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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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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로터스 길드의 부길드장, 유세린의 집무실.

통유리창을 통해 반사되는 여러 포장 박스들이, 그녀의 집무실안에 놓여져 있다

그녀는 책상 위 홀로그램 스크린에 떠 있는 뉴스 기사들을 연신 돌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스크린을 스크롤 할 때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들이 스쳐 지나갔다.

[신성, 정해인. 불가람의 시련 돌파!]

[역대 최연소 계승자? 대한민국 영웅계 지각변동 예고.]

[계승자는 둘? 윤채하와 정해인의 사이에 대한 진실?]

유세린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의자 깊숙이 등을 기댔다.

“너무 유명해졌어어~”

정해인의 주가는 상한가를 치다 못해, 이제는 측정조차 어려운 영역으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물론 노력했어도 어차피 로터스로는 오지 않았을 거라며 애써 위안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저점 매수 실패.

그게 유세린의 결론이었다.

“아니지?”

아직도 저점인 거 아닐까?

유세린은 곰곰이 생각했다. 분명, 그때 보여준 그 포텐셜이면….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 똑똑.

그때, 집무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요!”

문이 열리고, 그녀의 충실한 비서가 고개를 숙이며 들어왔다.

“부길드장님, 모든 처리가 끝났습니다. 언제든 움직일 수 있습니다.”

유세린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스크린을 향해 손짓했고, 정해인에 대한 모든 기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얼굴에는 이제, 아쉬움이나 초조함 대신 결의 찬 표정만이 남아 있었다.

“좋아요.”

유세린은 집무실 구석에 쌓인 이삿짐 박스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우리도 시작할까?”

정해인이 우량주라면.

로터스는··· 부실 기업주였으니까.


가온의 방학은 일반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중간 쯤 되는 기간으로 설정했었다.

원래 원작에서 1학기 방학과 2학기 사이에 배치한 이벤트라고는… 훈련밖에 없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스펙이나 올리라는 뜻.

그래서 딱히 한 것은 없었다.

아니지, 한 게 없다고 보는 게 맞나?

오히려 아카데미에 있을 때보다 더 지옥 같은 훈련의 연속이었다.

“잠깐, 잠깐만요.”

"누구 마음대로."

  • 콰아앙!!

지금도 마찬가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내 몸은 지하 훈련장의 강화벽에 처박혀 있었다.

충격에 머리가 띵하고 울렸다.

이 모든 상황의 원흉은,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내 전담 코치로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흠….”

영감의 권강에 얻어맞다 보면, 이러다 진짜 죽겠는데, 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고는 한다.

먼지구름 너머로, 영감은 턱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사실 전부 나를 위한 행동이다.

내가 편린을 습득한 것에 대해서는 영감에게, 일전에 얘기했었고.

‘도와주세요.

일주일 전, 확장 권능을 위해 그에게 먼저 도움을 청했으니까.

내가 미쳤지.

차라리 혼자 맨땅에 헤딩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평소 영감에게 부탁을 하지 않는 나였기에. 신이 난 모양이다.

그래도… 이건 너무 힘들다.

“좀만 쉴게요….”

영감은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마나를 뽑아내도 별 변화는 없구나. 이 방향성은 아니겠어.”

역시 빌어먹을 육성의 귀재.

나름대로 고민하면서 두들겨 팬 것일까?

“그걸 이제 와서….”

사흘 밤낮으로 두들겨 맞고 나서 나온 결론에 나는 몸서리쳤다.

“내일, 다른 방법으로 다시 하지.”

영감은 그 말을 남기고, 미련 없이 훈련장을 나갔다.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영감의 행동은 근본적으로 방향성 자체는 틀리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몸 안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 내, 마나를 완전히 비워내는 행위.

그 공백의 상태에서 새로운 각성의 실마리를 찾게 하려는, 뭐, 그만의 방식이겠지.

마나 탈진, 그 직전까지.

소량의 마나라도 회복하기 전까지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따라서 나는 그가 나가고도 한참 동안, 차가운 훈련장 바닥에 그대로 누워, 거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 그리고, 그러다 보면 훈련장의 문이 조용히 열린다.

  • 삑.

  • 철컥.

  • 철컥.

버튼이 눌러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이중 삼중으로 잠기고.

  • 위이이잉.

  • 쾅.

거대한 강철 격벽이 닫히는, 육중한 소리가 훈련장 전체를 울렸다.

이곳은 이제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밀실이 되었다.

고요함 속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시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축 늘어져 있는 나를 향해 희미하게 한번 웃고는, 조심스럽게 내 옆에 쪼그려 앉았다.

“고생했어.”

“…….”

나는 대답할 기력조차 없었다.

그러니까, 그녀의 구실은 언제나 같았다.

내 마나를 조율해주겠다는 것이다.

처음 몇 번은, 정말 순수하게 도와주려는 마음인 줄 알았다.

내 상체를 일으켜 세워주고, 등 뒤에서 조심스럽게 마나를 불어넣어 주는 시늉을 했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

시온은 아예 내 몸 아래로, 나와 바닥 사이의 좁은 틈으로 자신의 부드러운 몸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나를 뒤에서, 꽉 껴안는다.

몇 분간의 조율이 끝나면, 그녀는 언제나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게, 최근 1주간 있었던 일이다.

이게 맞나?

한 번 시온의 본심을 마주한 이후로, 끝도 없이 달려들고 있다.

조율이라는 그럴듯한 핑계 아래, 스킨쉽의 강도도 매일매일 높아져 가는 중이었다.

시온이 내 어깨에 얼굴을 부비며, 칭얼거리며 말했다.

“이 훈련 대체 언제까지 해? 할아버지도 너무한 거 아니야? 속상해 죽겠어….”

“오늘까지.”

“… 정말?”

아마, 내일부터 영감이 방향성을 바꾼다고 하니, 이걸로 마지막일 것이다.

“밥 해뒀어. 나와서 먹어.”

어느새 일어선 시온이, 나를 내려다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그녀는 그렇게 웃으며, 조용히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그냥, 스쳐 지나갈 줄 알았는데.

시온이 상체를 숙였다. 은은한 샴푸 향기가 훅, 끼쳐온다.

  • 쪽.

부드럽고 뜨거운 입술이 내 목덜미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내가 놀라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아주 맑고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지막이라며?”

하시온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훈련장을 나갔다.

“…….”

나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달빛이, 고요하게 내려앉은 유 가의 폐관 수련장.

이곳은, 대대로 가주와 그 후계자만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었다.

  • 챙!

마지막 검격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유하나는 유무진의 뒤로 스쳐 지나갔다.

“헉… 허억…!”

그녀는 동백검을 땅에 짚고서야 간신히 쓰러지는 것을 면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고, 입에서는 거친 숨이 터져 나온다.

마나도, 체력도, 이제는 바닥.

그녀의 맞은편에는, 아버지이자 현 가주인 유무진이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그는 여전히 검을 든 채, 딸을 고요히 내려다보고 있다.

승패는, 명확해 보였다.

그러나.

유무진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그는, 천천히 자신의 검을 들어 올렸다.

달빛을 받은 검신이 서늘한 빛을 발하더니. 이내.

  • 파스스….

천하제일검, 청운검제의 상징과도 같았던 그의 검이, 달빛 아래에서 한 줌의 푸른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유무진은 텅 빈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 딸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더없는 자랑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네 검이, 내 검을 넘었구나.”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딸아, 네가 걷고자 하는 그 길이, 내가 걸어온 낡은 길의 끝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그는 흩날리는 푸른 속에서, 딸을 향해 선언했다.

“이제, 유 가의 다음 검제… 아니. 검후(劍后)는 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딸의 어깨를 한번, 강하게 쥐었다가 놓아주었을 뿐.

그리고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묵묵히 연무장을 걸어 나갔다.

​유무진 또한, 과거 그가 보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따라 하는 것이다.

그가 완전히 사라지고, 연무장에는 다시 고요함이 찾아왔다.

유하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천천히, 수련장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문밖으로 나오자마자, 밖에서 초조하게 대기하고 있던 수많은 여성 시종들이 함께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세상에… 이럴 수가.”

그녀들은 유하나를 재빠르게 방으로 모셨다.

한쪽에서는 미리 준비한 푹신한 수건으로 그녀의 땀을 닦아주었고, 다른 쪽에서는 따뜻한 차를 건넸다.

“괜찮습니다. 모두 물러가셔도 됩니다.”

유하나는 자신을 둘러싼 소란 속에서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종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물러났다.

주변이 다시 조용해지자, 유하나는 잠시 멈춰 섰다.

계승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녀로서도 쉽지 않았다.

··· 이제, 유하나의 머릿속은 오로지 하나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아주 조용히, 폐관 수련 전 풀어놨던 워치를 켰다.

  • 스르륵.

워치가 켜지는 소리와 함께, 유하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단체 톡방을 열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 기록들을 위로 스크롤 했다.

“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수건 한 장만 걸친 채 요염하게 웃고 있는 천여울과… 침대 위에서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해인.

유하나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결국, 그녀는 그녀 자신의 손으로.

그와 함께할 기회를 놓아버린 것이 되어버렸다.

가슴을 에는 듯한 패배감과 질투심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런데.

  • 쿵, 쿵, 쿵.

고요하던 심장이,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뺨이 이유 없이 달아올랐고, 자신도 모르게 마른 입술을 혀로 축였다.

유하나는 멍하니, 화면 속 긴장한 정해인의 얼굴과, 천여울의 요염한 미소를 다시 한번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입가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어…?”

그러나, 유하나의 입꼬리는.

분명,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