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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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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불꽃의 탄환을 쏘아내 상대의 마법을 격추했다.

라틴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생각 이상으로 제리의 실력이 뛰어나서였다.

제리의 손목에 불꽃의 팔찌가 생기고, 이내 반지로 바뀌며 고속의 탄환이 된다.

굉장히 체계적인 마법.

필히 유능한 선생에게 배운 마법사였다.

어디 길거리에서 마법을 배운 놈들은 저런 마법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

라틴은 손을 저어 불꽃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불꽃의 새가 날개짓을 하고, 그 궤적을 따라 화염의 장막이 휘몰아친다.

장막과 탄환이 부딪치며 가벼운 폭발이 인다.

마법의 위력만 따지면 4위계인가.

라틴은 덤덤하게 물었다.

“누구에게 배웠지?”

“내 스승이 누구든 자네와, 그리고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을 텐데?”

“스승의 이름을 대기 껄끄러운가 보군.”

“이름을 댄다고 내 스승님이 이곳에 등장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비협조적인 제리의 태도에 라틴은 안경을 손가락으로 올렸다.

뭐, 됐다.

어차피 범재의 스승 같은 건 굳이 알 필요 없는 정보였다.

라틴이 손을 저을 때마다 불꽃의 생명체가 태어난다.

불꽃의 뱀들이 땅을 긴다. 불꽃의 새가 하늘을 날고, 불꽃의 개가 도서관을 달렸다.

거센 압박에 제리는 불꽃의 탄환을 다리에 쏘았다.

불꽃이 발을 감싸며 신발이 되고, 동시에 제리가 땅을 박찼다.

빠르게 거리를 벌리며 모든 불꽃 생명체를 쏘아 죽인 제리가 라틴을 조준한다.

불꽃의 팔찌가 반지로 변한다.

직후.

수많은 마법이 허공을 갈랐다.

콰아앙―. 원소의 폭격에 도서관이 흔들리고, 뒤로 물러난 제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라틴 외의 다른 적탑의 마법사들이 전투에 가세한 탓이었다.

제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1:1은 자신이 없나 보지?”

“혹시 기사도에 관심이 있나? 그럼 직업을 잘못 골랐군.”

점점 늘어나는 적에 제리는 속으로 한탄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거기에.”

라틴은 손을 들며 나직이 말을 이었다.

“애초부터 너와 나는, 수준이 다르다.”

라틴의 손에서 흘러나온 불꽃이 형태를 이룬다.

그것은 인간을 닮은 불꽃이었다.

불꽃의 색이 변한다.

얼굴이 살색으로, 머리카락이 갈색으로, 옷이 붉은색으로 변한다.

라틴과 똑같은 모습이 된 불꽃이 손을 든다.

분신의 손에서 불꽃의 생명체가 태어나고, 그 기적과도 같은 모습에 제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고유 마법.

던전 탐사를 이끄는 책임자라는 것에서 눈치챘지만, 역시나 라틴은 5위계 마법사였다.

라틴이 말한다.

“범재가 용케 4위계가 됐다만, 5위계부터는 재능의 영역. 너는 평생이 걸려도 도달하지 못한다.”

불꽃의 분신이 늘어난다.

점점 늘어나는 분신에 제리가 재빨리 마법을 쐈으나, 그것보다 라틴의 반응이 빨랐다.

분신들이 일제히 불꽃의 새를 날린다.

정면 시야를 가득 메운 마법에 제리는 강하게 땅을 박찼다.

그리고.

화염의 폭풍에 휘말려 땅을 굴렀다.

콜록. 제리는 땅에 엎어진 채로 기침을 했다.

마지막에 몸에 탄환을 쏴 갑옷을 만들었지만, 그것만으로 고유 마법을 온전히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흐릿한 정신 속에서 제리는 생각했다.

정말.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 제리의 한탄은 지금 땅을 굴러다니는 상태에 대한 게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 근본적으로.

더 근본적인 의문이었다.

제리는 10살 무렵을 떠올렸다.

“빈민가에 있기에는 굉장히 오만한 꼬마구나?”

제리와 처음 만난 아델리안 크로프트의 말이었다.

당시 제리는 소매치기를 하던, 전형적인 빈민가의 꼬마였으나.

다음의 말로 인생이 크게 바뀌었다.

“내 제자 할래?”

“누구야.”

“나? 나는 말이야.”

이때 짧게 끊었다가 뱉은 아델리안의 말이, 평생의 기억에 새겨진 제리였다.

“아델리안 크로프트. 너를 대마법사로 만들어줄 스승님이야.”

아델리안 크로프트는 굉장히 이상한 인간이었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보다 동의할 사람이 많을 거였다.

그도 그럴 게 8위계 대마법사가 제자 육성에 미치기라도 한 듯, 아무나 잡아다 제자로 만드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그런 아델리안을 제리는 존경했다.

그런 아델리안이었기에 아무것도 없는 빈민가의 꼬마가 마법사가 될 수 있었으니까.

“아무나 제자로 받는다. 난 그 말이 이해가 안 가. 나는 아무나 제자로 받은 적이 없는데 말이야.”

언젠가 아델리안은 제리를 숲속에서 굴리며 그리 말했다.

땀에 전 제리를 나뭇가지로 휙휙 저어 지휘하며 아델리안은 입술을 움직였다.

“나는 가능성이 넘치는 아이만 제자로 받아. 지들이 옹이구멍이라 가능성을 못 보는 건데, 그걸 아무나 받는다고 헛소리를 하니. 쯧쯧.”

“저도 그러면 가능성이 넘칩니까?”

“제자야. 내가 네게 매일 하는 얘기가 뭐니.”

“‘모든 마법사는 저마다 다른 마법을 품고 있단다. 내가 알려주는 건 그 마법을 피워내는 법뿐이야.’”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겠니. 당연히 고유 마법을 만들라는 거 아니겠니.”

“고유 마법.”

고유 마법.

고위 마법사의 증표이자, 한 마법사의 삶이 깃든 마법.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오직 자신만의 마법.

그걸 제리도 가지고 싶었다.

“아니지. 제리야. 그게 아니야.”

“뭐가 아니라는 겁니까. 스승님.”

“너는 내 말을 이해한 척하면서 아무것도 이해를 못 했구나? 너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순종이 아니란다.”

“저는 반항아란 얘기입니까?”

“네 세계관에는 흑과 백밖에 없구나. 시점을 넓히렴 제리야.”

아델리안은 종종 알 수 없는 얘기를 했다.

그 의미를 제리가 물어볼 때마다 아델리안은 ‘대놓고 다 말해줬는데 의미를 물어보는 순간부터 글렀단다 제리야. 얌전히 나중에 아! 그게 그거였구나! 라며 깨달으렴’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아델리안의 교육은 몇 년간 이어졌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아델리안의 교육도 마찬가지였다.

헤어질 시기가 됐을 때, 아델리안은 웃으며 조언했다.

“제리야. 너는 나를 부인하고 너만의 길을 걸으렴. 그냥 내 제자라는 것 자체를 잊어.”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스승님을 어찌 잊습니까.”

“제리야. 내가 몇 번이고 말하지만 너처럼 오만한 애가 누구를 섬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단다. 네 위에 누군가 있는 순간 이미 길이 막혀.”

아리송한 말에 제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아델리안이 제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긴, 너는 여자에게 두들겨 맞는 걸 좋아하니까. 내 말이 꼭 정답은 아닐 거야.”

“그게 진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제리가 기겁하자 아델리안은 제리의 머리를 통통 두들기고는 말을 마쳤다.

“네 취향까지 고려하면, 그러네. 너는 둘 중 하나란다.”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하늘로 날아오르든가.

아니면.

누군가 극한으로 눌러줘, 끝없이 정제돼 압축되든가.

뚜벅. 라틴의 발소리가 들린다.

오직 귀로만 라틴의 흔적을 쫓으며 제리는 생각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스승의 이름을 대는 걸 그만두기 시작했지?

제리는 여전히 아델리안을 존경했다.

아델리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다만.

그럼에도 제리는 아델리안의 삶을 따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걸 깨달은 건 지극히 최근이었다.

왜일까.

왜 그런 깨달음을 얻은 걸까.

제리는 미치광이 마법사를 떠올리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게 내가 내린 답이라니.

나도 어지간히 미쳤구나.

루이나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건 관심이 없는 것과는 달랐다.

관심은 있다. 전부 안다. 타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부 알았다.

앎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의 세계엔 오직 마법만 존재하니까.

처음에 제리가 루이나를 따라다닌 건 협박 탓이었다.

허나 점점 같이 다니며 제리는 빠져들었다.

그 확고한 기준에, 확고한 신념에, 감화된 것이다.

그래.

제리가 되고 싶은 마법사는 아델리안이 아니었다.

존경하는 건 아델리안이지만, 되고 싶은 마법사는 따로 있었다.

루이나. 그런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 제리는.

언제부터?

그건 말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오만한 성격을 타고났을 때부터 계속이다.

아, 그렇구나.

제리는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저었다.

스승님도 참.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해 줬어도 됐잖습니까.

“뭐야.”

라틴의 당황을 뒤로한 채, 제리는 손을 들었다.

그리고 읊조렸다.

“체크다.”

제리가 깨달은 불꽃의 특징은 ‘억압’이었다.

불꽃은 모든 걸 억누른다.

그런 특징을 발견했다.

거기서 발전해 기어코 제리는 불꽃은 모든 걸 ‘통제’한다에까지 도달했는데,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불꽃이 하는 건 ‘통제’가 아니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신념을, 하는 것이었다.

불꽃의 팔찌가 반지로 변하고 그곳에 제리의 의지가 깃든다.

머릿속에 이미지가 그려진다.

불꽃 하나가, 모든 걸 꿰뚫는 이미지가.

고유 마법 .

그 효과는, 자신이 원하는 효과를 마법에 부여하는 것.

간단하지만, 그렇기에 강력한 마법이었다.

모든 분신을 불꽃의 탄환 하나로 박살 낸 제리는 평온한 태도로 말했다.

“이만 가봐도 되겠지?”

“드디어 도착이에요.”

나는 거대한 공동 안에 들어서며 작게 중얼거렸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 전부 해결하고 누구보다 먼저 최심부에 도착했다.

“전전전전 함정 방은 정말 놀라웠어요. 톨트피어의 머릿속을 해부하고 싶어질 정도예요.”

“동감이다.”

나는 듣기만 해도 깜짝 놀라는 던전 함정의 감상을 바젯과 나누며 공동 중앙으로 향했다.

수많은 마도구가 공동에 가득 찬 가운데, 내 시선을 사로잡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제단 위에 둥둥 떠 있는 별처럼 새하얀 술잔.

성배.

드디어 찾았다.

“저는 저 술잔을 소유할게요.”

“좋을 대로 해라.”

됐다!

나는 제단에 성큼성큼 다가가 성배를 집었다.

바젯 또한 근처의 마도구에 손을 댔다.

그, 순간이었다.

[어떤가. 눈이 돌아가지 않나?]

마법으로 만들어진 남자의 음성이 공동에, 아니.

던전 전체에 울려 퍼졌다.

[내가 남긴 마도구의 맛보기는 거기까지. 자, 지금부터 쇼타임이다!]

“잠깐―.”

바젯이 당황한 채 허공에 손을 휘저었지만, 그걸로는 남자의, 톨트피어의 장난을 막을 수 없었다.

나랑 바젯이 획득한 마도구를 제외한 모든 마도구가 빛에 휩싸인다.

그 후 천장에 뚫린 구멍을 통해 하늘로 솟구쳤다.

[하나하나가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마도구다! 후대의 인간들이여! 이 톨트피어의 유산을 원한다면 찾아라! 모험을 해라! 이 세상 어딘가에 내가 남긴 마도구가 숨겨져 있다!]

바젯이 허탈한 웃음을 터트린다. 한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허탈하기보다는 재밌었다.

마지막까지 낭만에 가득 찬 사람이다.

이 피터팬 증후군 같으니라고.

뭐, 나는 성배를 얻었으니까.

이런 장난은 충분히 받아줄 수 있었다.

나만 해도 어렸을 때 장난을 많이 치지 않았나.

물론 나는 장난이라기보다 전부 진심이고 주변 사람이 말려든 것에 불과했지만, 주변 사람들 입장에선 그렇게 안 느껴졌을 테니까.

내 수정구슬을 밟고 다리가 부러진 선생, 지리산 도사를 찾겠다고 가출해 마음을 졸인 원장 수녀님.

그리고―.

나는 상념을 이어가다 말고 멈칫했다.

…….

……?

나는 과거를 떠올리면 전생을 떠올린다.

이건 내 현생은 가짜고, 진짜는 전생이다, 이런 개념이 아니었다.

나는 어느 쪽의 삶이든 진짜라고 느꼈고, 오히려 마법을 배운 지금의 삶이 더 소중했다.

허나 그럼에도다.

그럼에도 나는 현생의 과거는 딱히 떠올리지 않았다.

왜냐고?

그야 떠올릴 게 없었으니까.

…어라.

“루이나. 그래도 원하는 걸 얻어서 다행이다. 잘못했으면―.”

“라이젤 님. 하나 질문이 있어요.”

“응? 왜?”

“제 아버지가 태어났을 때 하신 말이 있어요. 그게 뭔지 아세요?”

“뭐였지?”

“사람의 이름을 불렀어요.”

“아, 루이나 네 이름을 불렀었나?”

“레이첼을 불렀어요.”

내가 태어나자마자 내 친부는 레이첼을, 친모의 이름을 불렀다.

[또 계집을 낳았어? 레이첼, 이 쓸모없는 년.]

또 여자를 낳은 친모를 욕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집을 나가기 몇 년 전에 먼저 집을 나간 친한 손위의 남자가 있긴 했다.

그 사람은 나를 업고 다녔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나를 상당히 좋아했다. 특이하게도.

전생에 말이다.

그야 먼저 나가지. 고아원은 성인이 되면 독립을 해야 되니까.

엉켰던 머릿속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마치 누군가 꼬아놨던 실을 원래대로 푸는 느낌이라 쾌감마저 생겼다.

나는 천천히 물었다.

“제 가족 구성원 중 아버지를 제외하면 남자가 있던 적이 없는데, 당신은 대체 누구인가요?”

그 물음에 내 오빠는, 라이젤은.

아니.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입꼬리를 올렸다.

“왜곡 마법이 이래서 좋아. 사람과 섞이기 좋거든. 덕분에 모든 조건을 진작 충족했어.”

촤아악! 바젯과 한스의 머리가 땅에 떨어진다.

피의 비가 내리는 공동에서, 라이젤이 손을 내민다.

“그 마법, 네가 쓰기엔 과분하다. 내놔.”

동시에.

내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갔다.

빠져나간 무언가가 형태를 이루고, 을 손에든 라이젤이 입꼬리가 찢어지도록 웃는다.

탐욕에 가득 찬 모습으로.

모든 걸 손에 넣은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