)라는 이명을 쓰는 영웅이더라.

어린 나이에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지만.

글로리는, 그저 그런 영웅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따라서 그는 요한 쪽이 아닌 정해인 쪽의 관람석에 서, 경기를 지켜보고자 했다.

조카가 추천한 이유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해인의 관람석으로 간 강윤혁은 이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요한 쪽으로 몰려 사람이 없을 것이라 여겼던 정해인쪽에도 적지 않은 인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르카디아, 로터스, 그리고… 뱅퀴셔.

‘뱅퀴셔…?

이번 입찰에 참여한다 했을 때부터 의아했는데, 그들의 선택마저도 예상 밖이었다.

강윤혁은 그나마 면식이 있는 아르카디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조용히 한 명에게 말을 걸었다.

“루크 주교님, 요한 학생을 보러 오신 겁니까?”

그러자, 루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성녀님의 추천이 있었습니다. 정해인님을 강력하게 요구하시더군요.”

“저야… 성녀님의 뜻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니, 뜻을 이루기 위해 왔습니다.”

강윤혁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졌다.

‘… 성녀도?

뭔가 이상했다.

인제 보니 정해인의 경기장을 지켜보는 이들의 면면이 심상치 않았다.

유 가(家)의 호위무사. 로터스 길드. 아르카디아 교단. 뱅퀴셔.

‘… 그리고 나까지?

단순한 호기심으로 착석했지만,

강윤혁은 조금 더 깊이, 제대로 앉아 경기를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관람석의 중심.

-아삭.

“해인이 인기 많네~”

유유히 과자를 씹으며 말하는 남자.

박광철이 있었다.

그는 전혀 긴장감 없이 태연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 씨. 해인이 화났다.”

-아삭.

"너는 좆됐다~"

과자를 다시 한입 베어 물며, 박광철은 경기를 즐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