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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의 탑은 쉽게 말하면 마법사의 역량을 극한으로 키우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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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역량이 일정 수준 이상이 아니면 넘어서기 힘든 장애물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탑에 들어온 마법사가 성장하도록 유도하는 것. 그게 아델리안의 탑이 가진 핵심 메커니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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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기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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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가 갖춰야 하는 필수 역량이란 대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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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답은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적어도 아델리안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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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완벽한 마력 제어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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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을 질질 흘리는 놈들은 마법사가 아니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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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감각이 퇴화해 오직 마력 감지로만 적을 파악하는, 허나 그 외의 모든 능력치가 한계를 넘은 강화 고블린을 아델리안이 만든 건 그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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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강화 고블린은 감지한 마력을 바탕으로 적의 위치를 추론하는 능력도 없었는데, 때문에 강화 고블린은 진짜 순수하게 ‘마력 제어’만 잘하면 죽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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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화 고블린은 맞춤형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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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대한 강화 고블린과 고작 1위계인 노아가 싸운다고 생각하면 도저히 답이 안 나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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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가진 역량에 맞는 몬스터가 나오지 않을까. 1위계에겐 감지 능력과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몬스터가, 4위계엔 그만큼 강한 몬스터가 나오는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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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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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마력 제어 능력이 마법사의 첫 번째 자질이라면, 두 번째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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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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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를 다룰 줄 알아야 마법사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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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성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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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컹. 나는 손목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감각에 눈동자를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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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 만들어진 수갑이 내 손과 발을 묶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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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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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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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순 감옥이라기엔 구속된 정도가 너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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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 범죄자도 이렇게 감금 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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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습관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리려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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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이 잘 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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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안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마력이 많이 굼뜨다고 해야 되나? 이쨌건 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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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속구가 마력을 제어하는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장치가 설치돼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이 상태를 벗어나는 게 가장 시급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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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느릿하게 마력을 모았다. 구속구를 절단할 마법을 짜내기 위해서였는데, 내가 마력을 제대로 모으기도 전에 감옥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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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 발소리가 들리고, 내 앞에 멈춰선 상대방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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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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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단호한 게 아무래도 자는 척은 안 먹힐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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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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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눈이 마주친 적발의 여자가 입꼬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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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조직의 구성원을 전부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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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조직의 구성원은 돈에 미친 서큐버스, 남자를 홀리는 성기사, 소형 마법 보관소, 음침 연금술사, 담뱃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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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해? 독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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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내게 천천히 다가오더니, 손가락에 불꽃의 구슬을 띄우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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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강제로 입을 열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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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내 입을 벌리고는 그 안에 불꽃의 구슬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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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 식도를 타고 몸 안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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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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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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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겁을 먹었나 보네? 지금 그 불꽃은 내 제어하에 있지만, 만약 내가 제어를 풀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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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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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말해. 네 조직의 윗대가리가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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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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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안에서 마법이 뜨겁게 타오르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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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느껴보는 그 온전한 감각에,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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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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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는 거야 이 미친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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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안에서 타오르던 불꽃의 구슬이 지나왔던 길을 되짚으며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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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주인이 바뀌어 버린 불꽃이 내 입을 통해 적발의 여자에게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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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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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얼굴을 부여잡고 땅을 뒹굴고, 나는 조금씩 모아놓은 마력으로 바람의 칼날을 만들어 구속구를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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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나는 나무 병사를 소환해 여자를 구속하려 했지만, 여전히 마력은 잘 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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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구속구가 문제가 아니라 이 방, 혹은 내 몸 자체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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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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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발동된 불꽃을 최대한 제어해 여자를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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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칙을 뒤트는 신비, 마법을 발동하기 위해선 마력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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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국소적인 원소 제어에는 꼭 마력이 없어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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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원소를 이해하고 제어하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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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단순히 원소를 제어하는 것만이라면, 의지만 있어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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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발 여자는 기세에 비해 위계가 낮았는지 내 원소 제어조차 막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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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구석에 잘 구겨 넣은 나는 감옥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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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등불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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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이 빼앗아 간 게 아니라면 잠깐 사라진 거일 텐데, 나는 슬쩍 몸을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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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로브는 어느새 죄수복 비슷한 거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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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탑이라는 거, 아예 가상 세계를 경험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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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죽어도 괜찮은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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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중요한 사실을 왜 말 안 해줬나 싶었지만, 생각해 보면 확실히 말하지 않는 쪽이 훈련 효과가 좋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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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의 위기를 겪어야만 얻는 힘도 있는 법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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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옥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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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기나긴 복도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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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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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돌로 만들어진 벽에, 창문은 없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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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어디 성채의 지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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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탈출하기 위해선 위로 올라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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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단을 찾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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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간 걸었을까. 건너편에서 사람 둘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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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어떻게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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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어두운 성채 지하를 밝히기 위해 횃불을 든 상태였는데, 그 영롱하게 타오르는 불꽃을 향해 나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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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불꽃이 솟구치며 병사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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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사이를 가로지르며 나는 왜 마법사가 존중받는지 체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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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능력자는 마법사와 싸우는 걸 꺼린다. 이건 용병 업계에 한 달만 몸 담아도 아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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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린다? 사실 그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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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정확히 비능력자들은, 일반 용병들은, 마법사를 무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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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마법사가 존중받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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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은 공포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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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 한 톨 사용하지 않고, 오직 의지만으로 원소를 제어해 비능력자를 쓰러트리는 것이 마법사다. 공포의 대상이 아니면 그게 더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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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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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좀 물을게요. 어디로 가야 여기서 나갈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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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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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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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사가 가리킨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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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는지 거기엔 위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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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안 움직이는 마력을 대신할 보호 수단으로 횃불을 챙겨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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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가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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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 억제 물약을 먹인 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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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홀에 도착하자마자 사방에 널린 병사, 기사들이 나를 가리키며 기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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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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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마법을 못 쓰는 상태에선 살짝 버거운데,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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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교육용 목적의 탑인데 기사들이 해방까지 익혔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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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약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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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채를 밝히는 모든 불꽃을 제어하에 넣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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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불꽃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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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드는 병사를 불의 벽으로 막고, 불의 벽을 꿰뚫고 검을 휘두르는 기사에겐 불덩어리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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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마법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을 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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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원소를 다루기만 하던 마법사들의 싸움 방식을 재현하며 나는 짜릿한 감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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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가 더욱 가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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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가 더욱 가까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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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가 더욱, 가까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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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소를 이해하는 감각이 떨어졌다. 그것은 켈튼이 알려줬고 아델리안이 확정 지어준 사안이었다.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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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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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내가 가진 한계 내에서, 보다 원소를 잘 이해하게 될 거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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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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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기사를 불사른 나는 아예 성채의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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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걸린 달이 보인다. 그 밑에 펼쳐진 주둔지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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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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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발청안의 미인이 주둔지 중앙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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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 참는데 말이야, 내 일을 망치는 건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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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미터가 넘게 떨어져 있었지만, 마치 코앞에서 듣는 것처럼 선명하게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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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성채에 있는 모두가 나랑 똑같은 경험을 하는 중일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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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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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발청안의 미인이 허공에 거대한 불꽃의 막대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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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형태의 막대가 초고속으로 회전하고, 그 주위에 거대한 띠가 겹겹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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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개의 띠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흑발청안의 미인이, 아델리안이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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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무시했으니 그런 짓을 한 거잖아.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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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채 밖으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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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살짝 쉬워서 이상하다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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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난이도를 올리려고 직접 등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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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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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모아놓은 마력으로 바람의 흐름을 만들어 지상에 착지한 나는 그대로 앞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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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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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륜이 해방되며, 세상을 붉은색으로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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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불의 파도를 흘긋 확인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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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원소 제어 훈련은 확실히 하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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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무화과를 입에 넣은 아델리안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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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튼아. 너 제대로 된 애를 제자로 받은 거 맞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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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은 방금 본 광경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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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 겪는 상황은 매우 다양했지만, 루이나의 경우 고문 상황이 걸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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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상황의 요지는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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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집중하기 힘든 극한의 상황에서조차 원소 제어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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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라고 생각했었으나, 방금의 일로 아델리안은 그 가치관이 살짝 흔들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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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몸속에 불덩어리를 집어넣으니 오히려 좋아하는 제자의 제자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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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제자의 제자는 과거 아델리안이 터트린 굉륜을 필사적으로 막으며 기뻐하는 중이었는데, 그냥 불에 타는 걸 좋아하는 인간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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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전신 화상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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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튼아 네가 고생이 참 많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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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아델리안은 곧 탑의 다른 곳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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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 동굴에 빠진 제리, 1층의 고블린에게 계속 목이 썰려 무한히 재도전하는 페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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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양한 마탑의 수많은 마법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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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네는 소식도 빠르지. 벌써 들어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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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라고 대놓고 들판에 탑을 소환한 거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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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은 빠르게 탑을 돌파하는 수많은 마법사를 살피다가, 이내 한 명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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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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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자의 제자의 제자는 과연 얼마나 재기가 넘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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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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