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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불꽃의 탄환을 쏘아내 상대의 마법을 격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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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생각 이상으로 제리의 실력이 뛰어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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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의 손목에 불꽃의 팔찌가 생기고, 이내 반지로 바뀌며 고속의 탄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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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체계적인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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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히 유능한 선생에게 배운 마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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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길거리에서 마법을 배운 놈들은 저런 마법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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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은 손을 저어 불꽃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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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의 새가 날개짓을 하고, 그 궤적을 따라 화염의 장막이 휘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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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막과 탄환이 부딪치며 가벼운 폭발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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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위력만 따지면 4위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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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은 덤덤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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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배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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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승이 누구든 자네와, 그리고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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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이름을 대기 껄끄러운가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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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댄다고 내 스승님이 이곳에 등장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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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협조적인 제리의 태도에 라틴은 안경을 손가락으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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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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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범재의 스승 같은 건 굳이 알 필요 없는 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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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이 손을 저을 때마다 불꽃의 생명체가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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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의 뱀들이 땅을 긴다. 불꽃의 새가 하늘을 날고, 불꽃의 개가 도서관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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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압박에 제리는 불꽃의 탄환을 다리에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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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 발을 감싸며 신발이 되고, 동시에 제리가 땅을 박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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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거리를 벌리며 모든 불꽃 생명체를 쏘아 죽인 제리가 라틴을 조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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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의 팔찌가 반지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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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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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마법이 허공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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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원소의 폭격에 도서관이 흔들리고, 뒤로 물러난 제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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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외의 다른 적탑의 마법사들이 전투에 가세한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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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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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은 자신이 없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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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기사도에 관심이 있나? 그럼 직업을 잘못 골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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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늘어나는 적에 제리는 속으로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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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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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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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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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은 손을 들며 나직이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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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너와 나는, 수준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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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의 손에서 흘러나온 불꽃이 형태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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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인간을 닮은 불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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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의 색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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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살색으로, 머리카락이 갈색으로, 옷이 붉은색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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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과 똑같은 모습이 된 불꽃이 손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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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의 손에서 불꽃의 생명체가 태어나고, 그 기적과도 같은 모습에 제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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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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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탐사를 이끄는 책임자라는 것에서 눈치챘지만, 역시나 라틴은 5위계 마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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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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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재가 용케 4위계가 됐다만, 5위계부터는 재능의 영역. 너는 평생이 걸려도 도달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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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의 분신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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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늘어나는 분신에 제리가 재빨리 마법을 쐈으나, 그것보다 라틴의 반응이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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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들이 일제히 불꽃의 새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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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 시야를 가득 메운 마법에 제리는 강하게 땅을 박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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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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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의 폭풍에 휘말려 땅을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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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제리는 땅에 엎어진 채로 기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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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몸에 탄환을 쏴 갑옷을 만들었지만, 그것만으로 고유 마법을 온전히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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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정신 속에서 제리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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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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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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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리의 한탄은 지금 땅을 굴러다니는 상태에 대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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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보다 더 근본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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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근본적인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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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10살 무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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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가에 있기에는 굉장히 오만한 꼬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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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와 처음 만난 아델리안 크로프트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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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제리는 소매치기를 하던, 전형적인 빈민가의 꼬마였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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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말로 인생이 크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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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제자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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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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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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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짧게 끊었다가 뱉은 아델리안의 말이, 평생의 기억에 새겨진 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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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 크로프트. 너를 대마법사로 만들어줄 스승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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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 크로프트는 굉장히 이상한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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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보다 동의할 사람이 많을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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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8위계 대마법사가 제자 육성에 미치기라도 한 듯, 아무나 잡아다 제자로 만드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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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런 아델리안을 제리는 존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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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델리안이었기에 아무것도 없는 빈민가의 꼬마가 마법사가 될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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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제자로 받는다. 난 그 말이 이해가 안 가. 나는 아무나 제자로 받은 적이 없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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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델리안은 제리를 숲속에서 굴리며 그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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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에 전 제리를 나뭇가지로 휙휙 저어 지휘하며 아델리안은 입술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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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능성이 넘치는 아이만 제자로 받아. 지들이 옹이구멍이라 가능성을 못 보는 건데, 그걸 아무나 받는다고 헛소리를 하니.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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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러면 가능성이 넘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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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야. 내가 네게 매일 하는 얘기가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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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마법사는 저마다 다른 마법을 품고 있단다. 내가 알려주는 건 그 마법을 피워내는 법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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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겠니. 당연히 고유 마법을 만들라는 거 아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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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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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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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마법사의 증표이자, 한 마법사의 삶이 깃든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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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의 것도 아닌 오직 자신만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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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제리도 가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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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제리야. 그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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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아니라는 겁니까.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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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말을 이해한 척하면서 아무것도 이해를 못 했구나? 너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순종이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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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반항아란 얘기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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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세계관에는 흑과 백밖에 없구나. 시점을 넓히렴 제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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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은 종종 알 수 없는 얘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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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미를 제리가 물어볼 때마다 아델리안은 ‘대놓고 다 말해줬는데 의미를 물어보는 순간부터 글렀단다 제리야. 얌전히 나중에 아! 그게 그거였구나! 라며 깨달으렴’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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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델리안의 교육은 몇 년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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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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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의 교육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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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시기가 됐을 때, 아델리안은 웃으며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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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야. 너는 나를 부인하고 너만의 길을 걸으렴. 그냥 내 제자라는 것 자체를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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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스승님을 어찌 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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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야. 내가 몇 번이고 말하지만 너처럼 오만한 애가 누구를 섬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단다. 네 위에 누군가 있는 순간 이미 길이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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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송한 말에 제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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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아델리안이 제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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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너는 여자에게 두들겨 맞는 걸 좋아하니까. 내 말이 꼭 정답은 아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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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진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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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가 기겁하자 아델리안은 제리의 머리를 통통 두들기고는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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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취향까지 고려하면, 그러네. 너는 둘 중 하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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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하늘로 날아오르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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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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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극한으로 눌러줘, 끝없이 정제돼 압축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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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 라틴의 발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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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귀로만 라틴의 흔적을 쫓으며 제리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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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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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스승의 이름을 대는 걸 그만두기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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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여전히 아델리안을 존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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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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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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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제리는 아델리안의 삶을 따라 하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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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깨달은 건 지극히 최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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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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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깨달음을 얻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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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미치광이 마법사를 떠올리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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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내가 내린 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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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지간히 미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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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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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관심이 없는 것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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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은 있다. 전부 안다. 타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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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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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세계엔 오직 마법만 존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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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제리가 루이나를 따라다닌 건 협박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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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점점 같이 다니며 제리는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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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확고한 기준에, 확고한 신념에, 감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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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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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가 되고 싶은 마법사는 아델리안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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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건 아델리안이지만, 되고 싶은 마법사는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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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그런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 제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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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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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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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났을 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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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성격을 타고났을 때부터 계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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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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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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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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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해 줬어도 됐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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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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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의 당황을 뒤로한 채, 제리는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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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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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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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가 깨달은 불꽃의 특징은 ‘억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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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은 모든 걸 억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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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특징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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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발전해 기어코 제리는 불꽃은 모든 걸 ‘통제’한다에까지 도달했는데,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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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 하는 건 ‘통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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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자신이 원하는 신념을,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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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의 팔찌가 반지로 변하고 그곳에 제리의 의지가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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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이미지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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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하나가, 모든 걸 꿰뚫는 이미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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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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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효과는, 자신이 원하는 효과를 마법에 부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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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지만, 그렇기에 강력한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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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분신을 불꽃의 탄환 하나로 박살 낸 제리는 평온한 태도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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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 가봐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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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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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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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대한 공동 안에 들어서며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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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 전부 해결하고 누구보다 먼저 최심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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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전전 함정 방은 정말 놀라웠어요. 톨트피어의 머릿속을 해부하고 싶어질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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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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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듣기만 해도 깜짝 놀라는 던전 함정의 감상을 바젯과 나누며 공동 중앙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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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마도구가 공동에 가득 찬 가운데, 내 시선을 사로잡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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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단 위에 둥둥 떠 있는 별처럼 새하얀 술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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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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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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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저 술잔을 소유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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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을 대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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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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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단에 성큼성큼 다가가 성배를 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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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 또한 근처의 마도구에 손을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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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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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 눈이 돌아가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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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으로 만들어진 남자의 음성이 공동에,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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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전체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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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긴 마도구의 맛보기는 거기까지. 자, 지금부터 쇼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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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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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이 당황한 채 허공에 손을 휘저었지만, 그걸로는 남자의, 톨트피어의 장난을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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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바젯이 획득한 마도구를 제외한 모든 마도구가 빛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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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천장에 뚫린 구멍을 통해 하늘로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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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가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마도구다! 후대의 인간들이여! 이 톨트피어의 유산을 원한다면 찾아라! 모험을 해라! 이 세상 어딘가에 내가 남긴 마도구가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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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이 허탈한 웃음을 터트린다. 한스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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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허탈하기보다는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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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낭만에 가득 찬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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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피터팬 증후군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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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나는 성배를 얻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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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난은 충분히 받아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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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해도 어렸을 때 장난을 많이 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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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장난이라기보다 전부 진심이고 주변 사람이 말려든 것에 불과했지만, 주변 사람들 입장에선 그렇게 안 느껴졌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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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정구슬을 밟고 다리가 부러진 선생, 지리산 도사를 찾겠다고 가출해 마음을 졸인 원장 수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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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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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념을 이어가다 말고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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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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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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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거를 떠올리면 전생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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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 현생은 가짜고, 진짜는 전생이다, 이런 개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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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쪽의 삶이든 진짜라고 느꼈고, 오히려 마법을 배운 지금의 삶이 더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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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럼에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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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나는 현생의 과거는 딱히 떠올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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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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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떠올릴 게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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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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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그래도 원하는 걸 얻어서 다행이다. 잘못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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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젤 님. 하나 질문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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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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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버지가 태어났을 때 하신 말이 있어요. 그게 뭔지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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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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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이름을 불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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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루이나 네 이름을 불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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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을 불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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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자마자 내 친부는 레이첼을, 친모의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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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계집을 낳았어? 레이첼, 이 쓸모없는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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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자를 낳은 친모를 욕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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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집을 나가기 몇 년 전에 먼저 집을 나간 친한 손위의 남자가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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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나를 업고 다녔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나를 상당히 좋아했다. 특이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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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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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먼저 나가지. 고아원은 성인이 되면 독립을 해야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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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켰던 머릿속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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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누군가 꼬아놨던 실을 원래대로 푸는 느낌이라 쾌감마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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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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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가족 구성원 중 아버지를 제외하면 남자가 있던 적이 없는데, 당신은 대체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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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물음에 내 오빠는, 라이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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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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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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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 마법이 이래서 좋아. 사람과 섞이기 좋거든. 덕분에 모든 조건을 진작 충족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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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악! 바젯과 한스의 머리가 땅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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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비가 내리는 공동에서, 라이젤이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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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법, 네가 쓰기엔 과분하다.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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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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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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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져나간 무언가가 형태를 이루고, 을 손에든 라이젤이 입꼬리가 찢어지도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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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에 가득 찬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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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손에 넣은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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