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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국은 제국의 남쪽에 붙어 있었다.
따뜻한 해안 지역에 자리 잡은 교국은 교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무역으로 돈을 더 많이 벌었는데, 그래서 교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교국을 돈에 미친 집단이라고 욕하곤 했다.
그건 성직자가 상인 노릇을 한다는 욕이기도 했고, 치료비를 더럽게 많이 쳐 받는다는 욕이기도 했는데, 일정 부분 공감됐지만 그렇다고 따라 욕할 생각은 안 들었다.
왜? 그 사람들도 먹고살아야 되니까?
당연히 그런 건 아니고, 이제 공짜로 치료받을 예정이잖아.
원래 나한테 잘해주면 착한 놈이다.
나는 은에 ‘흐르는’ 성질을 부여해 부드럽게 바꿨다.
그다음 그걸 ‘흐르는’ 금과 섞고, 암석 가루를 넣어 비율을 맞췄다.
그걸 반죽해 형태를 갖추고, ‘연결’의 성질을 부여했다. 그러자.
펜던트가 만들어졌다.
“…생각보다 예술적 감각이 괜찮네요.”
“제대로 됐나요?”
“…네.”
나는 내가 처음으로 만든 마도구를 손에 들었다.
단순히 금과 은을 녹여서 섞은 게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녹인 게 아니고 연금술로 ‘변화’시킨 거잖은가. 아예 달랐다.
이처럼 마법적으로 금속을 녹이면 은은 달빛을, 금은 햇빛을 잘 모았다.
보다 정확히는 달의 마력과 해의 마력이 잘 모이는 거였는데, 이 연금된 금과 은으로 나는 대체 뭘 만들었느냐.
간단했다.
나는 펜던트를 위로 들었다. 그러자.
빛이 나왔다.
달빛과 햇빛이 펜던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
“…….”
나랑 뮤란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뮤란은 원래 입을 다물고 살았고, 나는 다른 이유로 입을 다물었는데, 그런 침묵을 크리스가 깨버렸다.
“루이나 님. 그거 만드는 데 얼마 들었더라?”
“조용히 하세요.”
비싼 금과 은을 잔뜩 사용해 만든 결과가 은은하게 햇빛과 달빛을 뿜는 펜던트라니.
가성비가 너무 안 좋았다.
“…연금술이 원래 그래요. 일정 이상의 실력이 되기 전까진 돈을 벌기 힘들죠.”
“참고로 묻는 거지만, 유의미하게 돈을 벌려면 실력이 얼마나 돼야 하나요?”
“…보통 10년은 수련해야 돼요.”
텄다 텄어.
아무래도 연금 마법으로 돈 벌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 보였다.
무슨 10년이나 수련을 해야 돼.
“그럼 뮤란 님은 저랑 비슷한 나이니, 최근에야 돈을 벌었겠네요?”
“…저는 연금 마법을 배운 지 반년 만에 돈을 벌었어요.”
“왜요?”
“…반년 만에 연금 마법에 익숙해져서요.”
“왜요?”
서럽다 서러워.
연금 마법이 이게 문제다. 사람을 차별한다.
그에 비해 우리 연단 마법을 봐라.
애가 아주 착실해.
나는 검을 뽑아 거기에 연단 마법을 덧씌웠다.
푸른색 검날이 일렁이고, 롱소드에 마법이 반쯤 덧씌워진다.
나는 손 뼘을 롱소드에 대고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레온 님! 저희 청야(靑夜)가 그새 또 1mm나 자랐어요!”
“축하합니다.”
청야는 매일 점점 큰다. 자고 일어날 때마다 큰다.
그게 굉장히 흐뭇했다.
이러다 1차 각성해 버리는 거 아니야?
청야야 힘내라.
“말 나온 김에 검술 수련이나 시켜주세요.”
“알겠습니다.”
나는 레온과 마주 보고 섰다.
검을 양손으로 들고 자세를 잡자, 레온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나는 레온의 검과 검을 맞댄 후 슬쩍 뒤로 물러났다. 레온의 검이 내 검을 타고 흘러내리고, 그걸 크로스 가드로 막아내며 나는 발을 움직였다.
왼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자, 내 검도 자연스럽게 레온의 검을 타고 빙글 돌았다.
그대로 레온을 노리자, 레온은 검을 뒤로 빼며 공격을 막아냈다.
마치 합을 맞춘 듯, 정해진 듯한 움직임이었다.
실제로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이건 내 몸에 새겨진 일종의 ‘정답’이었으니까.
이때는 이렇게 움직이면 좋다. 이때는 이렇게 움직이면 좋다. 이때는 이렇게 움직이면 좋다.
그런 식으로 쌓인 ‘좋다’를 우리는 검술이라고 불렀고, 즉 검사들끼리의 싸움은 둘 중 누구의 정답이 더 옳은지를 겨루는 것이었다.
레온의 검이 머리 위에서 축을 중심으로 유연하게 움직인다.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왼쪽.
상대가 선공권을 잡았을 때는 방어에 집중해야 된다. 나는 검을 좌우로 이동시키며 레온의 검격을 막았다.
그 순간 끊임없이 이어지던 공격의 흐름이 바뀐다.
레온은 발을 뒤로 빼며 거리를 벌리고, 그렇게 생긴 틈으로 찔렀다.
나는 검을 뒤집으며 찌르기를 크로스 가드로 막고, 동시에 레온을 찔렀다.
그걸 레온은 검을 세워 막았다가, 돌연 검을 머리 위에서 빙글 돌렸다.
툭. 레온의 검집이 내 목에 닿는다.
레온이 말했다.
“나쁘지 않네요.”
“저를 깔끔하게 죽였으니 나쁘지 않다는 건가요.”
“그 정도면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원래는 레온과 합 자체를 못 맞췄는데, 이제는 꽤 오래 겨루긴 했다.
이기질 못해서 그렇지.
레온은 검집을 회수하며 말을 이었다.
“결국 검술이라는 건 복잡할 게 없습니다. 자신을 지키며 상대를 베는 방법. 이게 검술입니다. 조건이 정해졌으니 그걸 구현하는 건 쉽겠죠?”
“천재들은 왜 죄다 하는 소리가 비슷한 걸까요. 전국 천재 협회가 있는 걸까요.”
“루이나 님도 검술 재능이 있습니다. 가르친 걸 전부 적재적소에 사용하니까요.”
“가르친 건 말이에요.”
현재 내 검술의 근원은 간단했다.
외운 대로 쓰는 것.
검술의 뼈대는 기본적으로 ‘모르면 당해야지’의 느낌에 가까웠고, 나를 가르치는 검술 스승은 이 세상 모든 검술을 아는 검술 창고였다.
당연히 온갖 기본기를 내게 때려 박았는데, 그 결과 나는 매우 다양한 상황에 대처가 가능해졌다.
“루이나 님이 응용이 안 되긴 하죠. 그래도 해결하지 않았습니까?”
“응용하는 법까지 암기하면 그건 응용일까요 암기일까요.”
“애매한 부분이네요.”
이게 내가 다른 응용은 참 잘하는 편인데, 몸을 쓰는 건 영 모르겠더라.
상대의 움직임은 예측이 되는데, 그에 맞춰 내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아예 감이 안 잡혔다.
뭐, 이렇게만 해도 나쁘지 않게 검술을 펼쳤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검술의 가짓수는 무한대니까. 그 모든 걸 암기할 수는 없는 거다.
이런 식이면 보편적으로 먹히는 방법을 외워야 됐고, 그럼 템포에서 점점 밀렸다. 적은 최선을 택하는데 나는 차선을 택하니 어쩔 수 없었다.
“다음으로 넘어가죠.”
“알겠어요.”
나는 자세를 잡고 호흡을 골랐다.
검술의 정답은 정해져 있다.
상대가 무작정 검을 휘두르면 크로스 가드로 막으며 검을 눕히면 된다. 그러면 방어와 동시에 공격이 가능해진다.
상대가 강한 내려치기를 했을 때는 뒤로 빼며 목을 치면 된다. 그러면 회피와 동시에 공격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상대의 행동에 따라 내 행동도 정해졌는데, 그래서 이것만 전부 외우면 실전에서 백전백승이 되냐.
그건 아니었다.
왜냐고?
조건이 다르니까.
상대의 키가 다르니까. 상대의 힘이 다르니까. 상대가 든 무기가 다르니까.
내 키가 다르니까. 내 힘이 다르니까. 내가든 무기가 다르니까.
내가 있는 지형이 다르니까. 내가 밟은 땅이 다르니까. 내가 있는 위치가 다르니까.
때문에 검술이라는 건 기본기를 뼈대로 잡고, 자신이 상황에 맞는 변수를 추가로 입력하는 거라 할 수 있었다.
이 변수라는 건 정말 많았다. 공기의 맛조차 변수로 작용하곤 했는데, 그래서 검사들은 많은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해야 이 변수라는 걸 잘 활용할까.
끊임없이 고민했고, 결국 그 답은 나왔다.
어느 상황이든 커다란 변수가 될 무기를 갈고 닦는 것.
그게 이 세계의 검사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리고 검술 유파란,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나는 검을 가볍게 들었다.
양손으로 검을 몸 중앙에 두는 것. 매우 기본적인 검술 자세였으며, 내가 배운 검술 유파의 시작점이었다.
파이론류 양손 검술.
용병으로 떠돌다 죽은 파이론이라는 인간이 만든 방어 검술이었는데, 파이론은 별 성과를 남기지 못했지만 그가 남긴 파이론류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매우 쉬웠고, 난이도에 비해 효과가 탁월한 탓이었다.
사람마다 타고나는 게 제각각이다.
시각적 감각이 뛰어나면 화가가 된다.
머리가 뛰어나면 학자가 된다.
미각이 뛰어나면 요리사가 된다.
마법사도 저마다 타고나는 원소가 달랐다. 어떤 원소를 타고났느냐에 따라, 어떤 감각을 타고났느냐에 따라 마법이 천차만별로 달라졌다.
검사도 마찬가지다.
타고나는 감각이 달랐다.
파이론류는 검술의 기본기와 닿아있는 부분이 많았다.
사람의 신체를 4등분으로 나누고 그곳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게 기본 전제였는데, 그래서 이 파이론류가 사랑받는 이유가 뭐냐.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이치로 만들어진 유파라 그랬다.
파이론류는 기본적으로 쾌(快)의 묘리로 구성됐다.
이 쾌의 묘리를 해석하는 방법은 저마다 달랐지만, 파이론은 다음과 같이 쾌를 해석했다.
최선의 경로로 움직이는 것.
즉 파이론류는 최선의 경로로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검술이라 할 수 있었다.
이 파이론이 고안해 낸 최적의 경로 16가지가 정말 신통했는데, 암기를 좋아하는 내게는 딱 맞는 검술이었다.
“그만큼 응용할 여지가 적어져 일정 이상의 실력자들은 꺼리는 검술이지만요.”
“초보에게는 초보의 검술이 있는 법이에요.”
파이론류 좋아.
나는 파이론류를 열심히 연마하다가, 땀을 닦았다.
오늘 운동 완료.
몸을 식힌 나는 이내 크리스에게 다가갔다.
오늘 저녁은 뭐냐고 묻기 위해서였는데, 그런 내 귓가에 비명이 들렸다.
이 미묘하게 세상에 찌든 비명.
마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