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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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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트란 후작령은 수인 왕국과 맞닿아 있는 곳이었는데, 국경과 맞닿아 있는 곳은 늘 그렇듯 문화의 혼돈지였다.

맞닿은 나라의 문화와 자국의 문화가 섞여 독자적이면서 이색적인 풍경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루이나 님. 저기 토끼 수인이야.”

나는 크리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그러자 토끼 귀를 가진 인간이 얇은 옷을 입고 호객행위를 하는 게 보였다.

또한 토끼 수인의 옆에서 평범한 인간이 똑같이 얇은 옷을 입고 호객행위를 했는데, 그 편견 없는 광경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곳이네요.”

문득 궁금해졌다.

인간과 수인이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수인의 모습? 아니면 인간의 모습?

보통은 수인과 똑같이 생겼음에도 ‘아무튼 혼혈입니다’로 가긴 했다.

그나저나.

“저 수인들은 무슨 사연이 있길래 다른 나라까지 와서 일을 하는 걸까요?”

해피 중세랜드나 새드 중세랜드나 창관은 밑바닥 인생을 위한 곳이었다.

물론 이용하는 놈들은 다양했지만, 공급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이유로 창관에서 일하게 됐다.

내 전직 루트 중 하나여서 잘 알았다.

아마 부모는 나를 귀족가에게 파는 일이 잘 안됐으면 다음으로 고급 창관을 알아보지 않았을까?

귀족을 위해 밤에도 낮에도 일하는 하녀, 고급 화류계 종사원, 마법사.

이 셋의 갈림길 중 마법사가 되다니, 역시 나는 마법을 익힐 운명임이 틀림없었다.

현대에서도 수인은 다양한 구별법이 있지만, 이 세계의 수인은 동물 귀와 꼬리만 달렸다고 해야 되나. 그것 외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근데 이것조차 너무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일지도 몰랐다.

수인 입장에선 인간이 ‘귀랑 꼬리만 없지 우리랑 똑같이 생긴 존재’일 수도 있었으니까.

나는 수인을 이리저리 훑었다.

그러자 크리스가 말했다.

“루이나 님. 혹시 수인에게 볼일이 있어? 왜 그리 봐?”

“귀를 만져보고 싶네요.”

“그 시선 만져보고 싶다는 뜻이었어? 그럼 가끔 내 가슴을 훑어보던 것도?”

“그건 요리 주머니가 너무 커서 어디에 시선을 둬도 요리 주머니가 보이는 탓이에요.”

“아하.”

적당히 대화를 나눈 우리는 적당한 여관으로 향했다.

[바람이 머무는 곳]

여관에 짐을 푼 나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주인을 찾아갔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무슨 일이냐.”

“여관 이름, 다른 곳에서 받아오는 건가요?”

“내가 직접 떠올린 거다만. 창의적이지?”

“창의적이네요.”

나는 세상의 신비함을 느끼며 여관홀에 앉았다.

똑같이 옆에 앉은 크리스가 말을 꺼냈다.

“루이나 님. 내가 이 여관은 지점 같은 거 아니라고 했잖아.”

“도저히 안 믿겨서요. 사람의 생각이 거기서 거기긴 하네요.”

고민한 끝에 떠올리는 게 전부 바람이 머무는 곳이라니.

하긴, 뭔가 있어 보이면서 그럴듯한 작명이긴 해.

나는 손을 들었다.

“여기 벌꿀주 4잔과 고기파이 2개 주세요!”

내 몫의 음료와 음식을 시키고 식탁 위에 등불을 올렸다.

화륵. 소리를 먹는 불꽃이 등장한다.

나는 입에 파이프 담배를 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간만에 여관에서 쉬니까 좀 살 거 같았다.

치익. 불이 붙는다.

제리는 손가락을 흔들어 불꽃을 끄고 내게 물었다.

“이제 어쩌실 생각입니까?”

“상황을 봐야죠.”

기껏 목적지인 팔트란 후작령에 도착했지만, 아직 성배를 찾으려면 멀었다.

왜냐하면―.

“톨트피어의 던전이 발견됐다니. 도저히 안 믿기는군.”

“언젠가부터 종적을 감춘 인간이지 않나. 그런 곳에 숨어 있었다면 납득이 되지.”

나는 상념에서 깨어나 고개를 기울였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 두 남자가 떠들고 있었다.

톨트피어. 그 이름을 언급하는 건 두 남자뿐만이 아니었다.

사실상 모든 사람들이 톨트피어를 주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현 세기에서 가장 유명한 마법사는 당연히 아델리안 크로프트였다.

최근 생존이 확인된 8위계 대마법사 중 하나였고,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으니까.

그럼 질문을 바꾸어 이전 세기에서 가장 유명했던 마법사가 누구냐고 물으면, 그것도 아델리안 크로프트긴 했다. 그녀의 활동 기간은 길었으니까.

하지만 질문을 또 바꾸어 300년 전에 가장 유명한 마법사가 누구냐고 물으면, 그때는 답이 달라졌다.

8위계 대마법사 톨트피어 프로센.

그의 이름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8위계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머리가 돌았다.

안 그래도 마법사는 정신이 나갔는데, 그 정점이라는 8위계 마법사? 아예 다른 존재처럼 느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델리안도 대화를 해보면 정상이지만, 행동 자체는 어딘가 나사가 잔뜩 빠져있지 않나?

제자 육성을 위해 행동이 불편할 정도로 모든 여력을 쏟아붓는 건 엄연히 광기에 닿아 있는 행동이었으니 말이다.

톨트피어도 마찬가지다.

그도 광인으로 유명했다.

톨트피어의 일화 중 제일 유명한 건 역시 광대로 세상을 떠도는 거였는데, 재밌는 건 그가 광대로 산다는 사실이 매우 우연한 기회에 밝혀졌다는 거다.

만약 그날 학살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그 학살이 밑바닥 인생들에게까지 닿지 않았다면, 절대 밝혀지지 않았을 일.

모든 전말이 드러나고, 자신이 엊그제 두들겨 팬 광대가 사실 톨트피어였다는 걸 깨달은 귀족 하나가 겁을 먹고 집에 틀어박힌 것까지가 톨트피어 일화의 마침표였는데, 여기서 중요한 게 뭐냐.

그는 고작 귀족에게 두들겨 맞는 정도로는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는 거다.

즉 광대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떠돌아다녔어도, 그 과정에서 어떤 더러운 일을 겪었어도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덕분에 당시 사람들은 한동안 모든 밑바닥 인간들을 조심히 대하며 다녔었는데, 하여간 이상의 일화를 들으면 그런 생각이 들 거였다.

그래서 톨트피어가 미치광이인 건 알겠는데, 그거랑 톨트피어의 던전에 사람들이 흥분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라는 의문이.

그 답은 간단했다.

톨트피어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광대였다면, 톨트피어와 관련된 유명한 ‘키워드’는 다른 거였으니까.

‘별의 연금술사’.

그래.

톨트피어는 무려 8위계에 오른 연금술사였다.

그런 사람의 던전이 발견된 거다.

코가 마비될 것 같은 돈 냄새에 사람들의 눈이 뒤집히는 게 당연했다.

나는 천장에 연기를 흘려보내며 말을 이었다.

“톨트피어의 던전에 성배가 있다니, 이거 참 공교롭네요.”

사람들은 톨트피어의 던전에 뭐가 있는지 몰랐으나, 우리는 달랐다. 아델리안이 말해준 덕이었다.

톨트피어의 던전엔 성배 말고 다른 보물도 많은 듯했지만, 어쨌건 우리의 목표는 성배니까.

정확히는 가짜 성배긴 했지만.

그냥 어디 외딴 산속에 묻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

에휴.

“소문이 빠르게 퍼지는 중인 듯합니다. 아마 곧 제국 전역과 다른 나라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겠죠.”

“제 성배를 탐내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눈물이 나네요.”

“루이나 님. 그게 왜 루이나 님의 성배야. 그건 아니지 않아?”

“하지만 억울한 걸 어떻게 해요.”

파이프 담배를 털어 끈 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뭐, 됐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선 톨트피어의 던전 상태가 어떤지부터 조사할까요?”

“결계에 막혀 있다고 아델리안 님에게 듣지 않았습니까?”

“그건 몇 주 전의 얘기고요. 지금은 어떨지 알아야죠.”

“흩어져서 조사를 해보는 게 좋겠군요.”

제리가 나직이 중얼거린다.

확실히, 정보를 모으려면 흩어져 조사를 하는 게 제일 빨랐다.

좋아.

결정됐으면 슬슬 움직여 볼까.

라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했어!”

갑작스러운 소란에 나는 멈칫했다.

웬 남녀가 싸운다.

사실 여관에서 시비가 붙어 싸우는 건 매우 흔한 일이었다. 강조를 안 한 거지, 여태까지 여관에 들릴 때마다 매번 봤었다.

때문에 지금 저건 딱히 특이할 것도 없는 일이었으나, 그럼에도 나는 눈을 깜빡였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가 비웃음을 머금은 채 말을 뱉는다.

“좆도 없는 게, 같잖게 군다고.”

“뒤져!”

남자와 여자가 싸운다.

얼핏 남자가 유리해 보였지만, 나는 알았다.

저 남자는 3초 후 코뼈가 박살 났다.

그러기 전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뭐야.”

당황한 남자가 주먹을 들다 말고 멈춘다.

여자도 멈췄다.

내가 말했다.

“소란은 안 좋아요.”

“뭐라는 거야 이 여자가―.”

내 말에 남자가 짜증을 냈지만, 여자는 내 얼굴에 시선을 옮겼다가 작게 혀를 찼다.

그리고 남자를 내려다보며 쏘아붙였다.

“너, 운 좋은 줄 알아.”

“야! 어디가!”

여자가 물러난다.

남자는 당황한 듯 손을 뻗었다가, 이내 내게 홱 고개를 돌렸다.

“너 뭐야.”

“안녕하세요.”

“너 뭐….”

“혹시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병이라도 생겼나요?”

“…….”

남자가 입을 다문다.

그는 먼 기억을 되짚는 듯 눈알을 굴리다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속삭였다.

“혹시 루이나야?”

“오랜만이네요.”

“루이나라고? 진짜야?”

“여동생을 잊어버리다니, 친오빠라고 믿기지 않는 짓이네요.”

고작 10년 넘게 안 만났다고 친동생을 잊어버리다니.

기억력이 걱정됐다.

“치유사를 만나러 가봐요. 벌써 기억력 감퇴라니. 나이를 먹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요.”

그 말에 남자는, 라이젤은 입을 다물었다.

왜 그러지?

이해가 안 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라이젤이 차분히 입술을 뗐다.

“…얼굴이 그렇게 바뀌었는데, 어떻게 알아봐.”

“아하.”

그런 문제가 있었구나.

이해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