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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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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북적거리는 마법학교의 공원을 훑었다.

이제 학기가 시작돼 대부분의 학생들이 돌아와서 그런가. 매일이 시끄러웠다.

이 저마다의 자아가 부딪히는 청소년기 특유의 분위기. 흠.

크로닐(관상이 별로였던 준교수)이 얼른 본색을 드러내서 사건을 안 일으켜주나. 학생들이 너무 행복해 보이는데.

크로닐은 성실한 교수고, 내가 괜한 편견을 가진 거라고?

그럴 리가 없어.

내 관상학은 정확해.

내 눈에서 절대 못 벗어나!

“명예 추기경님. 아침부터 여기엔 어쩐 일이십니까.”

“산책이요.”

“늘 수고가 많으십니다.”

“““늘 수고가 많으십니다.”””

알리스(공화국 출신 학생에게 시비를 걸었던 교국 출신 학생)를 필두로 교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고개를 숙이고 사라진다.

나는 적당히 손을 흔든 후 뒷짐을 졌다.

이 달콤한 권력의 맛.

절대 못 놔줘.

절대!

“루이나 님. 몰랐는데 은근 남들 위에 서는 걸 좋아하는구나?”

“남들 위에 서야 마법도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또 마법이야?”

“크리스 님은 또 금화 때문에 왔겠죠. 투자금 더 안 주니 알아서 하세요.”

“루이나 님은 구두쇠!”

크리스가 절망하며 떠난다.

쟤는 마법학교가 자기 집 안방인가. 왜 이리 자주 들락날락거려.

서큐버스는 가서 돈이나 벌도록 해.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교국이라.

문득 교국에서 잘 지내고 있을 레온이 떠올랐다.

지금쯤 우유를 마시느라 정신없겠지.

나중에 교국에 들를 일이 있으면 우유라도 들고 찾아가야겠다.

“레온 씨는 우유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성직자라 술을 못 마셔서 우유라도 마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우유 좋아하는 거 맞는데요.”

“저는 아니라고 아는….”

“강의 준비 안 하세요?”

나는 불쑥 찾아온 제리에게 역으로 질문했다.

제리는 태연히 대답했다.

“강의 준비야 늘 돼 있습니다.”

“참고로 묻는데, 제리 님은 무슨 강의를 하실 생각인가요.”

“그건―. 허억. 깜빡 속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정보를 캐내 고유 마법을 알아내려는 시도는 안 먹힙니다.”

“어차피 무슨 강의를 하는지는 찾아보면 아는데요….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요….”

언제부터 사람들이 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게 된 걸까.

나는 늘 진심어린 말만 뱉는데.

“제리 님. 저에게 너무한 거 아닌가요. 제가 제리 님에게 피해를 끼친 적은 없잖아요.”

“납치는 했죠.”

“납치가 아니라 권유였어요.”

“굉륜(轟輪)을 안 가르쳐주면 대륙 끝까지 쫓아간다고 했었는데, 정말로요?”

“일단 권유긴 하잖아요.”

그러고 보니 굉륜 이거 언제 배우지.

나도 이제 4위계라 충분히 배울 만한데, 음.

“제리 님. 저희 시간 내서 마법 훈련 모임이라도 만들래요?”

“실례하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제리가 스르륵 물러난다.

해치웠다.

나는 이마를 손등으로 훑었다.

이번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정의는 승리하는 법.

나는 오른팔을 번쩍 들었다.

레온 님, 보고 계십니까.

당신의 유지를 받들어, 정의를 바로 세웠습니다…!

“타시아 님. 어떤 강의를 들으시나요?”

“타시아 님. 오늘도 빛이 나십니다.”

“타시아 님. 혹시 시간이 나시면 저희 클럽에―.”

앞에서 타시아와 그녀의 추종자들이 스쳐 지나간다.

나는 조용히 오른팔을 내리고 몸을 돌렸다.

강의 준비나 해야겠다.

마법학교, 라피엘의 커리큘럼은 쉽게 표현하면 대학교 식이었다.

교양과목과 전공과목이 존재했고, 학생들은 이 둘을 적절히 분배해 학점에 맞춰 강의를 골라야 됐다.

시간 강사인 나는 교양과목을 개설할 권리를 얻었는데, 그래서 대체 어떤 걸 가르쳐야 되는가.

이 부분으로 나는 지난 몇 주간 깊은 고민을 했다.

기존에는 없지만 나만 할 수 있는 강의. 그런 걸 해야 됐다.

혹시 교육적인 사명에 불타서 그러는 거냐고 물으면 아니고, 그냥 학교 규정이 그랬다. 겹치는 걸 하지 말라더라.

나만이 가능한 강의. 내가 자신 있는 강의.

그게 뭘지 끝없이 고민했고, 곧 나는 다음의 강의를 준비했다.

.

완벽해.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배정된 강의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학생들이 나를 반긴다.

무려, 일곱 명이나 말이다.

이상하다.

분명 정원은 50명일 텐데, 왜 7명밖에 안 왔지.

나는 에서 학생 명단을 꺼내 확인했다.

그러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내 강의를 신청한 사람은 7명이 전부였다.

심지어 정정기간까지 생각하면 이것보다 더 줄 수도 있었다.

그건 안 돼.

규정상 학생 수가 5명 미만이면 폐강을 해야 됐다.

폐강을 하면 시간 강사는 백수랑 똑같은 신세였고, 백수를 먹여 살려주는 건 부모님이 끝이므로 학교 측에서는 나를 바로 해고할 거였다.

그리고 그건 기껏 마법학교에 취직한 입장에서는 반드시 피해야 되는 일이었다.

여기서 잘릴 거였으면 처음부터 마탑으로 갔지.

아니면 크로프트 학파에 들어갔든가.

나는 학생 명단을 훑으며 이름을 불렀다.

“노아 님?”

“네.”

“타시아 에테르노 님?”

“네.”

“세린 듀로니―.”

내 강의를 수강한 사람을 대충 분류하면 이러했다.

원래부터 내 제자인 노아.

체스 허접 황녀 타시아와 그녀의 추종자 둘.

평민 둘.

마지막으로.

“카이렌 에테르노 님?”

“네.”

에테르노라는 성으로 추측하길 황자였는데, 나는 순금을 녹여 만든 머리카락과 황혼색 눈동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의 얼굴을 구석구석 살폈다.

어디서 본 얼굴이었다.

쟤 걔 아닌가. 포도 축제가 열렸던 마을에서 만난, 나한테 체스 내기로 금화를 잔뜩 뜯긴 고위 귀족.

내가 기억하던 모습은 갈색 머리카락에 갈색 눈동자긴 했지만, 그건 변장 마법 탓에 그런 거고.

이목구비만 따지면 무조건이었다.

고위 귀족이 아니라 황자였어?

그나저나 쟤도 왜 여기에 있지.

타시아도 그렇고 카이렌도 그렇고, 굳이 왜 마법학교에 온 건지 모르겠다.

혹시 황실에서 젊은 황자와 황녀들을 전부 마법학교로 보내버렸나?

그럴듯했다. 지금 황실은 새로운 황제 탓에 정신이 없었으니까.

그런 혼란 속에서 현 황제의 형제자매 격인 황자와 황녀들의 위치는 애매해질 수밖에 없었고, 머리 아프니 우선 마법학교로 치우자는 의견이 나와도 안 이상했다.

학생들을 전부 파악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고작 7명이지만, 이거면 첫 출발로는 적당했다.

내 완벽한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소문을 퍼트리면 금방 정원인 50명을 꽉 채우고, 강의를 추가 개설해달라며 총장이 닦달할 테니까.

좋았어.

나는 학생 명부를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루이나 엘피니엘이에요. 앞으로 한 학기간 저와 함께 마법이 왜 좋은지 깨닫기로 해요.”

짝짝짝. 누군가 손이 터져라 박수를 쳤다.

카이렌이었다.

카이렌을 따라 다른 사람들도 뒤늦게 박수를 치는데, 그 와중에 타시아가 중얼거렸다.

“루이나? 쟤가 그 루이나라고?”

아무래도 지금에서야 내가 예전에 만났던 루이나라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왜 못 알아본 거지.

내 마법 실력이 너무 올라가서인가.

하긴, 그때의 나는 햇병아리 마법사였던 것에 비해 지금의 나는 완숙된 4위계 마법사.

급 자체가 달랐다.

슬슬이었기에 나는 칠판에 글자를 적었다.

‘원소의 이해를 위해 필요한 것.

이 세계의 마법은 원소의 이해를 근간으로 한다.

원소를 이해하고, 이해를 바탕으로 원소를 다룸으로써 마법사는 마법을 손에 넣었는데, 그래서 이 원소의 이해를 어떻게 하는가.

앞서나간 선배 마법사들은 말한다.

그냥 느끼면 돼, 라고.

이 세계의 마법은 재능이, 정확히는 감각이 중요했다.

불꽃이 삿된 걸 태우고 어둠을 정화한다고 머리로 이해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정화의 불꽃을 어떻게 피워낼 건데? 라는 질문에 대답을 못 하기 때문이었다.

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감각의 영역에서 불꽃의 특징을 깨닫는 과정이 필요했다.

비유하자면 ‘정화의 불꽃을 피워내는 방법’을 깨닫는 것. 그게 감각적으로 원소를 이해하는 거였고, 내가 제일 부족한 부분이었다.

대마법사 아델리안 공인, 나는 원소 이해에 관한 감각이 떨어졌다.

남들은 번뜩하고 깨달음을 얻을 구간에서 눈만 깜빡인다고 할 수 있었는데, 내 목적을 위해선 이건 언젠가 반드시 해결해야 되는 문제였다.

이 있으면 되지 않냐고?

아무리 이 대켈튼의 유산이라 해도 에만 의존하면 언젠가 한계에 부딪혔다.

그래서 나는 내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 끝없이 해결책을 찾았다.

그리고 찾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괜찮은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마법사의 위계는 세분화 돼 있다.

1위계 견위(見位).

2위계 수위(手位).

3위계 연위(連位).

4위계, 동위(同位). 이렇게.

이 중 4위계 동위는 원소의 이해력과 숙달이 동화의 경지에 닿았다는 뜻으로, 노력으로 도달이 가능한 유일한 경지였다.

아무리 재능이 없어도 평생 노력하면 누구나 4위계에 도달할 수 있었고, 그건 즉 바꾸어 말하면 아무리 감각이 떨어져도 동화의 경지까지는 여러 방법론을 동원하면 메꾸는 게 됐다.

나는 뚜벅뚜벅 타시아에게 다가갔다.

그다음 손을 들어 타시아에게, 정확히는 타시아의 옆에 앉은 귀족 여식의 입에 손을 넣었다.

직후.

정교하게 통제된 불덩어리가, 귀족 여식의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넘어갔다.

그 황홀한 감각에 귀족 여식이 비명을 지른다.

“꺄아아아악!”

“침착하세요. 완벽히 통제되는 불꽃이라 사람을 해치지 않아요.”

동화란 무엇인가.

그건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원소와 일체화된다는 뜻이고, 때문에 비슷한 경험을 겪어보기만 해도 위계 상승에 많은 도움이 됐다.

이게 내가 찾아낸 방법론이었다.

감각적으로 깨달아야 될 부분을 물리적으로 체험해 보는 것.

“어떤가요. 원소와 하나가 된 기분인가요?”

“꺄아아아악!”

“집중하세요. 지금 집중 안 하면 나중에 또 해야 돼요.”

그렇게 나는 모든 학생에게 원소와 동화되는 게 뭔지 체험시켜 줬다.

강의를 마치고 나는 기분 좋게 웃었다.

완벽한 강의를 보여줬으니, 이제 내일부터 학생들로 넘치겠지?

교재 잔뜩 준비해 놓아야겠다.

다음 날 아침.

나는 5명으로 줄어든 학생들을 가르치며 입맛을 다셨다.

타시아의 추종자들이 타시아를 버리고 다른 강의로 도망쳐버렸다.

그래도, 5명이면 폐강은 면했으니까.

일단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