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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온. 그 이름을 듣자마자 세피아는 기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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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공작이자 현 제국제일검인 발리온이 왜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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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리 놀라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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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온은 능글맞게 말하며 거리를 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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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능숙한 움직임에 세피아도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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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가 아는 발리온은 노인에 가까운 나이였다. 저런 청년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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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저건 발리온이지만 발리온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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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발리온이 구현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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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끝을 본 발리온은 지금의 세피아가 죽었다 깨어나도 못 이기겠지만, 이런 짧은 거리도 좁히겠다고 발놀림을 하는 어린 발리온은 얘기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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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온이 천재라면 세피아도 천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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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마탑이 기어코 찾아낸 마법의 정수를 담을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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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운명’을 틀어버릴 마지막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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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세피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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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아무리 발리온이라도 같은 나이라면 황금 마탑이 전력으로 육성한 자신 쪽이 더 강하다고, 그렇게 세피아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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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는 원소의 무기를 정렬하며 발리온과의 거리를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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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와 검사의 기본 전투 양상은 결국 거리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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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좁히려는 검사와, 최대한 거리를 벌리려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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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원래라면 이미 거리가 가까워진 순간부터 세피아가 불리하겠지만, 일류 마법사는 그런 약점마저 보완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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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인 15살에 이미 4위계가 된 세피아에겐 검사와의 싸움을 대비한 수많은 방법이 준비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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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반형 암석 무기에 올라타며 세피아가 뒤로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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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발리온이 땅을 박차고 앞으로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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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원소의 빗속에서 발리온이 검을 빙글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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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고밀류 양손 검술, 2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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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룡비상(暗龍飛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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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기류가 원을 그리고, 모든 마법이 바위에 부딪힌 달걀처럼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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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개의 마법을 사용하는 어린 마법사라. 이런 녀석은 내가 들어본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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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온은 차분히 세피아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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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는 단순히 원소를 던지는 게 아닌, 다양한 원소로 구성된 수십 개의 마법을 던지는 마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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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다 못해 역사상 존재한 적이 없었고, 그런 만큼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면 소문이 귀에 들어오는 게 당연했는데, 정체를 전혀 모르겠으니 발리온의 입장에선 이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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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세피아의 유명세는 엄청났지만, 이곳은 가상 세계. 현실 세계에서 아무리 유명해봤자 가상의 존재인 발리온이 알 턱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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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라도 말해봐라. 이름이 뭐지? 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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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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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는 원소의 무기를 발사하며 특기 마법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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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온의 눈에 검은색 빛이 맴돈다. 연단 마법의 1차 각성, 신체 강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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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속도로 모든 원소의 무기를 베어낸 발리온은 허공을 가르며 세피아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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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거대한 불의 창이 발리온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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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기 마법, 멸각(滅角)이 순조롭게 발동된 것인데, 그럼에도 세피아는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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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온이 멸각을 밟고 그대로 앞으로 내달린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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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몸이 날랜 검사를 상대로는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정교한 마법이 유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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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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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솟아올라 형태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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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르륵. 물의 사슬이 세피아의 몸 주위를 맴돌다가, 이내 발리온을 향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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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복제되듯 새로운 고리가 추가되며 물의 사슬이 발리온에게 접근하고, 그걸 발리온은 멸각을 밟아 하늘을 날며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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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물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질량이 대지에 박힌다. 멸각 또한 발리온의 등 뒤 먼 곳에서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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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온은 허공을 유영하며 검 끝을 세피아에게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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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격을 피했으니 이번엔 자신의 차례다, 라고 생각하는 게 훤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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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착각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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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르륵! 물의 사슬의 중간 부근에서 새로운 고리가 추가되며 발리온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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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 발리온이 물의 사슬을 쳐내자 마치 금속과 금속이 부딪친 듯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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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방어였다. 과연 미래의 제국제일검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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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세피아의 마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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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청(聯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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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가 증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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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가 연결될 수 있는 곳이라면 그게 사슬의 어느 부위든 가리지 않고 고리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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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만들어진 수십 개의 사슬이 동시에 발리온을 몰아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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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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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제국제일검을 이겼다는 기쁨에 세피아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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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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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온이 나직이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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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뛰어나지만, 그걸 연계하는 솜씨는 영 별로군. 실전 경험을 더 쌓는 것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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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온이 검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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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고밀류는 드래곤을 본떠 만든 검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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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종주이자 생명의 정점인 드래곤을 동경하는 인간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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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신들이 뛰놀던 시절에도 밀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영역을 확보했던 게 드래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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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고밀류는 총 7개의 초식으로 이루어진 검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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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발리온이 쓴 건 총 2개의 초식. 1식과 2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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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적의 방어를 꿰뚫을 때와 적의 공격을 방어할 때 효과적인 초식이었는데, 그럼 이렇게 사방에서 공격이 들어올 때는 어떤 초식이 효과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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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3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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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고밀류 양손 검술, 3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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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룡천류(暗龍千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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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선이 허공에 길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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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든 물의 사슬이 반으로 갈라져 땅으로 낙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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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는 다급히 마법을 준비했지만, 그것보다 발리온의 몸이 가속하는 게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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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가 탑승한 원반형 암석 무기에 올라탄 발리온은 세피아의 목에 검을 겨누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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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체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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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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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반형 암석 무기가 폭발한다. 세피아는 새로운 마법에 탑승하며 전력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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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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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재정비를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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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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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는 의아함에 입을 뻐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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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상이 점점 기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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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점점 몸에 힘이 빠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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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푸덕. 세피아가 추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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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떨어진 세피아는 땅을 기다가, 밑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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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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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버릇이 고약한 아가씨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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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찾아온 격통에 세피아가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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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온은 곤란하다는 듯 볼을 긁다가, 천천히 세피아에게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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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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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온의 검날이 햇빛 아래에서 번뜩이고, 세피아는 비명을 지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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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에 당하는 순간에도 정확히 적의 다리를 잘라버리는 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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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미래의 제국제일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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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 이 정신 나간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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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걸 풀어놓으면 대체 어쩌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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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리온의 검에 죽는 걸 영광으로 알고, 그만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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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온의 마무리 대사에 세피아는 눈을 감고 이어질 고통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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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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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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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함에 세피아는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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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었던 세상이 밝아지고, 여전히 검을 든 채로 서 있는 발리온이 세피아의 시야에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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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발리온은 세피아가 아닌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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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온이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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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손님이 많군.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파티라도 열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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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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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목소리가 세피아의 귓가를 스쳐 지나가고, 새로 등장한 불청객이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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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제자를 키우면 마법을 좀 더 많이 만들라고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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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공간엔 장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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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장점은 역시 목숨이 위험하지 않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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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잘려도, 다리가 잘려도, 심장이 꿰뚫려도, 어디까지나 가상에서의 일. 현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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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여기에서라면 무슨 일을 해도 켈튼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은 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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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자해를 했다고 켈튼의 약속을 어긴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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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랜만에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마법을 즐기며 나는 느긋하게 탑을 올라갔는데, 10층에 도착하자마자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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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본 여자가 다리가 잘려 땅을 기어다니는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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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들어보면 여자의 다리를 자른 남자가 발리온인 거 같은데, 나는 거기서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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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 이 인간 하다 하다 발리온도 준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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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전성기 발리온이 아닌 어린 발리온을 준비하긴 했지만, 발리온은 명실상부 제국제일검. 싹수부터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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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증거로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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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마탑의 미래가 저 꼴이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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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발리온 드라고밀이다. 네 이름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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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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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목적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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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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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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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에 붙은 이름은 ‘협동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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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발리온은 1:1로 싸우라고 만들어놓은 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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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힘을 합쳐 쓰러트리는 적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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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20살 언저리의 나이인 발리온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세피아를 사족보행 짐승으로 만든 걸 보면 적어도 연단 마법 2단계 각성엔 진작 도달한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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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지금 가장 현명한 판단은 시간을 끌며 새로운 아군이 10층에 합류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아니면 아예 스테이지를 재시작해 세피아와 함께 전투를 하는 거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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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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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듯 가상의 공간엔 장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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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죽음조차 가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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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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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싸움을 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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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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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륵. 등불 안에 불꽃이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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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붉은 선이 그어진다. 구구궁. 나무 거인이 땅에서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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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을 검으로 가르며 발리온이 내게 달려들고, 나는 재차 마법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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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아니면 언제 마법 마음껏 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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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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