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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고, 또 너무나도 평화로운 주말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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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뒹굴뒹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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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며, 이불을 발끝까지 감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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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흐릿하게 느껴질 만큼 나른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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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니, 게임이라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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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그 경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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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눈을 감으면, 아직까지도 그 감각이 손끝에 남아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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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놓치지 않고… 담아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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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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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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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가 진동하며 메시지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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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이불 속에서 조심스레 팔을 꺼내 워치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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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N]: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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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N]: 다들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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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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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의 장난기가 가득 남긴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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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N]: 뭐해? 칭찬 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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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N]: 고심 많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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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강아린의 의도는 단둘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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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궁극적 목표는 의도대로 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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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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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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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이번만큼은, 정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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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치도 못한 방법이었다, 정신 나간 보드게임을 가져와서 플레이를 유도한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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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벽과도 같았던 그의 심리적 방화벽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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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회귀 전에도 이루지 못했던 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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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던 정해인의 눈빛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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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나무처럼 흔들리는 눈동자, 똑바로 정면을 바라보지 못하던 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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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보는 순간, 그에 있던 모든 여성들은 단번에 느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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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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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벽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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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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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조용히 메세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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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_y]: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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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지금이 절호의 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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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인지 완전히 무너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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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고 파고들면, 분명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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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다음 차례가 유하나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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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쥐도 새도 모르게 정해인과 단둘이 중국행 여행 약속을 잡았으니… 그게 상당히 골때리는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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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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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침대 위에서 기지개를 길게 펴며, 천장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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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워치의 화면을 토독토독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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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_y]: 축하드려요? 최고 수혜자, 유하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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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수혜자로 칭해지는 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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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는 땀에 젖은 도복 차림으로, 벤치에 앉아 워치에 띄워진 메시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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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훈련을 마치고, 여전히 숨은 가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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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가 아직도 화면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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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을 고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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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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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는 한 번 숨을 고르고, 천천히 워치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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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과의 단독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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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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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도 빨리,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그와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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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당장 가라면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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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마음 한구석이 기묘하게 들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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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게임 속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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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숨기지 못하고, 다른 이의 남자를 빼앗으려 했었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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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깊은 곳에서 누군가가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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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다른 애부터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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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다음, 그 둘 사이에 끼어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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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서 욕망이 은근하게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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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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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는 머리를 흔들며, 헛웃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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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그녀였다면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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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사람 여럿 망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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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익 쉬익 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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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려는 듯, 검을 힘껏 휘둘렀다. 날카로운 공기를 가르며, 허공에 세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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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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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슴 깊은 곳에 남은 잔불은, 쉽게 꺼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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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뱅퀴셔의 기지, 그 휑한 지하 훈련장 한복판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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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간만에 박광철 씨와의 합동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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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요청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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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자세를 가다듬고,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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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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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이 말한 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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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 글쎄, 최소 일주일은 갈걸? 어쩌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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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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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불란(一心不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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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와의 결전 끝에, 명경지수가 진화하여 탄생한 나의 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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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에만 마음을 써서 마음이 흩어지지 아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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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하나에 집중하면 잡생각이 떨쳐지는, 완벽하고 무결한 심공이자, 명경지수의 상위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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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훈련을 함에 있어서는 절대 흔들릴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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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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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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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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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머릿속은 며칠째 난장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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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지금 뭐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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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누워있을 거고… 강아린은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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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은 영감이랑 영화 보러 갔고… 채하는 퍼질러 자고 있을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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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하나랑 중국으로 여행가기로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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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서 별일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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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나조차도 믿을 수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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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튀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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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신력이 이렇게 나약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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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적은 난생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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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그냥 당장 누구라도 불러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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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내서, 밥이라도 같이 먹으면서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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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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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져 나오는 잡생각에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나는 결국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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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대련 한 번만 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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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은 한숨을 내쉬며 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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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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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이없다는 듯 눈썹을 한 번 치켜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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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잡생각을 비우려고 세 번이나 그와 겨뤘고, 그때마다 작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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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여기저기가 욱신거렸지만, 차라리 몸이 아픈 게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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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오늘 왜 이렇게 처절해? 차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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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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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만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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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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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아니고… 그냥 요즘 좀, 복잡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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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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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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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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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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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은 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나의 등을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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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넌 평생 연애 안 할 줄 알았다. 이제야 좀 학생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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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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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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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예쁜 애들은 천지인데 맨날 혼자 뚱한 표정으로 생각만 많고, 거리 두고. 나이에 맞게 좀 살아라 임마. 그래야 힘도 나지. 아무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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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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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비정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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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게 틀렸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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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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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나는 잡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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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설정했고, 그를 이루기 위해서만 삶을 살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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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주요 등장인물들은 그저 성장시켜줄 대상이거나, 동료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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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상으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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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살짝, 아주 살짝 눈이 떠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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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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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너무 사무적으로 대한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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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건, 나쁘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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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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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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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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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닫고 살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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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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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온은 아주 여유롭고, 또 적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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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여전히 학생들을 건들지 않으며, 학생 또한 주어진 자유를 성실히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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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은,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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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수업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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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의미하는 건…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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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성적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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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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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간만에 교실은 학생들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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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9시 정각에 교실로 입장했다. 그리고 지정석인 맨 뒷자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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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는 책상 위에 두 팔을 포갠 채 조용히 졸고 있고, 천여울은 창밖을 바라보며 턱을 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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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본 천여울이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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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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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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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리에 앉으며, 윤채하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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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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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는 시선을 돌리지도 않은 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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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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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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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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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때, 천여울이 조용히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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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럴 때는, 장난을 건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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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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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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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꼴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천여울이 내게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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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식 웃으며 시선을 맞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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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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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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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되갚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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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게임 속에서 그녀의 부름에 흔히 하던 응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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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의 눈이 동그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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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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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받아칠 줄은 몰랐다는 듯, 얼굴에 홍조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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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눈을 깜빡이더니, 어쩔 줄 몰라 고개까지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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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으면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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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불지 말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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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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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 빠진 대답, 금세 두 귀까지 빨갛게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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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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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테이블 밑에서 슬며시 압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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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앉은 윤채하의 발이 내 발등을 은근하게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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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어 슬쩍 그쪽을 바라보니, 모른 척하며 창문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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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였으면 왜 그러나 싶었겠지만, 마음을 바꾸고 다시 보니 하는 짓이 다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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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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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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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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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교실 문이 활짝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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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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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제복 차림의 도한성 교관이 교실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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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성적 공개일이라는 걸 모두가 동시에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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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교실 안이 긴장감으로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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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뭘 할지는 다들,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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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성 교관은 손목의 워치를 스윽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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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로 톡톡 두드리며, 마치 시간을 재듯 천천히 숨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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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든 등수와 성적의 반영 기준을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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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수는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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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과 기말, 필기와 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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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활동 점수, 봉사 점수, 그리고 입학 등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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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스에서 전학 온 인원들은 전적 학교의 등수까지 반영되고, 교류전의 결과가 중간고사로 대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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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등수라는 누적은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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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솔직히, 내 순위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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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몇 등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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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앉은 천여울에게 슬쩍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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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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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별 생각 없는 천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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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교관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교실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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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모두 워치를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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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학생들은 일제히 손목을 들고 워치를 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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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음, 화면 전환음, 작은 숨소리들이 곳곳에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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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조용히 화면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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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 강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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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은 예상대로 강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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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성적부터, 실기, 필기, 봉사, 외부 활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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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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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등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썹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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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2위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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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훨씬 높은 순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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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교류전, 기말고사까지 MVP를 연이어 차지했던 덕에 누적의 벽을 뚫고, 2위까지 올라선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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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을 몰아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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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3위 천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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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4위 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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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5위 윤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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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6위 주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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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8위 하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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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들은 착실하게 줄 세우기를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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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수를 보니 내심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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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이 옳았다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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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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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뭔가 이름이 하나 비는 듯한 기분이 들어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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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0위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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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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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본 걸로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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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들어, 천여울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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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순위에 별 신경 쓰지 않는 듯, 여전히 싱긋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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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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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여유 있는 미소, 평소보다 편안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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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워치로 시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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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2위 :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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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없음’에서 시작해, 어느새 2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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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여기저기서 작은 탄식과 한숨, 누군가는 고개를 떨구고, 누군가는 워치를 연신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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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순위에는 별 뜻이 없을 줄 알았다. 어차피 스쳐 가는 과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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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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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기 내내 달린 나날이, 이 짧은 숫자로 작게나마 보상받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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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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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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