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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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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길드의 부길드장, 유세린의 집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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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유리창을 통해 반사되는 여러 포장 박스들이, 그녀의 집무실안에 놓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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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책상 위 홀로그램 스크린에 떠 있는 뉴스 기사들을 연신 돌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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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손가락이 스크린을 스크롤 할 때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들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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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 정해인. 불가람의 시련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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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연소 계승자? 대한민국 영웅계 지각변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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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승자는 둘? 윤채하와 정해인의 사이에 대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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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린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의자 깊숙이 등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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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명해졌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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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의 주가는 상한가를 치다 못해, 이제는 측정조차 어려운 영역으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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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노력했어도 어차피 로터스로는 오지 않았을 거라며 애써 위안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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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점 매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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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유세린의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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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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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저점인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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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린은 곰곰이 생각했다. 분명, 그때 보여준 그 포텐셜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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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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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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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집무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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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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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고, 그녀의 충실한 비서가 고개를 숙이며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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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길드장님, 모든 처리가 끝났습니다. 언제든 움직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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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린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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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스크린을 향해 손짓했고, 정해인에 대한 모든 기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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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는 이제, 아쉬움이나 초조함 대신 결의 찬 표정만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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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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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린은 집무실 구석에 쌓인 이삿짐 박스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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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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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이 우량주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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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는··· 부실 기업주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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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의 방학은 일반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중간 쯤 되는 기간으로 설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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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원작에서 1학기 방학과 2학기 사이에 배치한 이벤트라고는… 훈련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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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스펙이나 올리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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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딱히 한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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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한 게 없다고 보는 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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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아카데미에 있을 때보다 더 지옥 같은 훈련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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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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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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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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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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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내 몸은 지하 훈련장의 강화벽에 처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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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에 머리가 띵하고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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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상황의 원흉은,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내 전담 코치로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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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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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의 권강에 얻어맞다 보면, 이러다 진짜 죽겠는데, 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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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구름 너머로, 영감은 턱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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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부 나를 위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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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편린을 습득한 것에 대해서는 영감에게, 일전에 얘기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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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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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확장 권능을 위해 그에게 먼저 도움을 청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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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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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혼자 맨땅에 헤딩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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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영감에게 부탁을 하지 않는 나였기에. 신이 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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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건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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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만 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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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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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마나를 뽑아내도 별 변화는 없구나. 이 방향성은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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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빌어먹을 육성의 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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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고민하면서 두들겨 팬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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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이제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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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밤낮으로 두들겨 맞고 나서 나온 결론에 나는 몸서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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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다른 방법으로 다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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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그 말을 남기고, 미련 없이 훈련장을 나갔다.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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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의 행동은 근본적으로 방향성 자체는 틀리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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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안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 내, 마나를 완전히 비워내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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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백의 상태에서 새로운 각성의 실마리를 찾게 하려는, 뭐, 그만의 방식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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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 탈진, 그 직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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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량의 마나라도 회복하기 전까지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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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나는 그가 나가고도 한참 동안, 차가운 훈련장 바닥에 그대로 누워, 거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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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러다 보면 훈련장의 문이 조용히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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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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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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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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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이 눌러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이중 삼중으로 잠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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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이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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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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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강철 격벽이 닫히는, 육중한 소리가 훈련장 전체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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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이제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밀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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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 속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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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시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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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축 늘어져 있는 나를 향해 희미하게 한번 웃고는, 조심스럽게 내 옆에 쪼그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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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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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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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답할 기력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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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녀의 구실은 언제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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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나를 조율해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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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몇 번은, 정말 순수하게 도와주려는 마음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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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체를 일으켜 세워주고, 등 뒤에서 조심스럽게 마나를 불어넣어 주는 시늉을 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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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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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은 아예 내 몸 아래로, 나와 바닥 사이의 좁은 틈으로 자신의 부드러운 몸을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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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나를 뒤에서, 꽉 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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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간의 조율이 끝나면, 그녀는 언제나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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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최근 1주간 있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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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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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시온의 본심을 마주한 이후로, 끝도 없이 달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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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이라는 그럴듯한 핑계 아래, 스킨쉽의 강도도 매일매일 높아져 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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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이 내 어깨에 얼굴을 부비며, 칭얼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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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훈련 대체 언제까지 해? 할아버지도 너무한 거 아니야? 속상해 죽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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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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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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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일부터 영감이 방향성을 바꾼다고 하니, 이걸로 마지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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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해뒀어. 나와서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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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일어선 시온이, 나를 내려다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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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렇게 웃으며, 조용히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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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냥, 스쳐 지나갈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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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이 상체를 숙였다. 은은한 샴푸 향기가 훅, 끼쳐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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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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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뜨거운 입술이 내 목덜미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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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놀라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아주 맑고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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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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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온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훈련장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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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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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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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고요하게 내려앉은 유 가의 폐관 수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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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대대로 가주와 그 후계자만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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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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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검격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유하나는 유무진의 뒤로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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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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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동백검을 땅에 짚고서야 간신히 쓰러지는 것을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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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고, 입에서는 거친 숨이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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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도, 체력도, 이제는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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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맞은편에는, 아버지이자 현 가주인 유무진이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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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전히 검을 든 채, 딸을 고요히 내려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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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는, 명확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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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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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진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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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천천히 자신의 검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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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을 받은 검신이 서늘한 빛을 발하더니.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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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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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검, 청운검제의 상징과도 같았던 그의 검이, 달빛 아래에서 한 줌의 푸른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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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진은 텅 빈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 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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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에는… 더없는 자랑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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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검이, 내 검을 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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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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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네가 걷고자 하는 그 길이, 내가 걸어온 낡은 길의 끝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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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흩날리는 푸른 속에서, 딸을 향해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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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 가의 다음 검제… 아니. 검후(劍后)는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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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끝으로,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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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딸의 어깨를 한번, 강하게 쥐었다가 놓아주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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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묵묵히 연무장을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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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진 또한, 과거 그가 보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따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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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완전히 사라지고, 연무장에는 다시 고요함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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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천천히, 수련장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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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문밖으로 나오자마자, 밖에서 초조하게 대기하고 있던 수많은 여성 시종들이 함께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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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괜찮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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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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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유하나를 재빠르게 방으로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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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는 미리 준비한 푹신한 수건으로 그녀의 땀을 닦아주었고, 다른 쪽에서는 따뜻한 차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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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모두 물러가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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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는 자신을 둘러싼 소란 속에서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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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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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다시 조용해지자, 유하나는 잠시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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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승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녀로서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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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유하나의 머릿속은 오로지 하나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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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주 조용히, 폐관 수련 전 풀어놨던 워치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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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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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가 켜지는 소리와 함께, 유하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단체 톡방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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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천천히 그 기록들을 위로 스크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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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_y]: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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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_y]: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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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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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수건 한 장만 걸친 채 요염하게 웃고 있는 천여울과… 침대 위에서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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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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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녀는 그녀 자신의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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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할 기회를 놓아버린 것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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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에는 듯한 패배감과 질투심이 온몸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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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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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 쿵,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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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던 심장이,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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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이 이유 없이 달아올랐고, 자신도 모르게 마른 입술을 혀로 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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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는 멍하니, 화면 속 긴장한 정해인의 얼굴과, 천여울의 요염한 미소를 다시 한번 번갈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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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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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입가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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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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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하나의 입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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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미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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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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