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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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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를수록, 참가자들은 게임 속 인물과 점점 구분이 어려워졌다.

강아린이 경고했던 대로, 리미트가 해제된 더 루트는, 단순한 보드게임 그 이상이었다.

모두가 자신을 캐릭터에 완벽히 투영했다.

사고, 감정, 욕망까지.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듯한 감각 속에서, 어느새 그들은 진짜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정해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

부스스한 농가의 아침.

변방 마을 대 농부의 저택.

작지만 따뜻한 안방 창문으로 햇살이 들이치며, 침구 위로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정해인은 천천히 눈을 떴다.

낯설지 않은 체온과 은은한 향기.

본능처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일어났어요 여보?”

나른한 목소리.

천여울이 눈을 살짝 비비며 몸을 뒤척였다.

햇살이 그녀의 어깨 위로 내려앉고, 흩어진 머리칼 너머로 환히 웃는다.

사랑해 마지않는 아내. 어제는 부부의 정을 나눈 밤이었다.

사실상 매일 매일.

물론, 실제로 그랬다는 건 아니다.

성인용 게임이라고 해도 나름의 수위는 있다.

그저 정을 나눴다는 설정과 함께 아침을 맞는 연출이 있었을 뿐.

직접적인 묘사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성인용 게임이라는 설정이 확실히 드러나는 지점은 그녀의 복장에 있었다.

햇빛이 비치며, 그녀 위로 햇빝이 내려앉는다.

천여울은 완벽한 나신이었다.

이불 아래, 아무런 장식도 걸치지 않은 나신의 실루엣이 스르륵 드러났다.

정해인은 잠시 숨을 들이켰다.

봐도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 쪽.

예고 없이 천여울이 몸을 기울여 그의 뺨에 입을 맞췄다.

입술이 닿은 자리에 따뜻한 열기가 남는다.

흘러내린 머리카락 너머, 목덜미에는 밤새 남겨진 붉은 자국들이 은근히 드러나 있었다.

살짝 고개를 숙이자, 그 흔적이 스르르 이불 아래로 숨었다.

“천천히 일어나요? 밥 해놓을게요.”

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옷을 걸치며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갔다.

문이 닫힌 뒤에도, 그녀의 향은 방 안에 잔잔히 남았다.

정해인은 그 잔향을 가만히 들이마셨다.

잠시 그 온기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가, 이윽고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결혼한 지 어느새 1년.

아직도 깨가 쏟아지는 시기였다.

정성 가득한 아침 식탁.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눴다.

“오늘 바쁘시네요?”

“어, 좀 늦게 들어올 거야. 먼저 자.”

특산물인 블루베리의 수요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었다.

수확한 작물을 갖다 줄 차례였다.

중심도시까지 가고, 물량도 전부 팔아야했다.

오늘 하루는 바쁠 예정이다.

“……안 돼요.”

천여울이 말했다.

조금은 부끄러운 얼굴로,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그의 눈을 마주쳤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잖아요.”

정해인의 손이 멈췄다.

잠시 생각하더니, 곧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을 나눈 횟수도 분명 많았고, 서로를 아끼는 마음에도 거리낌이 없었지만, 부부에게는 아직 축복이 찾아오지 않았다.

둘 사이엔… 아직 아이가 없었다.

그래서 천여울이 계산한 중요한 날에는 반드시, 하늘이 무너져도, 정을 나누기로 약속했다.

물론 실제로는 주사위 두 개의 합이 12를 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완전히 몰입한 이들이 그 사실을 알 길이 없었으니, 부부 모두 근심이 차오를 시기였다.

식사를 마치고, 정해인은 블루베리 하나를 입에 넣은 뒤, 천여울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손끝의 감촉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다녀올게.”

“조심히 다녀오세요, 여보.”

그 짧은 인사가 끝나고, 정해인은 외투를 걸치고 집을 나섰다.

활기찬 하루의 시작이었다.

@

그러나, 전혀 활기차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이 모든 장면을 맨정신으로 지켜보고 있는 한 여성.

“… 씨.”

윤채하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수위의 욕설을 내뱉었다.

이제 윤채하가 주사위를 굴릴 차례.

그러나 기대감 따위는 없었다.

왜냐고?

지금 이 방 안에 있는 여섯 명 중 다섯 명은 이미 게임 속 캐릭터 그 자체였다.

전부 완전히 몰입해버렸다. 윤채하만 제외하고.

죄다 자기가 그 삶을 사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윤채하는 불가능하다, 일정 수준의 몰입은 가능해도 그녀의 눈이 그것을 막는다.

그녀의 눈은 윤채하에게 ‘진실’만을 보여줬으니.

시뮬레이션에 극도로 몰입하는 것을 방지했다.

덕분에 윤채하는 천여울과 정해인의 염장질을 맨정신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지켜봐야만 했다.

정신을 차린 것은 그녀밖에 없었다.

그러니 저 촌극을 지켜본 것도 그녀밖에 없었다.

“빨리 끝내자….”

결국 다시 주사위를 굴렸다.

그녀는 이 게임을 빨리 끝낼 생각뿐이었다.


중심 도시의 한복판, 정오의 시장.

정해인은 여느 때처럼 블루베리 상자를 내려놓았다.

중심 도시의 도매상과 계약이 성사되며, 하루 정도 직접 돕기로 한 날이었다.

상자 뚜껑을 열자, 탐스럽게 익은 푸른빛 열매들이 햇살을 받아 윤을 낸다.

그때였다.

흰 양산 하나가 천천히, 인파를 가르며 다가왔다.

‘… 귀족.

머리는 깔끔하게 정리됐고, 드레스는 소박했지만, 테가 달랐다.

겉으로는 간소한 옷차림이지만, 감춰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한눈에 봐도 평민은 아니다.

대개 귀족들은 얼굴에 쓰여 있다.

‘나 귀한 몸.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얌전한 표정, 억지로 평범한 말투를 연기한다.

무리 속에 섞이려는 듯 귀족이 아닌 척을 하고 있었다.

정해인은 그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숨기고 있었지만, 숨겨지지 않았으니까.

그녀는 테이블 위에 쌓인 블루베리 상자를 유심히 바라보다, 슬쩍 한 알을 들어 정해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 이거, 정말 피부에 좋나요?”

“직접 확인해보시죠.”

정해인이 미소 지으며 대답하자, 하시온은 얼굴을 붉혔다.

하시온은 공작가의 금지옥엽, 막내딸이었다.

아마 지금쯤 집안이 뒤집혔을 것이다. 몰래 나온 것이니까.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기에, 이렇게 직접적으로 남성의 미소를 받는 것은 처음이었다.

정해인은 블루베리를 섬세하게 닦아, 하시온에게 건넸다.

하시온은 얼굴을 붉히며, 받아들였다.

‘… 맛있어.

온갖 산해진미를 다 경험해본 그녀였지만.

이런 맛은 처음이었다.

“어떤가요?”

정해인이 미소 지으며 묻자, 하시온은 그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평민의 말투였지만, 알 수 없는 자신감과 따뜻한 여유가 배어 있었다.

하시온은 스스로에게 타이르며,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시선은 자꾸 돌아갔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그는 분명 평민일 것이다.

행동부터 자유롭다.

자신과는 어울릴 수 없는 신분.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마음이 간다.

그녀의 손이 올라갔다.

"한 상자만 주세요.… 아, 두 상자요."

“네네.”

정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들어 상자를 닦기 시작했다.

두꺼운 손가락, 힘줄이 도드라진 손목, 굳은살이 박인 손바닥.

하시온은 그 손을 바라보다가,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혼잣말처럼 작고 느리게.

“아니… 그냥 여기 있는 거 다 주세요오….”

순간, 주변에 있던 상인들이 고개를 들었다.

“전부요?”

“네, 전부요….”

하시온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결국 사랑에 눈이 먼 귀족 소녀는, 블루베리를 전부 구매해버렸다.

그러나 정작 그 남성은.

‘빨리 돌아가면 좋아하겠네.

그저 집에 빨리 돌아갈 생각뿐이었다.


용사 유하나는 지난 1년 동안의 원정을 마쳤다.

발록부터 시작해, 군단장… 그리고 결국 마왕까지.

전부 그녀의 검 아래 쓰러졌다.

왕궁에서는 그녀를 최고 기사로 임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유하나는 지쳤다.

너무 열심히 달려왔다.

그녀는 사람으로서의 삶이 그리웠다.

살아있는 듯 숨 쉬고, 아침이 되면 햇살을 느끼고, 밤이면 조용히 불을 끄고 잠드는 그런 삶.

결국 왕궁의 최고 기사 자리도 거절하고, 그녀는 지방 마을의 영주가 되었다.

많은 만류가 있었다.

그곳은 황폐하고, 좋지 않은 땅이라고.

그러나 예상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그녀를 맞이했다.

거칠고 황량할 줄 알았던 땅은 풍요로웠고, 사람들은 인상도 인심도 부드러웠다.

“블루베리 아저씨다!”

“저도 줘요!”

그 순간, 저 멀리 아이들 수십 명이 무리를 지어 한 사람에게 달려드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알았어 이 녀석들아.”

건장한 체격.

구릿빛 피부에 탄탄한 팔뚝, 우수한 외모까지.

과장 없이 말하면, 제국에서도 손꼽힐 외모였다.

하지만 그런 남자는, 아이들 틈에서 한 알 한 알 블루베리를 나눠주며 웃고 있었다.

그녀는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아이들이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그는 한 번도 피곤하거나 짜증 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목마를 태워주고, 낯선 노래를 불러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유하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따뜻한 감정에 가슴이 조용히 일렁였다.

마음속 상처가… 치유가 되는듯한 느낌.

그리고 어느새, 해가 기울었다.

아이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야, 유하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그는 웃으며 고개를 돌려 유하나를 바라봤다.

“네,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얼굴이네요…?”

그는 유하나의 복장을 힐끗 바라봤다.

눈빛이 잠시 이채를 띠었다.

그러더니, 아무렇지 않게 손바닥을 바지에 슥 닦고는 정중히 손을 내밀었다.

“정해인입니다. 마을에서 농장 하나 운영하고 있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영주님.”

유하나는 살짝 놀랐다.

새로운 영주가 올 것이라 안다 해도, 이 옷차림만으로 단번에 알아채는 건 쉽지 않다.

‘눈치도 빨라….

점점, 마음에 든다.

숨기는 건 무의미해 보였기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악수를 받아들였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감각은 너무나도 단단하고, 따뜻했다.

“…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유하나는 그렇게 답했다.

정해인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주변을 흘긋 둘러보며 말했다.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네?”

유하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식사를 대접해드리고 싶습니다.”

말투는 여전히 정중했고, 미소에는 여유가 담겨 있었다.

마을의 농부인 정해인으로써는 신임 영주에게 잘 보여야 편했다.

그래서 그는 집으로의 초대를 제안했다.

그러더니 곧바로 덧붙였다.

“아, 다른 의도는 아닙니다. 그냥… 인사도 드릴 겸. 마을이 아직 익숙하지 않으실 테니까요. 몇 군데 소개도 드리겠습니다.”

유하나는 그 말을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분명 이득을 위해서겠지만, 유하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속아 넘어갔다는 느낌이 드는데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 좋아요.”

정해인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이쪽입니다. 길이 조금 울퉁불퉁하니까 조심하시고요.”

앞서 걷는 그의 등을 바라보다, 유하나는 무심코 속으로 중얼거렸다.

‘넓어….

몇 분 뒤 도착한 곳은, 보기보다 훨씬 큰 농가 저택이었다.

“여보~ 나왔어~”

그 한마디에, 유하나는 무심결에 멈칫했다.

‘여보?

어디선가 아쉬움이 스멀거렸다.

그러나, 집 안은 조용했다.

정해인은 문 안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기도하러 갔나…?”

정확했다.

천여울은 정해인이 늦게 올 것을 예상해 교회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우리 부부에게 축복을 내려주세요. 하며.

“다행이군요. 사실, 요리는 제가 조금 더 잘합니다.”

정해인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방 안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탁에는 갓 만든 음식들이 하나둘 차려졌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푸른빛이 맴도는 담금주를 따라 들며,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이거, 아끼는 거거든요.”

정해인은 웃으며 유리잔을 살짝 들어 올렸다.

잔 너머로 그녀를 보는 눈빛은 따뜻했다.

유하나는 대화할수록 그에게 빠져들었다.

언제 느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편안한 감정.

하지만 동시에,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사실은 그녀의 마음 어딘가를 계속 두드렸다.

질투심이… 점점 커져갔다.

그렇게 두 사람의 취기가 천천히 올라갔고, 밤은 깊어갔다.

물론 용사인 유하나는 능히 견뎌낼 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취한 건, 마음 쪽이었다.

어느새 정해인은 거의 만취의 상태였다.

그러나 술버릇은 없었다. 더욱 젠틀해질 뿐.

“참… 저도 고민이 많습니다….”

조심스러운 말.

그의 눈빛은 흐려졌고, 목소리는 한층 낮아졌다.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영주인 유하나에게 하기 시작했다.

“뭐… 전부 제 탓이겠죠. 하하….”

1년의 부부생활.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것.

그게 그의 고민이었다.

정해인은 허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유하나는 그 말에 귀 기울였다.

그는 모든 탓을 자신에게 돌리고 있었다.

아내를 배려하는 세세한 부분까지.

가슴 어딘가가 묘하게 간질였다.

그리고 점점 선을 넘고 싶은 충동이 피어올랐다.

유하나는 취기가 오를 대로 올랐고, 그녀는 욕심이 많은 자였다.

그러다 조용히,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 농사가 잘되기 위한 조건이 뭐가 있나요?”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정해인은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그의 눈은 순수했고, 농사 이야기를 할 땐 더없이 진지했다.

“씨앗이 좋아야죠… 햇빛도, 물도… 그래도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손가락을 하나씩 펴며 나열하던 그는, 결국 마지막에 손을 모으듯 움켜쥐었다.

“그래도 결국엔… 밭이 좋아야합니다. 영양분 많은, 건강한 밭이요.”

유하나는 작게 웃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천천히 감싸 쥐었다.

손끝이 닿자, 정해인은 눈을 살짝 깜빡였다.

“그렇다면… 고민의 원인은 아마….”

입꼬리를 더 올리며, 유하나는 속삭였다.

“… 밭이 안 좋은 게 아닐까요?”

유하나는 용사.

굳이 따지자면… 인류 최고의 밭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반드시 가져야 하는 성격이었다.

어차피, 매력적인 남성 곁에 아내가 여럿 붙어 있는 건 흔한 일이었으니.

“…… 쿨.”

그러나, 정해인은 마지막 말은 듣지 못했다.

그대로 곯아떨어진 듯했다.

“흐응….”

유하나는 그 얼굴을 말없이 내려다봤다.

상관없었다. 밤은 길었으니.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눈길은 선반으로 옮겨졌다.

그곳엔 액자 하나.

정해인과 그의 아내가 작은 텃밭 앞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매일 닦는지 먼지 하나 없다.

사랑이 느껴진다.

그녀는 말없이 일어나, 손수건 하나를 꺼냈다.

  • 텁.

그리고 액자 위에 조용히 덮어 버렸다.

흰 자수 장식이 박힌 고급 천.

그녀의 상징이었다.

“… 여보, 으음….”

정해인이 무의식중에 중얼거렸다.

잠꼬대였다.

유하나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 네.”

그리고, 천천히 그에게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