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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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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 아카데미의 부지는 서해 부근에 떠다니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섬이다.

월요일 아침, 대부분의 학생은 등교를 하고 있었다.

-왜애애애애애애애애앵!

그 순간. 날카로운 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퍼졌다.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가온은 인공섬이기 때문에, 경보가 울릴 일이 거의 없다.

마력 현상이 발생할 수가 없기 때문.

따라서, 가온에서 경보가 울린다는 건, 국가적인 경보가 발령됐다는 뜻이었다.

[백두산 천지, 대규모 마력 이상 현상 발생]

-일전 미국과 중국에서 감지된 마력 파장과 유사….

-백두산 일대 마물 대거 은신 … 실종된 개체 72% 이상.

가온의 학생들은 각자의 스마트 기기와 홀로그램 뉴스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기사를 확인했다.

호기심과 흥분이 섞인 대화들이 교실 곳곳에서 오갔다.

천여울은 뉴스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녹옥빛의 마력 기둥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영상.

그녀는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했다.

“부디….”

다시 한번, 그가 일어서기를.


눈을 떴다.

머리 위의 천장은 여전히 높았다. 끝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거대한 공동.

일전에 한 번 왔던 곳.

다시 돌아오니, 잊고 있던 기억까지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공동의 끝자락에는 희미한 빛줄기가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전보다 조금 더 강한, 하지만 여전히 어둠을 완전히 걷어내지는 못하는 빛.

나는 본능적으로 그 빛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계단.

출구로 향하는 그곳, 계단 위에는 여전히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그는 가만히 서서, 나를 지켜봤다.

아무 말 없이, 움직임도 없지만,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귀기는 여전히 서늘하고 날카로웠다.

일전에 마주했을 때, 나는 몸조차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그 순간.

“이렇게 금방 또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그가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차분했다.

“잘 된 일…. ”

“누구야, 너.”

나는 그의 말을 끊었다.

계단 위에 서 있는 그의 얼굴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빛이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질 법도 한데, 마치 검은 장막이 드리워진 것처럼.

“그걸 알려줄 수가 없는 게….”

어둠 속의 실루엣이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참 아쉬운 일이야.”

그의 기세가 느껴진다.

네임드 급인가?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네임드 강자들의 이미지를 차례로 나열했다.

‘밀리지 않는다.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더… 강할 수도.

그가 천천히 창을 뽑자, 그의 창이 찢어지는 비명을 내며 울기 시작했다.

“큭.”

나는 표정을 찡그리며 반사적으로 귀를 막았다.

온몸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비명소리.

“이거, 들려?”

그가 창을 가리키며 웃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왜인지 웃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좋은 신호야.”

그는 천천히 창 끝을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아직 이곳은 조금 일러, 몇 개 더 남았거든.”

형체의 얼굴은 여전히 알아볼 수 없었다.

“이대로만 해. 솔직히 생각을 버리는 걸 추천할게. 그냥 걔네한테 몸을 맡기는 것도… 아, 이건 좀 위험한가.”

내 시야가 확장되기 시작했다.

마치 공격에서 보호라도 하려는 듯.

‘편린.

확장되는 시야, 편린이 가진 권능 중 하나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허리춤에 찬 창을, 아주 강하게 쥐었다.

이번에는 느껴진다. 그는 내게로 쇄도하고 있었다.

정면에서 접근하는 실루엣.

아니.

정면뿐만이 아니다.

순간, 내 시야가 왜곡됐다.

눈앞에서, 뒤에서, 옆에서—모든 방향에서 잔상이 흩어졌다.

공간을 가득 메운 수십 개의 공격 루트.

도망칠 길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완벽히 봉쇄됐다.

‘카테나치오.

그는, 게임 속 최고 난이도의 기술을 너무나도 쉽게 펼쳤다.

완벽한 공간 장악, 한 치의 틈도 없는 창격의 포위망.

“잘 봐둬.”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나이 때는,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거든.”

-파파파파박!

전신을 파고드는 창의 촉감.

온몸이 베어내지는 듯한 감각.

-… 힘내라.

내 시야가.

다시금 암전됐다.


잠에서 깼다.

-짹짹

나는 백두산 어딘가의 수풀에 몸을 파묻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릿속은 텅 비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맑은 하늘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

그리고,

====

[권능: 조화의 편린(片鱗)]

①파사현정(破邪顯正)

ㅡ 사한 것을 부수어라.

② ???

③ ???

====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 창.

그곳에는 내 권능 자리를 단 하나의 존재가 깔끔히 꿰차고 있었다.

조화의 편린.

어째서인지 모르겠다.

나는 분명, 편린을 흡수했다.

[직업 능력 『직관』이 권능 「조화의 편린」과 감응하여 『일체지각(一體知覺)』으로 진화합니다.]

[소질 『전인(全人)』이 권능 「조화의 편린」과 감응하여 『진인(眞人)』으로 진화합니다.]

.

.

.

그외에도 여럿.

눈앞에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성장의 알림.

그러나 기쁨보다는 얼떨떨함이 더 컸다.

“어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산장? 아니었다.

오히려 약간 숨이 가빠지는 걸 보니, 고도가 상당하다.

천지에 가까운 높이임이 분명했다.

어떻게 내려가나 싶지만, 괜찮다.

과거의 편린이 내게 흡수되며 현재의 편린은 사라졌다.

현시대의 마물들은 편린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사라졌기 때문에 즉시 약화될 것이다. 혹은 숨거나.

따라서 그들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강아린은….

보이지 않았다.

같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뜻인가.

아마 위치가 엇갈린 듯했다.

마지막으로 들었던 그녀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사실, 나도… 너꺼야.

머릿속이 뜨거워졌다.

7일간 함께하며 감정의 교류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녀가 자기 사람을 아끼는 성향이라는 것도 맞다.

그러나, 그 정도였나?

깊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머릿속을 정리했다.

사망 회귀가 사라졌다.

그 이후, 내가 아는 원작의 흐름은 점점 더 어긋나기 시작했다.

설정과 다른 주요 등장인물들. 그리고 그들의 미묘하게 변해버린 반응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편린.

편린은, 시스템의 선택을 받은 자들만 흡수할 수 있다.

즉, 내가 흡수한다는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금 나는 편린을 흡수했다.

나는 손을 가볍게 펼쳤다.

마나를 가볍게 손끝으로 흘려보냈다.

천천히 눈을 떠 확인한 마나의 빛깔은, 언제나처럼 잿빛이었다.

그러나 그 속에 섞여 있는 은은한 녹옥색 빛이 내가 편린을 흡수했다는 것을 실감 나게 했다.

나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껏 내가 세웠던 모든 계획은 의미가 없어졌다.

내가 틀렸음을 인정하겠다.

“계획을, 다시 세우자.”

결심한 순간이었다.


로터스 길드의 2팀은 이틀째 백두산에서 표류 중이었다.

애초에 그들은 백두산 일대를 조사하기 위해 투입된 정찰 팀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리더, 우장훈의 욕심 덕분에 상황이 꼬였다.

'탐사를 지속한다. 하산은 후순위다.'

방출된 에너지를 좀 더 분석하겠다는 이유로, 그는 내려갈 타이밍을 계속 미뤘다.

그 결과, 하산로가 완전히 차단됐다.

식량도 바닥나고, 체력도 고갈되어갔다.

구조 신호를 보내도 천지에서 방출되는 에너지에 가로막혔다.

결국 그들은 서서히 산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일부 대원들의 눈빛이 흐려졌다.

우장훈을 씹어먹을 듯이 바라보는 눈빛이 늘어갔다.

그러던 중.

-슈우우우욱!

백두산 천지.

그곳에서 거대한 녹옥빛 기둥이 솟아올랐다.

산 전체를 뒤흔드는 어마어마한 마력의 파동이 일대를 덮었다.

바로 그 순간.

-삐비빅!

무전이 울렸다.

우장훈은 반사적으로 덥석 무전을 받았다.

“2팀입니다!”

본부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그리고, 무전기 너머의 사람은 다짜고짜 고함쳤다.

"야, 너희 절대 기어 내려오지 말고, 지금 당장 올라가! 천지로 바로!"

“예…?”

"마물들 다 사라졌다! 당장 빨리!“

그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다음, 모두가 동시에 장비를 들고 뛰기 시작했다.

그들은 몰랐지만, 사실 그들은 마물들에게 쫓기는 동안, 어느새 천지 부근까지 도달해 있었다.

따라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그들은 천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ㅡ

천지의 맑은 물가.

그 한 가운데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어?”

우장훈의 입에서 무의식적인 감탄이 흘러나왔다.

불과 며칠 전, 백두산에 오르기 전 터미널에서 봤던, 어린놈이었다.

당시 그는 어린 티를 숨기지 못하는 풋내기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기세도, 풍기는 분위기도, 완전히 달랐다.

마치 긴 수도 끝에 깨달음을 얻은 성인(聖人) 을 보는 듯한 느낌.

'대체 이틀 사이에 무슨 일이….'

우장훈은 적잖이 당황했다.

“와….”

뒤에 있던 여성 팀원이 무심결에 감탄을 내뱉었다.

그에 비해, 천지에 서 있던 정해인은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조난 당했네.

그들의 초췌한 몰골을 보니, 상황은 뻔했다.

장비들은 찢어졌고, 얼굴에는 피로가 짙게 배어 있었다.

굶주림과 탈진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해인은 하산하기 전, 워치의 태양광 충전을 위해 천지로 올라왔다.

백두산에 등정한 첫날보다 이틀 정도 더 흐른 날짜.

그러니까 그들은 그 이틀 동안, 이곳에서 갇혀 있었던 것이다.

정해인은 묵묵히 그들을 바라봤다. 우장훈은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정해인은 이내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괜찮으세요?”

그 속에는 여유가 담겨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