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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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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의 던전은 유례가 없는 마무리를 맞이했다.

기껏 공략했더니 보상이 전 세계에 흩어질 줄이야.

이건 던전 전문가의 할아버지가 와도 예측 못 했다.

바젯의 용병단은 해체…되지는 않았고, 유지됐다.

단장이 목이 잘려 죽었음에도 유지가 되다니, 보기와 다르게 체계가 탄탄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건 아니고.

그냥 이유가 단순했다.

바젯이 안 죽었다.

“반신이 만든 마도구는 심상치 않군.”

8위계 마법사의 별명은 반신이다. 반쯤은 신이 됐다는 뜻인데, 그 의미를 바젯은 톡톡히 경험했다.

설마 목이 잘렸음에도 되살려주는 마도구라니.

정말 반신이 아니면 만들지 못하는 마도구였다.

“1회용인게 아쉽군.”

“욕심이 많으시네요.”

“하긴, 살았으면 만족해야지.”

그래도 덕분에 바젯은 어느 때보다 의욕이 샘솟았다.

세상에 흩어진 마도구의 위력을 직접 체감했으니까. 얻고 싶어지는 게 당연했다.

바젯과는 깔끔하게 헤어졌다. 당장 마도구를 수집하기 위해 떠나는 바젯을 뒤로한 채 나는 잠깐 더 후작령에 머물렀다.

“5위계라고요.”

“운이 좋았습니다.”

제리는 5위계가 됐다.

무슨 고유 마법인지 말은 안 해줬지만, 다친 용병들에게 탄환을 쏴 회복시키는 걸 보면 어지간히 특이한 고유 마법을 얻은 모양이었다.

“우유를 맛있게 먹었다고요.”

그리고 레온은 우유를 먹었다.

역시 성기사의 귀감이었다.

정의는 레온.

내 말에 노아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스승님. 그래도 레온 님이 날 구해줬는데, 아무런 활약도 안 한 것처럼 말하는 건 너무하지 않아?”

“팔은 안으로 굽는다더니, 도움을 받았다고 그새 레온 님의 편을 드네요.”

내가 레온이 싫어서 그러는 줄 알아?

어디 뭐 페란머시기가 그 정도 활약을 했으면 화들짝 놀라며 기립 박수를 쳤겠지만, 레온은 기대치가 다르잖아 기대치가.

천재 검사에 신성력까지 각성했으면서 영 활약이 미미해.

“제가 아는 레온 님이었으면 사람의 정신을 주무르는 간악한 라이젤의 술수를 가장 먼저 눈치채고, 처음 만난 그 순간에 목을 베어버렸어요.”

“대체 그건 어느 세계선의 저입니까.”

“이 세계선이에요.”

그립다 그리워.

그 시절의 레온이 그립다.

아쉬움에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크리스가 번쩍 손을 들었다.

“루이나 님! 이번에 발매한 소설, ‘톨트피어의 던전, 루이나편’이 대호평이야! 돈을 쭉쭉 버는 중이야!”

“그건 대체 언제 썼나요.”

“응? 당연히 도착하자마자 썼지. 루이나 님이 던전 공략에 성공했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판매에 들어갔어.”

“그럼 사기잖아요.”

뭐가 ‘톨트피어의 던전, 루이나편’이야.

내가 던전에 들어가기 전부터 쓴 소설이면 사실상 모든 게 픽션이잖아.

내 말에 크리스가 손가락을 저었다.

“루이나 님. 기억해 둬. 사람들이 보기 좋아하는 건 어차피 정해져 있어.”

“사기꾼.”

“장사꾼이라고 불러줘.”

“사기꾼.”

나는 크리스와 적당히 대화를 나누고 뮤란을 봤다.

뮤란은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만지고 있었는데, 그것이 이번 다사다난했던 톨트피어 던전의 유일한 수확이었다.

뮤란은 성배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평범한 재료가 아니에요. 사람의 뼈로 만들어졌어요.”

“뼈로요?”

근데 원래 성배도 화신체의 뼈로 만들어지지 않았나?

“…맞지만, 이건 가짜 성배잖아요. 굳이 가짜 성배의 재료도 진짜 성배와 똑같이 할 이유가 있을까요?”

“효과가 좋은 뼈를 찾았군요!”

“…그게 아니라, 화신체와 동등한 활약을 했던 인물의 뼈가 재료일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게 그 얘기죠.”

그나저나.

신화의 시대를 끝낸 초대 황제의 파티원과 동등한 활약?

그런 인간이 존재하긴 하나?

“…말을 살짝 바꿀게요. 대단한 활약을 했던 교국 측 인물의 뼈일 가능성이 있어요.”

“성녀인가요?”

“…저는 그 가능성을 높게 봐요.”

대침공 때 세계를 구한 5명이 있다.

성녀는 그중 한 명이었다.

지성체는 늘 그런 식으로 뛰어난 몇 명이 세계를 구원했다.

신화의 시대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쭉.

성녀라.

그런데 이러면?

“성녀는 교국 측에서도 중요 인물이니, 가짜 성배라고 퇴짜 놓을 가능성은 적겠네요?”

“…아마도요.”

“퇴짜 놔도 레온 님이 해결해줄 거라 걱정은 없었지만, 이러면 더욱 안심이네요.”

“루이나 님. 은근 레온 님에게 기대는구나?”

“우유만 먹는데 그거라도 해야죠.”

나는 뮤란에게 물었다.

“가짜 성배 상태는 어떤가요.”

“…힘은 안 느껴져.”

“그래요?”

아델리안이 진짜와 비슷하다 했으니 고장 난 건 아닐 테고,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거나 힘이 덜 모인 건가?

뭐,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우리는 성배를 쓰기 위해 찾은 게 아니었으니까.

“드디어네요.”

“드디어네.”

“드디어군요.”

나, 크리스, 레온이 저마다의 감상을 뱉었다.

몇 달간 이어진 성배 퀘스트의 끝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말했다.

“이제 성배만 교국으로 옮기면 임무 완료예요.”

“루이나 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제야 보겠네.”

“제 얼굴이 궁금했나요. 크리스 님이 그런 걸 신경 쓰는지 몰랐네요.”

“정확히는 루이나 님의 얼굴을 본 레온 님의 반응이 궁금해.”

“그건 저도 궁금하네요.”

나랑 크리스는 동시에 레온을 바라봤다.

레온은 우유를 마시려다가, 내려놨다.

레온은 천천히 입술을 뗐다.

“저는 사람의 외관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요? 그런 것치고 제 얼굴을 처음 봤을 때 마녀라고 중얼거렸잖아요.”

“아니 그건 그런 의미가 아니라―.”

격파 완료.

휴우 힘들었다.

“루이나 님. 레온 님은 적이 아니야.”

“가끔은 서로 합을 겨룰 필요가 있어요.”

나는 입에 파이프 담배를 물었다.

불이 붙고, 나는 천장에 닿는 연기에 시선을 고정하며 생각에 잠겼다.

욕망으로 가득 찼던 팔트란 후작령도 이제 정상화가 끝났다.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아직도 그 혼란스러운 소용돌이에 빠진 사람은 둘 중 하나였다.

욕망에 뇌가 망가졌거나, 원래 뇌가 망가졌거나.

나는 둘 중 뭐냐고?

나는 둘 다 아니었다.

완벽하게 멀쩡했으니까.

던전 탐사 한 번 재밌게 즐겼으면 됐지, 계속 도파민을 찾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라이젤이 모은 마법을 전부 건네받았으면 나도 뇌가 망가졌을 위험이 있지만, 아니지 않나?

금단증상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던전을 찾아 헤맬 일이 없는 거다.

아쉽긴 했다.

라이젤이 모았던 마법이 참 많았던 거 같은데, 거기서 그 무엇도 가져오지 못하다니.

심지어 마법 구경도 제대로 못 했다.

느낌상 라이젤은 수백 년 동안 마법을 모은 마법 애호가였다. 그런 사람이 모은 마법이 얼마나 많겠는가?

고유 마법도 마찬가지다. 하나만 가졌을 거란 생각은 안 들었다.

뭐, 라이젤이 정말 전력을 다했다면 상대하기 힘들었을 거 같긴 했다.

나도 최선을 다했겠지만, 최선을 다한다고 최고의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 별로 결과가 안 좋았을 수도 있었다.

만약 그랬으면 을 쏙 되찾아오고 전력으로 도망가긴 했을 거다. 은 오직 나만을 위한 마법이니까. 원하면 언제든 내게로 돌아왔다.

상황이 그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은 건 순전히 라이젤 탓이었다.

정확히는, 무언가가 라이젤을 배신한 탓이었다.

나는 내 몸 안에서 낄낄대는 탐 원소를 조용히 관조했다.

굉장히 이질적인 녀석이었다. 내가 여태까지 본 그 어떤 원소와도 닮지 않았다.

유일 원소, 탐.

이게 뭔지 이름은 들어봤다. 켈튼이 말해줬으니까.

다만 이게 정확히 어떤 효과를 가진 지는 나도 정확히는 몰랐다.

라이젤을 참고하면 마법을 빼앗는 마법을 만들 수 있는 거 같은데, 음.

빼앗는다라.

딱히 내키지는 않았다.

강제로 마법을 빼앗아 오는 건 조금.

마법이 불쌍하잖아.

그런 식으로 빼앗은 마법은 언제든 탈출한다.

라이젤을 봐라. 유일 원소 탐이 배신하자마자, 수많은 마법이 라이젤에게서 탈출해 바로 모래가 돼 죽지 않았나?

수백 년간 목숨을 이어온 방법 또한 마법이었을 텐데, 그 방법이 탈출하니 그대로 본 실력을 보여주지도 못한 채 죽어버린 것이다.

만약 라이젤이 마법에게 잘 해줬어 봐. 그럼 몇 명은 의리를 지키고 남아서 죽지 않았다.

그러니 나는 탐의 원소를 활용해 남의 마법을 빼앗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그래.

구출한다는 개념이 어떨까?

불쌍한 마법을 구출해서 데려오는 거야.

의 거래를 거부하는 녀석들 중, 도저히 마법을 행복하게 못 해주는 놈들.

그런 놈들에게서만 마법을 구출해 오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 탐의 원소를 주물러야 될까.

으음.

고민해 보자.

나는 파이프 담배를 털어 끄며 일행에게 말했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당장 출발할까요?”

“좋습니다.”

우리는 다음 목적지가 어딘지 서로 묻지 않았다.

이미 여행의 시작부터 정한 목적지니 말이다.

“네? 어디로 가는 건데요?”

아, 페란트 얘는 모르는구나.

나는 벌꿀주를 한입 마신 후 느긋하게 대답했다.

“페란트 님.”

“네?”

“슬슬 집에 돌아가세요.”

이렇게 우리는 페란트와 팔트란 후작령에서 헤어졌다.

가출 청소년치고는 오래 만났다.

얼른 집에 돌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