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2-novel-agent/content/references/novelpia/327879/143.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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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선전(深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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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진지 오래지만, 네온사인과 수많은 인파로 도시는 잠들 줄을 몰랐다.
 
후덥지근한 공기, 이국적인 향신료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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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광경이 내려다보이는, 초고층 빌딩의 가장 높은 첨탑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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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색의 전투복을 입은 한 무리가, 소리 없이 도시를 관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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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Phantom).
 
맹주의 0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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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도가 함경도를 습격하기 전, 마인(魔人)이 대거 상하이를 습격했었다.
 
마인 습격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던 중국의 피해는… 끔찍했다.
 
당시 유세린도 중국 정부의 요청에, 로터스 소속으로서 지원을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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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는 다시, 이 땅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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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이 상하이를 습격하기 전, 발생했던 기묘한 마력 분출 현상이, 이곳 광둥에서 발견됐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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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그녀가 직접 나설 일이 아니었겠으나, 강아린 또한 유하나의 편린이 후난성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광둥은 바로 그 후난의 아래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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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아린은 자신의 가장 날카로운 비수를 직접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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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린은 눈을 감은 채, 이 도시에 흐르는 마력의 기류를 느끼고 있었다.
 
'통찰안(洞察眼)'. 그녀의 능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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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의식이 도시 전체를 훑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세린의 미간이 서서히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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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조금… 이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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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녀의 옆에 서 있던 부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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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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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조용해. 인위적일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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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린은 잠시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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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제대로 확인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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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고요함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의식을 극한까지 집중했다.
 
그녀의 의식이 다시 도시 전체를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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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점차, 그 인지 범위를 광둥성 너머 북쪽의 후난성까지로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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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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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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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의식이 후난성의 한 산맥에 닿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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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린이 크게 비틀거리며 뒤로 넘어갔다.
 
그녀의 코에서 검붉은 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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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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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관이 놀라 그녀를 부축했다.
 
유세린은 손등으로 코피를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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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았지만, 그녀는 확실히 느꼈다. 강렬한 악의(惡意)가 몸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어쩌면, 저번 상하이 습격보다 더한 악의(惡意)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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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워치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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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부길드장님한테 연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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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위치는 광둥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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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난성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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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린은 북쪽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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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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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수업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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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수업은 포탈 통관소로 가야 한다. 현장 실습 수업이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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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통관소로 향하기 전,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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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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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밥 해줘.”
 
내 팔에 딱 달라붙어 걷던 윤채하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사실 동선상으로도 숙소에서 통관소로 가는 게 더 가까웠기에, 나 역시 굳이 반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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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점심은 파스타.
 
빠르게 만들 수 있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기에 가장 적합한 메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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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닛 수업 누구누구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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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끓는 물에 파스타 면을 넣으며, 식탁에 앉아 나를 구경하는 애들에게 물었다.
 
2학기는 전공과 교양이 세분 되기 때문에,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골라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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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같은 반이라고 같은 수업을 듣는 것도 아니고.
 
다른 반이라고 다른 수업을 듣는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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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 옆에서 식기를 놓으며 조리를 돕는 척하던 천여울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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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쟤랑 그리고 너, 일단 이렇게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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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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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하고 강아린은 유닛 신청 안 했다는데? 유하나는 무구학개론, 강아린은 마나 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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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 주걱으로 붉은 토마토소스를 천천히 저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유하나의 무구학개론. 그리고 강아린의 마나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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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최적의 선택을 했다.
 
각자의 강점을 높이는 전공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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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다, 아주 영리한 선택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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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지금 내 옆에 있는 천여울과 윤채하는 유닛 수업이 정말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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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사회성이 영 별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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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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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 옆에서 식기를 정리하던 천여울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나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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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그녀가 막 접시에 담아놓은 파스타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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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요리 못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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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삶은 파스타를 웍에 옮겨 담으라고 그녀에게 넘겼다. 그런데 그걸 완성된 음식으로 여긴 모양이었다.
 
삶아진 면을 잔치국수처럼 그릇에 산더미로 쌓아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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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는 따로 부어 먹는 거라 생각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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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있지 않은가? 면과 소스를 따로 받아 버무리는 급식 파스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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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붉어진 얼굴로 헛기침하며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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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렇게 하는 거 아니야? 원래 소스는 취향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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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답 대신, 그녀가 담아 놓은 접시를 가져 왔다.
 
그리고 그 위에, 내가 만든 진한 토마토소스를 듬뿍 끼얹고 파슬리를 살짝 뿌려 면수와 함께 걸쭉하게 섞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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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플레이팅해 그녀 앞에 다시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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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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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앞에 놓인 완벽한 파스타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볼을 톡, 하고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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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요리 못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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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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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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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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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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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천여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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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 속에서 이글거리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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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언가를 직감하고, 재빠르게 시선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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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냥 수업 가지 말까? 나는 대낮부터 방에서 쉬는 것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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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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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나 자극하지 마.”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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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딱딱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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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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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던 윤채하가, 기가 차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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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식사가 시작되고, 파스타를 흡입하던 중 나는 문득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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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 윤채하, 그리고 이곳에 없는 하시온, 유하나, 강아린까지.
 
생각해 보니, 이 다섯 명과의 소통은 언제나 개별적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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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팀 단위 활동이 많아질 텐데, 이렇게 계속 나를 통하거나 다른 애들을 통해서 소통하기도 좀 애매했다.
 
어차피 이제 한 건물에 살게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소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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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 톡방을 하나 파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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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실행에 옮겼다.
 
나는 조심스럽게 워치를 꺼내 조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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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그룹 채팅방을 생성했다.
 
그리고 내 연락처에 있는 이들을, 망설임 없이 전부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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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링.
 
-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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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앉은 윤채하와 맞은 편의 천여울의 워치에서 동시에 알람이 울렸다.
 
그녀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워치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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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ief_ 님이 OnE님, RIN님, 1000_y님, summer님, 시온 님을 초대했습니다.]
 
천여울과 윤채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워치를 두들겨 첫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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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ief_]: 앞으로 공지사항은 이걸로 통일. 편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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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은 아이디어였다.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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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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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새로운 메세지가 도착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강아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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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N]: 잡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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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어떻게 할까.
 
사실 안 되게 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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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ief_]: 그럼요
 
[RIN]: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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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는 별 채팅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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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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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마침 잘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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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때. 유하나의 메세지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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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내가 오늘 우연히 본 기사인데, 어떻게 생각해?
 
[OnE]: (기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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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기사지?
 
설마 마인이 움직이기라도 시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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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깜짝 놀라, 재빠르게 링크를 눌러 확인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어처구니없는 헤드라인이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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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마케도니아의 A급 영웅  페트리디스, 12번째 아내 맞이하며 세계 최다 부인 기록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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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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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홀로그램으로 띄워진 뉴스 기사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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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지 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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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는 기본적으로, 내가 살았던 현대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만든 ‘게임’ 속이 원작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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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임을 설계할 때, 주인공의 '행복한 미래'를 상정한다.
 
​그리고 그 행복 속에는 당연히 여러 명의 히로인과 함께하는 엔딩도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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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대 사회의 일부일처제라는 제도는, 이 엔딩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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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나는 이질감이 들지 않는 선에서 세계관의 규제를 살짝 풀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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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일처제’라는 법은 없지만, 그것이 가장 보편적인 형식.
 
그러나, 일부다처가 불가능은 아닌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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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내가 고려할 만한 사항이 아니었다.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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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링.
 
-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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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N]: 행복해 보이네
 
[1000_y]: 인정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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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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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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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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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옆에서 무슨 일이냐는 듯, 파스타를 입에 한가득 물고 볼이 빵빵해진 채 나를 올려다보는 윤채하를 그대로 양팔로 껴안고 번쩍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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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 으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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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놀라 바둥거렸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현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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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서 천여울이 킥킥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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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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