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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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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는 크게 두 개의 분야로 진행된다.
첫 번째는 필기.
그러나 이 필기시험은 성적에도, 더 나아가 가온의 랭킹에도 크게 반영되지 않는다.
그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뿐.
영감은 이론을 등한시하는 현재의 교육 방식을 탐탁지 않아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결국, 모든 관심은 나머지 한 분야에 집중된다.
그것은 바로 대인 전투.
총 세 번의 전투가 진행되며, 한 회차가 마무리될 때마다 길드 및 단체들의 입찰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유명한 가온의 중간고사.
정말로 중요한가?
‘아니.
사실 중간고사는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원작에서 진짜 핵심이 되었던 건, 중간고사와 함께 찾아온 마인 세력의 습격.
가온이 마인들의 목표로 변하는 첫 번째 사건이었다.
따라서, 나 또한 중간고사보다는 그 흐름에 맞춰서 준비하면 된다.
다만 원작과 다른 점이 크게 하나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뱅퀴셔다.
원작에서는 중간고사 때 뱅퀴셔가 참관하지 않았기에 둘이 마주칠 일이 없지만, 만약 마주치게 된다면….
반드시 둘 중 하나는 사지가 찢기게 된다. 뱅퀴셔의 정신은 기본적으로, 멸마(滅魔)니까.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교관이 정리된 수업 내용을 마무리하며 말을 이었다.
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간고사 전까지 진행해둬야 할 내 작업은 간단했다.
주요 인물들의 성장.
나는 왼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천여울은 내가 준 십자가를 손에 꼬옥 쥐고 나를 물끄러미 올려 보고 있었다.
‘천여울은 해결.
유하나. 그녀에게는 동백검을 주기로 했었으니까, 일단 괜찮다.
그리고 강아린은… 뭘 주고 싶어도, 그녀에게 어울리는 물품들이 취급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그렇다면… 마지막은 성시우.
‘어떡하지.
계획대로라면, 그는 편린을 통해 마를 멸하는 병기로서의 성장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길드들의 주목을 받고, 입찰을 통해 강력한 서포트를 받으면서 서서히 ‘주인공’의 길을 걷게 된다.
근데 편린은 내가 홀랑 까먹어버렸고, 이 새끼는 아직도 고집불통이다. 몇 번 말을 걸긴 했는데 여전히 씹는 중.
그럼 내가 이 녀석을, 현시점에서 끌고 가야 할 이유가 있는가?
사실 고민은 이미 마쳐놨다.
‘버려.
일단 버린다.
이번 습격에서는 힘들다.
당장 다음 주가 중간고사인데.
이거 끌어 올리려면 택도 없다.
고개를 들어 맨 앞을 바라봤다.
그는 칠판에 쓰여 있는 뱅퀴셔라는 단어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하다.
내가 만들고, 또 키우려고 했던 주인공을 버리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
해가 뉘엿뉘엿 저물며 땅거미가 기어가는 지금.
오후 6시. 나는 B동 훈련장에 도착했다.
자동문이 열리자, 시험 기간에 맞춰 훈련하러 온 학생들이 곳곳에서 기량을 갈고닦고 있었다.
격렬한 타격음과 마력의 파동이 훈련장을 가득 메운다.
그러나 그 가운데, 유하나는 무릎을 꿇고 조용히 명상에 잠겨 있었다.
무가(武家)의 자제.
그녀는 시끄러운 주변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나는 등에 대각선으로 멘 동백검을 조심스럽게 내리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내 발걸음이 가까워지자,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부드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스럽게 나에게 다가왔다.
훈련장에는 거대한 공동 공간과,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훈련 룸이 존재했다.
“방으로 갈까? 방 잡아놨어.”
그녀가 나를 훈련실로 이끌려 했다.
그러나 내가 한발 먼저 움직였다.
나는 등 뒤의 검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짙은 보랏빛이 감도는 검집.
그 안에서 미세하게 퍼져 나오는 묵직한 기운.
-우우우우웅
그리고, 검은 계속해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마치, 버둥대며 거부하는 듯한 기색.
나도 너 싫어 임마.
“받아.”
나는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며 짧게 말했다.
그녀의 눈이 순간 동그래졌다.
당황한 듯 허공을 맴도는 그녀의 손에 칼을 쥐여줬다.
그 순간.
-윙.
동백검의 기운이 부드럽게 퍼졌다.
전까지 발버둥 치던 떨림이 서서히 잦아들더니, 이내 차분히 가라앉았다.
아무래도 유하나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엄청 좋은 검이야. 오늘 훈련은 이걸로 하자. 아마 당분간은….”
그런데.
“…야.”
나는 미간을 좁혔다.
유하나의 눈가에서, 투명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그녀도 당황한 듯했다.
“아… 미, 미안해.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을 어쩌지 못한 채, 손바닥으로 마구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닦아도, 닦아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왜, 왜 이러지….”
그녀는 울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웃고 있었다.
스스로도 감정의 통제가 안 되는 듯했다.
주변의 시선이 슬슬 몰려들었다.
-뭐야?
-유하나 아니야?
웅성거리는 소리.
훈련장 한가운데서 눈물을 보이는 유하나를 향한 이목이 쏠렸다.
‘이건 좀….
곤란하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곧장 훈련실 문을 열어, 그녀를 안으로 데려갔다.
***
눈앞의 그이는 조용히 등을 돌린 채, 몸을 풀고 있었다.
유하나는 자신의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듯한 그의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해인은 조금의 기척도 내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요구하지도, 재촉하지도 않았다.
스스로 진정하라는 듯한 묵묵한 배려.
‘상냥해….
이마를 살짝 짚으며, 그녀는 흐트러진 감정을 추스르려 했다.
애써 숨기려 했던 감정이 터져 나왔던 순간.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고, 그걸 어찌하지 못했다.
그의 넓고 탄탄한 등을 바라봤다. 언제나 기대고 싶은, 또 기대었던 등.
그러나 그는 그 등으로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숨을 삼켰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 등을 감싸 안고 싶다.
그의 등을 타고 천천히, 단단한 어깨까지.
온몸으로 느껴지도록, 꼭 껴안고 싶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천천히 그를 밀어 눕히고 싶었다.
온몸을 밀착해 그의 체온을 느끼면서,
그의 모든 짐을 잠시라도 내려놓을 수 있도록.
그의 호흡을, 심장 소리를, 그의 뜨거운 온기를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말하고 싶다.
이제, 괜찮다고. 그 짐 같이 나눠 들겠다고.
그리고 또… 그의 귓가에 입을 맞추며….
‘하아….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그러면, 전부 허사가 되니까.
그의 노력이 전부 허사가 될 테니까.
유하나는 손끝을 조용히 말아 쥐었다.
뜨거운 숨을 억누르며, 떨리는 시선을 천천히 거두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사랑하는 그이에게 조심히 다가갔다.
그는 여느 때처럼 상냥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돌렸다.
“시작할까?”
그는 그녀가 울었던 이유는 묻지 않았다.
그저, 언제나처럼 묵묵히 웃어 보일 뿐.
그 상냥한 모습에 또다시 음심이 차올랐지만, 감정을 꾹꾹 눌러 가라앉혔다.
“…고마워. 엄청 좋아 보이는 검인데.”
그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답했다.
“빌려주는 거야.”
거짓말. 그러다가 그냥 줄 거면서.
그는 그의 주 무장인 창이 아닌 검을 꺼내 들었다.
이건… 그거다.
그는 검을 가볍게 휘두르며, 검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화접검(花蝶劍).
꽃과 나비가 하나가 되어 우아하게 펼쳐지는 검법.
검을 휘두를 때마다 바람이 춤추듯 흐르고, 공격과 방어가 유려하게 연결되는 상승무공.
동백검과도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검법이었다.
그는 화접검의 우수한 점을 유하나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설명을 마치고, 다소 긴장한 듯 그녀를 바라봤다.
지금의 유하나는—
온몸 구석구석 그의 흔적이 스며들어 있었다.
기술만이 아니라, 그의 말투, 습관, 심지어 검을 쥐는 자세까지.
그러니 화접검은 이미 배우고도 남았다.
그러나 당시의 유하나라면?
“증명해. 그게 내 검법보다 좋다는 것을.”
이렇게, 날카롭게 입꼬리를 올리고는, 싸가지 없게 내뱉었을 것이다.
그는 그런 싸가지 없는 유하나의 모습에도 오히려 더욱 선명한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그랬다.
그는 그녀를 설득하려 했다.
자신의 방식을, 자신의 길을 따르게 만들려 했다.
그렇게, 검을 나누는 순간이 다시 찾아왔다.
“한번 해볼까?”
대련이 시작됐다.
그는 화접검을 펼치며 빈틈을 깊숙이 찌르며 들어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너무 기뻤다.
다시 이렇게 검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라도 그의 검과 맞설 수 있다는 것이.
하지만, 과거의 유하나라면?
유하나는 바로 표정을 바꿨다.
분한 얼굴.
지기 싫어 발끈하는 눈빛.
그리고 그의 얼굴에도 다시 미소가 떠올랐다.
익숙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감정을 자극하며,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그 방식.
‘분하지?
그는 그렇게 묻지 않았지만, 유하나는 그의 속내를 읽어냈다.
그는 항상,
그녀의 분함을 검술의 연료로 삼았다.
유하나는 결국 아슬아슬한 차이로 패배했다.
그리고 동백검을 바닥에 던진다. 그러나, 그것을 함부로 내던지지는 않았다.
소중한 것이니까. 다만, 살짝 강하게 내려놓았을 뿐.
그녀는 일부러 표정을 찌푸렸다.
자존심이 상한 듯, 억울한 듯, 그에게 말한다.
“… 그거, 나도 알려줘.”
그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번졌다.
자신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는 상황에, 어딘가 흐뭇해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네가 기쁘면 나도 기뻐.
그리고 그녀는 스스로에게 속삭이듯 되뇌었다.
‘기특하게 굴게요.
…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