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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학기 때 뵙죠.”
도한성 교관의 목소리가 끝나자, 학생들은 일제히 교실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제 공식적으로, 학기는 끝났다.
끝났다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긴 했다.
나야 어차피 기숙사를 전전할 것이고.
나머지는… 뭐 알아서 집에 가든 할 것이고.
나는 자연스럽게 옆에 선 윤채하와 함께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방학 때 어디 있을 거야? 가온? 마탑? 아니면 집?”
윤채하는 원래였다면 마탑에 문하생으로 들어가 여러 마법을 익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마탑을 진로로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를 가능성이 높다.
윤채하는 내 질문에 한참 시선을 맞추다가, 슬쩍 고개를 갸웃한다.
“너는?”
예상치 못한 역질문.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기숙사.”
윤채하는 즉시 입을 뗐다.
“어, 나도.”
음, 뭐지.
뭔가 느낌이….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말을 바꿨다.
“아, 사실 뱅퀴셔로 돌아갈 수도 있어. 방이 생길 수도 있어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채하가 순간 움찔했다.
짧은 정적이 흘렀고, 그녀가 다시 말한다.
“아… 나도 사실 집에서 지낼 수도…?”
말끝이 묘하게 늘어진다.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꼬는 모습.
잠시 나와 눈을 마주치다가, 이내 시선을 피한다.
윤채하의 집은 뱅퀴셔 본부와 가까웠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그녀의 집안은 부자였으니까.
“…….”
나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윤채하는 나를 따라오려고 한다. 아무래도, 흥미를 주는 대상으로 날 완전히 점찍은 모양이었다.
얘가 원래 이렇게 대책 없는 애가 아닌데.
윤채하는 내가 빤히 쳐다보자, 급히 시선을 돌려버렸다.
“으휴.”
나는 어이없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윤채하와 천여울과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둘은 먼저 떠났다. 천여울은 교단에 볼일이 있다 했고, 윤채하는 그냥 낮잠.
나는 굳이 기숙사로 복귀하지 않고, 카페 한구석에서 노트북을 두드렸다.
며칠 전에 카페에서 했는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집중도 잘 되고.
칙칙한 기숙사보다는 여기가 낫겠다 싶었다.
- 타닥타닥.
“음….”
커피 한 모금과 함께, 나는 다시 마우스 클릭에 열중했다.
오늘은 평소와 조금 다르다.
- 타다닥타다닥.
나는 간만에 영웅 옥션을 둘러보고 있었다.
첫 번째 이유, 일단 돈이 너무 많아졌다.
나는 잠깐 워치 화면을 켜, 내 잔고를 확인했다.
“… 와우.”
그대로 꺼버렸다.
영광에서 지급되는 배당금, 협회에서 지급한 보상금. 가온에서 지급한 여러 부상들까지.
나는 나이에 맞지 않게, 아니 그냥 부자가 되어있었다.
그 돈을 어쩌면 좋을지, 오늘은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볼 생각이었다.
불가람의 공방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있기도 했고.
그런데 문제는.
[엑스칼리버 (replica)]
[디오니소스의 잔 (replica)]
검색 결과가 대부분 이렇다.
눈길이 가는 물건들은 하나같이 레플리카. 그러니까 복제품 딱지가 붙어 있었다.
물론 이것도 시세로 보면 상당히 비싸고 상급의 장비지만, 내 성에 차지는 않았다.
[제형 검]
[천둥 도끼]
조금 더 스크롤을 내려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장인이 만든 물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적절한 공장제 장비들.
그냥 전체적으로… 좀 아쉬운 느낌.
옛날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분명 서핑을 하다 보면 하나는 나왔다. 하나 정도는. 구경만 해도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요즘 따라 좋은 물건이 나오면 닥치는 대로 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이런 것.
[정의 반지]
[판매 완료]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여러모로 남자에게 좋은 반지다.
말하기 민망한 효능도 있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마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는 반지.
그런데 10분 만에 팔렸다.
이렇게 팔린 물품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고룡의 밧줄… 무왕의 허리띠… 시무룩한 개구리 석상…?”
마지막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어쨌든 좀 좋아 보이는 물품들은 즉시 팔린다.
그렇게 팔린 목록들을 보다 보니 번쩍 드는 생각.
잠깐만… 설마 콜렉터?
불현듯 한 사람이 떠올랐다.
희귀한 진품만 닥치는 대로 쓸어 담는, 옥션의 악명 높은 콜렉터.
이놈이 다 쓸어갔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이 시점의 콜렉터에게는 자금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대체 누구지 그럼.
“어휴.”
결론적으로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많지만, 정작 돈을 써서 얻을 만한 물건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무슨 고민 있어?”
눈앞으로 커피잔이 살짝 미끄러지듯 떠밀렸다.
맞은편에 앉아있는 누군가가 나를 바라봤다.
사실 오늘 카페는 혼자가 아니었다.
밥을 먹고 카페에 왔는데 그대로 마주쳤다.
급한 업무가 있어서 카페에서 정리하려고 왔다 한다.
‘얘도 참 바쁘네.’
그래서 어쩌다 보니 강아린도 함께다.
뭔가 평소보다 약간 화가 난 것 같기도 하다, 회사 일이 잘 처리되기를 바란다.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닌….”
나는 모니터 화면을 슬쩍 돌리며 대충 얼버무렸다.
근데 잠깐만.
내가 무슨 고민을 하는 거지?
내 앞에 앉아있는 강아린은 대한민국 최고 재벌이자 길드의 차세대 총수(예정)다.
영웅 옥션에서 거래할 수 없는 물품들은 일명, 경매장에서 거래되고는 한다.
경매장의 참가하는 티켓 자체는 옥션에서 팔지만,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다.
보통 길드의 유력가들이나 인맥이 있는 사람만 갈 수 있어서 나는 아직 갈 수가 없었다.
영감은 워낙 장비에 의존하지 않는 스타일이니 전혀 갈 일이 없었고.
하지만 나는 좀 다르다. 굉장한 관심이 있다.
장비딸이니 뭐니, 이것저것 따질 여유가 있지는 않았으니까.
그래서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린아.”
“응.”
무심하게 대답한다.
확실히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나는 망설이다가, 노트북을 돌려 옥션 사이트 하단의 검은 배너를 가리켰다.
[아카이브 (ARCHIVE)]
옥션이 직접 관리하는 최상위 등급의 경매장.
“나, 여기… 한 번 데려가 줄 수 있어?”
나는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그때, 강아린의 눈이 번쩍 빛났다.
“어 당연…!”
활짝 미소가 번지려는 찰나, 갑자기 표정이 다시 싹 굳어버린다.
“… 음, 근데 조금 힘들 수도?”
아, 역시 조금 어렵나.
아무래도 아직 학생인 나를 데려가기에는 무리가 있는 모양이었다.
나라는 존재는 아직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강아린에게 민폐를 끼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 그럼 괜찮아. 말해줘서 고마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그 순간, 강아린이 식겁한 듯 자리에서 들썩였다.
“아니, 아니? 안 된다고 한 적은 없잖아. 될 수도 있어.”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히 민폐 끼치는 거 같아서 좀 그러네, 괜찮아.”
그러자 강아린이 평소답지 않게 급하게 손을 흔들었다.
“무조건 갈 수 있어 무조건. 으으응ㅡ 그냥 해 본 말이었어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을 길게 늘인다.
얼굴도 귀 끝까지 빨개져 있다.
정말 괜찮은 모양이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작게 한마디 덧붙였다.
“…정말 괜찮으면, 부탁 좀 할게.”
그러자 강아린이 눈을 흘기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 응 맡겨둬.”
짧게 대답하고는, 괜히 컵을 들어 입술을 적신다.
그러면서도 슬쩍 내 쪽을 힐끗 바라보는 눈동자.
그때, 강아린이 작게 속삭이듯 덧붙였다.
“그럼… 조만간 연락할게, 준비해 둬.”
“어.”
나는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해인이 나갔다.
볼일을 다 봤는지 기숙사로 향했다.
“튕기다가 큰일 날 뻔했네.”
강아린은 십년감수한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아쉬운 마음에 괜히 한 번 해본건데··· 앞으로 이런 위험한 밀당은 절대 없다.
그녀의 취향이 아니기도 했고.
방학 동안 재수 없게도 펜타곤에서 편린의 문을 걸어 잠갔다.
이러면 완전 나가리였다. 정해인은 절대 무리하지 않을 테니까.
맘 같아서는 펜타곤을 작살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기에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올 줄은 몰랐다.
“으흐흥~”
보람이 있네.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노트북을 바라봤다.
사실, 경매장에서 닥치는 대로 물품을 사들이는 건 다름 아닌 강아린 자신이었다.
일단 정해인에게 좋아 보이는 것들은 모조리 사들이고 있었다.
언젠가 꼭 내 손으로 쥐여주고 싶었으니까.
문제는 요즘 들어 그녀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입찰 경쟁이 극도로 심화됐다.
‘둘, 아니, 셋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지속해서 경매장의 동향을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대책 없이 물품을 구매하려는 건지 정체라도 알고 싶었고, 결국 그녀는 옥션에 스파이 코드를 심었다.
[시무룩한 개구리 석상]
[획득처: 일본 홋카이도]
[판매자 설명: 개구리 석상입니다. 소유자에게 행운을 불러오는 효능이 있다는 검증을 받았습니다. 모든 분야에 해당합니다.]
[판매가: 100,000,000 KRW]
[구매 확정가: 260,000,000 KRW]
판매가보다 훨씬 높게 책정된 확정가.
입찰만 수십 번, 경쟁이 치열했다.
행운이 깡으로 증가한다.
이건 꽤나 귀한 물품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입찰자를 추적하기 위해 이 물건을 직접 옥션에 풀었다.
다만 함정이 있다면, 효능이 기간제라는 점.
“큭.”
이번 경매에 참여한 인원은 정확히 셋.
그자들은 기간제 상품을 사기 위해 경쟁을 한 셈이다.
강아린은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명단을 클릭했다.
“이름이나 한번 보자~”
대체 누구일까.
궁금함에 명단을 펼쳐보던 그녀는, 다음 순간 미묘하게 입꼬리가 흔들렸다.
묘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1000_y]
[OnE]
[시온]
“… 하.”
그녀만 그런 게 아니었다.
전부, 같은 생각인 모양이었다.
강아린은 잠시 노트북을 덮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곧장 워치를 들었다.
- 토독토독.
RIN: 2억 5천만원 잘 쓸게~
이름이 적힌 경매 명단 캡처본을 단톡방에 툭하고 보냈다.
“아하하!”
그리고, 한껏 기분 좋은 얼굴로 웃으며 워치를 닫았다.
누군지 알 것만 같은 [OnE] 님에게, 감사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