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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의 던전은 유례가 없는 마무리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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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공략했더니 보상이 전 세계에 흩어질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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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던전 전문가의 할아버지가 와도 예측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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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의 용병단은 해체…되지는 않았고,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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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이 목이 잘려 죽었음에도 유지가 되다니, 보기와 다르게 체계가 탄탄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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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유가 단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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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이 안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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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신이 만든 마도구는 심상치 않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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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계 마법사의 별명은 반신이다. 반쯤은 신이 됐다는 뜻인데, 그 의미를 바젯은 톡톡히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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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목이 잘렸음에도 되살려주는 마도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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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반신이 아니면 만들지 못하는 마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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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인게 아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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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많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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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살았으면 만족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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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덕분에 바젯은 어느 때보다 의욕이 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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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흩어진 마도구의 위력을 직접 체감했으니까. 얻고 싶어지는 게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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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과는 깔끔하게 헤어졌다. 당장 마도구를 수집하기 위해 떠나는 바젯을 뒤로한 채 나는 잠깐 더 후작령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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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계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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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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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5위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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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고유 마법인지 말은 안 해줬지만, 다친 용병들에게 탄환을 쏴 회복시키는 걸 보면 어지간히 특이한 고유 마법을 얻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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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를 맛있게 먹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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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레온은 우유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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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성기사의 귀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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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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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노아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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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그래도 레온 님이 날 구해줬는데, 아무런 활약도 안 한 것처럼 말하는 건 너무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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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은 안으로 굽는다더니, 도움을 받았다고 그새 레온 님의 편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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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레온이 싫어서 그러는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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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뭐 페란머시기가 그 정도 활약을 했으면 화들짝 놀라며 기립 박수를 쳤겠지만, 레온은 기대치가 다르잖아 기대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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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검사에 신성력까지 각성했으면서 영 활약이 미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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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레온 님이었으면 사람의 정신을 주무르는 간악한 라이젤의 술수를 가장 먼저 눈치채고, 처음 만난 그 순간에 목을 베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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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그건 어느 세계선의 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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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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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다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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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레온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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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에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크리스가 번쩍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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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이번에 발매한 소설, ‘톨트피어의 던전, 루이나편’이 대호평이야! 돈을 쭉쭉 버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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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대체 언제 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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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당연히 도착하자마자 썼지. 루이나 님이 던전 공략에 성공했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판매에 들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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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사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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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톨트피어의 던전, 루이나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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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던전에 들어가기 전부터 쓴 소설이면 사실상 모든 게 픽션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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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크리스가 손가락을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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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기억해 둬. 사람들이 보기 좋아하는 건 어차피 정해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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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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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꾼이라고 불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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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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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리스와 적당히 대화를 나누고 뮤란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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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은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만지고 있었는데, 그것이 이번 다사다난했던 톨트피어 던전의 유일한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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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은 성배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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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재료가 아니에요. 사람의 뼈로 만들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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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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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원래 성배도 화신체의 뼈로 만들어지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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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만, 이건 가짜 성배잖아요. 굳이 가짜 성배의 재료도 진짜 성배와 똑같이 할 이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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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좋은 뼈를 찾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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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 화신체와 동등한 활약을 했던 인물의 뼈가 재료일 수 있다는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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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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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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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시대를 끝낸 초대 황제의 파티원과 동등한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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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인간이 존재하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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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살짝 바꿀게요. 대단한 활약을 했던 교국 측 인물의 뼈일 가능성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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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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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가능성을 높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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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침공 때 세계를 구한 5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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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는 그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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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체는 늘 그런 식으로 뛰어난 몇 명이 세계를 구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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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시대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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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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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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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는 교국 측에서도 중요 인물이니, 가짜 성배라고 퇴짜 놓을 가능성은 적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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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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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짜 놔도 레온 님이 해결해줄 거라 걱정은 없었지만, 이러면 더욱 안심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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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은근 레온 님에게 기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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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만 먹는데 그거라도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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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뮤란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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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성배 상태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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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은 안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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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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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이 진짜와 비슷하다 했으니 고장 난 건 아닐 테고,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거나 힘이 덜 모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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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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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리는 성배를 쓰기 위해 찾은 게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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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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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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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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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크리스, 레온이 저마다의 감상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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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간 이어진 성배 퀘스트의 끝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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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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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성배만 교국으로 옮기면 임무 완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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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제야 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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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얼굴이 궁금했나요. 크리스 님이 그런 걸 신경 쓰는지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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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루이나 님의 얼굴을 본 레온 님의 반응이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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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저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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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크리스는 동시에 레온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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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은 우유를 마시려다가,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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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은 천천히 입술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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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람의 외관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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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그런 것치고 제 얼굴을 처음 봤을 때 마녀라고 중얼거렸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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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건 그런 의미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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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파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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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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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레온 님은 적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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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서로 합을 겨룰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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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에 파이프 담배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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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붙고, 나는 천장에 닿는 연기에 시선을 고정하며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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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으로 가득 찼던 팔트란 후작령도 이제 정상화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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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아직도 그 혼란스러운 소용돌이에 빠진 사람은 둘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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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 뇌가 망가졌거나, 원래 뇌가 망가졌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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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둘 중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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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둘 다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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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멀쩡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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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탐사 한 번 재밌게 즐겼으면 됐지, 계속 도파민을 찾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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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라이젤이 모은 마법을 전부 건네받았으면 나도 뇌가 망가졌을 위험이 있지만,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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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증상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던전을 찾아 헤맬 일이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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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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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젤이 모았던 마법이 참 많았던 거 같은데, 거기서 그 무엇도 가져오지 못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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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마법 구경도 제대로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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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상 라이젤은 수백 년 동안 마법을 모은 마법 애호가였다. 그런 사람이 모은 마법이 얼마나 많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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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도 마찬가지다. 하나만 가졌을 거란 생각은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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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라이젤이 정말 전력을 다했다면 상대하기 힘들었을 거 같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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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최선을 다했겠지만, 최선을 다한다고 최고의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 별로 결과가 안 좋았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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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랬으면 을 쏙 되찾아오고 전력으로 도망가긴 했을 거다. 은 오직 나만을 위한 마법이니까. 원하면 언제든 내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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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그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은 건 순전히 라이젤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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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무언가가 라이젤을 배신한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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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몸 안에서 낄낄대는 탐 원소를 조용히 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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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이질적인 녀석이었다. 내가 여태까지 본 그 어떤 원소와도 닮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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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 원소, 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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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지 이름은 들어봤다. 켈튼이 말해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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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게 정확히 어떤 효과를 가진 지는 나도 정확히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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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젤을 참고하면 마법을 빼앗는 마법을 만들 수 있는 거 같은데,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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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는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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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내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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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마법을 빼앗아 오는 건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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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 불쌍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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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빼앗은 마법은 언제든 탈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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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젤을 봐라. 유일 원소 탐이 배신하자마자, 수많은 마법이 라이젤에게서 탈출해 바로 모래가 돼 죽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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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간 목숨을 이어온 방법 또한 마법이었을 텐데, 그 방법이 탈출하니 그대로 본 실력을 보여주지도 못한 채 죽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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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라이젤이 마법에게 잘 해줬어 봐. 그럼 몇 명은 의리를 지키고 남아서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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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나는 탐의 원소를 활용해 남의 마법을 빼앗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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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보다는,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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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출한다는 개념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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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마법을 구출해서 데려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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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거래를 거부하는 녀석들 중, 도저히 마법을 행복하게 못 해주는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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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놈들에게서만 마법을 구출해 오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 탐의 원소를 주물러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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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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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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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이프 담배를 털어 끄며 일행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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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푹 쉬고, 내일 당장 출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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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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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음 목적지가 어딘지 서로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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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행의 시작부터 정한 목적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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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디로 가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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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페란트 얘는 모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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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벌꿀주를 한입 마신 후 느긋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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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란트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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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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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집에 돌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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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는 페란트와 팔트란 후작령에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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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청소년치고는 오래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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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집에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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