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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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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으로 물들었던 시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대로 돌아왔다.
눈을 떠보니, 나는 산장의 바닥에 누워 있었다. 차가운 나무 바닥의 감촉이 선명했다.
“욱!”
상체를 들어 올리자 마자 순간적으로 몰려오는 어지러움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나는 간신히 욕지기를 참아내고, 주위를 둘러봤다.
조금 전까지 낡아빠져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던 산장은, 이제 막 지어진 것처럼 고풍스러운 목재 냄새를 풍기며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생김새는 똑같았지만,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낡음 대신 깔끔함이, 쓰러질 듯한 불안감 대신 견고함이 자리 잡았다.
‘과거다.
나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린 달력을 확인했다.
산장이 시간을 정확히 되돌렸다면, 오늘의 날짜는 1979년 1월 1일이어야 한다.
조화의 편린은 정확히 그날 생성되니까.
“제발.”
그러나 내 눈앞에 적힌 날짜는 조금 달랐다.
[1978년 12월 26일]
편린이 생성되기 정확히 6일 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슬아슬한데.”
기본적으로 원작에서 시간 여행의 제한 시간은 7일.
그 이상을 넘어가면 자동으로 시간축이 붕괴하여 원래의 시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다음 기회는 없다. 산장은 사라진다.
‘이러면 마지막 날에 바로 얻어야….
계획에 대회 고민을 하던 중.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으으응….”
부드럽고 나른한 목소리.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강아린이 여유롭게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나를 보더니, 익숙한 미소를 지었다.
“잘 잤어?”
“….”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차오르는 혼란과 질문을 억지로 억눌렀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 상황을 바로잡아야 할지조차 감이 오지 않았다.
강아린은 내 당혹스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태연했다.
나는 그녀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어떻게 알았어?”
내내 태연했던 그녀는, 12시가 되기 직전에 들어와 문을 걸어 잠갔다.
나도 말이 안 되는 거 아는데, 이 산장의 장치를 모르고 저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 더 말이 안 된다.
내 머릿속은 혼란스럽게 돌아갔다. 더 이상 생각을 굴리기보다는 그녀의 답변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고개를 기울였다.
마치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영광이잖아.”
강아린은 느긋하게 몸을 펴며 답했다.
“모르는 게 있겠어?”
나는 그녀의 말에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영광이 그럴싸한 정보망을 가진 조직임은 맞다.
하지만, 이 산장처럼 원작 속에서도 숨겨져 있는 기믹을 알아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영광?”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대꾸했다.
“나 지금 장난하자는 거 아닌데.”
내 말끝은 의도치 않게 날카로웠다.
강아린은 내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너가 의심하는 것도 이해해. 하지만, 믿어도 돼.”
강아린은 천천히 손가락을 아래로 향해 땅을 가르켰다.
“여기, 백두산. 이곳에 세계에서 두 개밖에 발견되지 않은 편린이 묻혀있어.”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미묘하게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했다.
“그리고 이 산장.”
강아린은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말했다.
“이 산장은 그 편린의 시간축에 영향을 받은 공간이야. 간단히 말하면, 편린의 에너지가 시간을 비틀어 만든 축이지.”
‘어떻게…?
완벽한 정답이었다.
정확히 그런 설정이긴 하다.
“어때? 아직도 내가 안 믿겨?”
그녀는 싱긋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있어, 나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머리가 더 혼란스러워졌다. 대체 어떻게 정보가 여기까지 닿은 거지?
이것마저 강유성의 죽음이 불러온 스노우볼인가?
그렇다면 새삼 그의 경영 능력이 쓰레기였음이 증명되는….
“그리고 난 오히려 너한테 묻고 싶은데?”
강아린이 내 얼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가까워지는 붉은 눈동자가 은은하게 빛났다. 마치 나를 꿰뚫어 보려는 듯, 그녀의 눈빛은 의미심장했다.
“영광에서도 최고 기밀로 취급해 아무도 모르는 이 정보를 너는 어떻게 안거야?”
이번엔 내가 해명을 해야 할 차례였다.
그녀가 말한 대로라면, 영광 내부에서도 이 정보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런데 내가 이걸 알고 있다는 건? 그녀가 의문을 품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고 내게 대답해줄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곧장 산장 밖으로 나섰다.
“어디가?”
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따라왔다. 조금은 다급해 보였지만, 여전히 여유가 묻어 있었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를 힐끔 봤다.
“너도 편린을 찾으러 왔다는 거 아니야?”
밖은 여전히 저녁이었다.
눈 앞에 펼쳐진 설경 속으로 한 발 한 발걸음을 옮기며 덧붙였다. 비로 뒤덮였던 산장은 이제 순백의 눈으로 덮여 있었다. 차갑고 맑은 공기가 피부를 찔렀다.
“나도 그래서.”
뒤에서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그녀의 반응을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편린의 위치와 생성 시점은 내가 알고 있다.
백두산 천지. 1월 1일. 편린은 정확히 그날, 그곳에서 생성된다. 원작에서도 아무런 전조 없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물건이었다.
염려되는 것은, 강유성이 죽은 세계선의 영광의 정보력이 얼마나 뛰어나냐는 것인데.
백 번 양보해, 천지 내부에 편린이 있다는 사실까지는 알았다고 치자.
그러나 편린이 생성되는 구체적인 시점까지 알고 있을리가 없다.
나는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았다.
속으로 계획을 정리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지금 내가 할 일은 간단하다. 수색하는 척하며 그녀를 떼어놓는 것.
눈 덮인 들판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였다.
-푸흣.
뒤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울리는 그 소리에 나는 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돌리자, 강아린은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그녀는 웃음을 참으려 했지만, 눈가는 이미 웃음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 미안.”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웃음을 감췄지만, 입가에 남은 미소는 숨길 수 없었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맑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막.. 고민하는거… 귀여워서.”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그녀의 태연한 미소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근데 있잖아.”
그녀는 천천히 내게로 다가왔다. 눈 속을 몇 발짝 걸어와 내 바로 옆에 섰다. 그리고는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녀의 입술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한 단어씩 또렷하게 내뱉었다.
“백두산 천지. 그리고 1월 1일. 어때?”
그 순간, 내 머릿속이 하얘졌다.
"···."
그녀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춥고 어두운데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말고.”
그녀는 내 손을 덥석 잡았다.
“그냥 따뜻한 산장 안에서 나랑 얘기나 좀 나누자.”
강아린은 내 손을 꼭 쥐고는, 가벼운 힘으로 나를 산장 쪽으로 끌고 갔다.
힘으로 뿌리칠 수도 있었지만, 생각하는 걸 포기한 나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
영광의 정보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솔직히 지금 당장 전부 때려치우고 취직하고 싶어질 정도.
아주 생기는 계획마다 그녀에게 차례차례 박살나는 중이다.
나와 사고의 흐름이 비슷한 건지, 여러모로 피곤한 상대다.
“… 그래서, 너도 편린이 필요하다는 거지?”
이제 숨길 것도 없다.
“넵.”
내 반응에 그녀는 싱긋 웃으며 내 팔뚝을 살짝 쳤다.
보통 이런 협상은 좀 거리를 두고 진행하지 않나?
난로 앞이 따뜻하다는 이유로 그녀는 내 옆에 딱 붙어있었다.
내가 반대편으로 넘어가겠다고 했는데, 붙잡혔다.
“편린, 줄까?”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그녀를 바라봤다.
아니 근데 이 사람이 진짜….
내가 뭐, 나 좋자고 편린 먹자는 것도 아니고. 다 세상을 위해서인데.
어차피 그거 얻어도 성시우 전용이라 나는 흡수도 못 한다.
편린을 흡수할 수 있었으면 내가 진작 흡수해서 무한 회귀로 조질 계획을 세웠을 수도 있다.
물론 회귀는 없어졌지만….
“… 주면 좋죠.”
당연히 속으로만 궁시렁거렸다.
온전히 편린 하나를 내 손으로 얻어야 하는 나는, 철저히 을의 입장이었다.
그녀가 기를 쓰고 편린을 얻으려 한다면, 결국 그녀와 무력적인 충돌이 발생한다.
그런데 내가 만든 캐릭터랑 그런 식으로 충돌하는 것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그녀는 내 대답에 만족한 듯,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모습이 어쩐지 사람을 약 올리는 것 같았다.
“줄게.”
강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연하게 말했다.
마치 당장이라도 건네줄 수 있다는 듯한 태도.
“근데 조건이 있어.”
“뭔데.”
조건이 없으면 그게 사기다.
대체 뭐를 요구하려는 걸까.
동백검?
이아노의 십자가?
그녀는 내 반응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졸업하면… 글로리에 입단해.”
순간 머릿속이 멈췄다.
글로리는 영광의 산하 길드였다.
명실상부 세계 1위 길드.
다시 말해, 조건이라기보다 거대한 제안에 가까웠다.
“진심이야?”
“응.”
강아린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조금 떨어져 난로 옆에 기대어 말을 이었다.
“네가 묵귀인건 잘 알고 있어.”
“그리고, 이아노의 무덤부터 편린의 위치까지. 단독의 정보력으로 여기까지 온 것도 알고 있고.”
그녀는 여유롭게 말을 이어가며 싱긋 웃었다.
“사용법도 모르는 편린보단, 제대로 된 인재 하나가 더 가치 있다고 판단했을 뿐이야.”
그리고 그녀는 한 박자 쉬며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그리고 말이야, 네가 내 것이 되면, 편린도 자연히 내 것인 거잖아?”
강아린은 싱긋 웃으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어때?”
사실, 고민할 필요가 없는 제안이었다.
“좋죠….”
어차피 나는 졸업 후 글로리에 입단하려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