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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트란 후작령은 수인 왕국과 맞닿아 있는 곳이었는데, 국경과 맞닿아 있는 곳은 늘 그렇듯 문화의 혼돈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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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닿은 나라의 문화와 자국의 문화가 섞여 독자적이면서 이색적인 풍경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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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저기 토끼 수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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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리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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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토끼 귀를 가진 인간이 얇은 옷을 입고 호객행위를 하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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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토끼 수인의 옆에서 평범한 인간이 똑같이 얇은 옷을 입고 호객행위를 했는데, 그 편견 없는 광경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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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곳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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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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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수인이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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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의 모습? 아니면 인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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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수인과 똑같이 생겼음에도 ‘아무튼 혼혈입니다’로 가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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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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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수인들은 무슨 사연이 있길래 다른 나라까지 와서 일을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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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중세랜드나 새드 중세랜드나 창관은 밑바닥 인생을 위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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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용하는 놈들은 다양했지만, 공급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이유로 창관에서 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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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전직 루트 중 하나여서 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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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부모는 나를 귀족가에게 파는 일이 잘 안됐으면 다음으로 고급 창관을 알아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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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을 위해 밤에도 낮에도 일하는 하녀, 고급 화류계 종사원,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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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셋의 갈림길 중 마법사가 되다니, 역시 나는 마법을 익힐 운명임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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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서도 수인은 다양한 구별법이 있지만, 이 세계의 수인은 동물 귀와 꼬리만 달렸다고 해야 되나. 그것 외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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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것조차 너무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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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 입장에선 인간이 ‘귀랑 꼬리만 없지 우리랑 똑같이 생긴 존재’일 수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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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인을 이리저리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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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크리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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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혹시 수인에게 볼일이 있어? 왜 그리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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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만져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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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선 만져보고 싶다는 뜻이었어? 그럼 가끔 내 가슴을 훑어보던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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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요리 주머니가 너무 커서 어디에 시선을 둬도 요리 주머니가 보이는 탓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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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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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대화를 나눈 우리는 적당한 여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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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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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에 짐을 푼 나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주인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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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게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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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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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 이름, 다른 곳에서 받아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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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떠올린 거다만. 창의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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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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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의 신비함을 느끼며 여관홀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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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옆에 앉은 크리스가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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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내가 이 여관은 지점 같은 거 아니라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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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안 믿겨서요. 사람의 생각이 거기서 거기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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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한 끝에 떠올리는 게 전부 바람이 머무는 곳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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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뭔가 있어 보이면서 그럴듯한 작명이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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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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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벌꿀주 4잔과 고기파이 2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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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몫의 음료와 음식을 시키고 식탁 위에 등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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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륵. 소리를 먹는 불꽃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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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에 파이프 담배를 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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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여관에서 쉬니까 좀 살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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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익. 불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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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손가락을 흔들어 불꽃을 끄고 내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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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쩌실 생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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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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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목적지인 팔트란 후작령에 도착했지만, 아직 성배를 찾으려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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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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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의 던전이 발견됐다니. 도저히 안 믿기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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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종적을 감춘 인간이지 않나. 그런 곳에 숨어 있었다면 납득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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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념에서 깨어나 고개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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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 테이블에서 두 남자가 떠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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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 그 이름을 언급하는 건 두 남자뿐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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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모든 사람들이 톨트피어를 주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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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세기에서 가장 유명한 마법사는 당연히 아델리안 크로프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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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존이 확인된 8위계 대마법사 중 하나였고,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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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질문을 바꾸어 이전 세기에서 가장 유명했던 마법사가 누구냐고 물으면, 그것도 아델리안 크로프트긴 했다. 그녀의 활동 기간은 길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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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질문을 또 바꾸어 300년 전에 가장 유명한 마법사가 누구냐고 물으면, 그때는 답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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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계 대마법사 톨트피어 프로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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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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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계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머리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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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마법사는 정신이 나갔는데, 그 정점이라는 8위계 마법사? 아예 다른 존재처럼 느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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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도 대화를 해보면 정상이지만, 행동 자체는 어딘가 나사가 잔뜩 빠져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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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육성을 위해 행동이 불편할 정도로 모든 여력을 쏟아붓는 건 엄연히 광기에 닿아 있는 행동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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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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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광인으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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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의 일화 중 제일 유명한 건 역시 광대로 세상을 떠도는 거였는데, 재밌는 건 그가 광대로 산다는 사실이 매우 우연한 기회에 밝혀졌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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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날 학살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그 학살이 밑바닥 인생들에게까지 닿지 않았다면, 절대 밝혀지지 않았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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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전말이 드러나고, 자신이 엊그제 두들겨 팬 광대가 사실 톨트피어였다는 걸 깨달은 귀족 하나가 겁을 먹고 집에 틀어박힌 것까지가 톨트피어 일화의 마침표였는데, 여기서 중요한 게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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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작 귀족에게 두들겨 맞는 정도로는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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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광대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떠돌아다녔어도, 그 과정에서 어떤 더러운 일을 겪었어도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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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당시 사람들은 한동안 모든 밑바닥 인간들을 조심히 대하며 다녔었는데, 하여간 이상의 일화를 들으면 그런 생각이 들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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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톨트피어가 미치광이인 건 알겠는데, 그거랑 톨트피어의 던전에 사람들이 흥분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라는 의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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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답은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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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광대였다면, 톨트피어와 관련된 유명한 ‘키워드’는 다른 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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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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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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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는 무려 8위계에 오른 연금술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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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의 던전이 발견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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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마비될 것 같은 돈 냄새에 사람들의 눈이 뒤집히는 게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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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장에 연기를 흘려보내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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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의 던전에 성배가 있다니, 이거 참 공교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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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톨트피어의 던전에 뭐가 있는지 몰랐으나, 우리는 달랐다. 아델리안이 말해준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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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의 던전엔 성배 말고 다른 보물도 많은 듯했지만, 어쨌건 우리의 목표는 성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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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가짜 성배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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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어디 외딴 산속에 묻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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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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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이 빠르게 퍼지는 중인 듯합니다. 아마 곧 제국 전역과 다른 나라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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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성배를 탐내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눈물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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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그게 왜 루이나 님의 성배야. 그건 아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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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억울한 걸 어떻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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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담배를 털어 끈 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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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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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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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톨트피어의 던전 상태가 어떤지부터 조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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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에 막혀 있다고 아델리안 님에게 듣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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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몇 주 전의 얘기고요. 지금은 어떨지 알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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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져서 조사를 해보는 게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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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가 나직이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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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정보를 모으려면 흩어져 조사를 하는 게 제일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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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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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됐으면 슬슬 움직여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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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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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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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소란에 나는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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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남녀가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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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관에서 시비가 붙어 싸우는 건 매우 흔한 일이었다. 강조를 안 한 거지, 여태까지 여관에 들릴 때마다 매번 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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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지금 저건 딱히 특이할 것도 없는 일이었으나, 그럼에도 나는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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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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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비웃음을 머금은 채 말을 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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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도 없는 게, 같잖게 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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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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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가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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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남자가 유리해 보였지만, 나는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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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남자는 3초 후 코뼈가 박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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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전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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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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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남자가 주먹을 들다 말고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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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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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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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은 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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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는 거야 이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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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남자가 짜증을 냈지만, 여자는 내 얼굴에 시선을 옮겼다가 작게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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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자를 내려다보며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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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운 좋은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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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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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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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당황한 듯 손을 뻗었다가, 이내 내게 홱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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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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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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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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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병이라도 생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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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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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입을 다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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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먼 기억을 되짚는 듯 눈알을 굴리다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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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루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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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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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라고?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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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을 잊어버리다니, 친오빠라고 믿기지 않는 짓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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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10년 넘게 안 만났다고 친동생을 잊어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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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이 걱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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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사를 만나러 가봐요. 벌써 기억력 감퇴라니. 나이를 먹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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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남자는, 라이젤은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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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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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안 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라이젤이 차분히 입술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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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그렇게 바뀌었는데, 어떻게 알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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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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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문제가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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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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