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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북적거리는 마법학교의 공원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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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학기가 시작돼 대부분의 학생들이 돌아와서 그런가. 매일이 시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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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마다의 자아가 부딪히는 청소년기 특유의 분위기.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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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닐(관상이 별로였던 준교수)이 얼른 본색을 드러내서 사건을 안 일으켜주나. 학생들이 너무 행복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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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닐은 성실한 교수고, 내가 괜한 편견을 가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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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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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관상학은 정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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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서 절대 못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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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추기경님. 아침부터 여기엔 어쩐 일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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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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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수고가 많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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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수고가 많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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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공화국 출신 학생에게 시비를 걸었던 교국 출신 학생)를 필두로 교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고개를 숙이고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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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당히 손을 흔든 후 뒷짐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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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콤한 권력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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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못 놔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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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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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몰랐는데 은근 남들 위에 서는 걸 좋아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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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위에 서야 마법도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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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마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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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님은 또 금화 때문에 왔겠죠. 투자금 더 안 주니 알아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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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은 구두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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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가 절망하며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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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마법학교가 자기 집 안방인가. 왜 이리 자주 들락날락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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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는 가서 돈이나 벌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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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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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국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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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교국에서 잘 지내고 있을 레온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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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 우유를 마시느라 정신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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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교국에 들를 일이 있으면 우유라도 들고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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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씨는 우유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성직자라 술을 못 마셔서 우유라도 마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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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좋아하는 거 맞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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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니라고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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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준비 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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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쑥 찾아온 제리에게 역으로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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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태연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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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준비야 늘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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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묻는데, 제리 님은 무슨 강의를 하실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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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허억. 깜빡 속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정보를 캐내 고유 마법을 알아내려는 시도는 안 먹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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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무슨 강의를 하는지는 찾아보면 아는데요….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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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사람들이 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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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진심어린 말만 뱉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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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님. 저에게 너무한 거 아닌가요. 제가 제리 님에게 피해를 끼친 적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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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는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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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가 아니라 권유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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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륜(轟輪)을 안 가르쳐주면 대륙 끝까지 쫓아간다고 했었는데,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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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권유긴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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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굉륜 이거 언제 배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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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4위계라 충분히 배울 만한데,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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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님. 저희 시간 내서 마법 훈련 모임이라도 만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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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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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끝나자마자 제리가 스르륵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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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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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마를 손등으로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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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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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제나 정의는 승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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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른팔을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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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님, 보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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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유지를 받들어, 정의를 바로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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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시아 님. 어떤 강의를 들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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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시아 님. 오늘도 빛이 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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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시아 님. 혹시 시간이 나시면 저희 클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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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타시아와 그녀의 추종자들이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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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히 오른팔을 내리고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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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준비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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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라피엘의 커리큘럼은 쉽게 표현하면 대학교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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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과목과 전공과목이 존재했고, 학생들은 이 둘을 적절히 분배해 학점에 맞춰 강의를 골라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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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강사인 나는 교양과목을 개설할 권리를 얻었는데, 그래서 대체 어떤 걸 가르쳐야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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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으로 나는 지난 몇 주간 깊은 고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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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는 없지만 나만 할 수 있는 강의. 그런 걸 해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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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교육적인 사명에 불타서 그러는 거냐고 물으면 아니고, 그냥 학교 규정이 그랬다. 겹치는 걸 하지 말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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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이 가능한 강의. 내가 자신 있는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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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뭘지 끝없이 고민했고, 곧 나는 다음의 강의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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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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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배정된 강의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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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학생들이 나를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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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일곱 명이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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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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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정원은 50명일 텐데, 왜 7명밖에 안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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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서 학생 명단을 꺼내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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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내 강의를 신청한 사람은 7명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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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정정기간까지 생각하면 이것보다 더 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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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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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상 학생 수가 5명 미만이면 폐강을 해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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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강을 하면 시간 강사는 백수랑 똑같은 신세였고, 백수를 먹여 살려주는 건 부모님이 끝이므로 학교 측에서는 나를 바로 해고할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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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건 기껏 마법학교에 취직한 입장에서는 반드시 피해야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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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잘릴 거였으면 처음부터 마탑으로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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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크로프트 학파에 들어갔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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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생 명단을 훑으며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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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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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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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시아 에테르노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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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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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린 듀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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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강의를 수강한 사람을 대충 분류하면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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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 내 제자인 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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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허접 황녀 타시아와 그녀의 추종자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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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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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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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렌 에테르노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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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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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르노라는 성으로 추측하길 황자였는데, 나는 순금을 녹여 만든 머리카락과 황혼색 눈동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의 얼굴을 구석구석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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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본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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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걔 아닌가. 포도 축제가 열렸던 마을에서 만난, 나한테 체스 내기로 금화를 잔뜩 뜯긴 고위 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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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던 모습은 갈색 머리카락에 갈색 눈동자긴 했지만, 그건 변장 마법 탓에 그런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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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구비만 따지면 무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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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귀족이 아니라 황자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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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쟤도 왜 여기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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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시아도 그렇고 카이렌도 그렇고, 굳이 왜 마법학교에 온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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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황실에서 젊은 황자와 황녀들을 전부 마법학교로 보내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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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했다. 지금 황실은 새로운 황제 탓에 정신이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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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혼란 속에서 현 황제의 형제자매 격인 황자와 황녀들의 위치는 애매해질 수밖에 없었고, 머리 아프니 우선 마법학교로 치우자는 의견이 나와도 안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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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전부 파악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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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고작 7명이지만, 이거면 첫 출발로는 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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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완벽한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소문을 퍼트리면 금방 정원인 50명을 꽉 채우고, 강의를 추가 개설해달라며 총장이 닦달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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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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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생 명부를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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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루이나 엘피니엘이에요. 앞으로 한 학기간 저와 함께 마법이 왜 좋은지 깨닫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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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짝. 누군가 손이 터져라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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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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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렌을 따라 다른 사람들도 뒤늦게 박수를 치는데, 그 와중에 타시아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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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쟤가 그 루이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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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지금에서야 내가 예전에 만났던 루이나라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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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못 알아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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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법 실력이 너무 올라가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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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때의 나는 햇병아리 마법사였던 것에 비해 지금의 나는 완숙된 4위계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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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 자체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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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이었기에 나는 칠판에 글자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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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의 이해를 위해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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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마법은 원소의 이해를 근간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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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를 이해하고, 이해를 바탕으로 원소를 다룸으로써 마법사는 마법을 손에 넣었는데, 그래서 이 원소의 이해를 어떻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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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나간 선배 마법사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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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느끼면 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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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마법은 재능이, 정확히는 감각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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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 삿된 걸 태우고 어둠을 정화한다고 머리로 이해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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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화의 불꽃을 어떻게 피워낼 건데? 라는 질문에 대답을 못 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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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감각의 영역에서 불꽃의 특징을 깨닫는 과정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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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자면 ‘정화의 불꽃을 피워내는 방법’을 깨닫는 것. 그게 감각적으로 원소를 이해하는 거였고, 내가 제일 부족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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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아델리안 공인, 나는 원소 이해에 관한 감각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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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번뜩하고 깨달음을 얻을 구간에서 눈만 깜빡인다고 할 수 있었는데, 내 목적을 위해선 이건 언젠가 반드시 해결해야 되는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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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있으면 되지 않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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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이 대켈튼의 유산이라 해도 에만 의존하면 언젠가 한계에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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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내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 끝없이 해결책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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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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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괜찮은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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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위계는 세분화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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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계 견위(見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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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계 수위(手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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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계 연위(連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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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계, 동위(同位).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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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4위계 동위는 원소의 이해력과 숙달이 동화의 경지에 닿았다는 뜻으로, 노력으로 도달이 가능한 유일한 경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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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재능이 없어도 평생 노력하면 누구나 4위계에 도달할 수 있었고, 그건 즉 바꾸어 말하면 아무리 감각이 떨어져도 동화의 경지까지는 여러 방법론을 동원하면 메꾸는 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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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뚜벅뚜벅 타시아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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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손을 들어 타시아에게, 정확히는 타시아의 옆에 앉은 귀족 여식의 입에 손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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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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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게 통제된 불덩어리가, 귀족 여식의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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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황홀한 감각에 귀족 여식이 비명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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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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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하세요. 완벽히 통제되는 불꽃이라 사람을 해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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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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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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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와 일체화된다는 뜻이고, 때문에 비슷한 경험을 겪어보기만 해도 위계 상승에 많은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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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내가 찾아낸 방법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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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으로 깨달아야 될 부분을 물리적으로 체험해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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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요. 원소와 하나가 된 기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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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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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하세요. 지금 집중 안 하면 나중에 또 해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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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모든 학생에게 원소와 동화되는 게 뭔지 체험시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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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마치고 나는 기분 좋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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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강의를 보여줬으니, 이제 내일부터 학생들로 넘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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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 잔뜩 준비해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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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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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5명으로 줄어든 학생들을 가르치며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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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시아의 추종자들이 타시아를 버리고 다른 강의로 도망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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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5명이면 폐강은 면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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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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